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외계행성으로부터 온 지구인과는 다른 '독특한 사람' 인데, 왜 하필 메가마인드는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만 했을 까. 그건 바로 메가마인드의 범상치 않은 외모 때문이다. 적어도 메트로맨은 '지구인' 답게 생겼다. 백인의 피부, 건장한 체구, 그리고 메가마인드와는 달리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한다면 영락없이 지구인의 모습니다. 그러나 메가마인드는 그저 서있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특이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 이때 자신이 다수에 속해 있다면 그에 안심 한 뒤 반대의 사람들과 철저하게 구분 될 수 있도록 벽을 만든다. 만약 자신이 소수에 속해 있다면 필사적으로 벗어나 다수에 끼어들고자 노력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메가마인드는 어린 유년 시절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결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을 알았을 때 이럴 바에는 자기 스스로를 보호 알 줄 아는 악당이 되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 구석에 처박히는 건 항상 내차지였다. 가끔 이 세상엔 나와 미니온 뿐인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노력하든 난 이상한 아이였다. 왕따 같은. 구제불능…….재수 없는 나쁜 아이 이것이 나의 운명인가?

그렇지만 본성이 악하지 않은 그는 '악당 메가마인드'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가 악당 짓을 하는 것을 살펴보면 사람들을 죽이거나 해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매번 납치하는건 메트로맨의 연인 '록산느' 뿐 이다) 그저 정의를 지키는 메트로맨의 옆에는 악당 메가마인드가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항상 자신이 태어날때부터 악당이었음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은 일종의 자기암시와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는 악당이라고 치기에는 너무나도 감성적이고 순진하다. 메트로맨을 물리치고 자신이 메트로시티를 정복 했을 때 앞으로 시티를 어떻게 할 작정이냐는 록산느의 질문을 받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가능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아주 무섭고 끔찍한걸 상상 해봐요. 그리고 거기다.. 6을 곱해요! 그동안은 평소 하던걸 하세요. 평소 즐기기 위해 하던 거말이에요.

얼마나 엉뚱한 대답인가.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메트로맨을 이긴다면 세상을 어찌 하겠다는 계획이 없었다. 애초부터 메트로시티 정복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의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엉겁결에 얻은 행운 덕에 그는 모든 걸 가졌다고 행복해 할 수 있었지만 그 행복은 잠시 동안뿐이었다. 그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면 자신과 계속해서 싸워나갈 영웅의 존재가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새로운 영웅을 창조한다. 그리고 그가 완벽한 영웅이 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엉뚱한 친절함도 잊지 않는다. 그는 과연 타잇탄을 통해 영웅과 끊임없이 다투는 옛날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까.

- 난 악당이라고. 세상을 구하진 않아. 석양에 폼 나게 날지도 않고, 사랑하는 여자와도 이루어 질수 없어

결국 그는 자신이 만든 새로운 영웅과 대적한다. 물론 그 시작에는 악당은 반드시 나여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타잇탄이 악당이 되어버려 시티를 망치는 과정에서 메가마인드는 본능적으로 그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힘을 합쳐 물리치자는 록산느의 말에 그는 절대 영웅을 자처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항상 악당임을 강조하면서 풀이 죽은 채로 걸어간다.

그가 악당 짓을 하는 것은 결코 그 나쁜 행위 자체가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뿐이다. 유년시절의 그가 결심했던 것처럼.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메트로맨으로 위장하여 타잇탄을 물리친다. 그러나 그가 메가마인드임을 눈치챈 록산느가 그를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바꿔준다. 그러나 타잇탄이 재 등장하게 되고 메가마인드는 자신의 본 모습으로 그를 무찌른다.
이 장면이 참 맘에 드는 것이 평소 자신이 악당이길 자처하는 메가마인드가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과정을 한 번의 과도기를 거쳐서 표현해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메가마인드가 아무런 반전 없이 그냥 영웅행세를 했다면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없다고 여기는 캐릭터의 기존 성격과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반전을 통해 메가마인드가 자신의 본연 모습으로 돌아와 '위기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악당이길 포기하고 영웅다운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풀어 캐릭터의 성격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캐릭터의 설정 덕분에 영화 후반부에 영웅이 된 자신을 반기는 사람들 앞에 '지갑을 내놓아' 라고 농담하기도 하고 Bad 라는 노래에 맞추어 춤도 출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영웅이 되기로 작정하고 행동하고자 했다면 그는 그런 농담도, 그 노래도 틀지 않았을 것이다. 

다소 스토리상으로는 어둡게 보이지만 이 영화가 유쾌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물들의 목소리와 OST, 그리고 깨알 같이 구성된 인물들의 유쾌한 에피소드 덕분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는 메가마인드의 목소리는 우중충하기 보다는 개구쟁이의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악당이오! 라고 주절대는 그는 시종일관 큰 눈으로 고민, 열정, 장난기를 표현하는데 그를 보고 있다 보면 그가 악당임에 불구하고 저절로 웃음이 난다. 뿐만 아니라 납치한 록산느에게 소리를 질러보라며 자신이 시범을 보이는 장면이나 악당 타잇탄과 다른 자신의 특징을 쇼맨십이라고 표현하는 장난기 어린 그의 모습을 보면 슈퍼악당이 맞나 싶은 느낌마저 난다.

또, 영화 속에 생기를 넣어 준 OST에는 옛날 팝송들이 다수 수록되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모든 주인공들이 춤을 추던 노래는 마이클 잭슨의 'Bad', 그리고 자신은 항상 악당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는 George Thorogood and the Destroyers의 'Bad to the Bone' 이라고 한다. 익숙한 팝송을 무대가 아닌 영화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영화 메가마인드만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요.
- 재밌게도 운명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는데 있다

이 영화의 명대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는 처절하게 왕따였던 메가마인드의 화려한 재탄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에게 미리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 나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줄거리보다 메가마인드가 소외되어 살 수 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현실이 비참하게 느껴진다. 운명에서부터 선과 악의 대립, 또 스토리 속에서 날카롭게 느껴지는 현실감까지. 쓴 맛, 단 맛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참 재밌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