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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큰글자도서)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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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전쟁〉에 이은 박태균의 또 하나의 역작!
미국은 왜 베트남전쟁에 개입했을까? 그리고 자신의 안보도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한국은 왜 베트남으로 전투부대를 보냈을까? 미국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 시작된 베트남전쟁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참전을 거부했음에도, 왜 한국 정부는 파병을 결정했을까? 우리에게 기억되는 베트남전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05년 〈한국전쟁〉으로 주목받았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가 베트남전쟁을 일괄하는 신간을 내놓았다. 국내외 관련 도서와 논문은 물론 외교문서까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10여 년간의 조사 끝에 이 책을 내놓았다.
1964년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처음으로 파병한 이래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32만이 넘는 한국군이 베트남으로 갔다. 그들 가운데 5천 여 명은 전사했으며, 1만 명 이상은 전후에 고엽제로 고통 받았다. 그리고 죄 없는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죽었다. 베트남전쟁 파병은 최초이자 최대의 해외 파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전쟁 특수에 가려 파병 전사들과 민간인 학살 문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세기 또 하나의 전쟁, 베트남전쟁이 한국과 세계에 남긴 발자국을 살펴본다.

파병 50돌, 전쟁을 생각하다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그들은 왜 베트남으로 갔는가’에서는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이유를 살펴본다. 한국의 역사교과서에는 베트남 남북 사이의 이념 갈등, 공산주의의 확산을 파병 원인으로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1961년 5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한국의 군부와 그 대표자인 박정희가 정권 승인을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한국군 파병을 먼저 제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기서는 한국군 파병의 진실과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베트남전쟁의 모습을 비교해본다.
‘제2부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전쟁’에서는 베트남의 내부 상황과 서로 죽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던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도 주목한다. 미국은 베트남 내부의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적이 북베트남인지 혹은 베트콩인지, 아니면 베트콩을 지지하는 남베트남의 사람들인지. 명분 없이 시작한 전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무고한 사람들만 죽어갔다.
‘제3부 병사들의 기록’에서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병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당시 참전 군인들의 출신 성분과 징병 과정 등을 파헤친다.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간 사람들에게는 베트남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막으면 국가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사명감, 혹은 적절한 보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국가는 그들에게 싸워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난한 집안 출신의 군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따가운 시선뿐이었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던 군인들의 전후의 삶도 함께 살펴본다.
‘제4부 미국은 베트남에서 어떻게 패배하는가’에서는 미군의 철수 과정을 살펴본다. 통킹만으로 본격화된 전쟁은 3년이 되지 않아 반전 운동의 벽에 부딪힌다. 결정적 계기는 1968년의 구정공세였다. 전쟁에 지친 것은 군인들뿐이 아니었다. 베트콩은 남베트남 사람들의 인심이 점차 멀어지자 고민 끝에 총공세를 펼쳤으나 결과는 대패였다. 구정공세의 결과가 베트콩의 의도와 반대로 미군의 승리를 가져왔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구정공세를 계기로 반전운동이 더욱 확산되었다. 결국 닉슨은 베트남에서 미군의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5부 한강의 기적과 감춰진 진실’에는 죽음을 넘나드는 전선에서 한국군과 한국 기술자들의 삶을 담았다. 전쟁 특수로 안정적 집권이 가능해진 박정희는 곧 유신을 선포하며 독재를 굳건히 한다. 또한 전쟁 특수로 수혜 받은 재벌들의 부동산 투기가 시작됐다. 1970년대 한국은 베트남 파병 한국군과 기술자들로 갑작스레 풍요로워진 시대였지만 동시에 자유와 권리가 가장 제한되던 시대이기도 했다.
‘제6부 미군 철수 이후의 세계’에서는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의 헤게모니가 흔들린 후 미국의 그늘 아래 있던 주변부 국가들의 변화를 살펴본다. 닉슨 독트린은 베트남전쟁으로 파탄이 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베트남에 파병한 동맹국에는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 타이, 필리핀은 거의 동일한 시기에 독재를 겪어야만 했다. 베트남전쟁은 한국과 세계를 흔들어놓았다. 그렇다면 그 시대의 변화는 어떻게 기억될까?
‘제7부 기억되는 것과 기억되지 않는 것’에서는 전쟁포로와 실종자 문제, 참전 군인과 베트남 피해자에 대한 보상, 이를 둘러싼 역사 인식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나 소설, 드라마를 살펴보면 우리가 베트남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여실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와 드라마에 나타나는 베트남전쟁의 모습은 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그리고 있지 못하다.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전쟁은 반쪽만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반쪽의 기억이 2003년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하는 데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역사는 기억과의 싸움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베트남전쟁은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베트남전쟁은 미국인들에게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참패와 경제적ㆍ정신적 공황을 안겨주었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을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전술로 싸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패배한 전쟁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는 베트남전쟁 참전으로 인한 전쟁 특수만을 강조할 뿐, 베트남 사람들의 고통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 또 베트남 참전 병사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참전 병사들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가해자였지만, 한편으로 전후에 고엽제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시달려야 했던 전쟁의 피해자였다. 그러나 참전 군인들은 어느 곳에서도 주역으로 평가받지 못했고, 피해자로 보상받지도 못했다.
저자는 이 글을 쓰는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밝히”기 위함이다. 왜곡ㆍ은폐된 사실이 특정 기억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베트남전쟁의 역사적 기억이 “특정 방향으로 남아” 있어 현재 한국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베트남전쟁에 대해 전쟁 특수만을 강조해왔다. 참전 이유와 군인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외면되어 왔다. 마치 일본이 전쟁 범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일본이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한국정쟁에 대해 전쟁 특수만을 강조해 서술하는 것처럼. 그리하여 셋째,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를 밝혀 베트남전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이제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베트남전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한국에는 “지나간 역사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성찰하는 시민사회”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민간인 학살,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참전 병사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로 남았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이러한 노력이 있다면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역사를 바로 쓸 수는 있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_파병 50돌, 전쟁의 의미를 묻다

