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웅크린 말들 :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恨국어사전

저 : 이문영(이섶)사진 : 김흥구출판사 : 후마니타스발행일 : 2019년 05월09일 | 종이책 발행일 : 2017년 11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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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그때 그 난장이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17년 판 ‘난쏘공’, [웅크린 말들]


"숨이 콱콱 막히는 세계에 우리는 던져져 있다. 이 세계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한 사람이라도 각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난쏘공’의 난장이들이 자기 시대에 다 죽지 못하고 그때 그 모습으로 이문영의 글에 살고 있다. 이문영의 글이 자기 때를 어쩌지 못하고 기어 나와 그 한 사람의 일을 하는 것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 조세희 / 소설가

"이문영의 어떤 글은 바로 지난 연대에 문학이 자임해 왔던 현실 대응 역할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 시대의 처절한 현실과 우울한 그늘을 정면으로 관통한다. 이문영의 글들이 수행하고 있는 그 고유한 몫과 역할은 이 시대의 그 어떤 매체나 예술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없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이고 커다란 슬픔이며 집요한 고발이다. 그러니 반복해 말하건대, [웅크린 말들]은 2017년 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인 것이다."
- 권성우 / 문학평론가

사북에서 팽목까지

경기도 안산은 계획도시였다. 초기 인구 40퍼센트를 강원도 이주민이 채웠다. 대를 이어 막장을 견디던 이들이 폐광 뒤 안산으로 가 도시 저임금 노동자가 됐다. 이 책 [웅크린 말들]은 강원도 사북 폐광촌의 풍경으로 시작해 진도 팽목항에 이르러서야 닻을 내린다. 그 여정에서 한국 사회의 그늘에 깃든 그림자 같은 삶들을 만난다. 저자는 폐광 광부, 구로공단 노동자, 에어컨 수리 기사, 다양한 알바생, 대부 업체 콜센터 직원, 넝마주이, 이주 노동자,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 성소수자, 수몰민,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또한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잊힌 흔적을 찾고, 출입국사무소에서 수모를 당하는 이주민의 슬픔을 목도하며, 농민 백남기의 인생을 상세하게 복원하기도 한다. 실제 기록을 있는 그대로 살린 세월호 사건의 기록은 이 시대 슬픔의 한 극점을 보여 준다. 신고 전화를 둘러싼 대화와 해석을 교직하는 방식으로 적은 글을 만나며, 우리 사회의 야만과 불합리한 관행을 뼈아프게 되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전해지기 쉽지 않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웅크린 시선을 저자만의 단단한 문체에 담아, 때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의 내면과 일상을 충실히 복원하여, 그들의 화법으로 쓸쓸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세상에 전파한다. 이 책은 가장 짙은 그늘의 현장에서 채집한 생생한 단어들을 화두로 써내려 간 글들을 모았다.

그저 그런 이야기의 전복성과 ‘문학적 저널리즘’

동시대의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게 서늘한 향기와 참혹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밑변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이 간직한 상처와 절망, 원한, 정념, 비애를 보듬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춘 드문 기자이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이문영의 글쓰기는 김훈, 고종석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문학적 기사 쓰기의 계보를 창의적으로 일구어 나가고 있"으며 이들에 비해서도 "한층 집요한 현실 인식과 밑바닥 인생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의 미덕으로 손꼽는다. 그의 글에는 공간과 현장에 대한 충실성과 매력적이며 단단한 문체가 성공적으로 어우러지고 있다.

이 책이 한 번도 제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없었던 사람, 자신의 욕망을 세상에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빙의되어, 그들의 절박한 내면과 웅크린 가슴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문학적 문장에 빚진 바 크다. 저자는 사실에 ...

