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토막토막의 글들이 단 하나도 쓸데 없이 실렸다 싶은게 하나도 없이

다 너무 재미있고 쉽게 읽히면서도 이런 저런 정보도 알려주고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신선하고 생각을 전환시켜 주기도 한다.

 

큰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단숨에 읽어나가게 만드는 이런 책 너무 좋다.

한겨울 따뜻한 카페에 앉아 친구의 수다를 듣듯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에 이 작가의 책 [상실의 시대]를 읽고 재미는 있었지만

레즈비언 소녀가 나오는 변태스런 이야기에 뜨악해서

일본문학 자체를 싫어하게되었는데 그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 때는 뜨악했지만 지금 읽어보면 다르지 않을까?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까......

 

음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재즈 이야기.

아는 연주가들의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다.

오랜만에 재즈 씨디를 꺼내 먼지 좀 닦아줘야겠다.

마지막으로 재즈 씨디를 들은게 언제였더라? 십년은 넘은 것 같다.

한 때 미친듯이 사서 모았었는데......

 

빌 크로의 [재즈 우화]가 그렇게 재밌다고 해서 검색해보니 절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아야겠다.

 

조직을 싫어하고 단체생활을 못견디고 공부는 싫어했지만 독서는 좋하했고

재즈를 좋아하고 사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바흐의 인벤션을 연주하고

낯가리고 무뚝뚝하고 tv에도 라디오에도 나오는 법 없이 글에만 집중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아, 왠지 호감가서 이제 이 작가의 책을 미친듯이 읽게될 것 같다.

그냥 산문집인데 왜 자서전을 읽은 것 같이 급호감을 느끼게 되는걸까?

 

가오리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87쪽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91쪽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를 요약하자면 단 한 가지입니다. 개인이 지닌 영혼의 존엄을 부각시키고 거기에 빛을 비추기 위함입니다. 우리 영혼이 시스템에 얽매여 멸시당하지 않도록 늘 빛을 비추고 경종을 울리자,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역할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쓰고, 사랑의 이야기를 쓰고, 사람을 울리고 두려움에 떨게 하고 웃게 만들어 개개인의 영혼이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함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가의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날마다 진지하게 허구를 만들어나갑니다.- 92-93쪽

 

나는 비행기로 세계일주도 했다.

스페인 혁명도 조정했다.

북그점까지 답파했다.

그런데 너를 앞에 두고, 그 한 걸음을 내디딜 수가 없다.

-197쪽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라는 팝송의 번역)

무라카미하루키잡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