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오만함이다.' -  아인슈타인 -

                                          - p.299

 

그 누구도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지 않는다. 그런데 빵빵 터진다. 분명 미스터리물인데 코믹물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그로테스크한 연쇄살인과 유머의 결합을 뭐라고 해야 할까? 미스터리 코메디?

 

넬레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 너무 친한 친구들 같은 시리즈와는 비교도 안되게 재미있다. 무려 655페이지의 책장이 첫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을 정도다. 미국 역사에 대해 생각할 거리와 함께 FBI 수사관인 주인공 펜더개스트의 미국식 풍요로움과 돈 씀씀이도 완전 마음에 든다. 유쾌하게 웃겨주고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고 숨막히는 스릴까지, 한 권의 책이 많은 것을 제공해 준다.

 

마르고 큰키에 한여름에도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다니고 창백한 얼굴이 펜더캐스트에 대한 묘사이다. 한적한 켄자스의 옥수수 마을에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 팬더개스트는 그런 모습으로 마을에 나타나고, 그가 묵으려고 찾아간 여관 주인할머니는 그를 보고 저승사자가 찾아온 줄 안다. 

 

마을 사람들이 점점 도시로 떠나고 있는 낙후되고 한적한 마을 메디슨크릭이 변형옥수수 재배지 후보지가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을이 다시 번창하게 될거라는 희망에 들뜬 사람들도 생긴다. 최종 변형옥수수 재배지의 발표를 얼마 안 남기고 있는데, 옥수수밭에서 코와 입이 날아간 시체가 발견되고 그 시체 둘레에는 까마귀가 꽂힌 인디언 화살들이 둘러쌓여 있다.

 

범인은 마을 사람 중 하나이며 사건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거라고 한 펜더개스트의 말대로 기괴한 살인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먼 옛날에 있었던 인디언들의 대학살 이야기에서부터 현재의 변형옥수수에 대한 잇권에까지 사건은 모든 것에 연관된 것 같지만, 동시에 그 어떤 연쇄살인의 범주에도 들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이 콤비 작가들이 팬더캐스트의 능력의 원천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인을 추리하고 쫓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거의 전능에 가까운 그의 능력과 행동에 대해 궁금해하는 점을 다 밝혀주지 않고 끝낸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정작 범인은 아무런 개념이 없다는 것도 참 허탈하다. 게다가 여고생을 조수로 삼아 끔찍한 살인현장을 보게하고, 운전 잠깐 해주는데 일당을 100달러 이상 주다니......, 싸구려 한국차 이야기가 나와서 살짝 기분도 나빴다. 그래도 그런 것쯤은 문제도 안되게 재미있다. 펜더개스트의 매력에 푹 빠져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참 그리고 글자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요즘 책들은 글자가 너무 크고 글자 간격이 너무 넓어서 읽는데 눈을 많이 굴려야하기 때문에 피곤한데, 이 책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속독하기 좋은 크기였다.

악마의놀이, 미스테리, 스릴러, 펜더개스트, F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