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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원제 : Отцы и дет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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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런 것들이 현대의 젊은이야! 저기 저놈들이 우리의 후계자라고!”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투르게네프
두 세대 간의 첨예한 갈등을 통해 인간 보편의 문제를 파고든 눈부신 걸작

▶ 투르게네프는 러시아 격변의 근원에 있는 도덕적, 지적 불안감을 잘 그려 낸 작가다.
-조지프 콘래드
▶ 『아버지와 자식』은 투르게네프의 최고 걸작이자 19세기의 가장 눈부신 대작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투르게네프의 소설, 특히 『아버지와 자식』은 러시아의 과거와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기록물이다. -이사야 벌린

출판사 서평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투르게네프의 걸작 『아버지와 자식』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투르게네프는 이 소설에서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신구 세대 갈등을 더없이 핍진하게 그려 내 비상한 사회적 관심과 문학적 논쟁을 불러왔다. 우리에게는 보통 ‘아버지와 아들’로 알려진 이 책의 러시아어 원제(Отцы и дети)는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아버지들과 자식들’ 혹은 ‘아버지들과 아이들’이다. 민음사판은 원제대로 ‘아버지와 자식’을 제목으로 삼았다. 『부활』,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등 톨스토이의 대작들을 우리말로 유려하게 옮긴 러시아어 전문 번역가 연진희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번역과 충실한 주석 또한 돋보인다.
■ 투르게네프 문학의 지향점

투르게네프는 러시아가 사회적, 예술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활동한 작가다. 1848년 프랑스 자유주의 혁명의 열기가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가자 러시아 궁정은 검열과 통제를 강화해 혁명의 영향을 차단하려 했다. 1825년 입헌 군주제와 농노 해방을 주장했던 귀족들과 장교들의 의거가 실패한 후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긴 암흑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때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바로 문학이었고, 투르게네프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시인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십 대에 비평가 벨린스키를 만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벨린스키는 ‘글을 쓴다는 것은 진실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전제 정치 아래 신음하던 러시아 작가들에게 커다란 문학적 과제를 던졌다. 벨린스키로부터 깊이 영향을 받은 투르게네프는 이후 이론과 실천의 통일, 삶과 문학의 통일을 지향하게 되었다.

■ 논쟁의 중심에 선 『아버지와 자식』

투르게네프는 사회의 진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지식인층에 평생 매혹되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들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이유다. 그는 현실의 진보를 갈망하면서도 자신이 그려 내는 작품 속 인물들과 객관적 거리를 두려고 애썼으며 문학을 진보를 위한 정치적 강령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자식』은 이러한 그의 태도가 가장 여실히 드러난 작품으로 러시아 문학사상 유례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자신에 대한 거의 모든 진영의 비판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투르게네프는 조국을 떠나고 말았다. 1861년 농노 해방령이 선포된 이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농민이 된 이들은 부당한 토지 대금 지불 방식에 불만을 품고 곳곳에서 소요를 일으켰고 정부는 그들을 폭력으로 진압했다. 혼란에 휩싸인 러시아 사회는 보수주의와 개혁주의 양 진영으로 갈라졌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버지와 자식』은 당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내보였다.


■ 새로운 인간형, 니힐리스트의 출현

제목이 시사하는바 『아버지와 자식』은 두 세대 간의 갈등을 그린다. 1840년대에 러시아에서 청년기를 보낸 자유주의 귀촉 계층인 ‘40년대 세대’와 이른바 ‘잡계급’이라 불렸으며 개혁을 위한 실력과 헌신을 강조한 평민 지식층 청년들인 ‘60년대 세대’가 그 주인공이다. 자연 과학을 숭상하고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예술은 철저히 거부한 60년대 세대는 40년대 세대 지식인들의 유약한 모습을 비판했다. 투르게네프는 자신이 만들어 낸 ‘니힐리스트’라는 말로 이들 60년대 세대를 규정했고,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노인 파벨과 자식 세대를 대표하는 청년 바자로프를 극단적으로 대립시켰다. 이 작품에서 니힐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하나의 원칙, 설사 그 원칙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니힐리스트인 바자로프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파벨은 이에 이렇게 응수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냥 ‘세상의 모든 게 다 부질없어!’라고만 하면 돼. 그럼 그걸로 끝이야. (……)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저 얼간이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갑자기 니힐리스트가 되어 버렸구나.” 니힐리즘을 수용하는 태도의 이런 극명한 차이에 따른 신구 대립을 투르게네프는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인간형(니힐리스트)을 통해 더없이 생생하게 표현한다.

■ 『아버지와 자식』이 남긴 것

출간되자마자 『아버지와 자식』은 논쟁의 한복판에서 보수주의, 급진주의, 슬라브주의, 서구주의 등 사회 모든 진영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보수주의자들은 투르게네프가 바자로프를 과도하게 이상적으로 그렸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급진주의자들은 투르게네프가 바자로프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들을 희화화했다며 분개했다. 논쟁과 비판은 계속되었고 투르게네프에게 반발이라도 하듯 체르니??스키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소설을 통해 60년대 세대의 진화된 삶의 양식을 제시함으로써 삼십 년 가까이 러시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은 『아버지와 자식』을 겨냥, 비판한 작품으로 유명하고, 체호프의 「결투」 역시 『아버지와 자식』을 의식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 소설에 응답하거나 이 소설을 변주한 작품들이 계속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당대 러시아 사회에 대한 투르게네프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날카로웠다는 것을 입증한다. 서로 팽팽히 맞선 두 세대 간의 첨예한 갈등을 그리지만 사랑과 결혼, 죽음이라는 인간 보편의 문제로 등장인물들을 어우르는 손길에서는 삶의 복잡다단함을 표현하려 애쓴 투르게네프의 작가적 고뇌 또한 엿볼 수 있다.

