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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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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아 장편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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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은 지나간 날의 무딘 한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돋아나는 날카로운 힘인 것을
이런 소설이 아니면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_황현산(문학평론가)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개정판 출간!

제11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가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온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윤고은의 《무중력 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작품들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2006년 당시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단문으로 끝까지 이야기를 흩트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열세 살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출판사 서평

“나는 점차 여우와 닮아갔다. 여우처럼 자주 쓸쓸해졌다”
일찌감치 쓸쓸함을 배운 소년의 아름답고 눈물겨운 성장담

소설의 화자인 상진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남자아이다. 상진과 가족들은 청운연립 옥상에 무허가로 지은 옥탑방에 산다. 건물을 발파 해체하는 일을 하다가 사고로 다리를 다친 아버지는 집에서 매일 드라마를 보거나 64빌딩 도면을 살펴본다. 아버지 대신 집안의 가장이 된 엄마는 트럭을 몰다가 포장마차를 운영한다. 상진이 ‘모호면’이라고 부르는 네 살 위 형은 정신지체 장애가 있다.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 첫날, 상진은 옥상에서 눈 위를 가르는 은빛 여우를 목격한다. 그러나 여우를 본 사람이 상진 말고는 아무도 없는지, 도심 한가운데 출현한 여우에 관한 뉴스는 전혀 나오지 않고 상진은 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산속에 있는 판잣집에 살며 색소폰을 연주하는 노인 ‘전인슈타인’에게만 여우를 본 일을 이야기한다. 전인슈타인은 다음에 또 여우가 나타나면 먼저 말을 걸어보라고 조언해준다. 상진은 여우를 다시 보길 기대하지만 여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약간 모자란 형 때문에 부모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102호에 사는 동급생 소연이를 남몰래 짝사랑하며, 옥상 위 노란 물탱크에 일기 같은 낙서를 하는 남자아이. 대체로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지만 조금 일찍 쓸쓸함을 배운 열세 살 소년. 상진에게 은빛 여우는 쓸쓸한 세상에서 무엇인지 모를 희망을 꿈꾸게 하는 존재다.

여우를 따라가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과 전혀 다른 곳. 아버지가 리모컨을 사수하지 않는 곳. 엄마가 트럭을 몰지 않는 곳. 모호면이 더는 모호면이지 않는 곳.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여우는 분명 그런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_본문에서

마음속에 은빛 여우 한 마리를 품은 채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을 꿈꾸며, 상진은 조금씩 성장해간다.

“무엇이든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
자본주의 경쟁에 내몰려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시공간

청운연립 옥탑방에는 호수가 없다. 상진은 옥탑방을 ‘하늘호’라고 부른다. 엄마가 포장마차를 시작하면서 하늘호 사람들에게 변화가 생긴다. 꼬치 메뉴를 개발하고 장사가 잘되자 집 안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늘 리모컨을 허벅지 밑에 깔고 있던 아버지는 꼬치 만드는 일을 돕고, 엄마는 상진에게 ‘성적 관리’를 강요하며 문제집 검사까지 한다. 하지만 상진의 관심은 온통 소연이에게 쏠려 있다. 상진은 문제집을 풀다가도 소연이가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옥상으로 나간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길게” 흘러가던 어느 날. 건물 주인의 부도로 청운연립이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세 들어 살던 연립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다. 옥상에 무허가로 지은 상진의 집은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고, 상진은 불안감을 느낀다.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엄마의 한숨이 늘어간다.
“그렇고 그런 날들”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새벽에 눈을 뜬 상진은 다시 한번 옥상에 나타난 여우를 목격한다. 여우는 상진에게 세상의 진실에 대한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길고 긴 이야기를 마친 여우가 빙긋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먼 데를 응시하던 여우가 교회 첨탑 위로 휙 날아올랐다. 여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가에 서 있었다. 여우가 들려준 긴 이야기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자꾸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우는 이제 쓸쓸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여우는 그때 그날처럼 십자가와 지붕을 딛고 사라졌다. _본문에서

얼마 후, 엄마의 포장마차에 깡패들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형이 칼로 사람을 찌르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서에 끌려갔던 형은 다행히 풀려나고 엄마의 트럭도 돌아온다. 어느 새벽, 눈을 떠보니 아버지와 엄마가 트럭에 이삿짐을 싣고 있다. 트럭 운전석에 앉은 아버지가 시동을 걸고, 상진은 마지막으로 노란 물탱크를 돌아보기 위해 뒤를 돌아본다. 그때 옥상 위로 하얀 물체가 지나간다. 동시에 굉음을 내며 청운연립이 무너져 내린다. 옥상을 가로지르던 하얀 물체가 십자가를 딛고 여명 속으로 사라진다.
어린 상진은 “무엇이든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라고 말한다. 뉴타운이라는 이름 아래 화려하게 발전해가는 도시의 이면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의 슬픔이 고여 있다. 궁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은빛 여우’를 마음속에 품을 줄 아는 열세 살 소년의 이야기는 눈물겹고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독자들의 가슴 한켠에 새겨질 것이다.


