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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ㆍ여름 [양장]

원제 : Noces suivi de 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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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결혼 · 여름』은 카뮈 사상의 핵심인 ‘부조리’와 ‘반항’의 출발 및 완성 과정이 육성으로 들리는 듯한 자전적 기록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을 벅차 오르게 했던 『결혼 · 여름』의 가장 큰 매력은 감각적이며 관능적인 문체다. 드물게 시와 사상, 예술과 철학이 완벽하게 결합된 에세이가 우리에게 닿았다.

이 에세이가 출간된 시기는 카뮈가 『이방인』으로 최고의 작가가 되기 전이다.
카뮈의 유년기부터 20대 초중반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좌절과 불확실함의 연속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사치였던 가난한 유년시절, 열일곱 살에 발병해 그를 죽음 근처로 몰아갔던 폐결핵, 스물한 살에 감행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른 결혼과 파국, 폐결핵 병력으로 인한 교수 응시 자격의 박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과 같이 쓴다. 사는 것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 해도, 이 세계 속에서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가겠다고.

마르그리트 뒤라스, 미셸 우엘백, 프랑수아즈 사강 등 다수의 프랑스 문학 작품들을 소개해 온 장소미 번역가가 『결혼 · 여름』의 섬세한 시적 정취를 살려 현대적으로 번역했다.

어떤 글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결혼 · 여름』이 지닌 청춘의 생명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젊음을 마주한 느낌, 다시 젊음을 되찾는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책 머리에

결혼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
사막

여름
미노타우로스 혹은 오랑에서 잠시 휴식 아몬드나무들
저승의 프로메테우스
과거 없는 도시들을 위한 간략한 여행가이드 헬레네의 추방
수수께끼
티파사에 돌아오다
가장 가까운 바다(항해일지)

옮긴이의 말
알베르 카뮈 연보

본문중에서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간다. 교훈이라거나, 이른바 위대함이 요구되는 쓰라린 철학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 입맞춤, 야생의 향, 이 이외의 모든 것들이 헛되게 여겨진다. P.20

각종 향기와 태양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이제는 선선해진 저녁 공기 속에서, 정신은 차분해졌고 이완된 몸은 충족된 사랑에서 비롯된 내면의 침묵을 음미하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았고,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둥글게 사그라드는 들판을 바라보았다. 나는 충족되었다. P.26

가슴에 기이한 기쁨이 밀려들었다. 고요한 정신에서 비롯되는 바로 그 기쁨이. (……) 나는 내 배역을 훌륭히 수행했다. 인간이라는 내 직업을 완수했다. 내게는 하루 온종일 기쁨을 누린 것이 특별한 성취라기보다는, 어떤 경우엔 행복해야 할 의무가 부과된 우리 인간 조건의 감동적인 완수로 여겨졌다. 이후엔 고독이 찾아들었으나, 이번엔 만족감 속의 고독이었다. P.26

잠시 후 압생트 풀밭에 몸을 던져 그 향이 몸에 배게 할 때, 나는 모든 편견에 맞서 진리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그 진리는 태양의 진리이고, 또한 내 죽음의 진리일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 삶. P.23

꽃, 미소, 욕망, 여자들을 떠올리며, 죽음에 대한 내 모든 공포가 삶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죽은 뒤에 살아있을 사람들을, 꽃과 여인에 대한 욕망을 그들의 살과 피로 감각할 사람들을 질투한다.
나는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기에는 삶을 너무 사랑하기에 시샘하는 것이다.
내게 영원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P.36

나는 초인적인 행복이란 없고, 하루의 흐름 이외에 영원한 건 없음을 깨닫는다. 부질없으나 핵심적인 이 행복, 이 상대적 진실만이 오직 나를 감동시킨다.
그 밖의 것들, 그러니까 ‘이상적인 것들’을 이해하기엔 내 영혼으로 역부족이다. 바보처럼 굴어야 해서가 아니라 천사들의 행복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이 하늘이 나보다 더 오래 지속되리라는 것만을 안다.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되는 것, 그것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영원이라 부르겠는가? P.53

