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청소년들이 반항하고 말썽을 부리는 이야기들은 많이 있어왔다. 청소년기에 가장 잘 하는 것이 반항이라는 통념에 젖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다소 다른 시도를 보인다. 청소년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모으는 것이다.

  힘겹게 내집마련에 성공한 인호네 집이 부실공사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절친들이 인호네 집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모은 때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반은 장난스럽게 생각해낸 사건의 해결책은 공사책임자라고 알고있는 할아버지네 집에서 물건을 훔쳐다 중고로 팔아 수리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훔쳐내고 중고로 파는 데까지 성공하여 의기양양한 아이들에게 뜻밖에 장노인의 사망소식이 티비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노인의 죽음을 밝히려다 자신들의 도둑질이 밝혀질까봐 겁에 질린 아이들은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다시 머리를 모은다.

  아이들은 순수한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노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만, 이와 반대로 세상은 노인의 죽음을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 편의 이야기로 잠시 즐기고 조용히 묻어버리려 한다. 이야기는 편견에 사로잡혀 사건을 직시할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눈과 세상사를 아직 모르는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사건을 비교 제시하며, 그 날 밤의 진실을 밝히려 애쓴다.

  결국 아이들은 자신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그동안 자신들이 발견한 미심쩍은 점들을 제시하며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책이 다른 점은 바로 이것이다. 여타의 청소년소설은 아이들 스스로 사건을 만들고, 그 사건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길을 잃어버린 미숙한 아이들을 모습을 그렸다면, 이 책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배운 바를 최대한 적용해서, 세상속에서 만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비록 아직은 스스로 해결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보는 순수한 호기심이 오히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늘 부족하고 문제투성이로 보이지만 그들도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