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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원제 : MILCHKAFFEE UND STREUSELKU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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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커피우유 샘과 소보로빵 보리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사건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겪는 애환을 소박하면서도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까만 피부색 때문에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얻은 샘과, 얼굴에 난 주근깨 때문에 ‘소보로빵’이란 별명을 갖게 된 보리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은 슬픔의 골을 지나 환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아울러 ‘인종 차별’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린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채, 그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또 해결해 나가도록 이끄는 모습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출판사 서평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없는 세상이 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이주해 온 외국인 노동자 가족 이야기.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겪는 폭력과 위기감, 사회와 친구들로부터 정신적.육체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의 심리,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뜻한 우정 등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피부색이 달라요!―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비애
푸른숲 청소년 문학 시리즈 ‘마음이 자라는 나무’ 여덟 번째 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이자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리는 열 살짜리 소년 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겪는 폭력과 위기감, 사회와 친구들로부터 정신적.육체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의 심리,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뜻한 우정 등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던 어느 국경일 저녁, 난데없이 샘의 집에 돌과 화염병이 날아든다. 그 일로 샘은 자신의 피부색과 정체성에 대해 심한 혼란을 느낀다. 갈색 피부를 지우기 위해 얼굴에 하얀 물감을 칠해 보기도 하고 엄마의 크림을 듬뿍 발라 보기도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동안 스스로를 독일인이라 생각하며 충실하게 살아온 일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이제는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 깊이 외로움을 느낀다.
한편, 옆 건물에 사는 같은 반 친구 보리스는 샘의 집에 돌과 화염병이 날아드는 광경을 지켜보며 속으로 적잖이 고소해 한다. 샘이 전학 온 후로 번번이 일등 자리를 빼앗겨서 잔뜩 약이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샘의 부재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보리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샘이 없는 틈을 타 일등을 하게 되지만, 그것이 조금도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샘의 존재에 서서히 눈뜨면서, 그 전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떠올리며 번민하게 된다. 결국 보리스는 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찾아가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이처럼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겪는 애환을 소박하면서도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까만 피부색 때문에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얻은 샘과, 얼굴에 난 주근깨 때문에 ‘소보로빵’이란 별명을 갖게 된 보리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은 슬픔의 골을 지나 환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아울러 ‘인종 차별’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린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채, 그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또 해결해 나가도록 이끄는 모습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참, 이 작품은 유네스코에서 주는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했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이 소설은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자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처한 불합리한 상황들을 섬세하게 펼쳐 보이면서, 외부적인 조건보다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데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기계를 수입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자국민과 똑같이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외국인 노동자나 그들의 가족을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히 대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성숙한 시민 의식을 키워 주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무리지은 소년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집만을 가려서 돌과 화염병을 던진 문제에 관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선생님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그 문제를 어떠한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토의를 거쳐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모습은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긴다.
또 하나, 이 소설의 큰 장점은 문체가 간결하다는 점이다. 인종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가 가지는 가벼움 덕분에 조금도 부담스럽게 와 닿지 않는다.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소년들, 그리고 그것을 방조하는 어른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교훈을 깨달아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울림을 가져다준다.
특히나 가장 극명하게 대립 관계를 보이고 있던 샘과 보리스가 음악 경연 대회를 통해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화해하는 대목은 입가에 설핏 미소를 떠올리게까지 한다. 외국 소설이면서도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지난 해 말, 프랑스 무슬림 빈민 지역 젊은이들이 일으킨 대규모 폭력 사태가 ‘관용의 나라’로 불리던 프랑스 내부에서 자행된 인종 차별의 한 단면을 보여 준 가운데, 우리 나라 역시 프랑스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 체류 등록 외국인은 약 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우리 나라는 다인종?다민족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 결혼이 늘어나면서 혼인 신고 10건 가운데 1건이 내국인과 외국인의 결혼일 정도이다. 따라서 국내 거주 외국인 및 그 후손들과의 사회적 융화가 조만간 사회 통합의 주요 과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산업 연수생 제도와 외국인 고용 허가제 등을 통해 대규모의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로 유입되었다. 하지만 이들 중 불법 체류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불법 체류자들은 산업 재해, 임금 체불 등 고질적인 폐해와 더불어,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도 이들 역시 불법 체류자로 간주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 입학이 거부되는 등 복지의 사각 지대 속에 놓여 있다.
인권 앞에는 언제나 ‘천부적天賦的’이라는 수식어가 붙듯이 피부색과 언어, 출신 국가가 다르더라도 인권은 모두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을 인권을 가진 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목차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저자소개

본문중에서

저기, 깜둥이다!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이주해 온 외국인 노동자의 아들 샘. 그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스스로를 독일인으로 여기며 자신의 삶에 충실히 살아간다. 하지만 학교 친구들은 그에게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붙여 주고, 동네 소년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진다.

