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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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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 《GQ KOREA》 편집장 이충걸 인터뷰집

“질문을 던지고 자극에 응전하는 동안
내가 원한 것은 언어였다.
언제나 귀 기울이고 싶은 압축된 지혜의 언어”

법륜, 강경화, 차준환, 강유미, 박정자, 장석주…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18년간 《GQ KOREA》 편집장으로 활약한 이충걸의 인터뷰집, 《질문은 조금만》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한겨레〉에 ‘이충걸의 인터+뷰’ 기획 기사를 연재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글들과, 지면의 한계로 미처 다 싣지 못했던 인터뷰이들과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기에 문장의 행간이 풍부히 되살려지고 인물 묘사가 세밀히 덧붙여졌다. 저자는 스포츠와 문학, 음악과 영성, 패션과 새 플랫폼을 망라하며 동시대를 헤엄치는 11인을 조명한다. 각자 두각을 드러낸 분야도, 성별과 연령도 모두 다른 11명의 이야기는 ‘자부심’과 ‘번민’이라는 공통된 인생철학 키워드로 관통된다. 질문과 대답의 바다에서, 저자는 자신의 일과 삶에 몰두해온 이들의 단단한 자부심과 열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내면의 연약함과 번민을 건져 올린다.
한편, 《질문은 조금만》은 반복되는 문답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인터뷰집 형식을 탈피하고, 인터뷰이의 깊은 자의식과 저자의 인터뷰어로서의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인터뷰이가 입은 옷과 신은 신발, 인터뷰이의 습관적 어투, 시시각각 변하는 손짓과 몸짓, 미묘한 찡그림이나 옅은 환호, 짧은 탄식,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표정과 마스크가 가릴 수 없는 투명한 눈빛은 모두 인터뷰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처럼 사람과 사물과 사건, 그 이면의 것을 섬세히 포착하는 저자의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과 그가 지닌 태도와 가치관, 고유한 언어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가 만난 11인은 분명 각 분야에서 빼어난 성취를 이룬 동시대의 거장들이지만, 외부의 시선에 비친 반짝이고 매끈한 껍질 안에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이 불안해하며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울퉁불퉁한 자아가 있다. 흔들리는 시대와 요동치는 내면에도 자신의 일과 삶에 몰두하고자 분투하는 이들은 자부심과 번민을 두르고 우리보다 딱 반 발짝 앞서 세상을 살아간다. 이 눈부시게 평범한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저자가 찾아 헤맨 “압축된 지혜의 언어”를 전하며 일과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 그리고 무언가에 강렬히 몰두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글은 모아놓은 질문, 쓸어 모은 대답이 아니라 기나긴 모니터링과 외로운 의심 끝에 적힌 것들이다. (중략) 모든 것이 전적인 실망과 사라지는 욕망에 달려 있다 해도, 이렇게 나약한 인생의 한 코너에 그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_〈프롤로그 - 명백히 사적인 관점〉중에서

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출판사 서평

“어떤 세계 안에서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의 결핍을 들추어야 할 것이다”
깊은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이충걸식 인터뷰’

인터뷰라는 장르는 말 그대로 ‘인터(inter)’, 서로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뷰(view)’, 시선을 드러내는 것. 저자는 잡지 에디터로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필리프 스타르크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김광석, 최진실, 이문열 등 국내의 다양한 유명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해온 만큼, 한평생 누군가를 들여다보며 살아왔다. 때로 인터뷰는 묻고 답하는 형식, 그 자체로 간단히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는 인터뷰어로서 활동해온 수십 년간 인터뷰라는 장르가 가지는 본연의 가치를 가벼이 여긴 적이 없다. 그에게 인터뷰는 줄곧,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 즉 한 사람의 뒷마당을 기꺼이 거닐어보는 일이었다. 그 뒷마당에서 예상하지 못한 작고 아름다운 꽃을 발견해 경탄하거나 때로는 예상과 달리 사뭇 황량한 풍경에 실망을 할지라도.

