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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본주의 문명 제2부: 발전 과정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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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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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배영수
  • 출판사 : 일조각
  • 발행 : 2022년 10월 15일
  • 쪽수 : 616
  • ISBN : 978893370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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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복잡한 미국 문명, 찬찬히 뜯어보기

미국사 연구자인 배영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시리즈는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미국 문명의 총체적인 모습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토대’, ‘발전 과정’, ‘미국과 세계’라는 세 구간으로 나누어 면면히 다룬다.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 중 제2부에 해당하는 〈발전 과정〉은 1부에서 살펴본 연방헌법 등을 포함한 정치적 토대 위에서 미국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며, 자본주의 발전 덕분에 미국이 신생 국가로 출발한 지 100여 년 만에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까지 다룬다. 특히 미국의 정치체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며 정치적 권위와 경제 권력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밝혀내고, 자본주의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경제발전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환경과 사회구조, 그리고 기술과 문화를 들여다보며 다면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발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출판사 서평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한눈에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땅, 풍부한 재력, 막강한 군대, 강력한 통치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 세계를 제패한 강대국이라고 한다면 으레 이런 것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실제로 지금도 강한 나라라고 하면 이런 요소를 따지지 않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반세기 만에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조지 워싱턴이 1789년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부임한 시점부터 고려한다면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런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짧다고 할 순 없지만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사이에, 도대체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떤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결집하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국제무대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구성원이 된 것일까? 그리고 그 기반은 무엇이었을까?


연방헌법을 뼈대 삼아 중상주의라는 살을 붙이다

20세기 이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강대국들과 비교해서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의 형태이다. 혈연승계라는 방식에 근거한 왕조가 부침을 이루며 국가를 형성해 온 구세계에 비해, 미국은 투표라는 비교적 현대적인 방식으로 나라의 대표자를 뽑았다. 왕위계승의 경쟁과는 기본 전제부터가 아예 다른 대표자 선출 방식을 시작으로, 미국은 기존의 강대국과는 확연히 다른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른바 먼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서바이벌 현장이 전국구로 펼쳐진 셈이었다.
1776년 7월 4일, 바야흐로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발표되고 헌법이 제정되었다. 식민 지배의 잔흔을 최대한 지우고 자립적으로 만든 이때의 헌법은 비록 기존의 칙허장을 수정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으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춧돌이 되었다. 이 연방헌법을 기반으로 미국은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은행과 화폐, 그리고 금융에 관한 제도를 수립하며 개인의 재산과 계약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억제하게 된다.
이로써 기존의 강대국과 미국의 공통점이 하나 생긴다. 시기와 체제는 달랐어도 중세 유럽에서 중시했던 중상주의를, 나라의 부를 늘리기 위해 상업을 중시하고 무역의 차액이나 제조업의 이윤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정책이 국가를 운영하는 체제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나라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막대한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서 개인의 역량, 즉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자국의 자본주의 발전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분열’이 나타나게 된다.


발전으로 가기 위한 미국의 한 걸음, 분열

1779년 존 애덤스가 제안한 헌법안이 비준을 받았고, 이 헌법에 따라 1780년에 새로운 정부를 수립했지만 미국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였던 독립전쟁이 5년도 넘게 걸리면서 재정적 부담이 막심해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지 워싱턴 정부의 첫 재무부 장관인 해밀턴은 강도 높은 부국강병책을 설파했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시련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하이오강 주변의 인디언 영토를 둘러싸고 일어난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쟁탈전인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 일어났고, 노예제 폐지를 포함한 지역 간의 첨예한 의견 차이로 결국 내전(Civil War)이 일어났다. 대기업의 경제 권력을 제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마침내 연방 차원의 상업 및 제조업 규제로 셔먼독점금지법이 제정되었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의견의 합치를 보면 다시 분열이 일어나고,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싶으면 새로운 문제가 또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은 발전했고, 그 발전의 중심에는 자본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특별하다. 군수산업과 제조업, 이민의 대량 유입 등 전쟁 특수로 인해 산업이 발전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는데, 다시 말하면 갈등이 재력을 쌓아 올리기 위한 필요악처럼 쓰인 것이다.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미국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다

