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시마다 소지의 대표작 <점성술 살인사건>은 점성술에 사로잡힌 화가가 자신의 딸 여섯명을 이용해 완벽한 존재를 만드려고 하는 수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각기 다른 별자리를 갖고 태어난 딸들의 몸에서 별자리의 축복을 받은 부분을 절단하여 아조트란 존재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 잠긴 수기입니다. 그러나 정작 수기를 쓴 화가는 딸들이 죽기 전에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이후 차례대로 화가의 딸들이 살해당해 시체가 훼손되어 발견됩니다. 수기를 보면 범인은 분명 화가인데, 정작 화가는 그 전에 죽어 딸들은 장례식까지 참여한 상태입니다. 일본은 혼란에 빠지고 정말 아조트가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호기심도 커져가는 가운데, ‘우메자와 가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유명세를 탑니다. 그러나 쉽게 범인은 잡히지 않고 40여년이 흘러버립니다.

그리고 40년 후 이다 미사코란 여인이 탐정이면서 점술가로 알음알음 유명세를 타고 있던 미타라이를 방문해 자신의 아버지가 작성한 수기 한권을 건네줍니다. 그 안에는 우메자와 가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밝혀지지 않은 뒷 이야기가 드러나고, 이다 미사코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서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미타라이의 친구인 이시오카 카즈미(나)는 추리/탐정 소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유명 사건에 관심이 없던 미타라이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수사에 뛰어듭니다.

총 568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사건의 진실이 너무나도 궁금하여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잔혹한 살인 방법이 유독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사건의 범인과 진실이 거의 끝에 도달해야만 등장하고(추리하신 분들도 어쩌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저는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기에!) 그마저도 어딘지 모르게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고 찜찜한 채로 끝나버려 묘한 느낌을 주었는 데요. 개인적으로 너무 운에 의존한 살인이었던 것 같단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어떻게 그런 트릭을 생각해냈을까? 싶더군요. 살인 방법의 독창성과 전체적으로 오싹한(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분위기, 그러면서도 약간 개그 느낌이 나는 미타라이와 나의 관계까지 좋았습니다.

조울증(?) 환자인 미타라이나 어떻게든 스스로 추리를 해보려고 노력하면서도 왓슨 역할은 톡톡히 해내는 나의 캐릭터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던데요. 검색해보니 이 콤비 시리즈가 몇 권 있더군요. 만화책도 있고 이 책에선 왓슨 역할을 하던 이시오카 카즈미가 탐정이 되어 사건과 맞부딪치는 작품도 있는 것 같아 언제 한 번 서점을 방문해 찾아볼 예정입니다.

다만 초반에 점성술 부분에서 눈이 핑핑 돌았습니다. 딱히 관심있는 분야가 아닌데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서 읽기 벅찼습니다. 물론 꼼꼼히 읽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겠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더군요. 딸 여섯명이 각기 다른 별자리를 갖고 있음을 소개하기 위해 점성술의 별자리 부분을 매우 상세히 설명해서 초반에 읽기를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하고 짐작이 됩니다. 그래도 몇장 넘기면 이런 부분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꼭 넘겨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렵기는 합니다만은 점성술과 살인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절묘하게 엮었고,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이 복선이었으며 어느 부분이 페이크였는지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실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