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며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몰랐을 수도 있지'였으나' 몰랐을 수가 없구나!'로 결론이 나는 질문. 대통령이 봐야 할 문서를 한 여자가 보고 그의 말대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인사, 예산, 각 기업들이 수십억을 넣었다 빼는 등의 가시적인 것 이외에 검사들이 죄를 규정할 수 없어 듣고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일들, 기자들이 알고 있으나 국민들은 모르는 일들, 어떤 신문사는 알고 있으나 그것을 말하지 않은 일들, 수십 년 인간관계를 전제로 해도 거의 4년간이라 모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TV처음 몇 십분 동안 등장하는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지난 2년간 봐온 결과,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에서 여러 문지기들이 겹겹이 싸서 옹호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눈에 보인다. 그렇게 많은 정보가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4년을 덮을 수 있었는지, 최소한 한 경찰관이 유서를 쓰고 유명을 달리한 그 겨울에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가를 기사로 다시 보면, '내가 누구를 정치인으로 뽑았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선거공보물이 말해주지 않는 것, 그것이 시간속에 있다.  

 

    책 제목보다 그 아래 제목이 눈에 띄었다. 비합리적 세상에서 합리적 회의주의자가 되는 법. 이상하고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그 원인이나 핵심은 드러나지 않고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될 때, 지난 수 십 년 간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한 모든 행동들이 돌아보니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 특히 왜 그 때 그 선거에서 그 사람을 선택했는가의 문제일 때, 무안과 실소 사이에 있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고 다수 혹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한 번쯤 우리가 보고 판단하고 생각했던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도발 혹은 당연하게 믿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한다. 종교, 과학, 철학 명제에 대해. 책과 학자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그것을 전제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데 어느 지점에서 '모든 것에 이렇게 생각한다면 인간의 이성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생각하는 이성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다른 지점에서는 저자의 생각과 일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도 많다. 동시에 그런 지점에서 우리나라 상황을 떠올려 대입하면 의외로 쉬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곳도 있다.

    "가장 합리적인is 것과 가장 합리적이라고 우리에게 보일seem to us to be 수도 있는 것 사이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힘들게 할 것 같다. 합리적인 것을 내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과 동일시하는 것은 순전히 오만이고, 어떤 개인이라도 사물이 보이는 모습을 초월하여 그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만일 것이기 때문이다(p.376-377)."

    "이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심원한 가치와 그들이 행동하는 모습 사이의 불일치를 인식하게 만든다(p.276)." 이 문장은 현재 우리나라 혹은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중에서 인류에게 위협적이거나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이 시대의 이성을 돌아보게 한다. 바로 이 앞의 문장들 때문에. "인종차별은 20세기 들어서도 지속되었고 여성은 1920년에야 투표권을 얻었다. 이성은 이러한 불평등을 종식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사람들이 유색인을 백인과 다르게, 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대하는 합리적 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만 도덕적 진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p.276)." 생각의 전개과정을 통해 현실 사회의 모순을 자각하고 사회가 이동하는 흐름때문에, 결국 한 개인 혹은 한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하다. 

    "이성은 우리가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 말고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얇은 얼음이다(p.428)."

    맺음말이 여느 책의 한 장 역할을 하는 까닭 역시, 이 책에서 말하는 이성에 대한 전제와 그 이유, 그 대안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맺음말 중 <3. 이성 사용 가이드>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게 이해하기 훨씬 수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