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독서에 관한 지침서 형식의 신간이 출간되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책 읽는 습관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다보니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게 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실 그다지 머릿속에 내용이 남은 것도 없는듯하여 무언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독서법에 관한 책을 자주 읽게 되었는데 안상헌님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과 다치바나 다카시의≪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등이 그런류의 책이다.  책 속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대로 따라하다 보니 어느 정도 흐름을 알 수 있는 것 같고 윤곽이 서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던 중  정제원님의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독서의 즐거움≫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저자의 이력이 다소 독특하여 호기심이 발동하였고 책을 읽어 가면서 나와 사고방식이 많은 부분에서 겹치는 것을 발견하고 굉장한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독서가 습관화되지 않은 독자에게 힘든 ‘처음’이 덜 힘들어지라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고 나 역시 그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지식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작가는 누구인가?’의 3가지 큰 주제로 분류된 이 책은 30가지의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소개된 책들이 마치 ‘끝말잇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책을 소개할 때에도 저자의 일방적인 권유가 아니라 독자를 앞에 두고 설명하듯이 논리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책을 선택하는 방법을 자연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저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책의 세상을 마구 휘저어 다니면서도 인문과 과학, 서양과 동양, 그리고 고대와 현대의 안배를 적절하게 조화를 시키는 묘를 발휘하고 읽기 쉬운 책이나 입문서에서부터 시작하여 두껍고 난해한 책으로의 도전을 유도한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하며 독자들에게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되는지 화두를 던진다. 그동안 찾던 해답이 번쩍하고 스쳐 지나간다. 좋아하는 노래는 수 십, 수 백 번을 따라 부르고, 금방 잊어버리는 영어단어는 죽으라고 외웠으면서 과연 책읽기는 어떠했는가? 달랑 한 번 읽고는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금방 실망하곤 했으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다.  그러면서 ‘진정한 독서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곱씹으며 내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다시 한 번 더 다독거려준다. 이 부분에 밑줄 쫙 긋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 선택의 폭이 엄청 넓고 깊어지는 느낌이 들고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저자도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독서법에 관한 책이면서 책을 구체적으로 선정해서 읽을 것을 권하는 이유를 훌륭한 독서법은 독서 행위 밖에서 관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독서행위 내부에서 우리에게 현시되기 때문이라고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틀에 박힌 지침에 얽매여 행복한 독서에 방해가 된다면 그런 책은 과감히 던져버리라고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한다. 그만큼 즐겁고 행복하게 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독서법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 판단된다. 

   저자가 소개한 30가지 독서법 중에서 나로서 가장 실천에 옮기고 싶은 방법은 22번째 독서전략인 ‘책 속의 책을 읽는다.’이다. 어떤 책이든 그 속에는 그 책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가끔 실제로 책을 읽다가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하게 되면 블로그의 ‘나의 보관함’에 목록을 저장해 두었다가 구입을 하는데 의외로 진흙속의 진주를 건지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수 없이 많은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책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해 두어야 독서안내의 미로 속에서 헤매지 않을 것 같다.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할 궁리를 한다는 저자 덕분에 비록 상당한 책값 지출은 각오해야 되겠지만 당분간 행복한 책읽기는 계속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