“질문과 대답의 바다엔 흔한 감정들이 펼쳐져 있다. 질문은 받는 것, 대답은 주는 것. 어떤 질문은 흥미를 부르는 동시에 차단하며, 끌어들이는 동시에 쫓아낼 것이다. 다른 질문은 인터뷰이의 고통에 연민을 표하거나, 즐거움을 부추기거나, 실패를 면제해주거나, 업적을 승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는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장르라서 제대로 구사한다면 달려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_〈프롤로그 - 명백히 사적인 관점〉중에서

그래서 “어떤 때는 타인에게서 성숙한 관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오류로 보였다”(5쪽), 그 자체로 완벽한 사람은 없으므로. 그렇게 숱한 이들을 대면하며 저자가 구축한 자신만의 인터뷰 방법은 기계적이고 피상적인 질문은 줄이고, 인터뷰이의 마음의 극단으로 다가가 저자 특유의 세밀한 관찰력과 풍부한 해석을 통해 상대의 내면을 이해해보는 것이었다. 만일 진정으로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그의 “날 선 광대뼈가 아닌 불안을”(9쪽) 보는 편이 더 의미 있을 테니까.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는 ‘명백히 사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저자는 이들의 내밀하고도 고유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이끌어낸다. 다시 말해, 인터뷰이가 지닌 심연의 유약함을 끄집어냄으로써 반대로 독자에게 그들의 ‘성숙한 관점’을 전달한다.

질문과 대답의 바다에서 세밀히 건져낸,
삶을 정진하는 이들의 한 끗 차이 인생철학

이 책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성별·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중 단 한 명도 자신의 분야를 떠나거나 은퇴한 이는 없다. 이 다채로운 11명의 인터뷰이는 모두 현재까지 꾸준히 각자의 분야를 힘 있게 개척해온 이들로, 외로움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고 일과 삶을 정진하며 쌓은 저마다의 고유한 인생철학을 들려준다.
우선, 야구 선수 ‘강백호’와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의 인물 서사는 지금껏 이들을 따라다닌 시합의 결과와 점수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새롭다. 두 선수는 종목이 다르지만 인터뷰 글에서는 각각 숱한 경기 시합과 지난한 연습 시간을 거치며 갖춘 담담함과 대범함 그리고 기백이 공통적으로 돋보인다. 숫자로 평가받는 스포츠의 세계와 달리, 문학과 음악의 세계에서는 1점이 만들어내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 시인 ‘장석주’와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그런 예술의 세계에서 대중은 물론 스스로 인정할 만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자기 자신을 냉혹하게 단련해온 예술가들이다. 단어 하나나 음표 하나에 집중하는 동시에 작품이나 곡 하나를 초월하는 총체적인 시선으로 ‘나의 것’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노력의 숭고함 그리고 치열한 자기 절제의 면모가 크게 다가온다. 다른 듯 닮아 있는 이들 네 명의 이야기는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것을 반질반질하게 연마하는 태도를 일깨워준다.

“만약 가산점이 좀 적다거나 어느 부분 판정이 좀 그렇다면, 제 안에서 문제점을 찾고 지적받은 부분들을 완벽하게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보여주고, 또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요. (중략) 피겨는 평가를 받는 종목이고 제가 받은 점수표도 제 거기 때문에.”(차준환)

“음악은 피곤해지지, 진짜 싫어지진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365일 사랑하나요? 그렇지만 사랑이 변하는 건 아니죠.”(김대진)

한편, 코미디언 ‘강유미’와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정현채’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이끌렸던 한 가지 주제(코미디와 죽음)에 평생토록 천착하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중에게 그 주제를 전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변화시킨 이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끌림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오히려 주변의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셈이다. 이 둘의 인터뷰 글에서는 역설적이게도, 꺾이지 않는 집요함과 부드럽게 휘어지는 유연함이 동시에 엿보인다. 반대로 ‘법륜’ 스님과 전 외교부 장관 ‘강경화’는 모두 개인의 삶 속에서 대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인물들로, 복잡한 이해관계와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틈에서 잊지 말아야 할 평화와 존립의 의미를 강조한다. 인류애, 평등, 존엄성…. 시끄러운 사회 속에서 퇴색되기 쉬워지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한없이 사적인 동기와 범인류적인 사명감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면의 혼란을 들여다보는 힘과 세상을 이해하는 거시적인 관점을 두루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춘기 땐 (중략)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웃겼어요. 친구가 눈물을 흘려가면서 웃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강유미)

