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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다크 버네사 :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 장편소설

원제 : My Dark Vanes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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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제는 세상이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한 다발의 다이너마이트 같다.”
스티븐 킹(소설가)

〈뉴욕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어린 여자애를 해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요? 어린 여자애가 그 일을 극복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요? 둘 중 누가 더 강한 사람일까요?” 십대 시절 데뷔해 스타가 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이 말은 『마이 다크 버네사』를 관통하는 중대하고 핵심적인 질문이다. 소설가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의 장편소설 『마이 다크 버네사』는 열다섯 살에 사립 기숙학교의 남자 교사와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된 주인공 버네사가 이후 십여 년의 세월에 걸쳐 그와의 관계가 사랑과 애정이 아닌 교묘한 강압과 폭력에 의해 작동해왔음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을 고통스러울 만큼 생생하고 대담하게 그려낸다. 2018년 하퍼콜린스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윌리엄모로가 거액의 선인세를 지불하며 판권을 산 이 화제의 데뷔작은 2020년 출간되어 소설가 스티븐 킹으로부터 “한 다발의 다이너마이트 같다”는 평을 들으며 단숨에 〈뉴욕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남성 권력자들이 자행한 성범죄와 성적 학대에 대한 고발과 폭로가 이어지는 현실의 맥락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았으나, 소재의 시의성과 별개로 한 소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번민과 모순을 한 치의 타협 없이 과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내는 필력, 이야기의 진성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서사적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작가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출판사 서평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이해해주지 않았던
현실의 돌로레스 헤이즈들과 버네사 와이들을 위하여”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은 이 소설을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집필했다. 어린 소녀와 성인 남성의 성적인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학사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러셀은 열네 살에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돌로레스 헤이즈, 일명 롤리타라는 소녀가 겪는 슬픔과 절망에 공감했고, 소설의 화자인 험버트가 롤리타에게 가하는 성적 대상화가 대중문화나 현실 속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열여섯 살에 본격적으로 한 여학생과 남자 교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작가로서 러셀이 내디딘 첫발이자 『마이 다크 버네사』의 시작이었다.

작품을 집필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러셀은 메인대학교 파밍턴 캠퍼스와 인디애나대학교, 이어 캔자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는 동안 수많은 참고 자료를 찾아보고, 다양한 시점과 형식을 시도하며 버네사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다듬어나갔다. 원고를 읽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큰 힘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좌절을 안기기도 했다. 남교사로 인해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도 그와의 관계를 놓지 못하고, 때로는 쏟아지는 비난에 맞서 그를 옹호하는 버네사를 몇몇 지인들은 답답하고 불쾌한 주인공이라 평하며 캐릭터를 수정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러셀은 서사적 통쾌함을 위해 진실로 가는 버네사의 느리고 힘겨운 과정을 잘라내거나 매끈하게 다듬고 싶지 않았다. 결국 열다섯 소녀가 서른두 살의 성인이 되는 동안 이어졌던 억압과 학대의 역사, 그리고 마침내 남교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는 오백여 페이지의 기나긴 과정은 오로지 버네사의 시선으로만, 버네사의 일인칭시점으로만 서술된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비극과 좌절과 실패가 있든, 버네사가 누군가에 의해 얼마나 대상화되고 타자화되든, 작가와 독자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이 이야기의 유일한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버네사 와이의 이야기다

서른두 살 버네사 와이의 삶은 엉망이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하루종일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은 진이 빠지고, 퇴근하고 나면 술과 마리화나에 잔뜩 취해 잠드는 게 일상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사실 버네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스트레인의 교실로 걸어들어가던 그 순간부터라는 것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가 움켜쥐고 있는, 그녀를 움켜쥐고 있는 그 비틀린 관계 때문이라는 것을. 하지만 아니다, 버네사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성범죄 사건들은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트레인은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그 수많은 남자들과는 다르다. 그들과 달리 스트레인은 버네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랬을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가끔은 스트레인이 내게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인 것 같다-나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조립하는 것.” _본문 131쪽