1부 그들은 왜 베트남으로 갔는가
ㆍ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 |파병의 진짜 이유
ㆍ 한반도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전쟁 |북한의 도발
ㆍ 파병군은 박정희에게 ‘알라딘의 램프’였나 |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ㆍ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착 |미국이 늪에 빠진 이유
ㆍ 토끼가 죽기를 기다리기만 한 미국 |중국 개입의 트라우마

2부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전쟁
ㆍ 도미노 이론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북베트남과 중국의 갈등
ㆍ 이데올로기는 눈을 가렸다 |남베트남 대통령의 최후
ㆍ 그들은 왜 베트콩이 됐는가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의 분열
ㆍ 죽은 자와 죽인 자의 이야기 |민간인 학살
ㆍ 그것은 미친 살인의 축제였다 |1968년 밀라이 학살

3부 병사들의 기록
ㆍ 지옥의 정글에서 우리를 구출해다오 |군의 붕괴
ㆍ 노동 계층의 전쟁 |참전 미군들은 누구인가
ㆍ 한국군은 개ㆍ돼지인가 |미군이 한국군을 대하는 방식
ㆍ “잘 싸우지만 지나치게 잔인하다” |초기 한국군의 명암
ㆍ “돈과 백 있는 사람들은 다 빠졌다” |누가 베트남에 갔는가

4부 미국은 베트남에서 어떻게 패배했는가
ㆍ 북베트남의 어뢰 공격은 없었다 |통킹만 사건의 진실
ㆍ 베트콩을 격퇴하고도 패닉에 빠지다 |구정공세와 반전 운동
ㆍ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닉슨 철군 정책의 이면
ㆍ 평화를 위한 폭격? |한국전쟁의 빗나간 교훈
ㆍ 새로운 시대의 디딤돌 |미국의 반전 운동

5부 한강의 기적과 감춰진 진실
ㆍ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전 국민적 동원
ㆍ 쏟아지는 외화와 신흥 재벌기업 |전쟁 특수
ㆍ 죽음의 전선에서 번 돈은 어디로 |파월 군인과 노동자에 대한 보상
ㆍ 미국, 박정희의 뒤통수를 치다 |닉슨 독트린

6부 미군 철수 이후의 세계
ㆍ 미군이 없어도 남는다? |1972년 한국의 베트남전쟁
ㆍ 돈이 장병들의 목숨보다 중요했나 |정부의 미련과 안케패스 전투
ㆍ 암흑을 향해 가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닉슨 독트린이 부른 위기
ㆍ ‘제2의 한국전쟁’ 풍문의 진위 |남베트남 패망과 한반도

7부 기억되는 것과 기억되지 않는 것
ㆍ 1970년대를 말하다 |전쟁 특수, 땅 투기, 통기타
ㆍ 베트남 파병 장병이 평양에 나타나다 |포로와 실종자
ㆍ 지킬 가치가 있는 정부인가 |남베트남 패망의 교훈
ㆍ 그리하여, 다시 이라크로 |반쪽의 기억

