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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합본 특별판(지대넓얕)(리커버:K)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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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출간 10년, 인문학의 역사를 새로이 쓰다
현실적인 지식과 철학적인 사유를 집대성한
우리 시대 기념비적 베스트셀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출간 10주년 기념 양장 합본 특별판으로 만나다!

2014년 혜성처럼 등장해 인문학 대중화의 지평을 연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합본 특별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합본 특별판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양장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출간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합본이 출간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아직도 살아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다가올 10년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이 책도 그 변화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때에도 이 책이 다루는 본질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위안이 된다. 이 단단한 구조가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 첫발을 내딛는 열정 가득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대한 구조를 마음에 품고 자기 삶의 구체적 복잡성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질 때, 혼돈은 가라앉고 감춰졌던 길은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독자와 작가가 그 길 위에서 더 지혜로워진 후에 지금처럼 함께 지적 대화를 나누며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_저자의 말 중

기존에 각 권을 통해 지식을 흡수한 독자라면 이번 책에서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는 작가의 기획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채사장 스타일’의 지식 편집과 지적 세계를 실감할 것이다. 1,3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지식의 흐름에는 현실적인 지식부터 철학적인 사유까지, 혼란의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 있다. 그동안 ‘지대넓얕’ 시리즈를 닳도록 읽어온 독자라면 이 아름다운 양장본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일이 더욱 가치 있을 것이다.

목차

저자의 말

이 책을 읽는 방법

[1권]

프롤로그


역사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
역사는?시간에서?출발한다

생산수단 그리고 자본주의의 특성 ?
역사를?설명하기?위한?핵심?개념?두?가지

원시 공산사회 ?
어느?날?생산수단이?탄생했다

고대 노예제사회 ?
생산수단은?왕과?노예를?만들었다

중세 봉건제사회 ?
계급은?더욱?세분화되었다

근대 자본주의 ?
새로운?권력이?탄생했다

중간 정리 ?

근대 자본주의의 전개 ?
공급과잉이?시작되었다

제국주의 시대 ?
그들에게는?식민지가?필요했다

제1차 세계대전 ?
공급과잉이?전쟁을?일으켰다

세계 경제대공황 ?
가격?경쟁은?대공황으로?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
공급과잉으로?두?번째?전쟁이?일어났다

냉전 시대 ?
왜?자본주의와?공산주의는?대립하는가

신자유주의의 탄생 ?
새롭고?독특한?경제체제의?세계

최종 정리


경제

네 개의 경제체제 ?
경제가?바뀌면?모든?것이?바뀐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 ?
당신은?어떤?사회를?선택하겠는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
너에게?생산수단을?허하노라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어떻게?변화해왔는가

초기 자본주의 ?
시장은?자유다

후기 자본주의 ?
정부의?개입이?필요하다

신자유주의 ?
다시?시장에?자유를?주어라

공산주의 ?
공산주의는?왜?실패했는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구분?
무엇이?공산주의이고?무엇이?사회주의인가

역사와의 연계?
경제체제는?시대?상황을?반영한다

중간 정리 ?

성장중심정책과 분배중심정책?
결국은?성장과?분배의?문제다

최종 정리


정치

보수와 진보 그리고 민주주의 ?
경제체제를?무엇으로?할?것인가

보수와 진보의 이론적 구분?
당신은?보수인가,?진보인가

보수와 진보의 현실적 구분
현실에서?보수와?진보는?어떻게?나타나는가

중간 정리 ?

FTA, 무상급식, 민영화 ?
보수와?진보를?실제?현실에?적용해보자

보수/진보에 대한 축구 경기의 비유 ?
보수와?진보의?한판,?당신은?누구를?응원하겠는가

민주주의 ?
민주주의는?어떻게?독재를?탄생시키는가

독재, 엘리트주의 ?
독재와?엘리트주의는?나쁜?것인가

독재와 민주주의 비교 ?
지금?우리에게?필요한?정치체제는?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
경제와?정치는?어떻게?결합되는가

민주주의의 형식적 급진성과 현실적 보수성?
우리는?왜?보수화되어가는가?

