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直觀: intuition)은 이성(理性)을 사용하지 않은 채 지식을 얻는 것 또는 그렇게 얻은 지식을 의미한다. 내적 성찰 또는 명상(冥想)을 의미하는 라틴어 intueri에서 왔다. 직관은 과학적 발견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 융은 직관을 무의식을 통한 지각으로 정의했다. 이성보다 더 이성적인 직관의 힘이라는 부제를 가진‘인튜이션‘은 인지과학자 게리 클라인의 최신 연구서이다. 그는 서문(序文: intro)에서 ’인튜이션‘의 연구 주제가 인지심리학 연구의 일반적인 흐름에 반(反)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인튜이션‘은 자연적인 환경에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한 책이다. 
 

저자는 ’인튜이션‘에서 수행한 연구가 논리적 법칙들을 사용하는 철학적 연구도 아니고 엄밀히 통제되고 반복가능한 조사(한 가지 변수를 달리해 그 영향을 살펴보는 실험: 15 페이지)를 활용하는 과학적 연구도 아니기에 연구방식 상술(詳述)에 의거한다. 저자가 ’인튜이션‘을 통해 목표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물을 보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보는 방식이라는 말에 합당하게 저자가 예로 든 것은 초능력으로 불리는 직관의 힘, 맥락을 파악하는 힘, 멘탈 시뮬레이션, 비유와 유추, 자연주의 의사결정 등이다. 저자는 훈련을 통해 익숙하고 전형적인 사례 인식하기, 패턴 맞추기에 관련된 직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상황을 정확하게 가늠하고 싶다면 경험을 넓히면 된다고 말한다.

심장을 풍선(처럼 터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펌프(처럼 막히는 것으)로 (제대로) 알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그 중 한 사례이다. 상상의 힘을 저자는 말한다. 멘탈 시뮬레이션 역시 저자가 중요하게 거론한 것이다.(시뮬레이션이란 여러 사상事象에 관한 수치적數値的 또는 물리적 모형에 의한 모형 실험을 총칭하는 말이다.) 상상력이란 결국 예측 능력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사고(思考) 실험과 맥락이 유사하다. 멘탈 시뮬레이션에 관해 저자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인간과 달리 기억 용량의 제한을 받지 않고 원래 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단 하나의 영역에서만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고 말한다. 반면 인간은 다목적 멘탈 시뮬레이션을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융통성을 지닌 존재이다.(65 페이지)