닫는 글 _끝나지 않은 베트남전쟁

참고문헌
연표
지도

본문중에서

처음 미국이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했을 때 한국 정부의 결정은 한·미 동맹에 대한 고려와 주한미군 감축 또는 베트남으로의 이동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정부는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이 더 많은 한국군을 시급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1966년 초 브라운 각서는 그 대표적인 예였다. 브라운 각서는 한국 전투부대 파병의 대가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 원조뿐만 아니라 경제 원조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쪽에서는 브라운 각서를 한국 정부에 대한 마지막 보상으로 생각했던 반면, 한국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신호로 생각했다. _40쪽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베트남전쟁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철수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이 명분도 없는 전쟁에 개입하여 잘못된 전략으로 전쟁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둘째, 민간인 학살을 비롯한 부도덕한 문제로 인해 세계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서서 베트남 사람들이 잘 싸웠다는 점이다. 세 가지 문제가 모두 중요하지만, 베트남전쟁이 확전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됐던 것은 미국의 정책적·전략적 오류였다. 그리고 잘못된 미국의 전략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오판 때문이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베트남에서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주적이 북베트남인가, 아니면 베트콩인가? 베트콩을 지지하는 남베트남의 대다수 사람들은 적인가, 아군인가? 베트남이 공산화되면 중국이 동남아 전체를 자기 영향권 아래에 둘 수 있는가? _84쪽

전쟁에 나가 무엇인가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나’에게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무엇.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했던 시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던 냉전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 국가는 그들에게 싸워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 개개인의 안보도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안보를 위협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그들 자신과 싸워야 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전 운동이 확산됐다. ‘개인의 안보를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의 안보가 왜 중요한가? 반전 운동은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군대 내에서도 일어났다. _122~123쪽

구정공세를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동네 청년, 옆집 총각, 친척 조카,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구정공세 시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시민들은 더 이상 늪 속에 젊은이들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전 운동은 더 힘을 받았고, 깊숙한 개입을 결정한 지도자들은 이제 무대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존슨 대통령은 1968년 4월 15일 호찌민에게 협상을 요청했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북베트남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 것이다. 1964년 통킹만 사건을 만들어낼 때 베트콩과 그들을 돕는 북베트남은 단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이었지만, 이제 그들이 대화의 상대가 된 것이다. (…)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존슨이 잊지 않았던 것이 있다. 만약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엄청난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 그러나 물러선 것은 호찌민이 아니라 존슨이었다. _179쪽

징병제의 강화와 주민등록제도의 본격적 실행을 통해 사회적 동원과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월 1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뜬금없이 ‘제2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물질적인 ‘제1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에 걸맞은 정신적 측면에서 ‘제2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신면의 후진성’을 제거하는 ‘정신 개조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수의 민족개조론과 그 맥락이 유사했다. 국민들의 정신을 개조하겠다는 제2경제론은 1968년 광화문에 충무공 동상을 세우고, 국민교육헌장을 제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는”모든 국민을 성공적으로 동원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_218쪽

한국군은 또한 막바지가 되어서야 철수를 했기 때문에 철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 베트콩들도 휴전을 앞두고 총공세를 펼쳤다. 휴전이 되기 전에 한 곳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남베트남 정부와 베트콩 사이의 격전에 한국군이 끼어있었던 것이다. (…) 더 이상 한국군이 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를 막는 ‘알라딘의 램프’는 아니었지만, 전쟁 특수나 미국의 원조를 통해 한국군의 현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알라딘의 램프’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인가? 베트남 전선에서 한국군이 고전하는 동안 전쟁 특수와 관련된 소식은 끊임없이 한국 신문을 장식하고 있었다. 청룡부대 철수 계획 이후 육군 사단의 철수 계획은 1972년 6월에서 12월로, 그리고 다시 그다음 해로 계속 연기됐다. _264~265쪽

인간은 바보다. 금방 망각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늪에 빠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전쟁은 민주주의와 투명성, 그리고 공정성이라는 교훈을 한국 사회에 주었다. 민주화는 이룩했지만, 지금 한국은 그 셋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긴급담화에서 지적한 것처럼‘부질없이 앉아서 갑론을박만 하고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정부와 군과 또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힘을 하나로 뭉쳐 총력으로 대결’하기 위해서 베트남전쟁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지키고 싶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안보다. _319~320쪽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 나타나는 베트남전쟁의 모습은 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그리고 있는가? 아쉽게도 베트남전쟁의 본질과 한국 군인들이 실제로 겪었던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지 못하다. (…) 베트남전쟁에 대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바로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억의 내용과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전쟁은 그 반쪽만이 기억되고 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가 아닌 사건의 일부분에 대한 기억은 그 사건 자체를 왜곡하는 것이기도 하다. _324쪽

저자소개

박태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6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1956~1964년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성립 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7년 1년 동안 하버드대학에서 한국현대사를 강의했다. 한국현대사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특히 베트남전쟁과 8·3조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김종필을 인터뷰하고 그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것이 목표다. 지은 책으로는 『조봉암 연구』, 『한국전쟁』,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원형과 변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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