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혼동되는 경우, 이 책이 그러하다. 잊기 쉬운 이름이 아닌 잊기 좋은 이름. 그래서,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잊기 좋은 이름이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알게 되는. 그 결과에 다다르기까지 강요나 회유, 윽박지르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조곤조곤, 때로는 무표정한 얼굴 뒤에 해맑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실타래풀 듯 흘려보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한여름에 읽어도, 제법 바람이 찬 계절에 읽어도 저자의 글속에 배인 체온만큼의 온도는 매력적이다.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어머니는 밥장사를 하면서도 인간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기꺼이 아무 의심 없이 딸들에게 책을 사줬다. 동시에 자기 옷도 사고 분도 발랐다(p.12)." 삶의 치열함과 고단함, 책임을 무겁지 않게 표현한 문장이다. 앞부분과 뒷부분의 삶의 무게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 몇 문장은 '김애란'이란 이름의 글에서 무거운데 추락하지 않고 침체할 것 같은데 어디론가 나아가는 글의 분위기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의 제목을 보면, 저자의 글이 왜 시선을 뗄 수 없는지 확실히 드러난다.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그냥 학교 선생님이 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고때 어머님 말씀을 거스른 것이 인류의 정서를 위해서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지 알게 될 정도로. 한 사람의 글이 자아를 너머 타인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작가를, 작가의 글을 통해 타인을, 글 속에 있는 이야기와 사람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면서 그의 글은 독자에게 스민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