■ 추천사
분명히 우리들의 삶 속에 존재하지만, 잔인한 세계 경쟁에 내몰려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시공간을 여기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에서 만난다. 이 작품은 가독성이 뛰어난 감성적 문체와 환상·현실이 교묘하게 배합된 미학적 문법으로 자본주의 경쟁이 폭발하고 있는 우리네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핍진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아름답고 눈물겹고 쓸쓸하다. _박범신(소설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남자아이의 시선으로 세상 밑바닥의 모습을 살핀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단문으로 끝까지 이야기를 흩트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 요소요소에 에피소드도 부족하지 않게 잘 배치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책을 읽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_이순원(소설가)

이런 좋은 소설을 읽을 때마다 다시 고쳐 생각하는 것이 있다. 궁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 어른들이야 어떻게든 이 한 시절을 견뎌내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다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씩씩하며 오히려 어른들을 염려한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약점이 아니라 예봉(銳鋒)이다. 소설은 지나간 날의 무딘 한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돋아나는 날카로운 힘인 것을 이런 소설이 아니면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_황현산(문학평론가)

목차

나는 여우에게서 쓸쓸함을 배웠다
어른들 호주머니에는 사탕이 하나씩 들었다
닭똥집이 야채와 김치를 만났을 때
딸기우유와 크림빵 사이
세상은 지금 해체 중이다
차 안에 여우가 타고 있어요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추천의 말

본문중에서

옥상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분화구 같았다. 지저분한 골목과 허름한 집들이 분화구 표면 여기저기에 널렸다. 지금도 분화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 분화구가 불을 뿜어댈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에 죽고 사는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분화구가 불을 뿜어대면 죽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사는 거였다. 적어도 내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이 동네 사람들은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분화구에 널려 있는 구멍 뚫린 돌처럼 이곳에 존재할 뿐이었다. 거대한 폭발이 있을 그날까지. 그날이 은근히 기다려졌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_13쪽

여우는 물탱크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교회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붉게 빛나는 십자가를 향해 고개를 한껏 치켜든 자세였다. 은빛 털이 바람 따라 간간이 나부꼈다. 여우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 멀리서 푸른 여명이 번져왔다. 여우가 치켜든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옥상 난간 쪽으로 느리게 걸어갔다. 철제 난간은 아슬아슬하게 눈을 이고 있었다. 여우는 단숨에 난간 위로 뛰어올랐다. 곡예를 하듯 교회 첨탑으로 건너뛰었다. 순간 십자가 불빛에 여우가 붉게 물들었다. 십자가 꼭대기까지 올라간 여우는 다시 옆 건물로 가볍게 건너뛰었다. 공중에 떠 있는 십자가들을 사뿐사뿐 딛고 여우는 점점 멀어졌다. _14~15쪽

그때 동물원에서 여우에게 쓸쓸함을 배운 이후 나는 여우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쓸쓸함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가르쳐주지 않은 그것을 여우가 가르쳐주었다. 내가 여우를 사랑하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점차 여우와 닮아갔다. 여우처럼 자주 쓸쓸해졌다. 밥을 먹다가도, 얼굴에 비누칠을 하다가도, 똥을 누다가도 문득문득 쓸쓸해졌다. _40~41쪽

우리 집 식구들은 저마다 다른 우상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상은 리모컨, 엄마의 우상은 중고 트럭이었다. 모호면의 우상은 모호했다. 지금부터 내 우상은 여우다. 동물원 울타리 안에 갇힌 여우가 아니라 십자가를 딛고 사라져버린, 은빛 여우다. 여우를 따라가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과 전혀 다른 곳. 아버지가 리모컨을 사수하지 않는 곳. 엄마가 트럭을 몰지 않는 곳. 모호면이 더는 모호면이지 않은 곳.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여우는 분명 그런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쓸쓸함이란 비밀을 간직한 그 무엇만이 낼 수 있는 빛깔이었다. _41쪽

노란 물탱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쭈그리고 앉아 물탱크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쫑긋한 귀에 세모 모양의 얼굴을 한 여우였다. 여우는 작고 귀여웠다. 그 옆에다 등에 따개비 꽃이 핀 귀신고래를 그렸다. 하늘을 향해 물을 뿜어대는 귀신고래 역시 작고 귀여웠다. 귀신고래 옆에다가 여우를 또 한 마리 그렸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귀신고래를 그렸다. 여우 옆에는 귀신고래, 귀신고래 옆에는 또 여우. 이런 식으로 그려나갔다. 노란 물탱크 하단부가 수십 마리의 여우와 고래로 꽉 찼다. 마치 여우와 고래가 강강술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_75쪽

옥상은 세상 구석구석 숨어 있는 비밀을 내게 누설했다. 요즘 나는, 내가 이 옥상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큰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비밀을 많이 간직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_138~139쪽

그렇고 그런 날들이 차라리 좋을 때가 있었다. 나는 매번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살았다. 그렇고 그런 날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고 그런, 변화 없는 날들이 오히려 다행스럽고 고마웠다. 멀어지는 엄마 뒷모습도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렇고 그런 날들이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_272쪽

저자소개

조영아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강원도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5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에 단편 〈마네킹 24호〉로 등단, 2006년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로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갈 길이 멀고 힘들다. 부지런히 걷고 볼 일이다. 두 아이의 아이들이 사랑을 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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