미국이 강대국이 되기까지, 강대국이 되는 데 기반이 된 자본주의 문명은 저절로 나타나지 않았다. 북미대륙에 문명이 등장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문명이 자본주의로 변형됨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 중 제2부에 해당하는 〈발전 과정〉은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의 중추가 되는 정치 체제와 이 체제가 더 깊게 뿌리내리게끔 파생된 법률상의 제도, 그리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질 수 있게 등장한 새로운 산업으로 무엇이 있었는지 등을 설명하며 신체제新體制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엔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부작용과 그에 대한 대처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본문 전반에 걸친 해박한 서술과 중간중간 언급하는 개념을 상세하게 다룬 부록을 보면서, 독자들은 미국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인식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엘리트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데 기초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차

서문
서론

제1부 토대
제1장 자연환경
제2장 원주민과 이주민
제3장 식민지 사회
제4장 제국과 식민지
제5장 미국혁명
제6장 연방헌법

제2부
발전 과정

제7장 국가 건설의 실제
1. 해밀턴의 부국강병책
2. “제1차 정당 체제”
3. 공화파의 경제정책
4. 마셜 법원

제8장 발전 동력의 재편
1. 자유민주주의의 대두
2. 시장경제의 발전
3. 계급사회의 도래
1) 엘리트
2) 노동자
3) 중산층
부록: 자본주의 문명의 발전 동력

제9장 노예제
1. 발전
2. 변형
3. 성격에 관한 논쟁

제10장 내전
1. 서부 팽창
2. 정계 개편
3. 위기
4. 충돌

제11장 재건과 신남부
1. 연방의 정책
2. 남부의 변모
3. 인종 격리 체제

제12장 법인 자본주의
1. 국가의 역할
2. 대기업의 대두
3. 권력구조의 변형
1) 사회적 위신
2) 정치적 위상
3) 역사적 함의
부록: 19세기 미국에서 국가가 지니는 성격

제13장 대안과 개혁
1. 인민주의
2. 노동자 공화주의와 사업 노조주의
3. 사회주의
4. 진보주의
1) 중산층의 변모
2) 도시문제의 부상
3) 진보주의의 대두
4) 개혁 운동

제14장 제국주의
1. 이데올로기
2. 팽창 과정
3. 윌슨의 구상
부록: 제국주의 연구에 대한 논평

제3부 미국과 세계
결론
발문

참고문헌
색인

본문중에서

제2부는 앞에서 살펴본 정치적 토대 위에서, 미국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여기서 경제발전은 중요한 관심사이지만, 거기에 관심을 집중시키지는 않는다. 경제는 흔히 “경제 논리”에 맡겨 놓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이는 정부의 개입을 저지하려는 자유주의자들의 신조일 뿐이다. 경제활동은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나 자연환경, 사회구조, 기술과 문화, 그리고 정치체제와 깊이 얽혀 있었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발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측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제2부는 경제발전과 함께 정치체제에 주목하는데, 이는 이미 설명한 것처럼 자본주의 문명이 다른 무엇보다도 정치적 권위와 경제 권력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특징으로 지니기 때문이다.

-10쪽, 제2부 발전 과정


그 시대에는 행정부에 못지않게 연방 대법원이 경제정책의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대법원의 역할은 연방헌법에 규정된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와 시장의 움직임을 규제하는 데 있었다. 그것은 헌법에 그려져 있던 권력구조가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을 규제하는 기본 규칙으로 구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대법원이 이 책에서 다루는 미국의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이 그런 역할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원래 입법부나 행정부에 비해 비중이 작고 권위도 적은 기구였다. 사실 연방정부가 10년에 가까운 계획과 공사 끝에 1800년 수도 워싱턴에 입주했을 때, 대법원은 독립된 건물을 가지지 못하고 의사당 1층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을 쓰는 처지에 있었다. 그래서 초대 대법원장 제이는 1795년 자신의 직위를 버리고 뉴욕 주지사가 되었고, 또 1801년 애덤스 대통령이 다시 대법원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그 자리가 볼일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거절하기도 했다. 그 대신 그 자리를 맡은 존 마셜John Marshall은 달랐다. 그는 대법원을 자신의 아성으로 만드는 동시에 사법 심사권을 장악한 미국 헌정 질서의 보루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럼으로써 헌법에 그려져 있던 권력구조를 살아 움직이는 실체로 만들어 냈다.
-48~49쪽, 제7장 〈국가 건설의 실체〉


