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는 생체 내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화학 반응의 매체가 되는 고분자 화합물의 총칭이다. 쉽게 말해 효소란 촉매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효소(酵素)의 효는 삭힐 효이고 소는 흴 소이다. 내가 효소에 관심을 크게 두는 것은 1차적으로는 건강 때문이다. 어떤 음식에 몸을 건강하게 하고 이로운 작용을 하는 효소가 들어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효소의 작동 메커니즘과 인체내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언젠가 한 일간지에서 살이 많은 것도 효소 때문이고 빼빼 마른 것도 효소 때문이라는 글을 읽었다. 효소의 소(素)라는 글자가 바탕 소자임을 감안하면 건강의 기본이라 할 수 있겠다. ‘퀴네가 들려주는 효소 이야기’는 효소 메커니즘을 규명한 어렵지 않은 책이다.

 

효소의 중요 역할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 언덕을 낮추는 것이다. 에너지(의 필요) 언덕을 낮추면 화학반응이 쉽게 일어난다.(화학반응이란 어떤 물질이 전혀 다른 물질로 변화하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곧 화학반응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효소란 촉매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고 촉매란 자신은 변화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 반응을 매개하여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늦추는 일. 또는 그런 물질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살아 있는 세포가 있어야만 발효와 같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효소는 1초에 수만번의 반응을 일으키는 수퍼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효소의 수명은 몇 시간에서 며칠 또는 수십일 등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은 필요 없어진 효소의 분해를 맡는 것도 효소라는 사실이다. 효소는 또한 물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마른 흙에 뿌려진 마른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효소가 만나는 뮬질은 기질이라 불리는데 그 둘은 우연히 만난다.(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가 녹말을 분해할 때 아밀라아제는 효소이고 녹말은 기질이다.) 효소와 기질은 자신들과 맞는 단 하나의 짝이 있다.(예컨대 카탈라아제는 과산화수소과만 반응하고 아밀라아제는 녹말과만 반응한다.) 비타민은 대표적인 조효소이다. 특이한 것은 조효소는 여러 종류의 효소를 돕는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대장균에도 2,000 여 가지의 효소가 있다고 하니 사람에게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이 많은 효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르몬은 연락병이고 효소는 일꾼이다.”는 말은 호르몬과 효소의 관계를 잘 나타내 주는 말이다. 효소는 단 하나의 기질과 반응하지만 기질은 여러 효소와 반응한다.(쌀로 떡을 만들기도 하고 과자를 만들기도 하고 술을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효소는 산성이나 염기성을 싫어하고 중성을 좋아한다. 효소는 열에 약하고 추위에도 약하다. 사람들은 대개 채소, 곡물, 발효식품에 들어 있는 효소를 열을 가해 죽이고 방부제를 넣거나 가공과정에서 화학 처리를 해 효소를 죽인다. 생식(生食)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알고 그랬던 것 같다.

 

열 두번째 장인 효소와 유전공학이란 장을 읽으니 바야흐로 유전자 공학 시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아제를 만드는 효소가 새겨진 DNA를 찾아 그 부분의 DNA를 잘라 식물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할 때 세포에 넣어두면 자라면서 빛이 날 수 있다는 주장을 보라.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읽게 된 책에서 효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수확이지만 균형을 잃지 않는 선에서 유전공학의 미래가 결정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되어 다소 마음이 편하지 않다. ‘퀴네가 들려주는 효소 이야기’를 발판으로 단백질과 효소에 대한 다른 책들을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