“나는 이렇게 풍요롭고 안전한 데서 일하고 있다는 감사를 넘어서 한동안 정신적으로 좀 흔들려요. 똑같은 존엄성을 갖고 태어났지만 지금 현장에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유대감이라고밖에 저는 설명이 안 되네요.”(강경화)

마지막으로 가수 ‘최백호’,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연극배우 ‘박정자’는 모두 생애사적 관점에서는 노년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디자인을 하고, 연기를 하며 종횡무진하는 현역들이다. 세 인터뷰 글들에서는 자연스럽게 죽음과 늙어감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하지만 “숨을 거두는 날까지 작업을 해야 되지 않을까”(225쪽)하고 말하는 여든여덞의 진태옥, “무대 위에서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343쪽) 바라는 여든의 박정자, 무대에서 쓰러지는 순간 “이렇게 죽는 것도 괜찮겠다”(34쪽) 싶었다는 일흔둘의 보컬 최백호의 이야기는 어떤 불안과 두려움도 끝내 이들의 직업적 애정과 순수한 열망을 가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들려주며, 나이가 들어가는 숙명 앞에 선 모든 이에게 큰 용기와 힘을 전해준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해요. (중략) 어떤 일이든 그만둘 때 마음속에 티끌을 하나도 안 남기자고.”(최백호)

“사실 절정이란 것은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는 의미잖아요. 끝없이 낙하해야 하죠. 그 두려움은 없어요. 내가 여든까지 온 것만 해도 모든 것이 감사한데 이렇게도 절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나에게 또 어떤 절정이 기다리고 있을까.”(박정자)

《질문은 조금만》은 일과 삶, 구체적으로 직업적 성취와 고민, 개인의 외로움과 행복, 죽음을 향한 두려움과 생의 의미, 가족으로부터 얻고 잃었던 것들을 다룬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책에 담긴 11명의 뒷마당을 거닐다 보면, 이들이 그 자체로 단숨에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팎의 흔들림 속에서도 울퉁불퉁한 길을 끝까지 걸어갔기 때문에 저마다의 뒷마당에 아름다운 꽃이 만개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존재적 불안을 헤치며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깊은 공감과 존경심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잃지 않으며 우리 각자의 일과 삶의 문제를 꿋꿋하게 헤쳐 나갈 뜨거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 명백히 사적인 관점

지금의 노래, 최백호
마운드의 토르, 강백호
다름의 평등함, 법륜
마음속의 완구 공장, 강유미
파도 속의 영원, 정현채
최초의 이름, 강경화
백자의 마음, 진태옥
캠퍼스의 호로비츠, 김대진
소년의 심장, 장석주
얼음의 꽃, 차준환
죽음의 왈츠, 박정자

본문중에서

“아흔이 돼도 저는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거든요. 소리가 안 나올 때도 노래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나이 들어 여든이 되면 여든의 호흡으로 노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한 호흡으로 했다면 네 호흡으로 나눠서 해도 얼마든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중략) 제 호흡은 더 좋아졌어요.”(최백호) _34쪽

“저도 긴장하고 떤 적 많아요. 지나고 나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부분 후회하기 마련이라서. 어느 게 좀 더 현명한 선택인지 생각하다가, 기왕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좀 더 즐기고 침착하게 하다 보면 후회하는 순간이 덜 오지 않을까.”(강백호) _57~58쪽

“살아 있는 한 할 일은 끝이 없죠. 동시에 그게 안 된다고 안달복달할 일도 아니다. 어차피 다 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럴 수 없는 삶의 과제들을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는 거다.”(법륜) _97쪽

“제가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건 ‘지금 출발이다’. 어제까지 연습이고, 지금 또 출발이고, 지나면 다시 연습이고, 지금 또 시작이고.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법륜) _99쪽

“저는 모든 게 모순이거든요. 양가감정이 항상 있어요. 누군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다가도 아니야,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거야. 선입견을 안 가지려고 해요. 뒷면을 보려고 애를 쓰는 성향이라서 저 자신을 많이 괴롭혀요. 모든 것을 그렇게 바라보는 특이한 점이 제 콘텐츠를 이루는 것 같아요.”(강유미) _114쪽