그 일이 시작된 건 17년 전, 버네사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0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개학을 맞아 브로윅 사립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열다섯 살 버네사의 마음은 무겁다. 1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제니와는 인사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고, 이제 학교에서 그녀는 외톨이 신세다. 버네사의 유일한 취미이자 위안은 글쓰기이지만, 과연 자신이 정말 소질이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그런 와중에 버네사는 조금 특이한 선생님을 만난다. 수업 첫 시간에 불쑥 비속어를 내뱉으며 학생들에게 당혹감을 안기는 덩치 큰 문학 교사 제이컵 스트레인. 매끄러운 언변으로 시와 소설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늘어놓는, 좀 거만하지만 똑똑한 선생님. 그리고 대학 입시를 위해 올해는 클럽활동을 해야 한다는 지도교사의 조언으로 떠밀리듯 찾아간 문예창착 클럽에서, 바로 그 스트레인 선생님이 버네사를 반긴다. 그는 버네사의 옷차림에 대한 칭찬으로, 그녀가 쓴 글에 대한 찬사로, 점점 버네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던 어느 날, 스트레인은 수업시간에 버네사를 교실 뒤쪽 자신의 책상으로 불러서 옆에 앉히고 그녀의 글을 첨삭하며 말한다. “네가 쓴 글을 보니 너도 나처럼 어두운 로맨티스트란 걸 알겠어. 너도 어두운 걸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무릎을 만진다. 버네사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정신이 몸밖으로 이탈하는 감각을 느낀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썰물처럼 교실을 빠져나갈 때, 버네사는 이제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영원히 달라졌다고,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스트레인은 그러한 고립감을 자극하며, 버네사가 외로운 건 그녀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특별함을 이해해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암시와 함께. 지금까지 다른 학생들에게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선생님의 고백을, 그러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그녀를 망치고 말 거라 이야기하는 그의 망설임을, 버네사는 순수한 애정이라고 믿어버린다. 버네사는 그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허락하고 내어준다. 결국 스트레인이 그녀의 삶 전체를 장악해버릴 때까지.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버네사는 더이상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지만, 여전히 스트레인 앞에서는 무력한 열다섯 살 소녀가 된다. 스트레인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희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을 견딜 수 없기에 버네사는 더욱더 그와의 관계에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 스트레인을 성적 학대 혐의로 고발하는 브로윅 졸업생의 글이 올라와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다. 물론 스트레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버네사는 그의 말을 믿는다. 믿어야만 하기에 믿는다. 믿지 않는다면, 오로지 스트레인의 이야기에 의해 지탱되어온 자신을 삶을 전부 부정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버네사는 알고 있다. 그 위태로운 믿음이 무너지고, 잔인하고도 명백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자기혐오와 절망의 굴레 너머,
거짓 아래 여전히 빛나는 삶을 향해서

“그는 내 머리색을 단풍잎 빛깔에 비유했고 내게 시집을 주었다-에밀리, 에드나, 실비아. 그는 자신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했다. 나는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솟아올라 그를 공기처럼 들이마시는 힘을 지닌 소녀였다.” _본문 16쪽

소설 속에서 말과 글은 스트레인이 버네사에게 휘두르는 가장 파괴적인 무기이자, 끊임없이 버네사를 옭아매는 족쇄이기도 하다. 하버드 출신의 문학 선생님인 스트레인은 버네사가 쓴 글을 칭찬하며 접근하고, 유명한 문학작품을 인용하며 자신의 욕망을, 그들의 관계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성인 남성이 소녀에 대한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설은, 당연하게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이다. 스트레인은 자신은 절대 그 책의 주인공 같은 소아성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버네사에게 『롤리타』를 비밀스럽게 건네는 그의 의도는 너무나 명백하고, 버네사는 작품 속에서 험버트가 롤리타를 바라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소설의 제목인 ‘My Dark Vanessa(나의 검은 버네사)’ 또한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에 나오는 표현으로, 스트레인은 그것을 애칭처럼 사용하며 자신과 그녀가 ‘어두운(dark)’ 욕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스트레인의 시선을 내면화함으로써 버네사는 그가 만들어놓은 허구 속에 꼼짝없이 갇혀버린다. 한때 글쓰기는 버네사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통로였으나, 주체적 시선을 강탈당한 그녀가 읽고 쓰는 글은 스트레인의 눈으로 자신을 대상화하는 덫이 된다.

