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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월간에세이》(1990)으로 등단하여 현재까지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은총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작가는 남아있는 나날도 오직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오후 네 시는 그의 인생 후반을 시작하는 시간으로 그의 후반기 인생의 서정을 본 수필집에 담았다.

추천사


내 의지는 문장 앞에 무력하다. 문장을 이어가야 내가 살 수 있다. 내게 문장은 밥 같은 것이다.머릿속에, 심중에 문자들이 바람결로 일렁인다. 때로는 비단실로 보드랍게 휘감기고, 때때로는 히스클리프의 언덕처럼 폭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그럴 듯한 문장 하나가 가슴을 벅차게도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생각들이 무질서하게 난무하기도 한다. 그런 심경들을 일기로 써서 ‘수필일기’라 이름 짓고, 2007년에 책을 한 권 냈다. 『국화꽃 피다』이다. 이 작은 책에 담긴 글들은 정제되지 않은 최초의 문장들이므로 나와 가장 밀착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나는 수필집들보다 더 좋아했다.그리고……일기쓰기를 그만 두었다. 어느 날, 문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투리 사유들을 끼적인다고 글이 되지도 않거니와, 더러는 치졸한 감상에 머무는 내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훌훌 날려버려도 좋을 기억들을 공연히 쌓아둠으로써 근심덩어리의 곳간이 되고 만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사는 게 그렇다. 그런 마음이면 그만두면 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어휘나 문장을 어쩌지 못한다. 지금 생각으로는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그러니까 무기한으로 쓸 생각이다. 헛헛하다. 시리다. 이 허기를 읽을거리와 쓸거리로 채워야지, 달리 무슨 수가 있으랴.그리하여 나는 ‘오후 네 시’를 표제로 두 번째 산문산책을 시작하는 것이다. 몇 해 전, 지면에 연재했던 산문산책 ‘그날부터’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였다. 이 글은 독서일기, 수필일기이다. 이 글은 또한 수필이라는 형체가 되기 전의, 쓰일 수도 있고 버려질 수도 있는 질료 같은 것이다. 나는 글쓰기의 자유를 열망한다. 하여 까다로운 수필적 제약을 배제한다. ‘나’라는 일인칭도, 터부시하는 접속사도 마음껏 쓰련다. 동어반복도 주저하지 않겠다. 막 써내려가는 글이다. 꼭지의 길이도 제멋대로이다. 그저 문장일 뿐이다. 내 인생의 오후 네 시쯤에 시작한 이 문장들이 오후 여덟 시 혹은 자정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목차

프롤로그 / 4오, 눈이여, 내 보배 중의 보배여! / 16글감옥 / 17한심타 / 18고요 / 20물음/ 22별사別辭 / 25버킷리스트 / 27서사/ 29후지와라 신야 - 나는 걸었다, 세계는 좋았다 / 30쓰고 싶다 / 32오, 나의 사랑하는 문자여! / 34봐 주고 싶다 그런 나를 / 36춤추라, 사랑하라, 노래하라, 살라 / 37무제/ 40꽃처럼 질 수 있어서/ 41마음 없이 살고 싶다/ 43월요일 오후 네 시 오 분 / 46그 금쪽같은 시간에 / 50내 사랑아 / 53그냥/ 55떠남 그리고 밤/ 57장 그르니에 그리고 카뮈 / 60숭고/ 62봄빛 / 63幻 / 65글쎄 / 66순례자 / 68그리고 또 술, 블랙러시안 / 70걱정인형 / 72지적 희열 / 74왜 안 될까? / 75포행 / 77낙숫물소리 / 80그럭저럭 살자 / 82어떤 사람 / 86그리 되고 있다 / 89그때쯤이면 / 93일요일 저녁 / 95넋두리 / 97살아있다 / 98사만다, 무릇 어미는 그런 것이다 / 100잠 안 오는 밤에 / 102온 세상이 환하다 / 105커피 또는 두통약 / 107치열 / 109무엇 때문에? / 111이토록 기분 좋은 작은 것들 / 114바람결을 따라 / 117해로偕老 / 119보이는 대로 보려니 / 122산으로 가지 않고 / 124봄바람이 불어와서 / 126위로 / 129글상 차리기 / 130문득 / 134명료, 명쾌 / 136여름은 그저 여름이겠거니 / 139허??백신접종기記 / 140만추 / 143버드맨 / 145로맨틱 / 147무제 / 149불어라 봄바람, 솔솔 불어라 / 150감천리 / 153에필로그 / 156

저자소개

허창옥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3

1953년 출생 아호 : 지원芝園. 경북 달성군 성서면 본리동(대구시 달서구 본동의 옛지명)의 한 동네였던 감천리에서 태어나서 열두 살까지 성장했다. 경북여고, 효성여자대학(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월간에세이로 등단해서 한국문협, 대구문협, 수필문우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17회 약사문예 수필부문 당선(1989), 제6회 약사문학상 수상(1994), 제15회 대구문학상(1997)을 수상했다. 수필집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길', '먼 곳 또는 섬', 산문집 '국화꽃 피다', 수필선집 '세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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