노예제가 어떤 성격을 지녔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적잖은 학자들은 그것이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을 만큼 전근대적인 예속 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마르크스를 뒤따라 노예제가 고대에나 활력을 보였던 낡은 생산양식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것이 근대에서도 존속되었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근대를 특징짓는 임금노동제와 공존할 수 없다고 여긴다. 이처럼 노예제를 근대적 임금 노동제와 날카롭게 대비시키는 해석은 오늘날 널리 수용되지 않는다. 새로운 연구 덕분에, 임금노동제에도 상당한 예속성이 내재한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최근에는 “새로운 자본주의 역사”를 표방하는 학자들이 19세기 미국의 노예제가 자본주의의 성격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해석은 노예제 가운데서 주인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노예를 경시하며, 따라서 노예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도 온전히 취급하지 않는다.
필자는 그와 같은 종래의 해석을 거부하고, 19세기 미국의 노예제가 자본주의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결코 통합되어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노예는 주인과 달리 미국인이면서도 시민권을 보유하지 못했고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으며, 따라서 필자가 규정하는 의미에서 자본주의 문명의 내부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7~208쪽, 제9장 〈노예제〉


남부에 남아 있던 노예제는 이미 살펴보았듯이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중대한 장애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무력 충돌에 이르렀다. 1861-65년, 그들은 남북으로 나뉘어 서로 총칼을 겨누며 싸웠고, 그 결과로 무려 75만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 이 장의 주제이다.
그 비극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논쟁은 내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쟁점에서 시작되었다. 한편에서 그것을 “반란”으로 규정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는 연방을 유지하려던 북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용어였고, 후자는 연방에서 분리해 독립을 쟁취하려던 남부의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남북전쟁”은 남부의 소망을 표현하는 용어, 그러니까 지역 사이의 갈등을 국가 사이의 충돌로 취급하며 국가로서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던 남부의 용어이다. 따라서 그것은 편향성을 지닌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내란”Civil War이다. 이것은 분명히 저 갈등이 정통성을 지닌 연방과 그에 반기를 든 남부 반란 주 사이의 투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우리의 견지에서 볼 때, 그것은 정통성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역시 편향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설명한 바 있듯이, 여기서는 그것을 “내전”internal war으로 순화시켜 사용한다. 영어 용어 civil war에서 civil이라는 단어가 도시나 국가의 내부를 가리키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내전”이 더욱 적절한 역어라 할 수 있다.

-217~218쪽, 제10장 〈내전〉


그러나 전국 조직이 분열된 뒤에도, 지방 조직을 중심으로 노예제 폐지 운동은 지속되었다. 덕분에 19세기 중엽에 이르면, 그 운동은 전국에 걸쳐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1833년 영국 식민지에서, 또 1848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노예제가 폐지되는 등, 폐지론이 대서양 세계에 확고하게 정착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폐지론은 퀘이커를 중심으로 종교인들이 먼저 제기한 지 반세기만에 대서양 세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남부인들은 물론 그런 대세를 따르지 않고 노예제를 옹호했다. 먼저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노예제라는 용어 대신에 “특이한 제도”peculiar institution라는 완곡한 표현을 선호했다. 노예제가 남부 특유의 제도여서 외부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옹호하는 데 인종주의를 동원했다.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인종주의는 근대에 들어와서 언어나 종교 대신에 신체상의 차이에 주목하고 거기서 차별의 근거를 발견하는 이데올로기로 변형되었다.

