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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는 국가가 저지른 죄악에 대해 몇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실 규명과 제대로된 처벌이 한번도 없었다. 현대 정치는 국가 폭력의 역사이자, 살(殺)의 정치사였다. 그렇다면 과연 국가폭력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것의 구조화는 어떻게 형성이 되었으며 국가에 의한 직접적인 살인과 살의 정치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살폈다.

한국 현대사는 5·18광주민중항쟁, 4·19혁명, 4·3제주항쟁, 여순 사건 등을 국가에 의해 진행된 폭력과 살인의 시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과 살인의 역사는 특화된 사건에서만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 김구, 조봉암,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노수석 등의 죽음이 증명하듯이 독재정권의 통치 기간 동안의 폭력과 살인은 일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책세상문고·우리시대 제21번으로 출간된 [한국 현대정치의 악몽-국가폭력]은 국가폭력과 피로 얼룩진 한국 현대정치사를 '살(殺)의 정치사'라고 정의한다. 또 '살의 정치'의 실상을 유형별로 정리하면서 이를 단절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 현대정치의 악몽-국가폭력]은 국가폭력과 '살의 정치'가 역사적으로 구조화되고 일상화되어온 것이 국가에 의한 폭력의 항상적 선택과 그에 대한 일반 국민의 침묵과 방관이라는 이중적 선택의 절묘한 결합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살의 정치'의 역사적 유형을 국가에 의한 직접살인과 간접살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전시·준전시 상황하의 집단 민간인 학살, 정적 살해 ▲'법과 질서 유지'를 위한 살인(법살, 집회와 시위 속의 폭행치사·고문치사) ▲정치적 의문사 등이 포함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강요된 자살(분신과 투신 자살, 옥중단식사)과 ▲주한미군에 의한 살인 행위가 포함된다.

지은이 조현연은 이 책에서 다양한 유형의 국가폭력과 '살의 정치'를 넘어서기 위한 당면 과제로 역사적 진실의 규명과 구시대의 청산, 국가보안법 철폐와 사상의 자유 전면 보장 그리고 전쟁 방지와 평화 실현을 위한 기반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현대정치의 악몽―국가폭력]의 지은이 조현연은 은폐, 왜곡되었던 한국 현대사의 비극들의 실상을 주제로 글을 쓰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땅에서는 단 한 번도 국가가 저지른 죄악에 대해 역사적 진실 규명과 제대로 된 단죄, 처벌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국민의 정부'라 자임하는 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로 인한 '민주주의의 반복되는 교살'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폭력과 '살의 정치'에 대한, 신비화된 국가의 허상을 벗겨내기 위한 진지한 역사적 성찰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이 책의 목적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들춰내 나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살인의 사례들을 추적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국가권력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문 중에서
박정희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광풍으로 소리 없는 경제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오늘은, 역설적으로 분단의 벽을 허물어뜨리면서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기회의 오늘이기도 하다. 이 기막힌 역설의 오늘을 살아가면서 국가폭력과 살의 정치로 점철된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반성적 자기 성찰과 자기 정정을 통해 새롭게 역사에 개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에 대한 성찰적 개입, 그 첫 출발은 위에서 말한 역사적 진실의 규명과 사상의 자유 전면 보장, 전쟁 방지와 평화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 조성을 위한 실천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말 그대로 해방의 그날을 향한 대장정의 시작일 뿐 결코 끝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나는, 너는, 우리는 무엇을 꿈꾸며 어디에 서 있는가?"

조현연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대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9년 박사 과정에 입학한 후 한국정치연구회 운영위원장 책임편집위원 기획위원, 학술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연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소의 연구조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국가폭력이란 무엇인가
1. 근대 국가와 국가폭력
2. 한국의 국가폭력
3. 한국의 국가폭력 네트워크

제2장 국가폭력의 구조화와 살의 정치의 역사적 유형
1. 국가폭력의 구조화와 사회적 침묵의 카르텔
2. 살의 정치의 역사적 유형

제3장 직접 살인과 살의 정치
1. 민간인 집단학살
2. 정적 살해
3. 법과 질서 유지를 위한 살인
4. 정치적 의문사

제4장 간접 살인과 살의 정치
1. 강요된 자살
2. 주한 미군에 의한 살인 행위
맺는 말 국가폭력과 살의 정치를 넘어서기 위하여
역사적 진실의 규명
국가보안법 철폐와 사상의 자유 전면 보장
전쟁 방지와 평화 실현의 기반 조성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에는 미군이 저지른 것도 있다.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 지역은 백여곳에 이른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것은 6.25전쟁전에 일어난 전남 화순에서의 학살과 전쟁중에 일어난 충북 영동 노근리 경남 마산, 의령, 창원 등지의 학살 그리고 북한 지역인 신천등지의 학살등 총 34곳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노근리를 제외하면 미국 정부가 자국 군대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한편 미 공군의 무차별적인 폭격은 군사작전의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이는 사실상 한국의 모든 주민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한체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하려 한 학살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당시 미국 태평양 지역사령관 르메이 대장의 북한에 대한 추도사에 따르면 3년 1개월동안 있었던 6.25전쟁중 미국 공군의 융단폭격으로 북한땅에는 서있었던 것은 남김없이 쓰러졌다. 탈수 있는 것은 남김없이 타버렸다. 남은 것은 바위와 돌뿐이다. 초가집 한채 남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석기시대로 돌아갔던 것이다.

이처럼 미군이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자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