결국 이 소설은 버네사가 어느 순간 자신이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 자신의 삶을 스트레인이 아닌 그녀 자신의 시점으로 다시 읽는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끝에서 버네사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과 화해하며 내뱉는 독백-“언젠가는 그가 우리에게 한 짓 이외의 다른 무언가로 우리가 정의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은 마침내 그녀가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적어 내려간 예언이자 선언처럼 읽힌다. 그리고 작가는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을 소녀들을 향해, ‘롤리타’가 아닌 ‘돌로레스 헤이즈’를 향해, 이 용감한 이야기를 온전히 바친다.

추천사

워싱턴 포스트
『마이 다크 버네사』를 ‘화제의 책’이나 ‘중요한 책’ 같은 말로 표현하는 건, 여성 작가가 여성의 경험에 대해 쓴 작품에 으레 따라붙는 뻔한 수식어로 책의 가치를 폄하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그런 수식어를 훨씬 뛰어넘는다. 마치 낙뢰를 받아내는 피뢰침처럼, 눈부시게 세공된 이 소설은 소녀들을 향한 성적 대상화를 미화하는 유명한 책들에 대범하게 맞선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권력과 해악에 대한 지극히 복잡하고 창의적이며 비상한 고찰.

이코노미스트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뒤흔든다. 한 치의 타협도 없는 단단한 작품.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스럽게 공감하며 읽으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정말로 읽어야 하는 건 남자들이다.

에스콰이어
『마이 다크 버네사』는 비범한 성취다. 이 걸작은 절묘한 긴장감과 분위기로 당신을 압도하고 공포에 빠뜨리고 감동시킬 것이다. 러셀은 버네사가 인생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겨운 과정을 극히 섬세하고 생생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디테일을 통해 묘사한다. 『마이 다크 버네사』를 읽을 때는 며칠 스케줄을 비워둘 것. 이 작품에 완전히 사로잡혀버릴 테니까.

길리언 플린(소설가)
눈부시고 경이로운 데뷔작. 『마이 다크 버네사』는 진실이 지닌 무서운 힘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명료함에는 인간적인 정서가, 그 여운에는 오싹한 냉기가 감돈다.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작품.

크리스틴 루페니언(소설가)
작품의 분위기와 시점을 탁월하게 활용한 걸작. 이 책은 독자에게 억지로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매혹적이고 충격적이며 빼어난 작품.

릴리 킹(소설가)
『마이 다크 버네사』는 참혹한 승리의 이야기다. 복잡하고 영리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의 데뷔작은 예상과 클리셰를 뒤집고, 다층적이고 암시적인 서사를 통해 성적 학대가 일으키는 피해의 광범위함과 지속성에 대해 더 철저한 이해를 이끌어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목구멍으로 감정이 울컥 치밀어오르는 가운데 밤이 깊도록 책을 놓지 못하게 될 것이다.

줄리 번틴(소설가)
『마이 다크 버네사』는 내 마음을 부숴놓았다. 십대 소녀와 교사의 관계를 다루는 이 감동적이고 맹렬한 이야기는 주인공 소녀가 어떻게 청소년기를 강탈당했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그후로도 오랜 세월에 걸쳐 트라우마가 생존자의 삶에 미치는 여파를 따라간다. 강한 흡인력과 탁월한 필력을 보여주는 중대한 작품. 나는 이런 책을 기다려왔다.

제인 케이시(소설가)
책 한 권이 이토록 나를 사로잡은 게 얼마 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교묘한 심리 조작과 권력의 남용에 대한 소름 끼치는 초상.

데이지 뷰캐넌(작가)
중독적이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 이 소설은 여성과 학대, 그리고 피해자성을 둘러싼 담론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형성시킬 힘을 지녔다.