-230쪽, 제10장 〈내전〉


인종주의는 이미 살펴본 것처럼 남부를 넘어 북부에도 널리 퍼져 있었고, 19세기 말에 제국주의와 결합되었으며, 그래서 해외에서 식민지를 지배, 착취하는 노력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인종 질서를 확립하려는 구상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제14장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국주의가 미국 남부에서 인종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19세기 말에 강대국 사이에서 식민지 쟁탈전이 가열되던 때에, 제국주의를 옹호하던 논
객들은 그것이 제국의 이익보다는 오히려 식민지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식민지가 제국의 “후견” 아래에서 야만이나 미개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 문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하면서, 그것을 돕는 것이 “백인의 사명”이라고 강변했다. 제국을 건설한 백인은 고도의 문명을 지닌 만큼, 식민지에서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에게 문명을 가르치는 부담을 지닌다는 것이었다. 1890년대에 미국이 스페인과 전쟁을 벌이고 그 식민지를 빼앗으며 제국주의적 팽창을 밀고 나감에 따라, 이 그릇된 관념은 미국 전역의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확산되었다. 이제 그들은 미국에서 백인이 정점을 차지하는 인종 질서를 확립하면서,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백인으로부터 문명을 배우는 과정을 밟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분명히 흑인을 아동에 비유하면서 열등한 존재로 비하하던 인종주의의 연장이었다.

-316~317쪽, 제11장 〈재건과 신남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국가는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민과 원주민에 관한 정책, 그리고 농지법과 광업기본법에서 드러나듯이, 국가는 인구를 늘리면서 후진 지역으로 보내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풍부한 천연자원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며 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은행·통화제도를 정비하고 보호관세를 다시 확립하며 철도 부설을 위해 막대한 토지를 불하하는 등, 시장경제를 진흥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한마디로 줄이면, 국가는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352쪽, 제12장 〈법인 자본주의〉


거기에는 거트먼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의 주장은 두 측면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새로운 이민 집단이 도착할 때마다 그런 충격에 부딪히며 미국의 노동인구 가운데서 이질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충격을 행동으로 표출할 때마다 미국의 노동운동이 산업화 초기의 양상을 보이며 단속적인 발전 경로를 밟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보기에 이민 노동자들이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의 일환이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다. 사실, 이민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고국에서 지녔던 관계나 관습을 가져갔지만, 미국의 공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런 문화적 자원 가운데 적잖은 것을 버려야 했다. 더욱이, 그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려야 했다. 따라서 노사분규가 벌어졌을 때, 지역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해도 넓고 든든한 지원을 얻을 수는 없었다. 미국의 노동자들이 인종과 젠더, 종교와 민족에 따라 분열되어 있었던 만큼, 주로 자신들의 이웃과 친지에 기댈 수 있었을 뿐이다. 반면에 사용자들은 지역사회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특히 노사 관계에서는, 지역사회의 언론과 관공서, 그리고 사회단체의 지원에 의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미국의 사용자는 노동자와 맺는 세력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468쪽, 제13장 〈대안과 개혁〉


이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는 윌슨의 구상과 거기서 발전한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윌슨이 상상하던 국제 질서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제국주의에 일어난 변형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서 자본주의는 물론 경제체제나 사회·경제체제가 아니라 문명의 일종으로서, 넓은 뜻에서 권력구조의 한 형태로서, 경제 권력에 자율적 위상을 부여하는 특징적 건조물을 가리킨다. 또 제국주의는 역시 식민지나 속령을 거느리는 공식적 제국의 팽창 정책을 넘어, 어느 국가가 국제관계에서 자국을 정점으로 위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에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제국이 통치권이나 교역권 대신에 경제적 패권을 목표로 삼고 여러 주권국가 사이에서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는 교역 체제를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그 결과, 제국 이외에 다른 국가도 주권과 영토를 유지하며 자유무역에 참여하고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데 가담한다.

-561~562쪽, 제14장 〈제국주의〉

저자소개

배영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3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미들베리대학 객원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사 주간,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학과장을 지냈다. 'Labor in Retreat: Class and Community among Men's Clothing Workers in Chicago, 1871-1929', '서양사 강의' 등의 책과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미국 혁명의 이데올로기적 기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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