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과 공동작업으로 쓴 책 " 사랑의 기초" 에서 나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한 남자]라는 테마로 쓴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는 연애를 할 때만,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러나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예민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다. 느끼고 있으나 말로 설명할 길이 없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들이 책의 글들을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정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알랭 드 보통의 감성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너를 사랑한다는건] 과 함께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3부작 소설 중 하나이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에릭과 앨리스의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사랑에 빠지는 과정, 사랑하면서 겪게되는 과정, 그리고 이별, 또다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연애]를 하는 한 연인의 이야기이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바늘같이 날카로운 수만가지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그 수만가지의 감정들을 모두 하나하나 느끼려고 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잠깐 지치기도 했다. 문장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내용이라 수루룩 읽어내기에도 쉽지만, 나는 앨리스가 느끼는 감정과 알랭 드 보통의 감성을 최대한 느끼고 이해하고 싶었다.

연애를 시작하면 앨리스가 그러하듯이 여자는 순간순간의 모든 생각을 공유하고 모든 상황을 이야기한다. 상대적으로 남자는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 모든것이 편안해진다. 여자는 자신이 한 이야기들을 모두 남자가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그의 사소한 대답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연애를 시작하면 여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오늘 남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내 편을 만난 기분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시 만남에서부터 지금 까지 흘러온 시간을 다시 되새긴다. 처음 에릭이 좋아한 앨리스의 매력은 아름다운 외모, 매력적인 몸매, 지적인 성격이었다. 에릭을 사랑하게 된 앨리스의 지적인 매력은 갈수록 [매사를 복잡하게 만드는]불만으로 바뀌어갔다. 앨리스가 사랑했던 에릭의 시크한 매력은 갈수록 [자신의 일만 생각하는 이기적인]성격으로 바뀌어갔다.

책에는,

[관계란 스스로 균현을 잡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잔혹한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정식으로 나타냈을 때, 두사람이 함께하려면 양쪽에서 40단위에 이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앨리스 20x+에릭 20x = 관계 40x

즉,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소홀한 만큼 다른 사람이 노력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어떤 연애일지라도 함께 20이 되는 합리적인 만남은 없다. 어느누군가 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고, 만약 내가 연애중인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상대방이 나를 위해 더 힘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어느새 나는 내가 20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인 연애도 해 보았고, 20보다 더 작은 노력을 기울인 연애도 해보았다. 만나는 상대에 따라 나의 성향이나 성격이 바뀐다는 글귀도 큰 공감이 갔다. 여러가지 만남과 이별끝에, 나는 어느쪽이 과한 만남은 이별을 맞이하기 쉽다는 것을 알았고 사랑을 적당히 주는 법과 적당히 받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