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프로방스..

에세이/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문학동네/ 412면/ 2011.3.23.1쇄/ 2011/5/6.3쇄/ 202.1.13. 인터파크/ 2.11~19

프랑스와 불란서는 같은 나라를 일컫는 말이지만 참 느낌이 다르다. 불란서는 한자에서 온 말이지만, 왠지 프랑스라는 진짜 발음보다 더 시적(詩的으)로 와 닿는다. 일상에서 아주 약간 붕 뜬 어떤 경지, 그 사이를 채우는 공기, 혹은 지금보다 조금 더 옛날의 바람…. 그런 뉘앙스가 불란서란 말에는 있다. (이것은 낭만이라든지 로맨스와는 또 다른, 향수가 섞인, 공감각적인 표현이다) 하물며 ‘남불(南佛)’이라 발음했을 때는 말해 무엇 할까. 이것은 ‘남프랑스’라는 말로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아우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남불에 위치한 ‘프로방스’에 대한 책이다.

프로방스는 쾌적함의 순도를 따진다면 아마 천국의 또 다른 이름이라 불러도 될 만큼 햇살과 바람이 좋은 지역이다. 그래서 예부터 이 지역을 많은 예술가들이 찾았고, 사랑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 이곳에서 탄생했고, 장 지오노가 <나무 심는 사람>을 여기서 지었으며, 말년의 알베르 카뮈가 고향으로 여긴 곳이며, 고흐와 고갱이, 피카소가 찾아와 영감을 얻고 그림을 그리고 사랑을 한 곳이다.

 

속도를 늦추면 그제서야 삶의 본질이 드러나듯 바쁠 것 없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프로방스의 마을들은 찾는 이에게 새삼 삶의 의미와 진실을 생각하게끔 해준다. 저자는 이런 프로방스에서의 참으로 복 받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일기형식으로 쓰여진 글속의 그는 미술관을 찾고,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찾아다닌다.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일상사와 개인사의 드라마들을 마치 우물가 아낙들의 수다처럼 들려준다.

 

이 책은 프로방스의 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흐의 책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가 고흐의 프로방스에서의 삶을 쫒아가는 탐방기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여행소개서가 아닌 만큼 이것저것 생각을 하며 읽어도 좋을 책이다. 프로방스에서의 한 달을 경험해볼 수 있는 사람은 진정 축복받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