샘이 막 몸을 돌렸을 때, 한 떼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맘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등불 행렬인 줄 알았다.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작은 악단이 어우러진(중략) . 하지만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등불 행렬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세히 보니, 열다섯 명에서 스무 명쯤 되는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샘은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중략)
바로 그 때 첫 번째 돌멩이가 날아갔다. 옆 건물 3층에 있는 어느 집의 유리창이 돌에 맞아 깨졌다. 그 다음 돌멩이는 1층에 있는 어느 집 벽을 맞췄다. (중략)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발코니로 몰려 나왔다. 그 중에는 샘이 아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중략) 샘은 거리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조심스럽게 숙였다. 바로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샘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저기, 깜둥이다!”
소년들은 동시에 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그들은 샘의 집 창문 밑으로 와 있었다. (중략) 샘은 황급히 창문을 닫았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돌멩이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샘의 머리 바로 옆을 스쳐 침대 쪽으로 날아갔다. 유리 조각들이 청재킷과 바지로 튀더니 이내 발 위에도 떨어졌다. 샘의 얼굴에 유리 조각 하나가 날아와서 박혔다. 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샘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서서 유리 조각을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그 때 갑자기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샘은 깜짝 놀라서 방 안을 둘러보았다. 베개 위에 올려놓은 곰 인형이 불에 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곰 인형은 돌에 맞은 게 아니라, 화염병에 맞은 것이었다.
(/ pp.14~20)

나는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샘은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독일에 속하는 것일까, 부모님의 고향인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에 속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어디에도 답은 없다. 독일에도 속할 수 없고 에리트레아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일 뿐…….

학교 친구들은 샘을 ‘커피우유’라고 불렀다. 물론 모두가 그러는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좋은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보리스와 그 일당들처럼 틈만 나면 샘에게 못되게 구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샘의 피부색은 남아프리카에서 온 여느 사람들처럼 심하게 새까맣지는 않았지만, 보리스나 소냐처럼 흰색도 아니었다. 그게 바로 문제였다.
사실 그건 다른 아이들의 문제일 뿐, 정작 샘 자신의 문제는 아니었다. 샘은 다른 사람의 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 샘의 부모님이 태어난 에리트레아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처럼 갈색 피부를 가졌다고 했다. 그 곳에서라면 샘도 다른 사람들 눈에 전혀 띄지 않을 터였다. 그렇지만 샘은 그 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모습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거리에서든 시장에서든 학교에서든,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모습이란 말이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정상적인’ 모습이니까, 그 누구도 나더러 커피우유라고 부르는 일은 없겠군.
샘은 가끔, 특히 보리스가 화를 돋울 때면 아프리카의 산골 마을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곤 했다. 엄마가 이야기해 주어서 알고 있을 뿐, 그 마을에 직접 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샘은 독일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에리트레아의 내전을 피해서 독일로 이주해 오고 나서 몇 년 뒤의 일이었다.
얼마 전, 아빠가 도서관에서 에리트레아에 관한 책을 빌려서, 그 안에 실려 있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마을의 집이나 거리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무척 낯설어 보였다는 것이다. (중략) 사진 속의 아이들은 샘처럼 갈색 피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공통점은 그게 전부였다. 샘은 자신이 그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 볼 수가 없었다.
(/ pp.67~69)

