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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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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떻게 시간을 쓸지 스스로 정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시골살이는 ‘리틀 포레스트’가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이야”

도시의 삶을 권하는 엄마 VS 시골의 삶을 꿈꾸는 아들
오해의 잡초를 헤치고 피어난 이해의 말들

누군가를 오해하기는 쉽지만,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오해를 품 들이지 않아도 자라나는 잡초에 비유하자면, 이해는 온 신경을 기울여야 결실을 맺는 과수에 가깝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 사이에서도 이해는 절로 피어나는 법이 없다. ‘가족은 서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문장은 두터운 대화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 위에서 비로소 성립한다. 어리게만 보이는 자식을 두고 걱정이 앞선 부모, 부모의 보호와 참견이 답답한 자식 사이에는 오해의 잡초가 무성할 뿐이다. 이처럼 가족은 때로 남보다 더 생경하다.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골로 가겠다’고 설득하는 아들과 ‘생각보다 시골살이는 만만하지 않다’고 말리는 농부 엄마가 나눈 편지를 엮은 에세이다. 10년 차 농부인 엄마 조금숙은 “도시에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p.21) 아들의 벼락같은 귀농 선언에 “한숨이 터진다.”(p.25) 심란한 엄마에게 아들 선무영은 고백한다. 진정한 행복과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p.26)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엄마와 아들의 대화는 계절을 따라 더 깊고 투명해진다. 현재의 고민과 과거 어린 시절의 이야기, 미처 공유하지 않았던 가족사,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사뭇 진지한 대담으로 넓게 가지를 뻗어나간다.

“어서 오라는 말을 못 하는 10년 차 농부다. 선뜻 반기지 못하는 엄마 마음을 알겠니. 든든한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서 오면 어떨까 싶은데. 그래도 그간 해온 법 공부가 아쉽지 않겠니. 학교 다닐 때는 성적도 잘 받아왔잖아.” _조금숙, 25쪽

“로스쿨에서 깨달은 게 많습니다. 넘어지는 법을 배웠달까요, 제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배웠달까요. (…) 곧 변호사가 되리라 생각되던 아들이 이제는 농부가 되겠다니 당황스러운 어머니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아쉬울 게 없습니다. 제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렵니다.”_선무영, 26쪽

편지는 필연적으로 공백이 생기는 가장 느린 대화법이자, 답신이 돌아와야 다시 회신을 보내는 평등한 대화법이라 할 수 있다. 확연한 입장 차이가 있음에도 천천히 편지 주고받기를 포기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과 애정이 돋보인다. 이 책은, 팽팽하던 편지 틈에서 피어난 이해의 말들을 읽는 순간의 기쁨과 감동은 물론, 가족의 관계성과 삶의 태도 그리고 오롯한 이해에 관한 생각의 씨앗을 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특히 걱정 많은 부모를 설득한 경험, 고집스런 자녀를 말려본 경험이 있는 독자의 내밀한 마음을 건드리고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여름철 장마보다 눅진하고, 한겨울 고드름보다 투명하게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천연한 사랑으로

서로의 마음을 들쑤시고 볶는 와중에도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진 마흔한 통의 편지에는, 각각 그 편지가 전해진 계절이 담겼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변하는 자연 풍경과 분위기를 섬세히 묘사하는 문장들이 편지글 곳곳에 서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가 그리는 곡선을 따라 피고 지는 마음이 완연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1부 ‘봄싹은 힘겹게 돋는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진로를 틀더라도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하는 아들 선무영의 굳은 결심과 들뜬 마음이다. “아녜요, 저는 인생을 시골에 걸어볼 생각입니다. 어떻게 시간을 쓸지 스스로 정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p.29) 변호사가 되는 줄로만 알고 있던 엄마를 설득하고자 하는 다짐으로 거침없이 쓰인 아들의 편지엔 땅 위로 고개를 비집고 내민 땅땅한 봄싹이 겹쳐 보인다.
1부에서의 ‘시골살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세 없이 2부 ‘여름, 풀과의 전쟁’로 이어진다. 엄마 조금숙은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자식을 향한 애정 어린 걱정을 담아 끈덕지게 회유의 편지를 쓴다. “어른이 된 다음에는 안 그러는 줄 알았더니 얼마 전에 보니 장딴지가 이만큼 부어 있더라. 그런 아들이 날벌레들을, 풀독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p.102) 이에 결혼하고 스스로 삶을 꾸려온 이야기를 꺼내는 선무영과 결혼도 귀농도 무엇이든 인생 선배인 조금숙 사이의 편지는 눅진한 여름 장마와 치열한 여름의 풀베기를 닮았다.
2부에서 서로의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풀베기’가 성공한 덕일까. 3부 ‘가을 햇볕 아래 노랗게 익어가고’에서는 따사롭게 내리쬐는 볕 사이로 두 사람 사이의 마음이 포근히 익는 모습이 엿보이고, 4부 ‘콩깍지 이불을 포개어 덮는 겨울’에서는 마침내 서로 공감하며 함께 다가올 봄을 기대하는 마음이 한겨울 고드름처럼 투명하게 빛난다.
이처럼 다채롭게 변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오직 글의 형태로 오롯이 드러난다. 이 책이 독자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은 한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변화를 오감으로 체감하는 기쁨과 같이 생생하다. 편지들이 이토록 계절의 모습을 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딪치고 걱정하다가도 반성하고 궁금해하고 믿어주고 이해하는, 그 모든 천연한 마음으로 쓰였기 때문이리라.


