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용(龍) 공업고등학교 일명 용공고가 폐교되면서 오호장군이라는 학교 폭력 서클이 매봉산을 떠난 해이다.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마초 등‘삼국지’에 나오는 다섯 명의 용맹스러운 장수들을 일컫는 오호장군을 서클 이름으로 삼은 이들은 다섯명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이 오호장군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캡틴 파이브라는 이웃 고등학교(중앙외고)의 폭력 서클이 있는데 그들에게 용공고의 폐교, 이전은 더 이상 오호장군과 최고를 놓고 맞붙을 수 없다는 허전함과, 마지막 승부에서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용공고에 폐교 처분이 내려진 것은 그 학교가 불량 학생들의 아지트가 돼 주변 학교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진짜 사연은 달리 있었다. 매봉산은 성동구와 중구를 가르는 산인데 재개발 사업으로 이 산 오른편의 달동네가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었다. 용공고의 폐교는 그 학교 자리에 자신들의 아이들이 다닐 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서당동 주민들이 서울시교육청에 로비를 한 결과이다. 서당동은 재개발 결과 옥수동 달동네의 한 자리였던 곳에 남산빌리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최고급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대한민국 상위 5퍼센트의 부유층들이 옥수동에서 따로 행정구역을 편성해 달라는 소청 운동을 벌여 얻어낸 동 이름이다.

"옥수공고(용공고의 원 이름)를 경계로 매봉산 왼편에 용케 재개발의 칼바람을 피해 예전처럼 낡고 허름한 집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주민들이 있“기에 그 부자들에게 새 이름은 절실했다." 중앙외고는 바로 이 서당동에 자리한 학교이다.(서당동은 書堂洞이라는 이름이 알게 하듯 이름부터 현학적?이다.) 남산빌리지와 그 주변 일대는 성동구 옥수 1동이 아니라 중구 서당동이 되었다. 오호장군 멤버들은 가난과 병고 등 제각각 기구한 삶에 눌려 사는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경제적 약자인 그들에게 부당하게 내려진 폐교 결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캡틴 파이브를 포함한 중앙외고 학생들 역시 입시 등의 문제로 명목이 다르지만 힘든 학교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용공고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용공고, 중앙외고)는 천민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사회의 축소판이다. 그렇지 않은 영역도 물론 있다. 어떤 점이 축소판이고 어떤 점이 그렇지 않은지는 각자 느끼는 점과 관심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의 돈만 주고 내쫓는 폭력적인 재개발 사업이다. 그런 개발 사업을 보며 하게 되는 생각은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용산 사태이다. 소설의 옥수동 주민들이 반영하는 것은 엄연하고 냉혹한 현실이다. 안타깝고 씁쓸한 것은 아니 어쩌면 다행일 수 있는 것은 싸움이 불평등하고 모순적이고 문제가 넘치는 현실보다 (차라리) 정의롭다는 사실이다. 소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사회에 관심을 보이지만 소설을 통해서는 확인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는 작가의 소설 작업을 생각하며 현실을 잘 담아냈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고등학생들의 싸움(싸움 자체가 아니라 무협지나 폭력 영화를 약간은 가볍게 따른 듯한 서술 방식)이 어슬프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지만 재개발과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갈등과 모순점들을 학교 폭력 문제로 치환해 풀어간 발상이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