사람을 향해 던진 돌멩이
샘에게 일어난 사고로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자, 선생님은 아이들의 의견을 일일이 들어준 다음 아이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아이들의 의식 변화에서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섰을 때, 소냐는 보리스의 오른손을 물어뜯고 있었고, 보리스는 왼손으로 소냐의 코를 후려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선생님의 물음에 반 아이들은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서 두서없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중략) 이런저런 이야기를 거쳐, 돌멩이며 깨진 유리창이며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 언급되기 시작했다. 보리스는 자기가 본 것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아빠랑 저는 창가에 서서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발코니로 나갔어요. (중략)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횃불을 휘둘렀어요. 그러고 나서 돌멩이를 던져 창문을 깼고요. 아빠는 그 사람들이 외국인들이 사는 집에 돌을 던지는 거라고 하셨어요. 외국인들더러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고 그러는 거라고요.”
“그래서 네 아빠랑 너는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우리는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중략) 그 때 소냐가 소리쳤다.
“그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건 돌멩이를 던진 거나 마찬가지야. 똑같이 나빠!”
보리스는 소냐의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소냐의 말이 옳다고 했다.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한 사람들도 돌을 던지는 것에 반쯤은 찬성한 거야. 머릿속으로는 같이 돌을 던진 거나 마찬가지란다. 다만 나서서 던질 용기가 없었을 뿐이지. 돌을 던진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옆에 서서 말없이 구경해 주었기 때문에 그런 만용을 부릴 수 있었던 거야. 그 사람들이 모두 자기 편이라는 걸 알았던 거지.”
“그럼 우리가 그 때 뭘 했어야 한다는 거죠?”
보리스가 물었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향해 보리스가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 때 뭘 했어야 하냐고 질문한 것이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대답했다.
“샘한테 가 봤어야지.”
“우리 아빠가 그걸 허락했을 것 같아?”
“그게 아니면,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나 않은지 전화를 걸어 볼 수도 있었잖아.”
“너희 아빠랑 같이 샘한테 가 볼 수도 있었을 테고.”
“구경꾼들이 모두 ‘우!’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꺼져 버려!’라고 했더라면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이 겁을 먹고 물러가지 않았을까?”
(중략) 보리스가 말했다.
“우리 나라에 외국인이 너무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그 사람들은 우리랑 생긴 것도 달라요. 아빠 말씀으로는, 외국인들이 집과 일자리를 모두 차지해 버려서 우리 나라 사람들한테는 모자란다는 거예요.”
(중략) 선생님은 보리스가 길게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창문 쪽으로 가서 몸을 바깥으로 숙였다. 몸을 다시 일으켰을 때는, 손에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선생님은 보리스에게 다가가서 손바닥에 돌멩이를 쥐어 주었다.
“지금 일자리나 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중략) 지금 우리는 돌멩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 사람을 향해 던진 돌멩이 이야기를.”
(/ pp.90~100)

보리스와 화해하다
샘이 전학 온 뒤로 번번이 일등 자리를 빼앗기자, 앙심을 품고 분풀이를 해 오던 보리스는 샘이 사고로 손을 다친 뒤 다시 일등 자리를 되찾게 된다. 하지만 조금도 신나거나 즐겁지 않은 자신을 발견한다. 샘의 빈 자리를 통해서 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새삼 깨달은 것이다. 언제나 적이었던 보리스가 샘을 찾아가 화해를 청한다.

10분 후,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처음에 샘은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손님을 또 한 번 맞이할 기분이 아니었는 데다, 얼굴의 물감도 반밖에 지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인종 소리가 멈추지 않자, 할 수 없이 현관으로 달려 나가서 화를 내며 문을 열어젖혔다. 또 보리스였다! 보리스는 손에 악보를 든 채 숨을 헉헉 몰아쉬고 있었다.
“연습이 취소됐어?”
“나도 안 갈래. 생각이 바뀌었어. 너랑 연습할래.”
“왜? 넌 벌써 다 할 줄 알잖아. 내가 하려던 곡까지.”
“네가 피아노를 치란 말이야.”
“너 아주 돌았구나, 응? 내가 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지금도 못 치지만 이 주 후에도 못 쳐. 내가 벌써 다 해 봤다고. 오른손이 너무 늦단 말야.”
“하지만 왼손으로는 칠 수 있잖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둘이 세 곡 모두 같이 치면 될 것 같아. 너는 왼손으로 치고 나는 오른손으로 치는 거야.”
샘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 너 혼자 연주하는 걸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그러고 싶어했잖아. 선생님이 네가 치려던 곡을 나한테 줬을 때, 네가 날 얼마나 미워했는지 잊어버렸어? 이제 네가 다 칠 수 있잖아!”
보리스는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제 싫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 네가 같이 하지 않으면 일등도 싫단 말이야! 쪽지 시험이든, 달리기든, 피아노든! 그래, 내가 지금 일등이야. 하지만 그게 다 네가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잖아. 그건 경쟁도 아니라고! 알아들어? 좋아, 네가 굳이 그 바보 같은 딸랑이를 흔들겠다면 할 수 없지. 그럼 난 간다.”
딸랑이가 결정타를 날렸다. 보리스가 계단을 막 내려서는 순간, 샘이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
“기다려, 그럼 한번 해 보자.”
(/ pp.180~182)

저자소개

카롤린 필립스(Carolin Philipp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4~
출생지 독일 니더작센
출간도서 5종
판매수 17,699권

1954년 독일의 니더작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89년부터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처녀작인 [할아버지와 네 번째 제국]은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2000년에는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으로 유네스코에서 주는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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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엔 대학교에서 고대 역사 및 고전 문헌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악어 도둑》《인터넷이 끊어진 날》《리스본행 야간열차》《꿈꾸는 책들의 도시》 외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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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 선생님은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여러 어린이책에 다양한 기법과 자유로운 표현이 돋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린 책으로《요람기》《외톨이 동물원》《바다는 눈물이 필요 없다》《아기 민들레의 꿈》들이 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수채화, 꼴라주, 타일링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각 단편이 담고 있는 감정들을 풍부하고 개성 있게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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