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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양장]

원제 :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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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 현대 문학의 효시!
규율과 인습, 차별과 편견, 폭력과 억압을 넘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펼쳐지는 자유를 향한 모험

내 생애 꼭 한 번은 읽는 영원한 고전, 「비룡소 클래식」 쉰세 번째 작품으로 ‘미국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 최고의 걸작이자 미국 현대 소설의 효시로 평가받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출간되었다. 순수한 영혼의 백인 소년 허클베리 핀과 인정 많고 다정한 흑인 노예 짐이 뗏목을 타고 광활한 미시시피강을 떠내려가며 겪는 모험을 담은 이야기로, 『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편 형식을 취하지만, 문학적 깊이는 후속작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회의 모든 제약과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선 두 사람의 유랑기를 통해 19세기 남북전쟁 이전 미국 사회의 모순을 재치 있고 익살맞게 풀어냈다.
자유분방한 소년 허클베리 핀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언행과 당시 미국의 기반이나 마찬가지였던 기독교 윤리, 학교 교육에 대한 조롱과 비판 등을 이유로, 출간된 직후 미국 전역 도서관에서 불량 도서 혹은 아동 금서로 지정되었고, 지금까지도 현실 고발적 성격의 ‘검둥이(nigger)’라는 표현으로 인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작이다. 하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T. S. 엘리엇 등 후대 작가들의 재평가를 시작으로 점차 작품이 지닌 순수한 의미와 본질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문학사, 더 나아가 세계 문학사에서 고전의 반열에 등극하였다.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후에도 없었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책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1935

비룡소 클래식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2002년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발간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유일한 정본 텍스트』를 완역하여 누실되었던 친필 원고 부분까지 살려 담아냈다. 또한 마크 트웨인이 직접 찾아내고 섭외하여, 면밀히 소통하며 협업한 그림 작가 E. W. 켐블이 그린 1884년 초판본에 수록된 삽화를 실었다. 원작자의 의도가 그대로 투영된 삽화는 하부 텍스트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고전을 접하는 묘미를 생생히 더한다.

출판사 서평

■ 풍자 문학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날카로운 사회 비판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 사회의 모순

『톰 소여의 모험』 이후 허크 핀은 더글러스 부인의 양자로 입양되어 학교 공부와 성경 공부 등 교양인이 되기 위한 경직된 문명화 교육을 받는다. 예의범절과 사회적 관습, 그리고 기독교적 윤리에 수반되는 제약이 답답하고 따분하지만, 그런대로 적응해 가던 중 돈을 탐하며 나타난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허크 핀을 강가의 숲속에 있는 외딴 오두막집 가둔다. 자족적이며 자연을 만끽할 줄 아는 허크 핀은 숲속에서의 생활도 만족스러웠지만, 나날이 거세지는 아버지의 학대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탈출을 결심한다. 강도에게 자신이 살해당한 듯 위장한 뒤 미시시피강의 잭슨섬으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도망친 흑인 노예 짐을 만나 둘은 함께 폭풍우에 떠내려온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떠내려가며 강변 마을 등지에서 다양한 사건을 겪는다.
풍자 문학가로도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19세기 남북전쟁 직전 미국 남서부 사회상과 세태를 생생히 펼쳐 보이며, 당대 미국 사회가 지닌 모순과 부조리,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과감하게 비판했다. 또, 열네 살 소년 허크 핀이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백인들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과장법과 해학, 특유의 익살맞은 재치로 풍자해 냈다.
허크 핀은 수십 년 전부터 영문도 모른 채 서로를 증오하고 배척해 온 그레인저포드와 셰퍼드슨 두 가문 사람들 간의 허망한 싸움을 목격하는가 하면, 떠돌이 사기꾼인 자칭 ‘왕'과 ‘공작'이 물질적인 욕심으로 타락하여 비열하고도 악랄하게 벌이는 사기 행각에까지 휘말린다. 예측할 수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동과 위기의 순간마다 허크 핀은 기발한 재치와 기지, 정의로운 용기를 발휘해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순간순간을 헤쳐 나간다.
허크 핀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추악하거나 혹은 우스운 어른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허크 핀은 죽을 위기에 처한 살인자의 목숨을 구하는 선택을 하거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사기꾼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등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풍부한 감성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순수하고도 선한 소년이다. 거짓말과 도둑질을 일삼으며 장난기 넘치는 악동이었던 허크 핀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 나간다.