최종 정리

사회

개인과 사회?
역사,?경제,?정치가?사회에?미치는?영향

개인과?사회의?이익이?충돌할?때?누구의?편에?설?것인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
개인과?사회의?이익이?충돌할?때?누구의?편에?설?것인가

이기주의와 전체주의 ?
전체주의는?개인이?비윤리적?행위에?눈감게?한다

자연권 ?
전체주의에서?개인을?구하는?법

전체주의와 세금?
부유층의?세금을?높이는?것은?전체주의적?폭력인가

중간 정리

미디어의 말 ?
미디어는?어떻게?거짓을?말하는가

최종 정리


윤리

우리를 시험에 빠트리는 윤리적 상황?
윤리적?판단은?상황에?따라?달라진다

윤리의 정의?
윤리적?판단은?실제?세계와?무관하게?존재한다

의무론과 목적론?
주어진?의무를?고려할?것인가,?미래의?결과를?고려할?것인가

의무론과 정언명법?
절대적인?도덕?법칙을?찾아라

목적론과 공리주의?
최대?다수의?최대?행복을?구하라

중간 정리 ?

하이에크와 롤스?
어떤?사회가?윤리적인가?

최종 정리

에필로그


[2권]

프롤로그


진리

진리란 무엇인가 ?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편하는 것

진리의 역사
자연신에서 포스트모던까지

최종 정리

철학

세가지 중심 개념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

고대 철학
소피스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중세 철학
교부철학, 스콜라철학

근대 철학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 니체

중간 정리

현대 철학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실존주의

최종 정리

과학

과학의 역사
절대주의에 대한 낙관

고대 과학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중세 과학
과학의 잠복기와 오컴

근대 과학
갈릴레이의 지동설 그리고 수학적 근거

뉴턴

종교

종교라는 진리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종교의 구분
절대적 유일신교와 상대적 다신교

절대적 유일신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중간 정리

상대적 다신교
힌두교, 불교, 티베트불교

최종 정리

신비

마지막 여행, 신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죽음의 순간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와 철학적 입장

죽음 이후
죽음 이후의 네 가지 가능성


통시적 측면에서의 인생과 공시적 측면에서의 의식

중간 정리

의식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진짜인가

의식 탐구의 한계
발견되지 않는 주관의 세계

최종 정리

에필로그




존재에서 관계로, 물리학의 확장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

중간 정리

현대 과학
결정되지 않은 우주

과학철학
과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최종 정리

예술

예술의 구분
시간의 형식을 따르는 예술과 공간의 형식을 따르는 예술

예술적 진리에 대한 입장
어떤 그림이 훌륭한가

고대 미술
그리스 미술, 헬레니즘, 로마미술

중세 미술
초기 미술,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미술
르네상스 양식, 바로크, 로코코

중간 정리

초기 근대 미술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후기 근대 미술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현대 미술
입체주의와 추상미술

오늘날의 미술
예술의 주체를 흔들다

최종 정리

종교

종교라는 진리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종교의 구분
절대적 유일신교와 상대적 다신교

절대적 유일신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중간 정리

상대적 다신교
힌두교, 불교, 티베트불교

최종 정리

신비

마지막 여행, 신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죽음의 순간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와 철학적 입장

죽음 이후
죽음 이후의 네 가지 가능성


통시적 측면에서의 인생과 공시적 측면에서의 의식

중간 정리

의식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진짜인가

의식 탐구의 한계
발견되지 않는 주관의 세계

최종 정리

에필로그

[제로]

