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음악에 대한 연륜이 일천한 지라, 

나같은 사람이 이 앨범의 리뷰를 쓰는 일이 아티스트 본인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본디 재즈란, 자유로움 그 자체로 즐기는 것 외에 정답이란 없지 않을까.

전문 평론가도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윤선도 분명 그녀의 일면일테니.

나는 그녀의 한국 정규 앨범 다섯장과 데뷔시절부터 간간이 출연한 뮤지컬과 연극 몇 편

이런 디스코그라피 외에 그녀를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Favorite 선정 방식인 '지독한 우연'으로 내 귓가를 사로잡은

2번 트랙 <The Linden>은 스패니쉬 기타 외에 지극히도 단촐한 구성이지만,

그만큼 나윤선의 목소리로 장악력을 먹고 들어가는 곡이다.

가을, 낙엽, 세느강의 저녁무렵을 연상시키는 지독히도 쓸쓸한 멜로디가 매혹적이다.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4번 트랙 <My Bye>도

고독함을 안주로 쓰디쓴 위스키 한잔 들이키기 이만큼 좋은 BGM도 없을 듯 싶다.

사라 브라이트먼을 연상시키는 9번 트랙 <Come, come>도 잔잔하지만 인상적이고

이쯤 되면 나윤선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받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트랙 <India Song>은 독특한 구성도 돋보이지만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2차원적 의미를 넘어 "목소리로 연기한다"는 경지에 이른

그녀의 완숙미를 만끽할 수 있을테니...

한가한 어느 휴일 오후, 근사한 트렌치 코트를 차려입고 어느 커피숍에 들러

쌉쌀한 원두내음과 함께 하기 딱 좋은 가을의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