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독서를 단지 재미를 위한 취미활동으로 하고 있던 내게 그 가치가 더 중요한데 쓰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책은 교과서나 전공서적이 아닌 자기계발서들이었다. 무협지만 줄기차게 읽던 내게 동생이 선물해준 지그지글러의 책은 새로움 자체였다. 그후로 여러권의 자기계발서류의 책들, 어렵지 않은 철학에세이들을 감명깊게 읽었지만 그 책들은 새로움이자 어려움이기도 했다. 독서법에 관한 책들을 몇권 읽어보기도 했지만 자기계발서에서 거론한 이야기들이나 연장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천재독서법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글을 읽게 되었고 철학고전독서에 관해 표면적으로나마 알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여파로 구입한 몇권의 철학책들은 장식용이나 불면용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몇시간을 읽어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은 학창시절에 하기 싫던 공부를 억지로 하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움만 가중시켰다. 그러다 얼마전 철학고전독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이지성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고 다시한번 도전해 보려고 하는 중이다. 이책에도 자연히 마음이 끌리게 된것은 자연지사.

일년에 365권의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치도 못했다. 읽기 속도가 더딘 나로서는 그것이 천재혹은 백수들만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정확히 정산해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정확한 권수는 모르겠지만 일년에 약 100여권의 책을 읽는 나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친구들 밖에 없기 때문인지 주위에서 나름 독서가로 불리웠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 깨어진것은 책카페에 가입하고 나서이고, 두번째는 이지성의 책을 만나서이다. 그것을 깨닫는데는 몇페이지 걸리지 않았다. 이책의 공동저자인 정회일씨도 이지성 작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을 알고 하루 한권의 책읽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단순히 많은 책을 읽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또한 무협지 위주로 읽는다면 조금의 노력으로 일년에 365권을 읽을 수 있기에. 그보다 어떤 책을 읽느냐 얼마나 그 책에서 가져갈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를것이다.

실제로 멘토 이지성과(작가로 유명해지기 전의) 멘티 정회일은 서로 만나 이야기 속의 홍대리 처럼 시너지효과를 이루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을 살짝 변형시켜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준다.

   성공을 하기 위한 독서와 순수한 취미로서의 독서. 어느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화자의 생각일 뿐이라고, 이책을 다읽고 난 다음에도 난 생각한다. 주관적인 의미를 둘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어느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기는 것일 뿐이고 독단이라고 생각되니까. 성공을 하기 위한 독서를 하는것도 정답이 아니요 그 반대도 정답이 될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목적으로 책을 읽느냐이다.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선 누구나 돈을 많이 벌어 잘사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마음 깊은 곳에는 돈많은 자들에 대한 경멸이나 비난, 질투섞인 감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상당하다. 그런 사람도 삶이 자본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느정도 먹고 살만하면 자신의 재미를 가지고 살아갈 사람도 많다. 그 먹고 사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의치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목표를 단순하게 '성공'에 맞추고 살아가며 독서도 그렇게 설정한다면 열정을 일으킬수 있을까? 나만해도 하루종일 아둥바둥하며 바쁘고 여유없이 사는 댓가가 있어야큰 부자가 된다면 사절이다. 그만한 능력도 없을뿐더러 책을 읽는 것의 전부를 그것을 목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다.

  철학이란 철학자들도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다. 철학자 강신주의 말에 따르면 플라톤의 철학, 공자의 철학, 마르크스의 철학은 있어도 하나의 철학은 없다. 그렇지만 철학하면 인생을 성찰하는것이라는 작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철학과 사색을 위한것이 아닌 성공이나 자본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한다는 것은 그것에 어긋나고 제대로된 철학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이 그 목적만으로 인문고전을 탐독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것에 촛점이 맞추어 져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 그것에 촛점을 맞추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자리에 취직하기 위해 경쟁하며 공부하는 자본주의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그럴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어찌되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사람이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고전의 맛을 느끼게 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화책이나 무협지라도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어찌되었던 책을 읽게 되는 것은 두루 좋은일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마련이지만 승자가 되기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고 승자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라는 식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과 성공을 못하는것을 나누는 것처럼 모든것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개념 자체를 탈피할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