2009.3.6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신파조의 제목을 보면서 (아직도 이런 식의 제목을 쓰나,, 놀라워하면서)  그럼 나는 최소 무기징역이나 사형감이겠군, 라고 흘려버렸는데 어제 뜻밖에 아무개 서기관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솔직히 삽화와 작가 사인 및 엽서 같은 별지로 채워진 이 책이 교보문고 문보장에서 파는 팬시 다이어리처럼 보여 그리 믿음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봐 온
노희경표 드라마에 대한 믿음으로 조금은 진지한 마음으로 독서에 들어갔다. 

허무하게도 하룻밤새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별로 할 말이 없다. 

비슷비슷한 드라마 속에서 나름의 개성있는 색깔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듯한
작가가 펴낸 책이라 그가 드라마 밖에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을 줄 알았다. 편집은 요란해도 꽤 쓸만한 알맹이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에 대한 글이 약간 시큰해지는 것 빼고는 이렇다 할 원고가 없었다. 나머지는 아주 약간 방송작가 준비생들에게, 주변 연기자들에 대해, 그리고 아주 많이 <그들이 사는 세상>의 주인공들의 독백들,,, 뿐.  

첫사랑에 대한 처음의 글은 유치함을 넘어 치기의 절정을 보는 듯해 민망했고, 모든 글의 마지막은 항상 이상한 감상과 다짐으로 끝나 우스꽝스러웠다. 만약 노희경이 저자가 아니었으면 이다지도 실망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내용이나 구성이 성의 없어 보인다.  뭐 대단한 작품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남들과는 다른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쓴 작가의 에세이는 최소한 여느 연예인이 쓴 감상용 에세이와는 구분되는 뭔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의 깊이나 내용의 깊이나 뭐든. 

이 책에서 밑줄 긋고 싶은, 제일 좋은 말은, 오히려 배우 나문희가 작가에게 했다는 말들이었다.

 -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 씨
 - 책 많이 읽어, 희경 씨.
 -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희경씨.
 - 재래시장에 많이 가, 희경 씨.
   그곳에서 야채 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을 봐, 희경 씨.
   그게 예쁜 거야, 희경 씨.
 - 골프 치지 마, 희경씨, 대중목욕탕에 가 희경 씨.
 -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살자, 희경 씨.
 - 대본 제때 주는 작가가 돼, 희경 씨.

(나문희 여사 만세다!!!)

책을 보니 내가 선물받은 이 책은 1월 3일 25쇄로 발행된 책이다. 엄청 팔렸나 보다.  
책 안의 예쁘기만 한 삽화들 확 줄이고, 별지,, 이것은 진짜 유치해 보인다. 이것 다 떼고, 원고 구성도 조금 비슷한 것끼리 묶어주고, <그들이 사는 세상>의 원고들은 따로 묶거나 다른 책으로 펴내고, 감상적이기만 한 글들에게 좀더 깊이를 주고,.,,. 이랬으면 좀더 괜찮은, ’사랑’이나 ’희망’을 노래하는 에세이가 되지 않았을까.................................  

(솔직히 이 책을 작가가 자신의 의도로 펴낸, 자신이 직접 쓴 첫 책이 맞는지 의심스럽고, 만약 그렇다면,.. (내가 작가라면) 너무 창피할 것 같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