프롤로그

준비 운동
세계의 구조화와 판단중지


우주: 세계의 탄생

우주의 탄생
왜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려 하는가

시간 이전의 시간
다중 우주와 평행 우주

우주 너머의 우주
우주가 여러 개라는 몇 가지 모델

중간 정리

차원에 대하여
0차원에 대한 상상

다중 우주론이 해결하는 문제
우주가 하필 지금의 모습인 이유

인간 중심 원리
우주의 존재 이유와 인간

최종 정리


인류: 인간과 문명

우리 우주의 시작
어떻게 빅뱅 이론을 증명했을까

빅뱅 이후의 역사
0초부터 138억 년까지

우리 우주의 크기
너무도 큰 공간 속 너무도 작은 존재

지구의 탄생
충돌과 동반자 그리고 지질 시대

생명의 탄생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중간 정리

진화에 대하여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류의 탄생
각지로 퍼져나간 현생인류

문명의 탄생
세계 4대 문명과 인간의 삶

길가메시 서사시
인간에 대한 가장 오래된 보고서

최종 정리


베다: 우주와 자아

위대한 스승들
왜 그들은 축의 시대에 등장했는가

역사적 배경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절반

베다의 신화
신에 대한 세 가지 구분

일원론의 시작
고대 인도인이 찾은 궁극의 지혜

범아일여의 현대적 의미
자아, 세계 그리고 관계

사회적 영향
내면을 탐구하는 자들의 시대

중간 정리

우파니샤드의 문제
모든 종교가 갖게 되는 고민

바가바드 기타
세속과 탈속의 화해

힌두교의 세계관
인도 정신의 종합

최종 정리


도가: 도리와 덕성

역사적 배경
신화와 역사의 경계는 어디인가

노자의 생애와 사상
탈속의 철학자

도덕경의 내용
우주의 질서와 내면의 질서

중간 정리

노자와 공자의 만남
두 가지 삶의 태도

공자의 생애와 사상
세속의 철학자

논어의 내용
인간 사이의 실천 덕목

공자 이후
유학의 발전

공자와 노자의 차이
혼란을 멈추는 방법

외래 종교의 유입
불교의 등장

신유학의 세계관
일원론으로의 귀결

최종 정리


불교: 자아의 실체

역사적 배경
불교는 어떻게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나

싯다르타의 생애와 사상
출가와 깨달음

붓다의 가르침
고통의 원인과 해결

불교와 베다의 차이
고정된 자아는 있는가, 없는가


붓다 이후의 불교
계승과 분열

중간 정리

불교 외연의 확장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대승불교의 두 사상
중도와 의식

자아에 대한 두 가지 입장
진아와 무아

최종 정리


철학: 분열된 세계

이원론의 세계
왜 서양 철학은 한계에 봉착했는가

역사적 배경
유럽의 정신,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협력과 대립, 두 번의 전쟁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
사유하는 인간

플라톤과 이데아론
이원론의 시작

동양의 세계관과 서양의 세계관
인류라는 거인의 우뇌와 좌뇌

중간 정리

관념론의 의미
눈앞의 세계는 진짜인가

칸트의 생애와 사상
외부 세계를 내면 세계로

철학사적 배경
인식론의 고민과 칸트의 답변

칸트 이후의 현상학
이원론에서 일원론으로

세계의 실체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

최종 정리


기독교: 교리와 신비

서양 사상의 두 토대
어떻게 서로 다른 사상이 공존했는가

역사적 배경
다시 등장하는 그리스인

로마 제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로마 제국 변방의 유대 지역
유대인의 파란만장한 역사

예수의 생애와 사상
출가와 죽음 그리고 부활

중간 정리

예수의 두 가지 의미
역사로서의 예수, 초월로서의 예수

기독교의 탄생
세계 종교가 된 이유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의 융합
세계관의 공유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일원론의 가능성

최종 정리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며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엄마를 찾아선 안 된다는 것과, 몽둥이의 고통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유를 향한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몽둥이를 든 가난한 자들에게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이것이 단순히 선악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 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 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 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 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을 것이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 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우주의 크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지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초월적 거대함 앞에서 내 일상의 사소함은 너무도 하찮게 느껴진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인류가 ‘신’을 놓지 못하는 철학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가치 때문이다. 이 거대한 세계를 창조한 신이 인간의 기원일 것이라는 상상은 나의 존재론적 하찮음을 해소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위안도 우주의 크기를 가늠할 때면 쉽게 무너지고 만다. 만약 모든 존재가 실제로 신의 창조로부터 비롯되었다면, 그가 초공간의 다중 우주를 창조했고 영원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 속에서 수없이 점멸하는 미니 우주들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봤다면, 그리고 그중 하나의 미니 우주에서 수천억 개의 은하가 탄생하고 죽는 것을 지켜보고, 그중 하나의 작은 은하 변두리에 위치한 먼지보다 작은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에서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본 이후에, 그 지구 위에 잠깐 존재하고 사라지는 인간의 삶에 그토록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 우주의 크기〉 중에서