목차

아버지와 자식 11

작품 해설 355
작가 연보 378

본문중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야! 그런데 너의 아버지는 멋진 사나이더군. 쓸데없이 시를 읽고 영지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야.”
“우리 아버지는 황금 같은 인간이지.”
“네 아버지가 얼마나 소심한지 눈치챘어?”
아르카지는 마치 그 자신은 소심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놀라운 일이야.” 바자로프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 진부한 낭만주의자들이라니! 자신의 신경계를 흥분 상태로 몰아가고…… 뭐, 그러다 균형이 깨지지. 그나저나 잘 자! 내 방에는 영국식 세면대가 있는데 문은 안 닫히네. 어쨌든 그건 장려할 만해. 영국식 세면대 말이야. 그건 곧 진보니까!” (36쪽)

“그는 니힐리스트예요.” 아르카지가 다시 한번 말했다.
“니힐리스트.” 니콜라이 페트로비치가 중얼거렸다. “그건 무(無)라는 뜻의 라틴어 니힐에서 나온 말이구나. 내가 판단할 수 있는 한에서는 그렇다. 그러니까 그 말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거냐?”
“‘아무것도 존중하지 않는’이라고 말해야지.” 파벨 페트로비치가 동생의 말을 받아치고는 다시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죠.” 아르카지가 지적했다.
“똑같은 것 아니냐?” 파벨 페트로비치가 물었다.
“아뇨, 똑같지 않아요. 니힐리스트란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하나의 원칙, 설사 그 원칙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 (45쪽)

“훌륭한 화학자는 그 어떤 시인보다 스무 배는 더 유익합니다.” 바자로프가 끼어들었다.
“그렇군요!” 파벨 페트로비치가 웅얼거렸다. 그는 막 잠들 것처럼 눈썹을 살짝 추어올렸다. “그렇다면 당신은 예술도 인정하지 않겠군요?”
“돈 버는 기술을 말하나요, 아니면 그까짓 치질을 고치는 기술을 말하나요?” 바자로프는 경멸조로 비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51쪽)

“우리는 우리 스스로 유익하다고 인정한 것을 위해 행동합니다.” 바자로프가 말했다. “오늘날에는 부정이 무엇보다 유익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정하는 것이고요.”
“모든 것을?”
“모든 것을요.” (91쪽)

“브라보! 브라보! 들어 봐라, 아르카지……. 현대의 젊은이들은 바로 저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거란다! 생각해 보렴, 그러니 어떻게 그들이 너희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니!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무식하다고 소문나는 게 싫어서 싫든 좋든 노력을 했지.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냥 ‘세상의 모든 게 다 부질없어!’라고만 하면 돼. 그럼 그걸로 끝이야. 젊은이들은 기뻐하지. 그리고 사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저 얼간이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갑자기 니힐리스트가 되어 버렸구나.” (99쪽)

“(……) 넌 우리의 쓰라리고 괴롭고 고독한 생활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너에게는 오만함과 적개심이 없고, 젊은 용기와 젊은 혈기가 있지. 그런 건 우리 일에 맞지 않아. 너희 귀족들은 고상한 겸손이나 고상한 흥분을 넘어서지 못하지. 하지만 그 모든 건 다 하찮은 것들이야. 예를 들어, 너희 귀족들은 서로 주먹질도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는 싸우기를 원하지. 그럼 어떻게 될까! 우리의 먼지가 네 눈을 파고들 테고, 우리의 진흙이 널 더럽히겠지. 그래도 넌 우리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도취하고, 또 스스로를 비난하며 쾌감을 느껴.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지겹거든. 우리에게 다른 종류의 인간들을 내놓으란 말이야! 우리가 무찔러야 할 대상은 다른 인간들이라고! (……)” (318쪽)

이 묘에 예브게니 바자로프가 묻혀 있다.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이미 노쇠한 노부부가 종종 이 묘를 찾아온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온다. 철책으로 다가온 그들은 털썩 쓰러져 무릎을 꿇은 채 오래도록 비통하게 울고, 아들이 누운 자리에 놓인 말 없는 돌을 한참 동안 유심히 바라본다. 짧은 말을 몇 마디 나누고, 돌에서 먼지를 털어 내고, 전나무 가지를 다듬고, 다시 기도를 한다. 그러고 나서도 그들은 이 장소를 떠나지 못한다. 이곳에 있으면 아들과, 아들에 대한 추억과 좀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기도가, 그들의 눈물이 과연 부질없단 말인가? 사랑이, 성스럽고 헌신적인 사랑이 과연 전능하지 않단 말인가?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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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반 투르게네프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181028

1818년 10월 28일 러시아 오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귀족 가문 출신의 장교였고 어머니는 농노 5000명이 딸린 영지의 지주였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깊이 매혹되었지만, 성정이 잔인했던 어머니가 농노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목격하면서 농노제를 혐오하게 되었다. 1833년 모스크바 대학교 문학부에 입학했고 이듬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역사철학부로 옮겼다. 1839년 베를린 대학교에 입학하여 고전을 비롯해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며 서구 자유주의 사상을 체화했다. 1843년, 시인으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비평가 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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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부활』,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러시아 단편집』, 『검은 말』, 『마지막 목격자들』 등이 있다. 202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기차여행」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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