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보철학>/ 우쉬에강 / 김영지/ 황소자리/ 2009.1.19.인쇄/ ~3.2

  어려울 때는 잠언집이나 처세술 혹은 인생철학을 담은 책들이 생각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며 한 선배가 준 책이다. 솔직히 베스트셀러에 자주 오르는 인생철학서 같은 책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거의 읽은 적이 없었는데, 나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선배의 말이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지금 어려워서인지 약간 솔깃해져, 고맙게 받았다.  

  이 책은 정말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그냥 자기 전에 한두 장 읽고, 어떨 땐 TV보면서도 읽고, 가끔 정독하여 읽기도 했다. 중국 고서에서부터 현대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법에 대한 지침서 같은 이야기들을 지은이가 나름 정리해서 들려준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은둔과 인내, 관용과 양보, 배려와 순응과 같은 미덕이 큰 힘을 발휘한다. 결국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올바른 가치관만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껴온 것 중 하나가 바로 ‘새옹지마’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새옹지마’의 새옹처럼, ‘우공이산’의 우공처럼, 진짜 고수만이 바보가 될 수 있고 우직하게 바보학의 진리를 간파한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 살아간다고 설파한다.

  벽에 붙여놓으면 좋을 것 같은 해설과 문구들도 많이 있다. 지금 삶에 꼭 필요한 구절을 발견한다면 하나쯤 책상 위에 적어놓고 힘을 받으면 좋을 듯하다.

  “가장 완전한 것은 무엇인가 모자란 듯하다. 하지만 그 효용은 다함이 없다. 충만한 것은 텅 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효용에는 끝이 없다,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가장 뛰어난 기교는 서툴게 보이며, 뛰어난 웅변은 눌변처럼 들인다.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히 있으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 <노자>

* 잠언도 역사도 모두 후일담이나 앞선 시대의 결과물에서 나온 것이니 결과적으로 이렇게 하니 좋다란 식이다. 그러나 그토록 수많은 교훈을 읽고 외우고 실천해보지만 실제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은 그 어떤 역사로도 대비할 수 없는 오리지널 생이라서, 적용불가할 때가 많다. 그래서 지금이 곰 같은 인내가 필요한 때인지 처세와 기지로 극복해야할 때인지 판단이 잘 안 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에게, 옛날에게 길을 묻는다. 아마도 책 그 자체가 길을 찾아주는 것이라기보다 책을 읽고 길을 묻는 우리의 마음과 그 마음을 담고 있는 시간의 깊이가 결국 (길을) 이끌어 주는 게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