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에픽 EPIIC (계간) #01 - 창간호 : 2020.10.11.12

저 : 정지향, 김민섭, 이길보라, 김순천, 유재영, 손지상, 오혜진, 한설, 김혜진, 서장원, 이기호(李起昊), 이산화, 정지돈, 의외의사실출판사 : 다산북스발행일 : 2020년 10월21일 | 종이책 발행일 : 2020년 10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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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5년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한국의 연령표준화자살률은 24.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1.3명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한 명의 자살자가 생기면 많게는 10명 넘게 유가족이 생긴다. 그러나 ‘자살’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터부시되는 주제다보니 자살 유가족들에겐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을 기회가 없다. 그러므로 유가족들은 가족의 자살을 대체로 숨기게 되어 고인에 대한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에픽 #01》의 커버스토리 ‘i+i’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지극히 남은 사람의 마음」을 쓴 소설가 정지향은 이렇게 ‘어디론가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애도들 결국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 글은 작가가 KU마음건강연구소 자살유족자조모임 리더인 심명빈을 만나 새롭게 생성된 세계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다.
‘자살’로 인해, 남편을 잃은 한 사람과 오빠를 잃은 한 사람이 만나 만들어진 작은 세계. 그곳엔 어떤 이야기가 놓여 있을까. 작가는 그곳에서 얻은, “한때 우리를 죽고 싶도록 괴롭게 하는 것이, 또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에픽 #01》의 시작에 놓인 ‘i+i’. 하나의 ‘i’가 또 하나의 ‘i’를 만나는 곳에서 진정한 문학의 울림이 태어난다고 우리는 믿는다.
내러티브 매거진 《에픽》은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신개념 서사 중심 문학잡지다. 기존 문학이 갖고 있던 근엄성에서 탈피해 픽션/논픽션 간, 소설/에세이 간, 순수문학/장르문학 간의 장벽을 허물고 새롭고 산뜻한 문학의 장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는 것. 이것이 《에픽》의 탄생한 이유다.
‘에픽(epic)’이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서사시, 서사문학’, 형용사로는 ‘웅대한, 영웅적인, 대규모의, 뛰어난, 커다란, 광범위한’ 같은 뜻을 지녔다. 우리는 이 ‘epic’의 모음 ‘i’에 ‘i’ 하나를 덧붙였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논픽션 중심의 part 1에서는 네 편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을 만난다. 커버스토리 ‘i+i’와 더불어 ‘고스트라이터’를 주제로 한 김민섭의 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길보라의 글, ‘코로나19 시대의 삶’에 대해 다룬 김순천의 글을 실었다. 픽션 중심의 part 3에서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그래픽노블을 만난다. 김혜진, 이기호, 정지돈의 신작뿐만 아니라, 남다른 SF적 상상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산화의 신작,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신예 작가 서장원의 신작을 실었다. 또한 그래픽노블에서는 만화가 의외의사실의 연재를 만난다.
논픽션과 픽션이 만나는 part 2에서는 버추얼 에세이 ‘if i’와 세 편의 리뷰를 만난다. 가상의 누군가를 만난 자리에서 쓰여진 ‘if i’는 논픽션과 픽션이 결합돼 새로운 장르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리뷰 역시 한 권이 아닌 서로 연결된 두 권의 책(논픽션+픽션)을 1+1 방식으로 소개한다. 창간호의 ‘if i’는 소설가 유재영의 글로, ‘1+1 리뷰’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손지상의 글과 문학평론가 오혜진, 한설의 글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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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1: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에픽(epic)’이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서사시, 서사문학’, 형용사로는 ‘웅대한, 영웅적인, 대규모의, 뛰어난, 커다란, 광범위한’ 같은 뜻을 지녔습니다. 우리는 이 ‘epic’의 모음 ‘i’에 ‘i’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고 싶은 《에픽(EPiiC)》은 바로 이 두 겹의 세계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나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다루는 이너 내러티브 ‘i+i’를 시작으로, 전통적 의미의 서사인 픽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져온 크리에이티브 논픽션(creative nonfiction)을 두루 다루고자 했습니다. 이 논픽션에는 르포르타주(reportage), 메모어(memoir), 구술록(oral history) 같은 여러 세부 장르가 포함됩니다. 책 리뷰 역시 한 권이 아닌 서로 연결된 두 권을 다루는 1+1 방식으로 소개되며, 가상의 누군가를 만나는 버추얼 에세이 ‘if i’도 마련됩니다. 픽션 파트에서는 기존의 문단 중심 단편소설뿐 아니라 장르문학을 편견 없이 함께 다루고, 책 말미에는 그래픽노블을 통해 각 권의 제호에서 비롯된 또 다른 상상력을 살펴보기도 할 것입니다.

창간호의 제호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는 18세기의 프랑스 소설가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대화체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제목 그 자체입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Ceci n'est pas un conte).’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소설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허구로 쓰인 재미있는 이야기, 그게 전부일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영국의 소설가 J. G. 밸러드(James Graham Ballard)의 말에서 찾는 편이 좋겠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소설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작가에게 있어, 소설의 허구적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점점 더 불필요하다. 소설은 이미 거기에 있다. 작가의 임무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모든 종류의 소설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 이미 살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임무는 소설(fiction)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현실(reality)을 발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야기는 ‘이미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가지고 와서 나의 세계와 만나는 어떤 중층의 세계를 만든 다음,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일일 것입니다.

