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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25달러,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약 2만 5천원. 그 돈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2만 5천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어보라.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 물론 그 돈이 정말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 돈은 어찌보면 겨우 아껴써야 며칠 정도 밖에 가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많은 사람들이 이 25달러를 모아 누군가에게 대출해준다면 어떨까? 25달러씩 모아서는 그다지 많은 돈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돈만 있으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재기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2006년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과 은행 설립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바로 이 '소액대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출생 로또'라는 것이 있다. 가끔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못한 걸 속상해도 하지만, 그건 둘째치더라도 태어난 나라가 이전에 전쟁과 내전으로 피폐해져 있었다면? 혹은 지금도 진행중이라면? 어떤 곳에서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린 나이에 이웃을 살해하거나 살해당한다. 인종이나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회, 학교 등지로 도망친 자신의 이웃을 무참히 살해하기도 하고, 신부나 선생님이 되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며 살인을 방조하기도 한다.

나는 가끔 내가 다른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 지를 상상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 TV에 나오는 가자 지구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국은 꽤 괜찮은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의 작가인 '밥 해리슨'은 나름대로 출생 로또에서 성공한 인물이다(그의 아버지가 공장의 노동자였으며, 생계를 위해 야간 근무, 제2, 3의 시간제 일까지 병행해야 했던 것 등은 배제하도록 하자) 전 세계의 호텔들을을 돌아다니며 그 소감을 쓰는 여행작가로 호화호텔을 무료로 체험하고 꽤 많은 돈을 받는다. 그는 엄청난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성공한 인물이며 목숨을 위협받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행작가로써 호텔을 돌아다니던 무렵, 아버지처럼 가난을 지고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호화로운 호텔을 빠져나가 조금만 걸으면 빈민촌이 나오고, 외국 노동자들이 길 바닥에 주저앉아 쉬는 것 등을 보면서 세상의 불공정함을 보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가난한 사람들이 부지런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출생로또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대출이나 실질적인 수단을 마련할 방법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밥 해리슨은 다양한 호텔을 여행하면서 그런 그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는 것이 나은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소액 대출'이었고, 그는 많은 소액대출 은행 중 '키바(Kiva)를 통해서 소액 대출 후원을 시작한다. 그리고 반문한다. 과연 내가 한 투자가 도움이 되었을까? 그들의 삶이 정말 나아졌을까? 이 책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밥 해리슨이 다양한 나라의 소액 대출 은행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기 시작한다. 물론 그 대상자에는 자신이 후원한 인물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확인할 수 있던 것들, 소액 대출의 양면성 등을 매우 상세하게 적어둔 결과물(소액대출과 관련하여 확장된 범위의 메세지 뱅킹 등의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이 바로 <25달러로 희망파트너가 되다>이다.

우리와 똑같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 그러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뭐 하나 시도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소액 대출'은 어찌보면 한줄기의 빛이었다. 완벽한 해결을 보일 수는 없더라도 그들이 인간답게 살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이 책은 소액대출의 밝은 면만 보여주지 않는다. 소액 대출을 무리하게 펼치다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된 사업자의 모습은 물론, 이익을 위해 소액대출을 남발하던 은행으로 인해 더 불행해진 사람들,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신용도는 점점 하락하고 갚을 의지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국가에 의해 위협받아 소액대출은행으로써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까지. 소액대출이 가져다 주는 어두운 점도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준다는 것만큼은 분명 중요하다. 물론 대출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은행의 정보를 읽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말이다. 키바 등 선의의 단체들은 되도록이면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대출해주는 자도, 대출받는 자도 다 윈윈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실제 그런 정보도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제 이 소액 대출은 미국에도 뿌리 내렸다. 소액 대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대출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생활과 교육,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대출로 확장되었고, 이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 즉 선진국의 가난한 사람들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현재 이런 방법의 대출이 이루어지고는 있는 듯 하지만 제대로 확립된 건 없는 듯 하다(검색해도 은행의 소액 대출만 나온다) 이 책을 통해서 소액 대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한 설명. 새로운 방식으로 돕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Kiva(키바) : 개인 대 개인이 무담보 신용대출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비영리 자선 단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투자자는 온라인에 올라온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록과 사연을 읽고 25달러를 결제해 제3세계의 사람들의 삶과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키바에서 후원하는 방식은 기부가 아니라 대출로 만기가 되면 채무자들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놀랍게도 상환율은 99.84%이며,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2005년 출범 이 후 2014년까지 5억 8천만 달러를 후원받아 77개국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