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저 : 오찬호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6년 10월25일 | 종이책 발행일 : 2015년 04월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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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사회학자 오찬호(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는 화제를 모은 첫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개마고원, 2013)에서 일상적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 자기계발의 논리에 잠식당한 20대의 황폐한 내면과 이들을 ‘괴물’로 만든 사회적 메커니즘을 천착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문제는 ‘기업화된 대학’이다. 사실 대학의 기업화는 이미 마무리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아무도 대학을 학문 탐구와 지성의 요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말했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대학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 자체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효율’이라는 잣대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은 기업(의 자본)에 종속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기업이 요구하는 부단한 ‘개혁(!)’의 과정을 통해 아무런 고민 없이 취업의 전초기지가 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대학이 한 사회의 최고 교육기관인 이상 대학의 문제는 그곳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시민’을 배출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이 책에서 현재 대학의 실상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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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취업사관학교’라고 부르는 이유

책의 주요 무대는 ‘진격대’다. 물론 저자가 이런저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진격대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진격대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진격대가 곧 대한민국의 대학인 것이다. 이 책은 모두 네 장으로 구성했다. 1장에서는 캠퍼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왜 요즘의 대학을 ‘취업사관학교’라고 부르는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신입생 길잡이]라는 필수강의가 있다. 진격대에 들어온 학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강의다. 첫 시간을 맡은 강사는 취업정보센터 직원이다. 그는 최근 10여 년간 진격대의 높은 취업률을 자랑스레 소개한다. 금융권 취업 정보, 대기업 입사 선배가 알려주는 학습법, 면접시 이미지 메이킹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진격대 신입생들은 이런 수업을 매주 두 시간씩 16주간 듣는다. 2학점짜리 엄연한 강의다. 또다른 필수강의 [글쓰기와 말하기]에서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배운다. 대학 정규강의에서,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교육하는 것이다.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는 데일 카네기나 피터 드러커의 책이 가장 안전해요. 요즘은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라든가 끝없는 도전과 용기 같은 책도 신선해 보이고 좋아요. 그리고 경영서적만 나열하면 ‘교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니 시중에 나와 있는 ‘무난한’ 인문학 고전을 보험용으로 한 권 정도 적어두는 것도 고려하세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좋고, 존 롤스의 정의론은 오해받을 수 있으니 되도록 빼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비평서는 절대 적으면 안 됩니다. 장하준 교수가 워낙 유명해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같은 책은 적어도 별문제 없겠다 싶겠지만, 괜히 면접관하고 논쟁하기 싫으면 알아서 빼세요. 특히 금융권은 인문서적에 대한 감상문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금융권 인사담당자가 트집 잡기 제일 좋은 사람이 바로 장하준 교수랍니다. 어쨌든 취업이 목표니까 ‘잘’ 적는 것보다, 꼬투리 잡히지 않도록 ‘안전하게’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명심하시구요. 시민단체 경력 등은 기재하지 않는 게 상식인 거 아시죠?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 받지 않으려면 조심하세요."

진격대 글쓰기 강사의 육성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요즘 대학생은 입학하자마자 이런 강의를 들으며 학점을 이수한다.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것만 가르쳐야 하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만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현실이 단적으로 반영된 결과가 바로 ‘경영학 열풍’이다. 최근에는 경영학 전공자들의 취업률도 하향세라지만 여전히 경영학은 ‘취업 최강’ 공학계열과 함께 대학의 대세로 군림하고 있다. 인문계열 전공 교수들조차 학과설명회에서 학생들에게 반드시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라고 강조할 정도다. 실제로 취업률이 대학의 지상과제가 되면서 인문계 학과들은 통폐합이라는 구조조정의 된서리를 맞았고 이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기업에서 해당 전공자를 채용하지 않으니 국문학, 철학, 사회학 등은 졸지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학문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런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경영계열 학생들과 달리 대충 점수 맞춰 입학한 것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인문학 전반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반反시장경제, 반자본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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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차고 넘친다. 대학 진학률도 80퍼센트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대학의 존재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교수도 모르는데 대학생이 알 리 없다. 심지어 총장도 대학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존재 이유는 모호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선명하다. 교수는 논문 실적을 쌓아야 하고, 대학생은 취업 준비를 해야 하고, 총장은 재임 기간 동안 대학평가 순위를 높여야 한다.
오찬호는 관찰한다. 고등교육기관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대한민국 대학의 민낯을. 그리고 그 보고서를 블랙코미디 사회비평서인 이 책 속에 담아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개별 에피소드는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는 이 책을 덮고 나면 지금까지 던지지 않았던 질문이 입에서 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 "지금의 대학은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 노명우 / 사회학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저자

대학은 기업의 손에 넘어간 것을 넘어 아예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은 ‘경영화’해야 살아남는다. 교양과목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매너’로 전락했다. 국문학 과목도 영어로 가르치는 ‘진상’ 짓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와 취업을 위해 과제 수행부터 각양각종의 ‘경험 쌓기’를 해야 한다. "공부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도 몰랐던 이야기가 많다.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이 주제로 학생들과 긴장을 유지하며 수업을 해온 사람만이 수집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요즘’ 대학생들이 어떤지 냉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읽어볼 책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덕분에 나와 함께 수업을 하는 학생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도 그래요?"
- 엄기호 / 문화학자, '단속사회' 저자

목차 TOP

프롤로그: 2045년, 청와대 회의실에선 무슨 일이?

1장 취업사관학교
필수과목 ‘신입생 길잡이’의 정체
양복에 어울리는 나비넥타이 종류를 배우는 ‘필수’ 리더십 강의
무감의 대학: 제아무리 도올 선생이라 할지라도
걸인의 철학
Are You a Business Student?
‘허니버터칩’에는 어떤 인문학적 가치가 있을까?
압박면접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경영동아리
‘충격’은 어떤 논의로 이어져야 하나

2장 대학이 영어를 숭배할 때
영어 초급반에 미국에서 12년을 산 학생이 있는 이유
"교수 발음 정말 구려!"
영어에 집착하는 대학의 ...

저자소개 TOP

오찬호 [저]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괴롭히는지를 추적하고 드러내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대구와 서울을 거쳐, 지금은 제주의 시골에서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전국 100여 개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토론 도서로 선정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시작으로 《진격의 대학교》,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1등에게 박수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등 여러 책을 집필했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열두 번째 책이다. 〈차이나는 클라스〉(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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