추천사 TOP

글 쓰는 작가로 불리면서도 글을 쓰는 것이 힘겨웠다. 거리에서 돌이 날아다니던 시대의 슬픔도 나는 다 쓰지 못했다. 나는 다만 하나는 이겼다. 쓰지 않는 것. 언어가 시대를 바꿔 뜻을 배반할 때 언어의 변신과 대결하며 침묵하는 것. 쓰지 않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건 싸움이었다. 나는 쓰는 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쓰지 않는 일을 한 것이다.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글이 무력한 시대에 처음부터 쓰이지 않는 것이 글의 복일 수도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글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알 수 없는 곳에 꽁꽁 묶여 있다가도 언젠가는 기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조금씩 걷고 조금씩 자기 일을 할 것이다. 그것이 그 글의 운명이고 그때가 그 글의 때일 것이다. 숨이 콱콱 막히는 세계에 우리는 던져져 있다. 이 세계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한 사람이라도 각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난쏘공’의 난장이들이 자기 시대에 다 죽지 못하고 그때 그 모습으로 이문영의 글에 살고 있다. 이문영의 글이 자기 때를 어쩌지 못하고 기어 나와 그 한 사람의 일을 하는 것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언젠가 때를 찾아 밖으로 나올 글이 내 안에 남아 있다면, 이문영의 글들이 그 글들과 만나 서로의 꺾인 허리를 받쳐 주는 날이 온다면,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꾸밀 힘이 우리 사이에 조금은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 조세희 / 소설가

목차 TOP

들어가며 7

소리 잃은 검은 기침 : 석탄 9
집이 오는 과정 : 시멘트 51
첨단의 풍경 : 굴뚝 71
수리되지 않는 노동 : 서비스 117
세계의 밑변 : 알∨바 153
당신과의 전화 통화 : 끊겠습니다 185
보이는 것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것 : 얼룩 197
나와 그대의 이야기 : 백골 217
최저보다 아래 : 한국 229
텐진 델렉이자 라마 다와 파상이면서 민수 : 우리나라 261
천국(天國)을 위한 천국(賤國) : 천국 279
사랑이 지운 사랑 : 표준국어대사전 305
오직 낮은 땅의 전쟁 : 물 329
우리의 전선(電線), 그들의 전선(戰線) : 전기 341
가 ...

본문중에서 TOP

동원아파트는 재난 뒤의 참혹을 닮았다. 깨진 유리 조각과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이 살았던 흔적과 기억도 깨지고 버려졌다. 살갗이 벗겨진 벽은 상한 핏줄과 금 간 뼈를 드러냈고, 우거진 잡초는 아파트와 야산의 경계를 지웠다. 폐허는 폐허에서 살 수 없는 생명들을 밖으로 밀어냈지만, 폐허이기에 찾아 깃드는 생명들에겐 최후의 품을 내줬다.
(/ pp.19~20)

111쪽. 찬란은 빈곤을 묻어 감췄다. 고층의 빌딩이 첨단으로 깎아지르는 동안 가난한 삶도 수직으로 가팔라졌다. 거칠한 공단이 매끈한 얼굴로 바뀌어도 메마른 노동은 디지털로 진화하지 못했다. ...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디지털단지는 나른했다. 숯검정 굴뚝이 철거되고 반짝이는 유리 벽이 솟아도 대한민국이 노동을 다루는 문법은 바뀌지 않았다. 여공, 여자, 그 이름들만 가느다란 실처럼 얽혀 구로에 묶여 있었다.
(/ p.111)

계란인 나는 높은 새의 둥지에 에어컨을 단 뒤 낮은 닭장으로 내려와 퇴화된 날개를 쉰다. 날개 가진 생물이 공중으로 던져지는 것을 추락이라 부르지 않는다. 날 수 있어야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날 수 없어 추락하는 계란들이 지구를 식힌다. 계란 ...

저자소개 TOP

이문영(이섶) [저]

[한겨레] 기자로 일하고 있다. 필명(이섶)으로 동화 [보이지 않는 이야기](봄나무, 2011)와 [이티 할아버지 채규철 이야기](우리교육, 2005)를 썼다. [침묵과 사랑](권성우 엮음, 이성과힘, 2008)에 글을 보탰다. 국제앰네스티언론상을 받았다. 부끄러운 것이 많다.

김흥구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가. 개인 작업으로는 「트멍」 「좀녜」 등의 연작이 있다. 제8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 ‘GEO’ 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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