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은뒤 마지막 장을 덮고는 잠시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같은 작가가 아닌 거야?
도저히 다른 작가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예전부터 내가 알았던 명랑하고 감수성 예민한
( 그 외에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여러가지 미묘한 성격들) 앤에 대한 섬세한 표현과 
앤과 완벽하게 (앤이 좋아하는 단어인)  들어맞는 그 모든 특징들 또한 모두 놀라웠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앤의 어릴 적 모습이
버지 윌슨이라는 작가로 인해 이제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듯한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는 앤이 바로 나오지 않아서 당황했었다. 
그리고 안달을 하면서, 책장을 한장씩 넘기며, 앤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앤이 마침내 나타났을 때는 매순간 닥치는 어려움 때문에 내가 마치 앤인양, 너무 답답한 마음이었다.
사실 그런 상황을 만든 작가에게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힘든 순간에서 앤이 어떻게 그렇게 명랑한 모습들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고,
(사실 이 궁금증은 책을 끝까지 읽을 때 까지의 내 주된 관심사였다)
또 편할 날 없는 앤의 다음날은 어떤 모습일런지 궁금해서라도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손에서 떼어 놓기가 힘들었다.


앤의 어린시절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험난했다는 걸 알았다. 
태어 났을 때 부터 그렇게 고생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읽는 내내 안타까웠는데, 
다행스럽게도 매 순간 어려움이 닥칠 때는  앤의 옆에 항상 그녀의 친구들이 있었다.
아마 그런 친구들이 없었다면 앤은 그렇게 까지 명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떨어져 있을 때에도 앤은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도도함으로 
매 순간의 어려운 상황을 버텼는데 역시 앤 답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부러운 부분은 앤은 자신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줄 아는 매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앤의 특이한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반감을 가지게 되는데,
앤은 특유의 유쾌함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린다.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마치 앤인것 처럼 행복감에 젖었다가도, 슬픔에 젖고, 화가나기도 하고, 
갑작스레 닥친 일에 황당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앤과 함께 가다보니 아쉽게도 책이 끝나버렸다.
특히 많은 페이지가 섬세한 묘사를 위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었던 페이지는 없었다.
(난 가끔 소설의 지루한 느낌이 싫어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오히려 정신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덕분에 순식간에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술술 읽히다니! 
글이 그대로 배경으로 변해서 내 눈앞에 펼쳐지듯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느낌이었고
다 읽은 후에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듯 마음이 따뜻해 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당연히 앤의 고생이 이제 끝이라는 생각도 한몫 했지만,
오랜만에 잔잔하고 좋은 느낌의 책을 만난 것 같다.


마치 앤의 긍정의 힘이 몸 곳곳에 전해져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수 없는 용기가 생기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빨강머리앤이어렸을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