“그럼 제가 가장 빛나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할까요“
‘삶의 가치’를 찾아 선택하는 그 용기를 응원하며

결국 두 사람이 편지를 나눈 계절은, 서로의 삶 속에서 ‘용기’를 발견하고 도전하는 마음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엄마 조금숙은 아들에게 “마음의 빚이 여러 가지”(p.267)였다. 서울에 큰딸과 작은아들만을 남기고 서둘러 귀농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때문에, 활동가 시절 여기저기 사회 운동에 참여하느라 자주 “집에 엄마가 없어서”(p.171) 미안했다. 수많은 선택 속에서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p.268) 후회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젊은 시절 조금숙의 선택은 어른이 된 아들 선무영의 문장으로 재조명받고 다시금 존중된다.

“10년 전, 도시의 삶을 내려놓고 과감히 시골로 거처를 옮기셨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도전은 대개 한 번조차 어려운 일인데,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하셨는지요. 시골에 가시게 된 게 온전히 어머니의 선택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장소 불문하고 자기 뜻을 펼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힘이 부치시는 일이 있다면 제가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끊임없는 어머니의 도전을 응원하면서, 또 어머니의 새로운 도전을 기다립니다.”_선무영, 171~172쪽

한편, 아들 선무영은 도시에서 “수험 생활의 연속”(p.16)인 삶을 살아 왔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p.16) 쳇바퀴처럼 이어지는 다음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늘 도시가 권하는 삶의 트랙 밖으로 과감히 나가본 적 없었다. 고민 끝에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가져오기 위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진짜로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 주체적으로 선택한 ‘귀농’은 10년 차 농부 엄마 조금숙의 문장으로 오롯이 응원받는다.

“이제 너희를 맞을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아. 어느새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멀찍이서 보는 나이가 되었다. 청년에게 ‘하지 마라, 그거 해봤자다’ 하는 사람이 아니라, ‘괜찮다, 할 수 있다’라고 응원하고 힘닿는 대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_조금숙, 242쪽

이 책은 단순히 ‘시골에서의 삶이 더 자유롭고 좋다’라거나 ‘서울이 시골보다 살기 편하다’는 이야기를 단언하는 책이 아니다. 도시의 삶을 권하는 엄마와 시골의 삶을 꿈꾸는 아들의 대화 속에서 시골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도시의 숨 막히는 분위기는 가감 없이 드러난다. 서로 다른 입장 틈에서 깎여나가지 않고 계절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결국 어떤 것이든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해 도전하는 ‘용기’다. 사계절간 오해의 잡초를 헤치고 다가간 끝에, 조금숙과 선무영은 상대의 용기를 알아주고 이해하게 된다. 이로써 두 사람은 비로소 각자가 내고자 하는 ‘빛’을 존경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가치롭다 여기는 것을 좇아 선택하는 마음, 스스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따르는 마음, 서로 다른 삶의 모양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 여러 형태의 용기를 긍정하는 이 책이 독자에게도 단단한 마음으로 자신이 ‘빛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 이 순간에 척박하지 않은 곳이 어딨겠습니까. 도시도, 시골도 살아내기 퍽퍽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_선무영, 237쪽

“도전에 실패한 것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고 자신 있게 선택하는 아들이, 청년이 경이롭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랑스러워했을 겁니다. 과감한 선택을 하는 모든 청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_조금숙, 268~269쪽

