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대불호텔의 유령 

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21년 08월24일 | 종이책 발행일 : 2021년 08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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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이것은 지금 강화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고,
어쩌면 강화길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2020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가, 강화길 소설세계의 진화!


단편소설 「음복飮福」으로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쥐며 한국형 여성 스릴러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두번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첫 소설집 『괜찮은 사람』과 첫 장편소설 『다른 사람』을 통해 여성의 일상에 밀착된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조명했고, 두번째 소설집 『화이트 호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한계 지어온 거대한 구조를 부각시켰다. 강화길 소설은 스릴러 서사 속에서 인물들의 불안과 공포를 독자 스스로 감각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보였다.
혐오라는 현상에서 출발해 그것의 본질을 밝혀내려는 여정을 계속해온 강화길은 『대불호텔의 유령』에 이르러 한국사회의 밑바닥에 깔린 ‘원한’이라는 정서를 성공적으로 소설화해낸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전국을 지배하고 있던 1950년대, 귀신 들린 건물 ‘대불호텔’에 이끌리듯 모여든 네 사람이 겪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다룬 이 이야기는 각각의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품어야만 했던 어둑한 마음을 심령현상과 겹쳐낸 강화길식 고딕 호러 소설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의 내면에 대물림된 그 뿌리깊은 감정들이 건드려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서로를 믿지 못한 끝에 해치게 만드는 그 유구한 저주에 자신 또한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는 서늘한 자각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어내린다.

악령의 저주에 빠진 소설가가 귀신에 씐 채 쓴 작품
당신은 이 저주에 전염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소설가 화자 ‘나’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실제 강화길 작가를 연상시키는 ‘나’는 충격적인 경험을 털어놓는다. 사실은 자신이 악령에 씌었던 적이 있으며, 그로 인해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쓰려고 할 때마다 악의에 찬 목소리의 방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는 ‘나’가 무언가를 성취하려 할 때마다, 소중한 누군가와 관계를 진전시키려 할 때마다 저주를 퍼부었다. 자꾸만 위축되어가는 삶에 고통스러워하던 ‘나’는 점차 악의에 전염되고, 보란듯이 더 깊은 악의로 점철된 소설을 써내 저주를 짓뭉개주겠다고 결심한다.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는가. 안 그래? 나는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래. 나도 원한을 품겠다. 너희들에게. 바로 너에게. 그 역겨운 목소리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 어떻게든 소설을 쓰겠다. 반드시 쓰겠다. 아주 괴팍하게 쓰겠다. 잔인하고 못된 감정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쓰겠다.(57쪽)

그러던 중, 때마침 친구인 ‘진’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나’가 이야기하는 니꼴라 유치원의 분위기가 인천에 있는 대불호텔 터의 정경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었던 그 건물은 이후 화교에게 인수되어 중식당으로 변모하기도 했으나 결국 오래도록 폐허로 남아 있었다. 진과 함께 대불호텔 터에 방문한 ‘나’는 그곳에서 묘한 여성의 환영을 보고, 진은 그 여성이 과거 대불호텔에서 사망한 한 여성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대불호텔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을 추적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진의 외할머니 ‘박지운’에게 이야기를 청해 듣고, 대불호텔을 배회하던 유령을 자신의 소설 안으로 데려다놓는다.

“세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듯 함께 저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쪽에 서 있었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옛날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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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폄하되던 고딕 소설은 20세기 후반 페미니즘 비평에 의해 재평가됐는데, 이 장르에 해박한 강화길은 고딕의 문법을 한국전쟁 직후 인천의 대불호텔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으로 이식해 모던 고딕의 우월한 변이형 하나를 창조했다. 고딕의 핵심이 사회적 약자의 좌절된 열망에 있음을 잘 아는 이 소설은 여성들과 이방인의 환대받지 못한 내면을 복원하면서 ‘원한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이라는 보편적 메시지에 동시대적인 울림을 담는다. 이 작품은 또한 강화길에게는 매우 특별한 문학적 선배인 셜리 잭슨을 위한 트리뷰트이기도 한데, 이 작업은 등단 이후 강화길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세상의 악의와 내면화된 억압을 떨쳐내고 용기 있는 자기 긍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포개져 있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많은 일이 이 책에서 이루어졌다. 이것은 지금 강화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고, 어쩌면 강화길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이 소설을 간과하려는 당신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고딕풍으로 말하자면, 귀신 들린 집이 입주자를 고르듯, 이 이야기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목차 TOP

프롤로그 | 009
1부 | 013
2부 | 081
3부 | 243
에필로그 | 300

작가의 말 | 307

본문중에서 TOP

멍청이. 감히 여기에 함부로 들어왔네. 넌 항상 그런 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야. (…) 잘 들어. 앞으로 너는 이렇게 살게 될 거야. 내가 있는 한 영원히. 네가 이룬 것들은, 이뤄갈 것들은 어차피 모두 무너지게 될 거야. 그건 네 것이 아니야. 너는 다 빼앗기게 될 거야. 꼴좋다. 꼴좋아. 그러니 실수하지 말았어야지. 미움을 사지 말았어야지. 이 모든 건 네 탓이야. 아가야, 정말 네 탓이란다. 그렇게 경고했는데. 꼴좋다. 꼴좋아. 아, 좋아. 너무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이 개 같은 년.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거야.(53~54쪽)

나는 머릿속으로 중얼거렸다. 중요한 건 나의 원한이다. 이걸 돌려주는 일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해볼게. 어디 한번 해보자.(65쪽)

나는 이 이야기가 섬뜩했어요. 왜냐구요? 이건 자신들의 원한이 풀릴 때까지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이고 계속 죽이는 이야기니까요. 원한은 그런 것이죠. 풀리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 마음. 어젯밤, 나는 그 원한을 느꼈어요. (…) 나는 알았어요. 지금까지의 모든 악몽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남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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