■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사유하고,
자기 안에서 우러난 올곧은 가치를 좇은 소년

권위주의적 가정 폭력과 문명사회에 수반되는 모든 인습과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한 허크 핀, 그리고 사회 제도의 억압에서 도망친 짐. 짐은 신체적 자유를, 허크 핀은 정신적 자유를 갈망하며 한배를 탔다. 두 사람은 인종과 신분, 나이를 뛰어넘어 인간적으로 서로를 대한다. 서로를 돕고 의지하는 과정에서 짙은 신뢰와 우정을 쌓아 가며 돈독한 유대를 형성한다. 작품이 발표된 당시에는 흑인이 주인공 또는 그 동반자로 비중 있게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인 요소였다. 강 위에서 펼쳐지는 짐과의 유랑 생활을 통해 허크 핀은 흑인도 백인과 마찬가지로 존엄성을 지닌 똑같은 인간임을 깨우친다.
그러면서도 허크 핀은 기존 사회가 부여한 그릇된 기준으로 인해 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당시에는 도망 노예를 돕는 일조차 범죄 행위이자,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부도덕한 일이었다. 허크 핀은 짐의 소재를 알리는 편지를 쓰다 한참 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기 안의 진실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대범한 행동을 감행한다.

“좋아, 나는 지옥 불 속으로 떨어지겠어.”
나는 편지를 북북 찢었다.
그것은 끔찍한 생각이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일단 내뱉었기 때문에 주워 담고 싶지도 않았다. - 본문에서

사회적 통념, 강요된 질서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리를 판단하여 올바른 이치를 좇은 숭고한 결과다. 당시 보편적인 정서는 물론이고, 법률에 저촉되는 일인 짐의 탈출을 돕기로 마음먹은 것. 허크 핀은 세상과 인간성에 대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에 따라 용감하게 행동한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과 직관에 충실하여 마침내 정신적 성장을 일구어 냈다. 자연과 자유를 추구하며,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애쓴 두 사람의 참다운 우정의 승리는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지구상 모든 국가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차별과 폭력, 왜곡된 인습, 구조적 부조리는 곳곳에 드리워 있다. 반전 사상가로 활동하기도 한 마크 트웨인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역설한 그의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유효할 것이다.

**
[책속으로] 이어서

강을 따라 내려가며 여행하던 때의 짐의 얼굴이 떠올랐다. 짐과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달빛을 받으면서 때로는 거센 폭풍우를 맞으면서도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때로는 신나게 노래도 부르면서 뗏목을 타고 내려왔다. 돌이켜 보니 짐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던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든 나를 깨우지 않고 내 몫까지 보초를 서던 짐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안개 속에서 돌아온 나를 보고 짐은 얼마나 반가워했던가. 원수진 집안끼리 옥신각신하던 그 수렁 같은 곳에서 내가 돌아왔을 때 뛸 듯이 기뻐하던 짐의 모습도 떠올랐다. 언제나 나를 다정하게 대하면서 귀여워해 주고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던 짐, 뗏목에 천연두 환자가 타고 있다고 둘러대어 짐을 구했을 때 내게 고맙다며 선하게 웃던 짐의 얼굴도 생각났다. 그때 짐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자 자기한테는 둘도 없는 친구라고 말했다.
- p. 482

“좋아, 나는 지옥 불 속으로 떨어지겠어.”
나는 편지를 북북 찢었다.
그것은 끔찍한 생각이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일단 내뱉었기 때문에 주워 담고 싶지도 않았다. 이것저것 다 잊어버리고 다시금 내게 어울리는 나쁜 짓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라는 아이는 착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으니 천성대로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우선 짐을 빼낼 방법부터 궁리해 보았다. 그래, 기왕이면 사람들이 나쁜 짓이라고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을 하자. 나는 마음먹은 이상 끝까지 밀어붙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 p. 483~484

