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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원제 : 女ぎらい ニッポンのミソジニ-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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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으며,
여성 혐오에서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성차별적 남성 사회의 뿌리, ‘여성 혐오’ 사상을 일깨워준
세계적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기념비적 저작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1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된 ‘여성 혐오’를 철저히 분석해 한국 사회에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문제적 저작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가 출간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두 챕터 분량의 본문과 작가의 말이 추가된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호모소셜·호모섹슈얼·여성 혐오’라는 이론적 틀로 성차별적 남성 사회를 분석한 책으로, ‘여성 혐오’의 본질과 작동 방식을 규명하여 10년이 넘도록 페미니즘 인문서의 교과서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여성 혐오는 보편적이지만 운명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사회의 뿌리까지 잠식해 있는 여성 혐오의 보편성을 밝혀 충격을 주었지만, 이를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개념과 관점을 설명하여 여성 혐오를 극복하고 이후를 상상할 수 있는 지식과 실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한국은 물론 대만과 중국에서도 출간되어 아시아 독자들에게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대학의 여성학 강의나 글쓰기 수업의 교재로도 널리 쓰이며 ‘여성 혐오’의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다.

출판사 서평

‘여성’이란 ‘남성이 아닌 자’에게 찍힌 낙인이다
-성차별의 본질, ‘여성 혐오’에 대한 총체적 고찰
저자는 ‘여성 혐오’를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라고 간결하게 정의한다. 여성 혐오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이 존재하는데, 남성은 이성적이고 주체적이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이며, ‘남성이 아닌’ 여성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주체적이기보다 수동적인 객체라는 낙인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여성 혐오 사회에서는 남성을 우월하고 지배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정당화된다. 여성 혐오는 여성은 스스로를 인정하거나 사랑하기 어렵게 만들고, 남성은 여성을 멸시하며 동등한 주체로 여기지 않게 만든다.
이러한 여성 혐오는 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사회 구성원들이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특히 여성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것과 여성 혐오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람둥이 남성은 여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성적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고,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남성은 다정한 보호자를 자처하며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타자화한다. 모성과 어머니에 대한 찬양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을 ‘어머니됨’에 가두는 여성 혐오이자 ‘맘충’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딸의 사회적 성공을 응원하면서도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어머니는 딸에게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 혐오는 사회적·맥락적으로 나타나기에, 저자는 여성 혐오 사회의 구조를 차근차근 해체해나가며 여성 혐오의 실체를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여성 혐오는 남성 연대로 구축되고 완성된다
-여성에 대한 비하와 타자화를 공유하는 남성들
여성 혐오는 본래 여성을 멸시하고 타자화하는 남성의 것이며, 남성 연대(호모소셜)로 만들어지고 완성된다. 저자는 사회학자 사토 유이가 내린 ‘차별’의 정의를 빌려 ‘성차별’을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그것을 공유하는 남성과 동일화하는 행위”로 규정하는데, 이는 남성 연대가 여성 혐오를 공고히 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즉 ‘여자는 감정적이고 책임감이 없고 의존적이다’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남성들끼리 공유함으로써 여성을 타자화하고(여성 혐오)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고 독립적인’ 남성들 사이의 유대(남성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남초 커뮤니티, 남성 시청자 중심의 유튜브 채널, 남성 친화적 매체 등에서 여성 비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남성이 기득권을 지닌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의 성취나 능력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남성 연대와 여성 혐오가 강화된다. ‘여성 정치인’, ‘여의사’, ‘여기자’ 등의 표현은 모두 여성의 직위와 성취를 부차화하는 언어이며, 여성을 ‘아이를 낳고 돌보는 존재’로 간주하여 채용, 승진, 공직 등에서 배제하려 한다. 저자는 여성에 대한 ‘(직장 내)성폭력’을 이러한 여성 혐오의 하나로 분석하는데, 성폭력이 여성을 ‘나(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타자화하고 낙인을 찍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 젠더의 실천’(=여성 혐오의 실천)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폭력·배제는 다시 남성과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을, 여성 혐오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굳건히 한다.

