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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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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 당선,
김유정신인문학상 등단 작가 소향 첫 장편소설

“귀신이라면서, 문구점에서 알바를 하겠다고요?”

한국 고등학생과 조선 화원의 시대를 초월한 힐링 프로젝트!

세진고등학교 신입생 표단비는 새 학기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아빠가 덜컥 계약한 무인 문구점을 도맡아 운영하게 됐으니까. 아무리 ‘무인’이래도 학교에 학원에 동아리 활동까지 해야 하는 단비에게 문구점을 관리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부와 일에 치일 때마다 단비는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가 일 년 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실생활 노하우가 가득한 ‘단비 다이어리’를 남겨둔 덕에 단비는 가까스로 버틴다.
그런 단비 앞에 생전에 도화서 화원이었다는 조선시대 귀신 허현이 나타난다. 별안간 문구점에서 일하겠다는 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못다 그린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만 머물겠다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마침 알바가 필요했던 단비는 현과 알바 계약을 맺는다.

출판사 서평

청소년의 오늘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소향 작가 장편소설
청소년 소설 『화원귀 문구』가 출간됐다.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SF와 동화, 청소년 소설로 독자들에게 참신하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려준 소향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다른 시대에 살던 두 주인공이 서로를 만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로 157년 전 죽은 조선시대 화원이 현세에 나타나 무인 문구점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는 재치 있는 설정이 이목을 끈다.
주인공 표단비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고등학생이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설상가상 자꾸만 신경 쓰이게 주변을 맴도는 친구가 생기고 아빠가 덜컥 계약한 무인 문구점까지 운영하게 된다. 알바도 구하지 못해 정신없이 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 알바를 하겠다는 귀신 허현이 단비 앞에 나타난다. 또 다른 주인공인 현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승천하지 못한 보류자다. 하늘에 있는 엄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야 하는 단비와 백 일 안에 기억을 되찾아 그림을 완성해야만 한을 풀 수 있는 현이 함께 무인 문구점을 운영하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할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슬픔을 받아들이는 저마다의 방법
엄마를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한 단비와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온 현. 두 주인공이 이별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단비는 이별로 슬퍼할 일이 없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 애쓰고 현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 이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살아온 시대도, 겪은 아픔도 무엇 하나 같지 않은 이들이 우연처럼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종종 나와 전혀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기도 한다. 슬픔에 갇혀 나아가지 못할 때,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이를 보며 활로를 찾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는 “누구나 예외 없이 겪는 것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라면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잘 이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라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화원귀 문구』는 그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목차

프롤로그

1 세진고 신입생 표단비
2 낡은 화구통
3 내신 전쟁
4 문구점을 사수하라
5 생전에 도화서 화원이었소
6 귀신 알바생
7 최강 동아리 레드크로스
8 떠오르지 않는 기억
9 첫 번째 기억
10 무임승차
11 의도된 실수
12 길은 하나가 아니다
13 뒤바뀐 화구통
14 말할 수 없는 기억
15 그림자 화원
16 이별의 다른 이름
17 녹원아집도(綠?雅集圖)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죽지 말아야 할 네가 157년 전 이곳에 묻혔다. 그런 너를 구명하고자 내가 웃전에 진정을 올렸다. 웃전에서 네 처분을 고심할 동안 너는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잠들어 있었지. 허나 이제 조금은 기뻐해도 좋다. 드디어 처분이 내려졌다.”
“기뻐해도 좋다 함은……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입니까?”
저승사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번 죽은 자는 절대로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완전한 죽음을 잠시 보류할 뿐.”
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삶에 대한 미련조차 어렴풋한 처지였으나 어쩐지 심장이 조여드는 것만 같은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깨우는 날로부터 너는 백 일의 시간을 얻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 너의 생을 기억해 내어라. 그리고 그 기억으로 그림을 완성해라. 그리하면 모든 한이 풀릴 것이다. 이것이 보류자의 숙명이니.”
(10~11쪽)

갑자기 스티커가 공중에 붕 뜨더니 스티커 조각이 하나씩 떨어져 여기저기 철썩 붙기 시작했다. 단비는 놀라서 다시 화면을 돌려보았다. 다시 보아도 똑같은 장면이었다. 계속 이어서 보았더니 이번에는 실내화가 저절로 몇 발자국 움직였고, 필통이 열렸고, 색연필이 저절로 움직이며 그림이 그려졌다.
얼음 조각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는 것처럼 단비의 등줄기에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투명 인간이라도 다녀간 걸까? 아니면 귀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단비는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버린 것이 아니오. 천 년 전은 더욱 아니고.”
단비가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몸은 고정한 채 고개만 아주 천천히. 그러고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희한한 옷을 입은 어떤 남자가 화구통을 들고 창고에서 나오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단비에게 물었다.
“그런데 초딩이 무엇이오?”
(61~62쪽)

현이 스케치북의 맨 마지막 장을 펴서 그때 기억을 그린 그림을 다시 바라보았다.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둘 중 한 남자의 오른손에서 피가 뚝뚝 흘렀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찌르고 있었다.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었다. 기억이 떠오를 때 들었던 처절한 비명이 다시 그림에서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 사내가 나일까? 아니라면 누구일까. 도대체 그 옛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은 자신의 과거가 두려워졌다.
(112~113쪽)

“네 인생도 참. 나만큼이나 기구하구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단비가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이별이었다.
엄마와의 이별로 단비는 알아버렸다. 이별은 세상이 통째로 뒤집히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던 세상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세상으로 바뀌는 건 겪어보기 전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엄마와의 이별은 진도 10.0의 대지진처럼 단비의 세상을 뒤흔들었다. 강진과 여진이 반복되는 삶은 아프고 고달팠다.
단비는 밤이 무서웠다. 자다가 눈을 뜨면 코앞에서 마주 보이는 어둠이 무서웠다. 어둠은 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쉬지 않고 속삭여댔다. 뼛속까지 차갑게.
그 무서움을 알아버렸기에 단비는 이별의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211쪽)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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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SF와 동화, 청소년 소설을 쓴다. 소설집 『항체의 딜레마』, 『이달의 장르소설 4』,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와 국립생태원 생태동화 공모전 수상 작품집 『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에 작품을 수록했다. ‘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에 선정되어 장편소설 『화원귀 문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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