그런 꼴을 한 두 사람을 보자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에 대한 미운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둘은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었는데,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한테 저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나 싶자 오싹 소름이 돋았다.
- p. 519

기분이 영 찜찜했다.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굴하게 느껴졌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책임을 회피한 것만 같았다. 따지고 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똑같았다. 인간의 양심이란 분별력이 없어서 스스로의 마음을 아프게 짓누르는 모양이었다. 인간의 양심만큼이나 분별력 없는 들개가 있다면, 당장 잡아서 독이라도 먹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양심은 인간의 몸속에서 오장육부보다 더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 519

이제는 그만 써야겠다. 더는 쓸 것이 없다. 나는 지금 홀가분하다. 훨훨 날아갈 듯 기분이 좋다. 책 쓰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으리라. 앞으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노라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어쩌면 나는 톰이나 짐보다 먼저 인디언 보호 구역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샐리 아주머니가 나를 양자로 들여 교양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전에도 한 번 겪었는데 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p. 643~644

목차

경고 … 9
일러두기 … 11

제1장 … 13
허크 교양인 만들기│왓슨 아주머니│허크를 기다리는 톰 소여

제2장 … 22
짐을 따돌리다│톰 소여의 갱단│용의주도한 계획

제3장 … 35
호된 꾸지람│은총의 승리│톰의 거짓말

제4장 … 44
허크와 판사│미신

제5장 … 52
허크 아버지│무식한 부모│회개

제6장 … 62
대처 판사를 찾아간 허크 아버지│가출을 결심한 허크│정치 경제학│난장판

제7장 … 76
카누를 숨기다│오두막에 갇힌 허크│시체 가라앉히기│휴식

제8장 … 89
숲에서 잠들다│시체 떠올리기│섬 탐색│짐을 만나다│짐의 탈출│징조│발럼

제9장 … 110
동굴│강물에 떠내려온 통나무집

제10장 … 118
발견한 물건들│행크 벙커 영감│여장하기

제11장 … 127
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수색│둘러대기│고센으로

제12장 … 143
느린 항해│물건 빌리기│난파선에 올라타다│악당들│보트를 찾아라

제13장 … 158
난파선에서 탈출하다│감시인│가라앉은 난파선

제14장 … 170
즐거운 한때│후궁│프랑스인

제15장 … 180
뗏목을 잃은 허크│안개 속에서│뗏목을 되찾은 허크│쓰레기 더미

제16장 … 192
짐의 기대감│선의의 거짓말│거세게 흐르는 강물│카이로를 지나치다│뭍으로 기어오른 허크

제17장 … 238
저녁 손님│아칸소주의 한 농장│실내 장식│스티븐 다울링 보츠에게 바치는 시│넘치는 시적 감성

제18장 … 257
그레인저포드 대령│귀족│원한 관계│성경책│되찾은 뗏목│장작더미│돼지고기와 양배추

제19장 … 281
낮에는 뗏목을 매어 놓다│별의 탄생│금주 운동│브리지워터 공작│왕족들의 수난

제20장 … 299
허크의 설명│새로운 사기를 계획하다│부흥회에서 사기 치기│부흥회에 나타난 해적│인쇄공이 된 공작

제21장 … 318
칼싸움 연습│햄릿의 독백│마을을 어슬렁거리다│따분한 마을│보그스 영감│죽음

제22장 … 339
셔번 대령│서커스 구경│말 타는 주정뱅이│짜릿한 비극

제23장 … 351
공연이 매진되다│왕족 비교하기│향수병에 걸린 짐

제24장 … 362
리어왕으로 분장한 짐│손님을 태워 주다│정보를 얻다│슬픔에 젖은 형제

제25장 … 375
이들이 맞는가?│찬송가 부르기│정당한 몫│장례식 소동│그릇된 투자

제26장 … 391
경건한 왕│설교단에 서는 왕│자매가 용서를 구하다│방 안에 숨기│돈을 빼낸 허크

제27장 … 409
장례식│호기심 채우기│허크를 의심하는 왕│박리다매

제28장 … 423