목차

마중하는 말 : 생각의 씨앗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_선무영

1부 | 봄싹은 힘겹게 돋는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래요 _선무영
귀농이라니 한숨이 터진다 _조금숙
인생을 시골에 걸어볼 생각입니다 _선무영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엄마는 다 알고 있다 _조금숙
우리가 꿈꾸는 삶에 붙는 이름은 중요치 않습니다 _선무영
… [며느리의 편지] 흙이 가진 힘을 오롯이 받아 자라는 자연스러움이 좋아요
시골살이는 ‘리틀 포레스트’가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이지 _조금숙
… [아빠의 편지] 가장 가까운 이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한발 물러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골은 어떨까요 _선무영
딱 한 곳이라도 믿을 만한 병원이 있으면 다행이지 _조금숙
도시 사람들은 앓을 자유가 없어요 _선무영
팔 걱정 없이 농사만 잘 지어도 된다면 _조금숙
어머니가 애써 기르신 감자와 옥수수, 제가 팔아드리겠습니다 _선무영
… [아들의 편지] 수학 시험 64점 받아온 날
… [아빠의 편지] 만약 다시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 [엄마의 글] 그래, 네가 와서 봄이구나

2부 | 여름, 풀과의 전쟁
모기만 물려도 퉁퉁 붓는 네가 날벌레와 풀독을 견딜 수 있을까 _조금숙
‘찐촌바이브’를 내뿜는 협동조합을 해보려 해요 _선무영
시작할 때의 협동심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단다 _조금숙
그 여행 이래로 대화는 줄곧 이어지고 있습니다 _선무영
… [누나의 편지] 우리 부디 재미를 포기하지는 말자
떨어져 살아도, 가까이 지내는 사이이길 _조금숙
시골에서 진짜 ‘살림’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_선무영
이곳의 정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_조금숙
… [엄마의 글] 좋은 인연
농사는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아 _조금숙
귀농 준비물은 따로 없나요? _선무영
먼저 ‘노나메기’ 마음을 배워 왔으면 _조금숙

3부 | 가을 햇볕 아래 노랗게 익어가고
그래서 더 가까이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_선무영
모두가 바쁘게 지내는 시절이기에 무던히 견뎌냈다 _조금숙
… [아빠의 편지]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아직 어머니 눈매엔 불씨가 있어요 _선무영
널 보며 배웠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마음 _조금숙
용감한 어머니 곁엔 아버지가 있었는데 말이죠 _선무영
같이 사는 불편함을 넘어 서로의 버팀목으로 _조금숙
어떻게 사람을 부르는 농가를 꾸릴까 고민해봐야겠어요 _선무영
만들어 놓으면 팔 수 있다는 말은 농부의 말이 아니란다 _조금숙
우리 동막골로 ‘시골 마을 차차차’ _선무영
청년이 언제든 농촌에 올 수 있다면 좋겠다 _조금숙
좋든 싫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_선무영
벨리댄스라니, 몸이 따라가지 않더라 _조금숙

4부 | 콩깍지 이불을 포개어 덮는 겨울
때 아닌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_선무영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산다, 뭣이 중헌지 _조금숙
취향대로 사는 사람에게 척박함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걸요 _선무영
일흔에는 일흔의 호흡으로 행복해지겠지 _조금숙
내년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까, 가슴 벅찬 고민입니다 _선무영
무슨 일이든 마법처럼 순간에 이뤄지진 않아 _조금숙
… [엄마의 글] 농한기의 분투기
저는 지금 ‘별일 없이’ 삽니다 _선무영
함께 불렀던 희망의 노래처럼 _조금숙

배웅하는 말 : 새로 올 봄을 기다리며 _조금숙

본문중에서

도시 생활은 수험 생활의 연속이더군요. 고통스러웠지만 매 시험 때마다 ‘이 시험만 끝나면!’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왔습니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 고난 속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 좋은 집을 얻어도 그제야 시작입니다. 좋은 배우자, 훌륭한 아이, 다시 그 아이의 성적, 학교, 직장… 이렇게 시험의 고난은 대를 이어가죠. 이 연속되는 시험 속에 ‘언제든 한 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구나’ 싶습니다. _16쪽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요. 본인이 가장 빛날 수 있도록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얼까 고민하지 않고, 일단 로스쿨에 진학한 것이죠. 가만 보니, 저는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직접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것도 좋아하죠. 몸이 더러워지도록 흙 만지는 것도 좋아하고, 땅벌레도 좋아해요. 그럼 제가 가장 빛나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할까요. _29쪽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말한다. 언젠가 시골에서 마당 딸린 집 짓고 여유롭게 사는 그런 귀농 말이야. 그런데 ‘귀농’은 어렵다. 농사는 고되고 힘들단다.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여유 있는 귀농은 사실 ‘귀촌’이지. (…) 엄마는 너에게 이런 귀촌을 권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꼭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들딸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이다. _32쪽

