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예술가들이 내는 23통의 편지


스티븐 쇼어가 젊은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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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내 생각에는, 둘 다, 즉 미술계에 참여하는 동시에 고결함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건, 당신이 예술과 맺는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나는 바드 칼리지(Bard College)에서 20년 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요 몇 년 동안 몇몇의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는 첼시에서 전시를 하고 성공적인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에 찬 학생들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런 건 아니지만 분명한 변화를 보아왔지요.
그것은 물론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작업을 하는 이유와는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예술은 세상과 문화를 탐험하고,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탐험하고, 자기 자신을 탐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매체의 언어로 지각, 관찰, 이해, 감정적이거나 정신적 상태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예술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니면 답하려고 노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예술은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예술은 개인적인 필요와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학생이 굉장한 예술작품을 보고 스스로 “굉장한 예술작품이야. 나도 굉장한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 학생은 그렇게 하기 위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학생에게 약간의 재능이 있다면, 그는 마치 예술작품인 것처럼 보이는 (거의 그럴듯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더 잘 알지 못한다면, 그것을 실제로 예술작품으로 착각해서 볼 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문제점은, 학생이 그렇게 감탄해서 보았던 그 굉장한 예술작품은 그 학생과 같은 동기에서 제작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예술가의 개인적인 탐구의 부산물이었습니다.
야망을 갖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야망은, 당신이 작업하는 데 드는 시간을 당신 삶의 수많은 다른 요구들로부터 잘라낼 수 있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야망의 방향이 어떻게 지시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당신의 개인적인 행로에 충실하다면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은 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당신은 사는 데 필요한 충분한 돈을 실제로 벌 수 있고, 어쩌면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전혀, 하나도 잘못된 게 아닙니다. 문제는 시장이 당신의 동기와 결단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생깁니다. 당신의 작업이 발전하고 변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인정받게 된 접근법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예술가로서, 그리고 당신이 쓴 것처럼 “참된 자기인식을 개발”하기 위해서, 자기 목소리를 확고히 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마침내 자기 목소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당신은 영원히 전시를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자기 목소리를 찾는 것은 과정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나는 대학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넌 겨우 열여덟 살이야. 네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네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라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로 그들을 단념시키진 못할 겁니다. 예술을 배우고 작업하면서, 그들은 자기 자신을 찾는 길로 들어서게 될지도 모르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을 잘못 판단하고 당신에게 몹쓸 짓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쓴 편지의 어투에서 느껴지건대, 당신은 당신의 도덕적 딜레마를 작업에 몰두하지 않는 데 대한 핑계로 이용하고 있고, 당신의 취약점을 이용해서 나의 비판을 빗겨가려는 것 같군요. 집어치워요!

행운을 빌고 성공을 기원하며,

뉴욕 티볼리에서
스티븐 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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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1947~ )
 



뉴욕에서 태어났다. 쇼어는 미국의 토착적인 풍경이나 일상의 사물들을 무표정한 이미지로 찍어내는 사진 예술가이며 컬러 스트레이트포토(straight photography)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 독학으로 사진 나이에 데뷔했고, 열일곱 살에는 앤디 워홀과 친분을 맺어 ‘팩토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물론 워홀과 그를 둘러싼 예술가들을 찍을 수 있었다. 1971년, 쇼어가 스물네 살이었을 때 생존하는 사진작가 중 두 번째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큰 조명을 받았었다. 1970년대 이전에는 너무 상업적이고 순수하지 않다고 폄하 받았던 컬러사진이 스티븐 쇼어의 업적을 통해 순수미술의 적통을 잇는 매체로 인정받게 되었다. 1982년에 출간된 그의 작품집 『비범한 장소(Uncommon Places)』는 컬러사진 또한 흑백사진이나 회화 같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다른 컬러사진 예술가들에게 성서처럼 추앙되고 있다. 쇼어는 1982년부터 바드 칼리지(Bard College) 사진학부 학과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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