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낯익은 시 낯설게 읽기 : 주요한에서 김수영까지

저 : 오성호출판사 : 이학사발행일 : 2015년 12월23일 | 종이책 발행일 : 2014년 09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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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한의 [불노리]에서 김수영의 [풀]까지,
한국의 대표 시 11편에 대한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해석의 빈틈을 파고드는 주체적 시 읽기
시를 푸는 단 하나의 열쇠를 거부하고, 해석의 권위에 반대하는 "즐거운 반란"이 시작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들은 오랜 해석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오랫동안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쳐왔을 뿐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두 구절쯤 줄줄 욀 수 있는 국민적 교양에 해당하는 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들에 대한 특정 해석들은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왔고, [진달래꽃]은 이별의 정한을 [풀]은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했다는 식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 이미 정답처럼 박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특정한 해석에 독점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수많은 독자의 체험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방식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시인이자 20년 가까이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강의해온 국어교육 전문가이다. 지은이는 그동안 강단에 서오면서 가져온 우리의 시 교육에 대한 불만을 이 책에서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시를 정답 맞추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시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미 정형화된 해석의 틀에 갇혀 있는 우리 문학사의 정전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구체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각 시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과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우리 문학사를 종횡으로 누비는 지은이의 필력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위를 누리고 있는 해석에 반대하고 대안적인 해석을 내놓는 이 책의 시도는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독자들의 주체성과 창의성을 질식시키는 해석의 권위에 반대하는 이 무모한 시도가 비로소 시를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느끼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관성화된 시 읽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동시에, 오랫동안 사려 깊게 시를 읽어온 한 독자가 보여주는 즐거운 시 읽기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어떤 독자로 성장해왔는가?"
작품과의 속 깊은 대화를 막아버린 시 교육


이 책에서 다루는 시는 주요한의 [불노리]부터 김수영의 [풀]까지 총 11편이다. 한국의 교육과정을 거쳐온 독자라면 누구나 이 시들의 주제를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가령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민족 해방의 열망을 노래했고, 이육사의 [광야]는 일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식이다. 그만큼 우리는 한 편의 시를 규정하는 정답이 있다고 당연하게 여겨왔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방향은 미리 결정되어 있었고 교사는 가능한 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것을 가공해서 가르친다. 이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의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시는 즐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무턱대고 암기해야 할 지식이 되고, 작품을 읽는 것은 즐거운 체험이 아니라 점수를 따기 위한 따분한 학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요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생 스스로의 주체적인 독서 체험을 강조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만, 판에 박힌 정답을 요구하는 입시 제도의 압력 속에서 하나의 해석에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경향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없다.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교사들에 의해 전달되는 정답을 외우는 일이 전부가 되어버린 교육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시 감상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전문가들의 권위에 의지하는 태도를 내면화해왔다. 이 책은 우리가 자신의 감상 능력을 신뢰하고 시의 감상 ...

목차 TOP

책머리에

주체적인 시 읽기를 위하여

1. 시는 어렵다?
2. 즐기는 만큼 느낀다
3. 시의 언어에 대한 존중
4. 자기 나름의 시 읽기

근대의 충격과 사춘기의 고뇌
―주요한의 [불노리]


1. 최초의 근대적 자유시라는 허상
2. 신파조의 어조와 율격의 혼란
3. 근대의 시선과 사춘기 청년의 고뇌
4. ‘가신 님’과 ‘맨발로 기다리는 님’
5. 다시 근대적 자유시에 대하여

개인과 민족, 그 균열과 봉합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 이상화의 시를 이해하는 방식
2. 마돈나를 향한 ‘소리 없는 아 ...

본문중에서 TOP

정지용이 그려낸 이 혼종의 공간, 심미화된 고향을 문자 그대로의 고향이라고 보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정지용이 그려내고 있는 이 혼종의 공간은 그의 고향 혹은 특정한 누군가의 고향이 아니라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누구나 동경해 마지않고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 곳일 뿐이다. 실제의 고향은 이 유토피아의 이미지를 만드는 재료, 그것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된 소재였다. 하지만 정지용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고향을 심미화함으로써 그 자신의 고향 농촌을 모든 사람의 것으로 만들었다.
(/ '정지용의 [향수]에 대하여' 중에서)

육사가 꿈꾼 해방이 단순히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면, "천고의 뒤"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지금 당장 혹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어야 할 일이지, "천고의 뒤"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천고의 뒤"를 일제로부터 해방되는 때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본다면, "천고의 뒤"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가까운 장래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의 뜻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시의 앞 ...

저자소개 TOP

오성호 [저]

1957년 '수복지구'인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마쳤다. 1993년 식민지 시대 프로시의 형성 및 발전 과정을 다룬 ?1920~30년대 한국시의 리얼리즘적 성격 연구?라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1984년 혜산 박두진 선생의 추천으로 시단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 이후 시를 창작하는 한편 한국 근대시에 대해 공부해 왔다. 1995년부터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 근대시와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한국 근대시와 관련하여 "김동환-한 근대주의자의 행로"(건국대출판부, 2000), "서정시의 이론"(실천문학사, 2004) 등의 연구서를 냈으며 그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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