멘탈 시뮬레이션은 일관성을 지녔는지 여부, 적용 가능성을 지녔는지 여부, 완전성을 지녔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멘탈 시뮬레이션을 활용할 때 생기는 위험도 고려해야 마땅하다. 위험이란 모순된 증거들을 머릿속에서 합리화하는 것이다. 일명 과신효과(過信效果)로 이는 해당 분야에 그다지 숙련되지 않거나 전형성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 때 생기기 쉽다. ’인튜이션‘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또 다른 하나는 기대에 따른 편견이다. 이는 보려고 기대하는 것(만)을 보게 되는 성향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의 어려움 중 하나는 기대치를 따라 움직이다가 잘못되면 기대에 따른 편견을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고 기대치를 무시하다가 잘못되면 기저율(판단 및 의사결정에 필요한 사건들의 상대적 빈도)과 기대치를 무시하는 우를 범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나“무슨 일이 일어났건 사후 모든 경우에 의사결정 편견에 의해 설명이 가능한 것은 다르게 말하면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102 페이지)라는 저자의 예리한 설명은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관건은 더 나은 대안(代案) 제시이다. 저자는 신중한 분석이 바람직하고 불완전한 분석은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철저한 분석적 접근법은 대부분의 자연적 환경에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며 분석적 방법은 경험이 없어서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대비책일 뿐 이상적인 것은 아니라고..(126, 127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전문가는 계획적으로 실습하고 모든 실습 기회마다 목표와 평가기준을 가지고 임한다. 그리고 광대한 경험 저장고를 형성하며 정확하고 진단적이며 시기적절한 피드백을 얻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실수에서 교훈을 이끌어내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저자는 레버리지 포인트를 언급한다. 레버리지란 경제학에서 지렛대 효과를 설명할 때 쓰이는 단어로 저자의 책에서는 큰 변화를 낳는 작은 변화를 의미한다. 레버리지 포인트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든 것은 내과 의사 노만 벌링어의 예이다. 이는 거대 낭성활액증(목에 뭉쳐진 림프관 덩어리가 생기는 것)에 걸려 기도가 막혀 경각에 달린 태아를 거품이 빠져 나오는 곳이 있는지 살펴 튜브를 집어넣어  살린 경우이다.(일반적으로 아기의 기도氣道는 6mm 정도이고 연하고 스펀지 같아 찾아내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능숙한 지휘관은 레버리지 포인트를 발견해낸다. ’전쟁론‘의 저자인 군사 이론가 클라우제비츠가 그런 능력을 혜안이라 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레버리지 포인트는 문제묘사의 일부분이지만 모든 간극(間隙)이나 기회가 문제해결로 직결되지도 않으며(155 페이지) 모든 것이 문제로 생각 되서도 안되며(159 페이지)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177 페이지) 저자는 전문가를 이렇게 평가한다. 전문가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초보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패턴과 변칙, 큰 그림, 일이 작동하는 방식, 기회와 즉흥적 대처 방법, 미세한 차이, 자신의 한계 등을 본다고.(레버리지 포인트가 대표적 경우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문가의 눈은 외부로 뿐 아니라 내면으로도 향해 있다. 이는 직관을 뜻하는 intuition이 내적 성찰 또는 명상(冥想)을 의미하는 라틴어 intueri에서 왔다는 설명에 부합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초(超) 인지 과정 즉 사고(思考)에 대한 사고(思考)이다.(200 페이지)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전문지식이란 인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다. 지식과 규칙은 부수적(附隨的)이다.(214 페이지) 스토리(텔링) 능력도 중요 요인이다. 저자에 따르면 훌륭한 스토리는 어떤 요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하는 다양한 인과관계의 조합으로 더 복잡하고 더 미묘할수록 배울 것이 많지만 너무 복잡하면 효력이 사라진다.(229 페이지) 유추와 비유 능력 역시 중요하다. 유추(類推)는 주어진 업무와 동일하거나 연관된 분야나 사건에서 비롯되고 비유(比喩)는 현저히 다른 영역에서 나온다.(253 페이지)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힘이다.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291, 292 페이지)

저자는 최근 ’뇌로부터의 자유‘를 출간한 뇌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를 언급한다. ’합리성에 대한 망상’이란 작은 글에서인데 간질을 앓은 후 좌뇌와 우뇌를 분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에게 서 있거나 걸어다니라는 요청을 우뇌 시각 영역에 제시하고 또 좌뇌에 제시하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예외 없이 그냥 다리를 뻗고 싶었다거나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 했다는 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좌뇌는 행동의 실제 근거를 알아낼 수 없지만 그럴듯한 근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마이클 가자니가는 뇌가 아무리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사람은 하기에 따라 뇌의 무의식적 의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는 우리가 스트레스 때문에 때때로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차원이 같다. 그것은 극심한 시간적 압박, 높은 위험성, 모호함 등의 난관에 휩쓸리지 않고 탁월한 의사결정과 그에 근거한 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들(소방관, 간호사, 조종사)이 증명하는 바이다.

‘인튜이션’에는 긴박한 상황에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한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가 말했듯 전문지식으로 인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지만 문제를 진부하게 볼 수도 있다.(363 페이지) 유연한 사고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자연주의 의사결정이 저자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타당한 대안들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책임을 지고 하나의 행동방침에 착수하는 것이다. 자연주의 의사결정은 인간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해를 분야에 상관 없는 보편적인 접근법에서 상당한 경험을 가진 의사결정자가 지식을 기반으로 내리는 접근법으로 바꾸어 놓았다.(372 페이지) 관건(關鍵)은‘지식을 기반으로’란 말이다. 직관이 이성보다 더 이성적일 수 있는 것은 지식에 더해진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감(靈感)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에 의거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선물인 것과 맥락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