‘페미니스트란 여성 혐오와 갈등하는 자이다’
-여성 혐오 너머를 모색하다

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 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 혐오에 적응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킨다. 때문에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이 여성 혐오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_본문 중에서

그러나 저자는 여성 혐오가 역사적·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시작과 끝이 있다고 말한다. 여성 혐오는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이라는 범주가 지닌 차이에서 기인하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과 맥락에 의해 구축된 것이다. 즉 우리는 여성 혐오와 부딪치고 갈등하면서, 발생 원인과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여성 혐오의 역사적 끝에 도달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여성 혐오가 너무나도 깊이 박혀 있는 세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지만, 차근차근 여성 혐오로부터의 ‘탈세뇌’를 이뤄나간다면 여성 혐오 너머의 세상을 그려나갈 수 있다. 이 책은 그 출발선이자 이정표이며, 언젠가 여성 혐오가 종식된 시대에 ‘이상한 시대의 이상한 증언’으로 읽힐 것이다.

추천사

슬릭 래퍼(《괄호가 많은 편지》 저자)
단숨에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들어버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출간 이후 지금까지 수도 없는 사람들을 나처럼 변화시켜왔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근대사회 여성 혐오와의 결별과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약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에 낱낱이 적힌여성 혐오에 대한 통·공시적 고찰은 여전히 우리 세대의 페미니즘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가리키는 굳건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페미니즘으로의 첫발을 떼던 날의 나처럼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혹은 페미니즘과 지지고 볶은 지 10년 즈음인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조심스러운 초대를 건넨다.

김은실(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
한국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 억압 혹은 통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남성 지배’라고 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려 하거나, 여성에 의한 담론에 동조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권력의 출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동일화하거나 포섭되는 것이 탐탁스럽지 않은 것이리라. 아마도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성 지배의 구조 속에서 남성이 ‘남성’이 되는 메커니즘, 여성이 ‘여성’이 되는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브 세지윅의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의 3종 세트를 가지고 저자는 현실 속 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 경멸, 차별, 무시 등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세지윅의 이론적 틀을 이해할 수 있고, 이제껏 모순으로만 비춰졌던 여러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성 이슈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여성이 겪는 차별을 문제화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해답 역시 얻게 될 것이다.
항상 문제와 정면으로 대면하는 저자의 용기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세지윅의 이론을 일본 사회에 대입한 것이지만, 한국의 젠더 관계를 분석하는 하나의 비교 준거점이 될 것이다.

목차

개정 한국어판을 내며
한국어판을 내며

제1장 호색한과 여성 혐오
여성 혐오란 무엇인가 | 요시유키 준노스케와 나가이 가후 | 여성으로부터 도주하는 남성
제2장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
남자의 가치는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 남성 연대의 성립 조건 | 남자는 성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제3장 성의 이중 기준과 여성의 분단 지배─‘성녀’와 ‘창녀’의 타자화
젠더, 인종, 계급 | ‘성녀’와 ‘창녀’의 분단 지배 | 성의 이중 기준이 가진 딜레마
제4장 ‘비인기남’과 여성 혐오
‘성적 약자론’의 덫 | 성의 자유시장 |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과 ‘비인기남’ | 격차혼의 말로 | ‘남성보호법’의 반동성 | 남자가 되기 위한 조건
제5장 아동 성학대자와 여성 혐오
‘욕망 문제’ | 공적 섹스와 사적 섹스 | 아동 성학대자들 |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
제6장 황실과 여성 혐오
남아 탄생 | 황실은 언제부터 여성 혐오적이 되었는가 | 신화논리학 | 황족과 인권
제7장 춘화와 여성 혐오
폭력·권력·재력 | 쾌락에 의한 지배 | 남근 중심주의 | 춘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 남근 페티시즘 | 남자가 필요 없는 쾌락?
제8장 근대와 여성 혐오
‘어머니’라는 문화적 이상 | ‘한심스러운 아들’과 ‘신경질적인 딸’ | ‘자책하는 딸’의 등장 | 근대가 낳은 여성의 여성 혐오 | 자기혐오로서의 여성 혐오
제9장 어머니와 딸의 여성 혐오
반면교사 어머니 | 어머니가 치르는 대가 | 어머니는 딸의 행복을 기뻐하는가 | 어머니의 질투 | 모녀의 화해
제10장 ‘아버지의 딸’과 여성 혐오
가부장제 대리인으로서의 어머니 | ‘아버지의 딸’ | ‘유혹하는 이’로서의 딸 | 일본의 ‘아버지의 딸’ | 아버지에 대한 복수 | ‘아버지의 딸’도 ‘어머니의 딸’도 아닌
제11장 여학교 문화와 여성 혐오
남성 사각지대 | 여학교 가치의 재발견 | 여학교 문화의 이중 기준 | ‘노파의 가죽’ 생존 전략 | 해학과 자학
제12장 도쿄전력 OL과 여성 혐오 part 1
미디어의 발정 | 도쿄전력 OL의 마음속 어둠 | 남자들의 해석 | 두 가치로 분열되는 여자들
제13장 도쿄전력 OL과 여성 혐오 part 2
창녀가 되고픈 여자 | 여자가 남자에게 매긴 가격 | ‘성적 승인’과 ‘동기의 어휘’ | 매매춘 비즈니스 | 여성의 존재 가치 | 여성의 분열과 남성의 모순
제14장 여성의 ‘여성 혐오’, ‘여성 혐오’의 여성
두 가지 예외 전략 | 하야시 마리코가 서 있는 위치 | 여자 간 라이벌 관계 | 코스프레하는 여자 | 여자 간 우정과 남녀 간 우정
제15장 권력의 에로스화
부부 관계의 에로스화 | 프라이버시의 성립 | 성적 만족의 권리와 의무? | 사도마조히즘의 탄생 | 섹슈얼리티의 탈자연화 | 신체화된 생활 습관
제16장 여성 혐오는 극복될 수 있는가
여성 혐오의 이론 장치 | 욕망의 삼각형 | 호모소셜·호모포비아·여성 혐오 | 섹슈얼리티의 근대 | 여성 혐오를 넘어 | 남성의 자기혐오
제17장 아저씨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성희롱, 무엇이 문제인가?
실명 고발이 가진 힘 | 2차 가해, 3차 가해 | 여성 저널리스트가 당사자가 되다 | 피해자를 고립시키지 않는다 | 성희롱 고발의 파급 | 경험의 재정의 | 페미니즘이 이룬 것 | 성희롱 개념의 진화 | 성희롱은 산업재해 | 대학의 성희롱 대책 | 교육과 성희롱 | 가해자의 공통점 | 성희롱의 무엇이 문제인가? | ‘이건 남자들의 문제예요’ | 아저씨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제18장 ‘병든 여자’의 여성 혐오
‘병든 여자는 나다’ | ‘당사자 연구’의 고통 | 욕망의 시장 | AV 여배우가 될 수 없는 여자 | 울스턴크래프트의 딜레마 | 나는 닳고 닳았었다 | 남성 시선의 내면화 | AV 여배우에 대한 ‘존경과 경멸’ | 스스로를 ‘여자’라고 칭하는 이유 | 당사자 연구의 최고의 교재 | 세뇌에서 깨어나는 아픔 | 덧붙임 | 여성 혐오로부터의 탈세뇌

