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상상력’에서 박병상 교수는 ”(극도로 세분화되고 첨단화된)과학에 대한 궁금증이나 의문마저 과학자에게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다.(이는 “과학이 열려 있지 못하고 자신만의 시각에 갇혀 있을 때 사회적 맥락과 분리되어 그들만의 지적 유희에 머무르면서 인류에게는 데모클레스의 검이 된다.“는 우희종 교수의 글과 비교해 읽을 만한 대목이다.) 박 교수의 글이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를 가르쳐 준 글이라면 우 교수의 글은 과학자 자신들의 태도를 일러준 글이다.

 

‘녹색의 상상력’은 생명공학의 위험성과 비윤리성이라는 챕터와, 생태적 삶과 녹색의 상상력이라는 챕터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자 집단과 일반 국민, 언론 등을 포괄적으로 문제삼았다. 나는 과학자 집단과 언론사들은 물론 과학을 객관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대함으로써 스캔들 만들기에 일조한 사람들까지도 ‘녹색의 상상력’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에 의하면 배아줄기세포는 암세포화할 가능성이 현저하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매우 안정적이다.(배아줄기세포는 수정 후 14일 이전의 배아로부터 유도하고 성체줄기세포는 대개 성체의 몸에서 유도한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를 희생시키게 되는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유도하려면 수정 후 14일이 채 못된 배아를 절개해 내부세포괴를 떼어내야 한다. 그때 배아는 죽는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방관하자는 것이 아니라 치료보다 예방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치병과 난치병의 발생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나쁜 유전자만을 교환해 주겠다고 선언하는 자본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들의 기준으로 재단한다.“는 저자의 말은 유전자 환원론 또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반대하는 나에게는 유의미한 글이다. 저자는 나쁜 유전자들을 제거하고 좋은 유전자로 갈아 끼운 부유 유전자 계층은 유전적 다양성이 극도로 위축될 것이란 말을 한다. 유전적 다양성의 극도 위축은 예측 못할 재앙의 시초일 수 있다.

 

이는 특정 용도로 특화시켜 획일적으로 기른 가축이 지닌 유전적 획일성과 그에 따른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현실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저자는 대부분의 GMO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충성한다....종자 다양성이 사라지면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말을 한다. 이는 저조한 식량 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생명을 살리는 공학이라 믿어온 생명공학이 실은 유전자 조작과 생명 복제로 대변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연히 종교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소에 사료를 먹이는 현실을 보며 ”되새김질을 하지 못하는 소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과학축산은 반추 위에 수세미를 쑤셔 넣는 기술을 선보였다.“는 저자의 말은 인위와 반자연의 현대를 실감케 한다. 광우병, 구제역, 조류 독감 등은 결국 대량 생산과 속도전으로 치닫는 세상이 낳은 병이다. 느리게 살기가 대안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대세를 되돌릴 수 있을까 회의스럽기만 하다. 이런 회의는 지구 온난화, 화석 연료 고갈 등의 문제에도 적용되는 바이다. 그래도 부족하고 부분적이나마 생태적 삶을 사는 수 밖에 없다. 저자의 다른 책들(‘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