목차

마이 다크 버네사 _009

감사의 말 _537
옮긴이의 말 _541

본문중에서

그 모든 게 언제 시작되었는지 꼭 집어 말하기는 쉽다. 햇살에 흠뻑 물든 그의 교실로 내가 걸어들어갔고 그의 시선이 처음으로 나를 들이마시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언제 끝났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정말 끝이 나긴 한 거라면 말이다. (…) 십 년 혹은 십오 년 뒤, 그의 육체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 그가 의지할 사람은 아마도 나일 것이다. 이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리라. 나는 전부 다 내던지고 뭐든 할 것이다, 마치 충직한 개처럼. 그리고 그는 받고, 받고, 또 받을 것이다. 본문 16쪽

때로는 그에게 연락할 때마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인 것 같다. 그의 주위를 유령처럼 맴돌고, 그를 과거로 끌고 가고, 그때 있었던 일을 다시 얘기해달라고 부탁한다. 단 한 번이라도 그 일을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왜냐하면 나는 아직 그 시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본문 92쪽

나는 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가 먼저 나를 만졌고, 내게 키스하고 싶다고 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매번 첫 걸음은 그가 떼었다. 나는 강요당하지 않았고, 내게 싫다고 말할 힘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내가 책임자인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그는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믿어야만 하는 것들의 긴 목록을 갖고 있는지도. 본문137∼138쪽

내가 그에게 상처를 준다고? 그런 힘을 지닌 내 모습을 상상해보려 애쓴다. 그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나를, 내가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그의 심장을. 그러나 내 손안에서 박동하고 고동치는 그의 심장을 상상해보아도, 여전히 실권자는, 나를 끌고 다니고 이리저리 쥐고 흔드는 것은 그의 심장이다. 나는 거기 매달린 채 그것을 놓지 못한다. 본문 230쪽

“어린 여자애를 해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요? 어린 여자애가 그 일을 극복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요? 둘 중 누가 더 강한 사람일까요?” 질문이 허공에 떠 있고 대답은 자명하다-강한 사람은 피오나다. 나도 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 본문 282쪽

나는 우리 위 허공에 떠다니는 것들을, 나의 분노, 수치심, 상처를 외면한다. 그것들이야말로 정말 괴물 같다, 말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야말로. 본문 372쪽

루비의 아득한 목소리가 내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지만, 날 겁먹게 한 건 바로 진실이라는 것을, 진실의 거대함과 적나라함이라는 것을 루비는 알고 있다. 진실은 숨을 곳을 주지 않는다. 본문 385쪽

그러나 실제로 자신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과연 무얼 했던가? (…) 전부 다 쇼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는 그 쇼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두 손을 들고, 종종 있는 일이잖아요, 혹은 그 사람이 설령 무슨 짓을 했더라도 그렇게 악랄한 짓일 리는 없어요, 혹은 그걸 막기 위해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요? 라고 말하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하는 변명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에 비하면, 그 변명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본문 522∼523쪽

나는 그녀가 멀어지는 것을 본다, 소문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 한때 소녀였던 여자가. 나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이렇게 선명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이것은 너무도 작은 깨달음이다. (…) 나는 처음으로 그의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그가 되지 않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할 수 있다. 본문 534쪽

저자소개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4

1984년 메인주 동부의 작은 마을 클리프턴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에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돌로레스 헤이즈, 일명 롤리타라는 소녀가 겪는 슬픔과 절망에 공감했고, 소설의 화자인 험버트가 롤리타에게 가하는 성적 대상화가 대중문화나 현실 속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열여섯 살에 본격적으로 한 여학생과 남자 교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메인대학교 파밍턴 캠퍼스와 인디애나대학교, 이어 캔자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다. 저서 『마이 다크 버네사』는 2020년 출간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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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립학교 아이들》, 《열세 번째 이야기》, 《658, 우연히》, 《비행공포》,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빛 혹은 그림자》, 《어디 갔어, 버나뎃》, 《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죽음과 죽어감》, 《우린 괜찮아》, 《걸프렌드》, 《탄제린》 외 9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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