초판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여성 혐오는 성별이원제性別二元制 젠더 질서의 깊고 깊은 곳에 존재하는 핵이다. 성별이원제의 젠더 질서하에서 성장하는 이들 가운데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중력처럼 시스템 전체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너무나도 자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탓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의식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여성 혐오는 남녀에게 비대칭적으로 작용한다.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혐오’이기 때문이다. 더 노골적인 표현으로 바꿔보자.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남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여자로 태어나서 손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자는 얼마나 있을까.
_18~19p, 〈여성 혐오란 무엇인가〉 중에서

“여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이것은 남성A가 여성B에게 던진 발언이 아니라, 남성C에게 여성B의 타자화를 공유하여 ‘우리 남자들’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발언이다. 그 장소에 여성B는 없어도 된다. 사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배제란 공동 행위’다. 남성C가 “정말 그래”라며 남성A에게 동조하면(즉 동일화하면) 차별 행위는 완성된다. “아니, 그렇지 않아”라고 항변하면 남성됨의 아이덴티티 구성에 실패한 남성A는 당혹을 감추기 위하여 남성C를 일탈화시키는 반격으로 태세를 전환할 것이다. “뭐? 너 그러고도 남자냐?” 남성이 아니면 여성, 여성이 아니면 남성인, 중간항을 인정하지 않는 이 굳건한 성별이원제하에서 남성으로부터의 일탈은 ‘여성화된 남성’과 동의어가 된다.
_49p, 〈남자는 성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중에서

남자를 남성으로서 인정하는 것은 남성이지 여성이 아니다. ‘여자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소유하여 ‘여성의 지배자’ 위치에 설 필요가 있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자기 것으로)함’으로써 ‘남성이 된다.’ 이 관계는 비대칭적인 것이며 역전되어서는 안 된다. 여자 한 명을 지배하에 두는 것은 ‘남성됨’의 필수 조건이며 그렇기 때문에 여자 관리에 실패하는 것은 남자의 오점이 된다. ‘마누라 교육 하나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게 무슨 남자냐’라며 마누라에게 ‘기죽어 사는’ 남자는 경멸당한다. 아내가 바람이 나면 남자는 소유물 관리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기르던 개에 손을 물리는 꼴이 되어 ‘남자의 체면’을 구긴다. 아내의 배신 행위보다도 동성 집단에서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에 남편은 간통한 남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_109p,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 중에서