이미 계절은 흔들리고 여름이 기운다. 숱한 폭력과 경직 끝에, 9월의 첫 비가 내린다. 마치 며칠 새 이 고장에 부드러움이 스며든 듯, 해방된 대지의 첫 눈물 같은 비다. 같은 시기에 캐롭나무가 알제리 전역에 사랑의 향기를 퍼뜨린다. 저녁이나 비가 내린 뒤에, 쌉싸름한 아몬드 향 정액으로 배를 적신 대지 전체가 여름 내내 태양에 바쳤던 몸을 쉬게 하고 휴식한다. 이제 이 냄새는 다시 인간과 대지의 결혼을 축복하고,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생생한 단 하나의 사랑을 일깨운다. 끝내는 스러질 것이나 너그러운 사랑을. P.55

깊이 사랑하는 여인의 매력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읊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그냥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굳이 감행한다면, 특유의 입술을 삐죽거린다든지 고개를 설설거리는 식의 사람 마음을 녹이는 한두 가지 구체적인 보기를 들 수는 있겠다. P.133

‘나는 나의 시대를 증오한다.’ 죽기 직전 생텍쥐페리는, 내가 이야기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로 이렇게 썼다. 그러나 이 외침이 아무리 인상적이더라도, 인간을 경탄스러운 존재들로 여기고 사랑했던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우리는 그 외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느 때는 이 음울하고 삭막한 세상에 등 돌리고 싶은 유혹이 어찌나 강렬한지! 하지만 이 시대는 우리의 것이고, 우리는 자신을 증오하며 살 수 없다. P.147

세계의 부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찬란한 햇빛인가, 아니면 햇빛이 없던 날의 추억인가? 그 숱한 햇빛의 기억과 함께 나는 어떻게 무의미에 기댈 수 있었을까? P.152

그 모든 세월 동안 나는 막연히 무언가가 아쉬웠다. 일단 한번 강렬한 사랑을 맛보면, 또 다시 그 격정과 빛을 찾느라 인생을 보내게 된다. 아름다움과 자신에게 주어졌던 감각적 행복을 포기하고 오직 불행만 섬기려면 위대함이 요구되겠지만, 내겐 그 위대함이 없다. p.166

그렇게 나는 오래도록 방치하면 존재가 말라붙게 될 두 가지 갈증을 해소했다. 두 가지 갈증이란 바로 사랑하는 것과 찬탄하는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저 불운일 뿐이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행이기 때문이다. P.170

자정, 해변에 홀로 있다. 조금 더 기다린다. 그리고 떠날 것이다. 바로 이 시간, 전 세계에서 불빛들로 반짝이는 저 여객선들이 항구에 멈춰 검은 물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하늘 자체도 모든 별들과 함께 멈춰있다. 공간과 침묵은 똑같은 무게로 가슴을 누른다. 갑작스러운 사랑, 위대한 작품, 결정적인 행동, 빛나는 사상은 어느 순간 저항할 수 없는 매혹과 함께 견딜 수 없는 불안을 안겨준다. 존재의 달콤한 번민,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위험의 감미로운 임박, 그렇다면 사는 것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다시 한번, 쉼 없이, 우리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자.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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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알베르 카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131107

1913년 알제리의 몽드비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에 전사한 뒤,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공립초등학교와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한 그는 1936년에 고등교육 수료증을 받고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 결핵이 재발해 단념하고, 졸업 후 진보적 성향의 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42년 7월 존재의 부조리성(不條理性)을 다룬 《이방인(異邦人, L’?tranger)》과 동일한 주제를 철학적 에세이로 풀이한 《시지프 신화(神話)》를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고, 이어 《페스트》(1947)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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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미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에서 영화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옮긴 책으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 『복종』, 로맹 가리의 『죽은 자들의 포도주』, 파울로 코엘료의 『히피』, 브누아 필리퐁의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에르베 기베르의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 조제프 인카르도나의 『열기』, 안 이카르의 『날개 꺾인 너여도 괜찮아』, 베르나르 키리니의 『아주 특별한 컬렉션』, 필립 지앙의 『엘르』, 필립 베송의 『이런 사랑』 『10월의 아이』 『포기의 순간』, 마르크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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