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동 한 그릇>을 읽었던 감동이 생각나네요. 작은 양장본 책이었는데 좋은 책이라 잘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우리 큰 아이가 <우동 한 그릇>을 읽고 있는 걸 발견했네요. 기왕이면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똑같은 내용이지만 어린이들이 읽기 편하게 구성된 점이 마음에 들어요. 예쁜 그림이 많이 곁들여져 있어서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 드네요.  이 책 속에는 <우동 한 그릇> 이외에도 <산타클로스>와 <마지막 손님>이라는 이야기가 더 있어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 책이 출간된 시기가 1989년이니까, 밀리언셀러답게 세월이 흘러도 좋은 책은 한결같은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우동 한 그릇>에서 엄마와 두 형제가 돈을 아끼려고 우동 한 그릇을 먹는 이야기는 가난한 시절의 배고픔을 짐작하게 하네요.  지금이야 물질적인 가난보다는 정신적인 가난이 더 큰 문제지만, 여하튼 아이들 입장에서 정말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먹지 못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 거예요. 중요한 건 두 형제가 가난한 상황을 부끄러워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혼자 경제를 책임지는 엄마의 노고를 알고 엄마를 돕기 위해 애쓰는 두 형제의 모습이야말로 '효'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네요. 그리고 우동 가게주인이 가난한 세 모자를 위해 1인분의 우동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준 것은 새삼 감탄하게 되네요. 만약 가게주인이 동정심에 3인분을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엄마와 두 형제는 미안한 마음에 다시는 그 가게에 나타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가게주인은 지혜롭게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어요. 상대방을 진심으로 돕는 것은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한 모습이 아닐까요? 요즘처럼 삭막해진 세상에 따뜻한 우동 한 그릇처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 그런 좋은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부터 노력해야되겠지요.

다시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진 것을 보면 <우동 한 그릇>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