예쁜꼬마선충의 프로그램화는 인간의 프로그램화에 대한 생각으로 쉽게 확장된다. 물론 인간의 뉴런은 대략 100억 개로, 302개뿐인 예쁜꼬마선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복잡하다. 하지만 이것은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양적인 차이다. 만약 가까운 시일에 인간의 뉴런 정보가 선명히 밝혀지고 이에 대한 정보를 프로그램화한다면, 우리는 프로그램 안에서 인간처럼 반응하고 말하는 그 무엇인가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 인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철학적 논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프로그램 인간이 질문을 던지는 날에 우리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의 탄생〉 중에서

“여보게 A.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그려. 우리가 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내가 맘모스도 유인하고 그랬었지. 말 나온 김에 옛정을 생각해서 곡식 좀 같이 먹지.”
A는 B와 함께 도우며 생활했던 과거를 떠올렸고, B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A가 말했다.
“그래, 그때는 참 즐거웠지. 여기 곡식이 있네. 그런데 오늘 내가 조금 피곤하니 화장실 청소 좀 부탁하네.”
지시 관계가 발생했다. 이제 A는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B는 지시에 따라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자. 어떻게 겉보기에 별로 다를 바 없는 A가 B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었는가? A가 가진 생산 물 때문이다. 그렇다면 A의 생산물은 어디서 온 것인가? A가 가진 생산수단에서 왔다. 즉, 생산수단을 소유하면 생산물을 소유하게 되고, 그 생산물을 이용해서 권력을 얻게 된다. 재미있는 일이다. 생산수단과 생산물은 단순한 물질이다. 그런데 그런 물질이 비물질적인 사회적 관계로서의 권력 관계를 발생시킨 것이다.
-〈원시 공산사회〉 중에서

‘신’은 요청된다. 지배자는 신을 부른다. 신이 진짜로 응답을 하거나 말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신이 진짜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지배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지배자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신’이라는 언어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신은 지배자가 사회를 지배할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독단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자일수록, 그의 신앙은 절실해 보인다.
-〈고대 노예제사회〉 중에서

부르주아가 왕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왕의 권위를 정당화해주는 신부터 극복해야 했다. 다시 말해, 신의 역할을 대신해줄 만한 무엇인가를 찾아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르주아는 인간의 ‘이성’으로 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했다. 이성은 신이 독점했던 두 가지 역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었다. 우선 이성은 현실적 물음에 답을 준다. 우리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여기에 왔으며, 다른 생물종들과 다르지 않은 생물학적인 존재다. 우리가 땅에 발 딛고 사는 것은 중력이라는 힘 때문이고,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중력은 만유인력의 다른 표현인데, 만유인력은 우주 전체의 작동 원리다. 이렇게 이성은 신을 배제하고도 현실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성은 인간의 사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사후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의식과 정신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도 영혼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사후 세계를 말하는 것은 경험적 근거가 없는 비과학적인 태도이고, 종교의 환상에 젖어 있는 망상일 뿐이다. 영혼도 사후도 없다. 죽음은 신체 기능의 정지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부르주아는 왕을 정당화하는 신을 대신해 자신들을 정당화해주는 이성을 성공적으로 세계에 입성시켰다. -〈중세 봉건제사회〉 중에서

‘국가’는 요청된다. 국가라는 개념은 신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지배체제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특히 ‘애국’에 대해 강요함으로써 지배자들을 편리하게 한다. 그래서 애국은 국가 차원에서 장려되고 교육된다. 애국자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과 기념 절차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사회는 이들을 지칭하는 어휘를 검열하고 교정한다. 반대로 애국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공공연한 정치ㆍ사회적 압력이 가해지고, 이들을 지칭하는 어휘에는 거칠고 모욕적이며 배타적인 언어들이 허용된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요청은 자본주의만의 특징은 아니다. 신을 요청할 수 없는 모든 지배 권력은 애국을 장려한다.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혹은 지적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신과 국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신과 국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이들의 존재를 부정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과 국가의 객관적인 의미를 초월해서 사회ㆍ정치적으로 과장되고 포장된 의미가 나에게 강요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냉전 시대〉 중에서