여성 혐오는 비교에 의해 강화된다. 비교한다는 것은 ‘비교 가능함’을 의미하며, 또 비교가 가능하려면 양측이 비교 가능한 공약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젠더나 신분의 차이가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에서는 ‘구별’은 있어도 ‘차별’은 없다. 같은 인간으로서 공약될 수 있는 분모가 생김으로써 비로소 차별을 부당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성차별 자체는 훨씬 전부터 존재해왔으나 근대는 비교에 의해 역설적으로 성차별을 강화하였다.
따라서 성차별을 고발하는 페미니즘은 근대의 직접적 효과에 의해 탄생한 것이 된다. 때문에 여성학의 개척자였던 고故 고마샤쿠 기미는 “‘구별’이 ‘차별’로 승격되었다”고 이 변화를 환영했던 것이며 그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끈질기게 ‘차별’을 ‘구별’로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다.
_163p, 〈근대가 낳은 여성 혐오〉 중에서

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 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 혐오에 적응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킨다. 때문에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이 여성 혐오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여성 혐오를 느끼지 않는 여성(그런 여성이 있다면)에게는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때때로 “나는 내가 여자라고 하는 사실에 얽매여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큰소리치는 여자들이 있는데 그 말은 ‘나는 여성 혐오와의 대결을 줄곧 피해왔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_166p, 〈자기혐오로서의 여성 혐오〉 중에서

호모소셜한 집단이란 이처럼 ‘성적 주체’임을 서로 승인한 남자들의 집단을 가리킨다. ‘여성’이란 이 집단으로부터 배제된 자들, 오로지 남자들에게 욕망되고 귀속되고 종속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자들에게 부여된 명칭이다. 따라서 호모소셜한 집단의 멤버가 여성을 열등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이란 ‘남성이 아닌 자’에게 찍힌 낙인과 명칭이며 그들은 남성에게 부여된 모든 미덕과 명예로부터 차별화되고 범주화되어야만 한다. ‘여성’이란 남성과 달리 ‘용감하지 않은 자’, ‘다부지지 못한 자’, ‘지도력과 결단력이 없는 자’,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한 자’, ‘얌전한 자’, ‘무력한 자’, 즉 ‘주체가 될 자격이 없는 자’에게 부여된 명칭이며, 이 모든 ‘여성스러운’ 속성은 남성이 그 지배 대상에 어울리도록 만들어낸 속성이라 해도 무방하다.
_297~298p, 〈여성 혐오의 이론 장치〉 중에서

여자가 아니어도 상처받고 여자여도 상처받는다. 많은 여자에게 낯익은 풍경이다. 일을 잘하면 ‘여자임에도 훌륭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고, ‘여자라서 높게 평가받았다’는 시기와 질투도 겪어야 한다. 일을 못하면 아예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남성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면 스스로 여자임을 부정해야 하고, 반대로 남성 사회가 준비해 놓은 ‘여성 지정석’에 앉으면 독립된 성인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워낙 흔한 경험이라 이 모순된 상황에 ‘울스턴크래프트의 딜레마’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다. 18세기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지적한 이래 사용되어온, 성차별의 딜레마를 가리키는 역사적인 용어다. 이것이 ‘여자가 병들어 가는’ 다섯 번째 단계다.
_356p, 〈울스턴크래프트의 딜레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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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우에노 치즈코(上野 千鶴子)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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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인 그녀는 교토대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도쿄대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11년 동 대학 명예교수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내 여성단체 간의 협업을 위해 NPO(Non Profit Organization, 민간비영리기구) 법인인 WAN(Women's Action Network)을 설립, 이사장직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1994년 『근대가족의 성립과 종언』으로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했으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등으로 굵직한 여성주의 이슈를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저자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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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도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졸업해 현재 일본 국제기독대학 젠더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으며 교양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공부했고, 연세대학교에서 조한혜정 교수에게 문화인류학을 배운 뒤 일본에서 우에노 지즈코의 도쿄대학교 재임 마지막 3년을 같이 하는 행운을 누렸다. 지은 책으로는 《노오력의 배신》(공저), 옮긴 책으로는 《문단 아이돌론》 《느낌을 팝니다》 《워킹 푸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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