“4년 전엔 빛을 받아 광선 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동력 에너지로 바꾸는 시계를 샀어요. 수명이 12년에서 15년이라는데, 좀 낮게 보면 앞으로 8년쯤 남았구나. 내 삶의 종착역이 이 정도 남았구나, 그 생각이 위안이 돼요.”(정현채) _163쪽

“2주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풀에 햇살이 비쳐서 빛이 든 부분과 안 든 부분이 너무 아름다운 거죠. 곧바로 잠옷 바람으로 카메라 들고 나갔어요. 어물거리면 빛이 2, 3분 만에 금방 지나가니까요.”(정현채) _167쪽

“저는 최초의 여성이 되고 싶어 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저한테 기회들이 왔을 뿐이고, 이제는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강경화) _186~187쪽

“젊을 때는 디자인을 더 해야 디자인한 걸로 착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늘 이야기해요. 바느질하는 사람은 바느질 앞에, 패턴 하는 사람은 패턴 앞에, 단추 하는 사람은 단추 앞에 정직해라. (중략) 내가 60년을 뒤돌아보니까 기본을 하기가 그렇게 힘들어요. 기본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어요.”(진태옥) _217쪽

“테크닉은 딱 두 가지 종류예요. 연습 몇 번 해서 되는 사람, 잘 안 되는 사람. 부족한 사람은 무조건 연습한다고 얻지 못해요. 노하우를 찾아야 돼요. 팔목을 높게 들어볼까, 내릴까, 팔을 더 붙여볼까…. 수도 없이 많은 과정이 있지만, 자신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자기일 거 아니에요.”(김대진) _251쪽

“저는 소리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통해 소리를 연출할 수 있겠지만 (중략) 그것이 발현될 때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온단 말이죠. 그러니까 속일 수가 없어요. 그 소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없고 나만 낼 수 있는 나만의 감정이거든요.”(김대진) _261쪽

“시마(詩魔)라는 게 있어요. 시의 신과 접신하는 거죠. 그러나 나는 시마가 찾아온다고 해도 거절할 거라고 했
어요. 당신 도움 필요 없다. 내 걸 쓰겠다.”(장석주) _280쪽

“내 노동의 어떤 숭고함이 스스로 대견스러워요. 그 시간을 견뎌냈다는 게. 그 책 하나하나 쓸 때는 내 재능의 극한까지 나를 몰아서 쓴 거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그 재능이 사실 조금 미약한 것이었구나, 아직 창대함까지는 멀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내 성실함과 견인력이 나 스스로 좀 대견스러워요.”(장석주) _282~283쪽

“첫 번째 점프나 중간에 실수가 나왔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실수에 사로잡혀버리면 나머지 것까지 다 망치는 거잖아요. 실수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나올 수 있어요. 실수가 나와도 그건 이미 지나간 거고요. 그 뒤에도 아직 남은 것이 많기 때문에 (중략) 오히려 남은 것을 다 해내는 게 제일 중요해요.”(차준환) _319~320쪽

“저는 항상 대범한 편이에요. 뭔가 자신이 없을 때 소심해지지만 그래도 결국 대범해져요. 소심한 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차준환) _320쪽

“여자 이름에 ‘바를 정’ 자를 넣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러나 나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평생 그 ‘바를 정’ 자가 나를 붙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박정자) _344쪽

“나는 극장 공간에 너무 감사해요. (중략) 무대에 대한 나의 경외심 같은 거예요. 무대는 나의 천국이자 지옥이니까요. 또 어느 날, 분장실에서 무대로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갈 때 먼지가 싹 날리면 사람들 몰래 뭉쳐진 먼지를 주워요. 난 그 먼지조차 고마운 거예요.”(박정자) _355쪽

저자소개

이충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나왔지만,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를 거쳐 18년간 《GQ KOREA》에서 편집장으로 지냈다. 이충걸의 첫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는 팩트 전달이라는 기존 인터뷰 공식을 따르는 대신, 서정적 외피와 깊은 자의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상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싶은 인터뷰어들의 교보재가 되었다. 그 외에도 《슬픔의 냄새》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 등 몇 권의 책을 냈고, 〈11월의 왈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같은 연극도 다수 썼다. 그는 질문한다. 질문은 가장 중요한 인간의 조건이라서.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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