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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가 뜬다(큰글자도서) : 권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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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귀엽고 발랄하고 슬프고 열정적이다.”
_이경자(소설가)

제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싸이코가 뜬다》 개정판 출간

‘표준’과 ‘정답’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출구를 찾아 헤매는 20대의 자화상

제9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싸이코가 뜬다》가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온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작품들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싸이코가 뜬다》는 2004년 당시 “탁월한 재능과 날카로운 현실 비판 의식” “우리 소설계에서 탈구조주의가 사회체제를 본격적으로 비판하는 기교로 방향 전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탈출구가 없어 질식할 것 같은, 하지만 끊임없이 출구를 찾아 헤매는 20대의 자화상을 담은 소설이다. ‘표준과 ‘정답’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현실 세계를 해체하고 조롱하면서 정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기성세대에 대한 빈정거림, 박학다식하고 풍자적인 대화, 유효적절하게 쓰인 인용 등 낯설고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글쓰기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도발적으로 표출된 작가의 재능과 광기뿐만 아니라 가상세계에 대한 뛰어난 상상력, 개성적인 인물들의 역동성 등은 즐거운 독서를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통렬한 경멸과 두려움으로 통과하는 청춘의 한 시절
무력하고 권태롭고 경직된 소설 장터에다 일으킨 자살폭탄테러

《싸이코가 뜬다》는 두 개의 병행적 세계로 구성된다. 20대 주인공 오난이(일본어로 ‘자위’를 뜻함)가 일본 유학 중에 만난 소케대 퀴즈연구회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과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 사이코(일본어로 ‘최고’를 뜻함)와 함께 떠난 ‘우리들의 오답사회’로의 여행, 이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 일본 유학 생활(현실 세계)
주인공 오난이는 자살을 꿈꾼다. 그녀의 첫사랑인 고태양(고로케)은 군대에 입대했다가 여자 캐릭터가 그려진 속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를 당해 죽었다. 오난이의 아버지는 다카기 마사오(박정희)의 신봉자이자 워커홀릭이고,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고등수용소(고등학교) 때 절친한 친구였던 가위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폭음으로 죽었다. 고등수용소와 별로 다르지 않는 대학에서 3년을 보낸 오난이는, 1년 안에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일본 소케대로 교환 유학을 떠난다. 그녀는 12년 개근 모범생 증후군과 사이코라고 놀림받던 과거를 배상받기 위해서라도 1년간 철저히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로 지내기로 한다.
오난이는 도시 한복판에 있는 소케대 기숙사에 들어가고, 억지로 시키마 선생의 맨투맨 교습을 듣고, 퀴즈연구회에 발을 들여놓는다. 퀴즈연구회에서 정답 찾기에 골몰하는 헨타이(일본어로 ‘변태’를 뜻함), 마시마로(도라에몽 마니아), 시마다(퀴즈대회 마니아), 마초(《삼국지》 마니아), 항상 일이 안 풀리는 머피, 노브라 등을 만나 친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퀴즈연구회의 최고 강자인 가쓰 이치로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가쓰는 소위 강간 서클의 주동자로 밝혀졌는데, 그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난이는 잠시 서클을 떠나 프리터 생활을 한다. 외로움에 지친 오난이는 기숙사 비용을 핑계로 헨타이와 동거를 시작한다. 그녀는 헨타이와 짜고 ‘퀴즈 페스티벌’ 진행 중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키마 선생에게 모욕을 준다.
대회가 끝난 후 헨타이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가쓰의 시체를 오난이에게 보여주고, 얼마 후 시키마 선생도 자살한다. 노브라를 좋아하던 헨타이는 노브라가 가쓰에게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니라 가쓰와 사랑을 나눈 것 같다는 말에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런저런 일로 오난이와 헨타이의 관계는 멀어진다. 그녀는 1년이 되는 날인 12월 31일 유서를 남기고, 퀴즈연구회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한다.

* 우리들의 오답 사회(가상세계)
오난이는 기숙사 식당에서 333호에 사는 스즈키 사이코를 알게 된다. 사이코는 1년 전에 죽은 애인 모리 메멘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들의 오답 사회라는 곳으로 오난이를 안내한다. 오답 사회의 야광 도시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화장실이라는 건물이 있다. 오난이는 그곳에서 손가락이 열두 개로 늘어나는 이상한 체험을 하고, 모든 것이 똑같은 열 명의 모리를 만나고, 복제인간을 만드는 제록시안과 논쟁을 벌인다. 사소한 다툼 끝에 난이와 사이코는 헤어지고, 난이는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화장실에서 홀로 많은 책을 읽는다. 그녀는 패자 부활의 방에서 퀴즈 문제를 풀다가 틀려서 분실물센터에 가고, 그곳에서 과거에 자신과 상처를 주고받았던 많은 사람들을 발견한다. 분실물센터는 기억을 되찾아주는 곳이었다. 과거의 사람들과 함께 변을 본 뒤 그것을 채변봉투 연구소의 소장에게 바친다. 소장은 난이의 손가락 열두 개 중 두 개를 잘라 보관하고, 대신 고흐의 귀를 선물로 준다. 난이는 그곳을 빠져나온다.