아무리 아들내미가 나이를 먹어도, 어미 눈에는 아기처럼 보이는가 보다. 옛날 가족 여행 갔을 적에 찍은 너의 사진들을 보면 네가 얼마나 아기 같은지. 특히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성이 잔뜩 나서 째려보고 있단다. 중턱까지는 제가 제일 먼저 올라가겠다고 날다람쥐처럼 뛰어오르다가도, 중턱을 넘어서는 정상에 꼭 가야 하냐며 그만 내려가자고 생떼였지. (…) 물론, 결국 무사히 등산을 마쳤다는 것은 잘 안다만 시골에 오겠다고 하는 아들의 옛 모습이 왜 자꾸 떠오르는 것인지…. 농사는 뙤약볕 아래 등산보다도 뜨겁고 길고 괴로울 텐데 잘할 수 있겠니. _34~35쪽

어머니께서 시골 사람들이 적절히 치료받을 권리가 지켜지고 있지 않다 말씀하셨죠. 도시 사람들은 적절히 앓을 자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프면 약 먹고 잘 쉬어야 하는 거죠? 그렇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 중에 몇이나 아프면 쉴 수 있나요. _73쪽

슬슬 말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럼에도 직장 생활과 달리 제대로 보장되는 게 없는 농촌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오늘, 하루가 길다. _81쪽

어머니가 별달리 가르치지 않으셨다고 해도, 환경운동가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스스로 환경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생각함에도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를 매일같이 만들어냅니다. 환경을 생각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어느새 몸에 밴 습관에 또 좌절해요. (…) 그런데 저는 이렇게 ‘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싶어요. 시골에서 흙과 함께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_127~128쪽

‘노나메기’ 정신이라고 들어봤니. 온몸의 힘을 박박 긁어낼 때 흘리는 박땀, 안간땀, 피땀. 그렇게 흘린 땀만큼 서로서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노나메기란다. 농사란 게 그렇더라. 꾀를 내어서 땀을 덜 흘리고 더 많은 열매가 돌아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는 애초 시작하면 안 되는 거지. 박땀 흘려가는 농부들을 보면서 ‘나 혼자 뻔뻔치가 되면 안 되겠다’ 매일같이 다짐해. _154~155쪽

예전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납니다. 수리산 자락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며, 멀쩡한 초목 베어서 철쭉 동산 만든다 할 때도 가만히 있지 않으셨죠. 뜨거운 마음으로 환경 운동을 하신 덕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어디 가면 ‘조금숙이 아들’로 불립니다. 쓰레기 종량제나 음식물 분리수거나 어머니께서 활동하신 부분에서 성과를 거둔 것도 많죠. “집에 엄마가 없어서 미안하다”라고 늘 말씀하셨지만, 그때 어머니의 눈매엔 불씨가 아른거렸습니다. 요새 부쩍 여기저기 아프셔서, 제가 너무 늦게 가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어머니 눈빛은 여전하십니다. _170~171쪽

처음에 네가 시골에 온다고 할 때, 시골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막연히 생각했었어. 그런데 널 보며 다시 배웠다.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은 있다는 걸. 비 젖은 길에 홀로 켜 있는 가로등을 보며, 엄마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붉은 고추가 마지막 빛을 더해가고 있다. 가을이다. _177쪽

가을 햇살을 따갑게 받으며 이틀 내내 들깨를 털었다. 그야말로 탈탈 털었다. 또 이틀은 검불을 걸러내야 할 게다. 정선기를 사용할 만큼 양이 많지 않으니 그저 몸이 감당해내는 것이 대견하구나. 시골에는 몸이 고달플 정도로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아챌 수 없는 아름다움이 곳곳에 있는 것 같아. 모든 삶이 그런 건가. _219쪽

귀농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척박함을 걱정하더군요. ‘그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꿈 깨라’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시골을 찾지 않는 이유가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 돌아보니 척박함이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입니다. (…) 척박함 속에서도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저는 개인의 취향으로 이해했습니다. 취향대로 사는 사람에게 척박함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_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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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으로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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