《에픽》에 실린 글들은 픽션이면서 픽션이 아닙니다. 논픽션이면서 논픽션이 아닙니다. 이것은 이야기이며, 새롭게 발명한 현실이며, 그러므로 끝내 어떤 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입니다. 디드로의 문장 하나를 빌려, 두 겹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에픽’의 중력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목차 TOP

epigraph
문지혁 · 이미 거기에 있는 004

part1

i+i

정지향 · 지극히 남은 사람의 마음 023

creative nonfiction
김민섭 · 연구실의 공모자들 051
이길보라 · 할머니, 베트남전쟁, 그리고 나 075
김순천 · 이끼, 벌레, 바이러스, 인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 101

part2

virtual essay
if I

유재영 · 둘은 하나의 단단한 단위 135

1+1 review
손지상 · SF를 읽기 전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 145
오혜진 · 삼켜진 문장들, 곱씹어진 행간들 155
한설 · 환생의 선(線) 163

part3

fiction

김 ...

본문중에서 TOP

한때 우리를 죽고 싶도록 괴롭게 하는 것이, 또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퍼부어도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의 좌절이, 반드시 성취해 내보이고 싶었던 간절한 목표가, 사람들 속에 섞여들고 싶다는 아득한 외로움이, 돌아보면 내게도 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도록 버거운 마음이다가 살아갈 동력이다가 했다. 그것은 묵직한 양날의 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바람이 불 때마다 포르르 돌아가는 바람개비 같았다. 미풍도 불어오지 않는 날에는 영원처럼 지루하게 멈추기도 하는.
( '정지향_지극히 남은 사람의 마음' 중에서)

오늘 내가 쓰는 존재는 누구인가.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써가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쓴다고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단순히 글이 아니더라도, 어느 역할을 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
( '김민섭_연구실의 공모자들' 중에서)

“네가 전쟁에 대해 뭘 알아?” “어리고 군대도 안 가는 네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작아졌다. 어린 나이이고 여성이면 전쟁에 대해 말도 꺼낼 수 없는 걸까. 그럼 나는 전쟁에 대해 평생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건가. ...

저자소개 TOP

정지향 [저]

2014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 장편소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가 있다.

c)윤관희

김민섭 [저]

1983년 서울 홍대입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현대 소설을 연구하다가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고, 그 이후 대학 바깥으로 나와서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썼다. 후속작인 『훈의 시대』는 한 시대의 개인들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언어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있는 경계인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물음표를 독자들에게 건네려고 한다. 특히...

이길보라 [저]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 사람.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 ‘홈스쿨러’ ‘탈학교 청소년’ 같은 말이 거리에서 삶을 배우는 자신과 같은 청소년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 ‘로드스쿨러’라는 말을 제안했고, 그 과정을 자신이 제작하고 연출한 첫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에 담았다.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김순천 [저]

르포작가 및 르포문학 강사. 사람들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는 말들의 소통을 꿈꾸고 있는 김순천은 그동안 청소년들의 희망과 꿈, 자유와 좌절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와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의 삶을 정리한 [인간의 꿈]을 펴냈다. 그리고 청계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담은 [마지막 공간],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서진 미래], 이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철거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 공간 이야기인 [여기 사람이 있다]등의 책을 젊은 작가들과 함께 펴냈다.
시민, 대학생, 자활기관에서 일하는 분들, ...

유재영 [저]

20세기 지구에서 태어났다.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SF 영화는 〈우뢰매〉, 그 뒤 텔레비전으로 〈토탈 리콜〉을 보고 화성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소설을 썼다. 소설집으로 《하바롭스크의 밤》, 《우리가 주울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 〈자정의 매표소〉를 운영한다.

손지상 [저]

소설가. 만화평론가. 번역가.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저서로는 비평서 《서브컬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장편소설 《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 《우주아이돌 배달작전》, 《우주아이돌 해방작전》 등이 있다. 한국과학소설가연대 회원.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스토리텔링 테크니컬 멘토. 좌우명은 ‘부자연주의’. 작법 연구가로서 창작작법 관련 서적을 다수 출판했다.

오혜진 [저]

문학연구자.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근현대 문학・문화론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사・표상・담론의 성정치를 분석하고 역사화하는 일에 관심 있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그런 남자는 없다��, ��을들의 당나귀 귀��, ��민주주의, 증언, 인문학��, ��저수하의 시간, 염상섭을 읽다�� 등의 책을 함께 썼고, &...

한설 [저]

문학평론가.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김혜진 [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어비》,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이 있다.

서장원 [저]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기호 [저]

1972년 강원 원주 출생.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등이 있다. 2010년 이효석문학상, 2013년 김승옥문학상, 2014년 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황순 원문학상, 2018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산화 [저]

단편 「아마존 몰리」가 온라인 연재 플랫폼 브릿G의 2017년 2분기 출판지원작에 선정되었고, 이후 제2회 브릿G 작가 프로젝트에 당선된 「증명된 사실」을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실었다. 2018년에 출간한 사이버펑크 장편소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온라인 서점의 SF 분야에서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공은 화학이며, 대학원에서는 생체 조직의 화학영상법을 연구했다. 조금 신맛이 나는 과일 디저트를 좋아한다.

정지돈 [저]

먹는 것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잘 먹고 잘 돌아다닌다. 자는 것과 샤워하는 것, 혼자 있는 것, 사람들이 외우기 힘든 긴 제목을 짓는 걸 좋아한다. 가장 최근 발표한 소설의 제목
은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이다.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낸 책으로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중편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야간경비원의 일기』, 문학평론집 『문학의 기쁨』(공저) 등이 있다.

의외의사실 [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만화를 그리고 있다. 과묵한 개 마루와 함께 책으로 마음속을 거닐고 산책으로 거리를 거니는 일상. 읽는 이의 마음을 일깨우는 ‘의외의’ 감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레진코믹스에서 「마루의 사실」을 연재했고, 민음사 블로그에서 [의외의사실의 세계문학 읽기]를 연재, 문학 팬들을 사로잡은 입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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