A와 B가 나무 아래서 장기를 두고 있다. A가 말을 들어 B의 진영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장이야.” B가 당황한다. A가 점잖게 말을 잇는다.
“장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말이야, 머리를 써야 한다네. 눈을 감고 고도로 정신을 집중해서 말들의 다음 움직임을 논리적으로 예측해야 하지. 자네는 머리를 쓰지 않는 게 문제네.”
장기판을 뚫어져라 주시하던 B가 말을 하나 움직이며 말한다.
“멍이야.”
A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장기판을 주목한다. B가 움직인 말 때문에 A 의 중요한 말들이 위험해졌다. B가 말한다.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먼.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네. 삶의 경험은 생각만으로는 얻을 수 없지. 진짜로 장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작정 많이 해보는 것뿐이라네. 수많은 실수를 통해 우리는 장기판을 장악하는 법을 알게 되지.” B의 말이 다 끝날 때쯤, A와 B 근처에서 등을 돌리고 자고 있던 C가 벌떡 일어났다. A와 B는 깜짝 놀랐다. C가 얼굴을 돌렸다. 화가 나 있었 다. A와 B는 더 놀랐다. 그 상태로 C는 둘에게 걸어와 소리쳤다.
“시끄러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네! 너희, 장기를 말로 하냐? 그냥 하지 마!”
그러고는 장기판을 뒤엎어 버렸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역사에는 A, B, C가 언제나 함께 있었다. A가 우세할 때가 있었고, B가 또는 C가 우세할 때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언제나 거기 있었다. 이들은 철학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할 이 책 전체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을 소개 한다. A는 절대주의, B는 상대주의, C는 회의주의다.
-〈세 가지 중심 개념〉 중에서

인식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서양 철학의 주요 분야로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존재론과 인식론을 먼저 간략히 구분한 후에, 근대 철학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존재론과 인식론은 진리에 대해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존재론은 ‘진리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해 답한다면, 인식론은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보자. P와 Q는 지금 외계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P : 외계인이 진짜 있을까?
Q : 그럼, 있지.
지금 P와 Q의 대화는 ‘존재론’적인 대화다. 존재론은 특정 존재의 유무나 존재 방식에 대해서 논하는 분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있다. 존재론은 ‘~이 있는가?’ ‘~은 있다’의 술어로 표현된다. 철학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신이 있는가?’ ‘이성이 있는가?’ ‘영혼은 무엇인가?’ ‘자유는 무엇인가?’ ‘신의 존재 방식은 무엇인가?’ ‘이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논의되었다.
계속해서 P와 Q의 대화를 들어보자.
P : 응? 외계인이 있다고? 어떻게 알았는데?
Q : 이성으로 생각해보면, 우주가 무한하니까 지구랑 비슷한 물리적 조건을 갖는 행성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같은 물리적 조건이라면 생명의 탄생 조건도 비슷했을 테니까.
지금의 대화는 ‘인식론’적인 대화다. 인식론은 존재론처럼 있느냐 없느냐의 물음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다. ‘~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의 술어로 표현된다. ‘우리가 신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진리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 ‘영혼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등으로 논의되어왔다.
-〈근대 철학〉 중에서

저자소개

채사장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1

2014년 겨울에 출간한 첫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2015년 국내 저자 1위를 기록했다. 차기작으로 현실 인문학을 다룬 《시민의 교양》과 성장의 인문학을 다룬 《열한 계단》, 관계의 인문학을 다룬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책과 동명의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장기간 팟캐스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정치 내용 판도의 팟캐스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15년 아이튠즈 팟캐스트 1위를 기록,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2억 건을 넘어서며, 방송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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