현실 속의 오난이는 자살하기 며칠 전, 마지막으로 사이코를 만나기 위해 기숙사를 찾는다. 하지만 기숙사 관리인 마쓰모토는 스즈키 사이코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방으로 올라가보니 그곳은 아주 지저분한 창고였다. 오난이는 마쓰모토에게서 기숙사에 있을 때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자살의 십계명’이 적힌 편지를 전해 받는다.

이 소설에는 줄거리로는 요약되지 않는, 문장 사이사이에 넘실대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작가의 문장을 직접 읽어야만 느낄 수 있는 그 힘은 청춘이 내뿜는 들끓는 에너지다. 내면에서 들끓고 있지만 정작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에너지는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쪽으로 향한다. 자살을 결론으로 끝맺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명랑하다. 주인공 오난이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내뱉는 말들은 독자들에게 쾌감을 전해준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세상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그러면서도 갈 길을 찾지 못해 오직 해체만을 행하는 오난이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청춘의 자화상이다.


■ 추천사

전통적 소설 문법으로서의 ‘인물’과 ‘서사’가 없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도 없다. 데스마스크 같은 인용부호의 세대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재치와 감각으로 무장했으나 출구 없는 곳으로 내몰린 그들은 어릿광대처럼 쓸쓸할 뿐이다. 청춘의 견장을 단 쓸쓸한 그림자들이 보여주는 지적 유희, 광기의 마스터베이션, 가면 속으로 걸어가는 일은 때론 슬프고 때론 참혹하고 때론 아뜩하다.
_박범신(소설가)

이 소설은 귀엽고 발랄하고 슬프고 열정적이다. 현실의 그물코를 비웃고 짓뭉갠다. 누구나 청춘의 한 시절은, 현실에 대한 이런 통렬한 경멸과 두려움으로 통과할 것이다. 그런 청춘을 억압하고 살해하는 사회는 병들었거나 마침내 소멸로 행진할 게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 《싸이코가 뜬다》가 이 시대, 한편으로 무력하고 권태롭고 경직된 소설 장터에다 일으킨 자살폭탄테러이길 바란다. _이경자(소설가)

탈구축적인 서사구조, 소설 미학의 기본적인 묘사를 거부한 사이버식 서술형 문체, 파격적인 주제와 소재, 번득이는 기지, 동서고금의 독서 편력에서 축적된 지적 분위기가 풍만한 풍자적인 대화와 빈정거림……. 탁월한 재능과 날카로운 현실 비판 의식을 발휘한 21세기형 신세대 작가이다. 이 작품은 우리 소설계에서 탈구조주의가 사회체제를 본격적으로 비판하는 기교로 방향 전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_임헌영(문학평론가)

목차

01 난센스를 느끼는가?
02 언제부터 오류투성이였습니까?
03 외계인도 진화하는가?
04 왜 ‘멜랑콜리’에 열광하는가?
05 야광 도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06 무엇이 젊음을 망치는가?
07 손가락이 열두 개인 이유는?
08 누가 감히 사이코를 비난하는가?
09 미치지 않고는 탈출할 수 없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나?
10 누가 누구를 속이는가?
11 상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12 모든 건 착각에 불과한가?
13 인생이 장난 같지 않냐?
14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되는가?
1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역겨움을 느껴보았는가?
16 욕망은 어떻게 혁명과 만나는가?
17 정답과 해설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추천의 말

본문중에서

자살 100퍼센트 성공법을 가르쳐주지. 이건 유명 학원 족집게 강사들도 감히 해주지 못하는 희소성 높은 강의라고. 기대된다고? 잘 들어. 사람들은 인간의 에스프리가 제로일 때 자살을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오해야. 병신들이 지껄이는 헛소리라고. 자살은 자기애 없인 할 수 없지. 최대의 적은 자기혐오거든. 자살을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 그러니까 피 말리는 고난도 선택 게임이 바로 자살이란 얘기야. 너털웃음, 소주 한 방울, 불경이나 성경으로 고통을 깨끗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자살할 수 없지. 일단 하고 싶은 게 많아야 해. 열정 끝에 불안이 오는 법이야. 불안이란 중독 뒤의 상실감에서 오는 법이거든. 열정과 기대로 꽉 찬 생의 어느 한구석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없을 때만 진정한 자살을 할 수 있지. 그러니 절대 무기력해서는 안 돼. _9~10쪽

