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서울의 낮은 언덕들/ 배수아 장편소설/ 자음과모음/1쇄(2011.12.10.), 2012.1.13. 인터파크/ 2012.3.3~3.9

 

<에세이스트의 책상> 이후로, 배수아에 '삘'이 꽂힌 이후로, 초장기의 몇 권을 제외하고는 배수아의 작품 거의 대부분을 읽어왔다.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에서, 아,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로 거듭 놀라면서....

 

소설가가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변해가듯(혹은 성장) 읽는 독자도 그 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함께 움직인다.

지금까지 읽어온 바로는,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  독학자, 당나귀들, 훌까지가 한 챕터를 이루고, 다시 북쪽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까지가 또 다른 챕터로 카테고리가 지어진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분류이지만, 독서가로서의 내 느낌의 분류.

 

첫번째 챕터에서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정신의 깊이에까지 들어가고자 하는 일인광부의 고독 같은 걸 느꼈다. 밑줄을 수도 없이 그어댔고, 공감했고, 놀라웠다. 그 도도함과 단순하고도 정확한 정신에 대한 믿음까지.

두 번째 챕터에서 그 모호함은 더욱 짙어졌고, 낭송배우, 독일, 동남아, 중국, 몽골,, 저자가 다니던 행로를 따라 소설의 대륙도 종횡무진 넓어졌다. 분명 첫번째 챕터와는 모양새가 다르다. 

나는 배수아 소설에서 아주 좋아하는 부분도 있지만, 싫어하는 부분도 있다. 이번 소설 <서울의 낮은 언덕들>에서는 주인공 경희가 그의 늙은 부모와 언니를 묘사하는 길고 긴 부분이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장황하게 풍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가 싫다.

 

이번 책에서 나는 단 한 문장도 밑줄을 긋지 못했다. 아, 물론 밑줄의 의미나 횟수가 소설의 질적 평가를 가늠하는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달라지는 소설의 형체들, 그것이 무엇인지 다 읽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작가는 뭔가 몸집의 형상을 바꾸어가는 중 같은데, 독자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체의  문제도 주제의 문제도 아니다. 아마도 작가의 시각이나 마음의 변화 때문인 것 같다. 이에 대한 의문은 아마 다음 책에서 조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