막막한 이 세상에서 숨쉬기를 퍽 잘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사이코다. 점점 불안해진다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고? 개도 불안하고 닭도 불안하고 소도 불안한,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동물들이다. 괜찮다, 괜찮다. 무사안일하게 살면 괜찮아진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초강력슈퍼울트라 파워가 있지 않은가? 미친 듯이 국·영·수, 지리, 화학, 지구과학, 물리, 생물, 사회문화…… 헉헉헉…… 정치경제, 불어, 가정, 가사, 국민윤리…… 헉헉…… 교련, 체육, 제2 외국어……를 공부한 우리가 아닌가? 12년 개근 모범생 후유증 환자에게 후천적 의지박약과 거짓말 중독과 정서불안은 일시적인 슬럼프일 뿐. 불안은 성장의 원동력! _17쪽

우리는 유효기간 지난 우유 같은 청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썩어 문드러져서 먹으면 토할 것 같은 우유. 객기와 치기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우리는 즉흥적이고 광포한 감정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루소는 ‘청춘은 제2의 탄생기’라고 했지만, 이놈의 망할 제2의 인생은 피기도 전에 썩어버렸다. 현실주의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술판과 밤샘과 오입의 힘을 빌려 죽을 때까지 자신을 소비하는 것이다. _118~119쪽

내 안엔 늘 모순된 감정이 있었다. 제도에 순응하면서도 동시에 거부하는 감정이 공존한다. 깨뜨리고 싶은 감정과 깨지고 싶지 않은 감정이 공존한다. 퀴즈를 매개로 만난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싫어한다. 자기혐오자를 질색하면서도 나는 종종 자기혐오에 빠진다. 그건 양시론, 양비론만큼이나 비겁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제압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이었다. 딜레마, 난센스, 부조리, 불합리, 모순, 이율배반,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이중성. 젠장,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단어란 열 개도 채 되지 않는구나! _121쪽

아무 데나 가라고? 나는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린 다시 ‘던져진’ 존재가 됐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차가운 세상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감각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게릴라 피시가 되고 싶었다. 재부팅해서라도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모든 욕망과 인간적 고뇌가 사라진 상태. 운명 때문에 무언가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죽어버린 상태. 태초의 상태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혹시 아기들이 울부짖으며 태어나는 이유도 세상의 차가움에 놀랐기 때문이 아닐까? 금속 물체에 닿는 것 같은 차가움이 아기들을 몹시 서글프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들은 울고 또 보채는 것인지도 모른다. _140쪽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노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불안’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인은 약간씩 사이코 기질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조현병은 억압하는 자본주의의 내재적 산물이라고요. 사이코라는 건 의학 용어로 정신병자를 뜻하지요? 그런데 혹시 우리 사회 전체가 하나의 사이코 병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모두 보이지 않는 주삿바늘에 찔린 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고독과의 전쟁이죠. 모두가 사이코라니, 생각이나 해보셨습니까? _153쪽

자살이란 우울한 것도 환상적인 것도 아니며 삶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실에 불과하다. 험악한 지구에서 벗어나 내가 있던 원래의 행성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자기 잘못을 씻는 행위이며 모든 악의 치료제이자 해방구이기도 하면서 단지 작은 휴식일 뿐이다. 차라리 자살이 아닌 ‘자유죽음’이라고 불러달라. 휴머니즘과 존엄성과 자유가 삶을 파멸로 이끌고 자연을 거스르는 괴물처럼 느껴질 때 자유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의 명령과도 같다. 자유죽음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며 마지막 형태의 자유이다. 죽음과 삶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 _313~314쪽

저자소개

권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9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최대한 많은 나라에서 똥을 싸보겠다는 일념하에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지은 책으로는 일본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싸이코가 뜬다》(2004), 중국과 북한 접경 및 동남아시아 골든 트라이앵글을 다녀와서 쓴 《왼손잡이 미스터 리》(2007), 1년의 세계 일주를 토대로 쓴 소설 《눈 오는 아프리카》(2009)와 산문 《암보스 문도스》(2011), 콜롬비아를 보고 와서 쓴 기행문 《가르시아 마르케스》(2021) 등이 있다. 몇 해 전부터 미국에서 살면서 다음 행선지를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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