영국 여행│짐승 같은 놈들│집을 떠나 있기로 한 메리 제인│메리 제인과 헤어지는 허크│볼거리│두 패로 나뉜 상속자

제29장 … 444
의삼받는 형제│돈이 없어진 것을 설명하는 왕│필적 감정│무덤 파헤치기│도망가는 허크

제30장 … 465
허크에게 소리치는 왕│왕족들의 싸움│다시 친해진 왕족

제31장 … 473
불길한 음모│짐이 사라지다│지난 추억│양 이야기│소중한 정보

제32장 … 492
일요일처럼 조용한 곳│허크를 톰으로 착각하다│궁지에 몰린 허크│기쁜 일과 불안한 일

제33장 … 505
검둥이 도둑질│남부인의 환대│꽤 긴 식전 기도│타르와 깃털

제34장 … 520
잿물통 옆 통나무집│엉뚱한 탈출 계획│피뢰침 오르내리기│마녀에게 홀린 검둥이

제35장 … 533
규정대로 탈출하기│비밀스러운 계획│해도 되는 도둑질과 하면 안 되는 도둑질│땅파기

제36장 … 548
피뢰침│고수들의 경지│후손에게 물려줄 일│유명해지다

제37장 … 558
마지막 셔츠│놀려 먹기│모두 준비되다│마녀의 파이

제38장 … 571
문장│뛰어난 감독│괴로운 영광│눈물로 키우기

제39장 … 584
쥐들│활력 넘치는 친구들│밀짚 인형

제40장 … 595
낚시│총을 든 사람들│신나는 도주│의사를 부르려는 짐

제41장 … 607
의사│사일러스 아저씨│호치키스 부인│샐리 아주머니의 눈물

제42장 … 622
총상을 입은 톰│의사의 이야기│톰이 모든 것을 고백하다│폴리 아주머니가 오다│편지를 넘겨주다

마지막장 … 640
자유를 찾은 짐│고생한 짐에게 돈을 주다│허크 핀의 마지막 인사

작품 해설 … 646
작가 연보 … 656
비룡소 클래식을 펴내면서 … 660

본문중에서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은 나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몰라도 상관없다. 그 책은 마크 트웨인이라는 사람이 썼는데, 대체로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약간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실이다. 어쨌든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톰의 이모 폴리 아주머니나 과부인 더글러스 아주머니나 톰의 사촌 누나 메리라면 몰라도 이제껏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으니까. 이 사람들 이야기도 그 책에 다 나온다. 방금 말했듯 그 책은 과장된 면이 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실이다.
- p. 13

저녁을 먹고 나면 아주머니는 성경책을 펼쳐 놓고 모세라는 사람과 갈대 바구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모세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주머니는 모세가 아주 먼 옛날에 죽은 사람이라고 했다. 죽은 사람과 내가 무슨 상관인가 싶자, 모세 이야기가 눈곱만큼도 재미있지 않았다.
- p. 16

왓슨 아주머니는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했다. 나는 차라리 지옥에 가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불같이 화를 냈다. 나쁜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디론가 가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어디라도 좋았다. 환경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왓슨 아주머니는 지옥에 가겠다는 식의 나쁜 말을 하면 안 된다면서 자기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을뿐더러 어떻게든 천국에 갈 거라고 했다. 나는 왓슨 아주머니가 가려는 곳이면 재미없을 게 뻔해서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말을 하면 보나 마나 귀찮은 일이 생길 테고, 나한테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p. 18

얼마 동안 지내다 보니 그곳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매를 맞는 것 말고는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담배를 피우거나 강에 나가 낚시를 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책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식으로 두 달쯤 지내자, 입은 옷이 여기저기 해지고 때에 절어 더러워졌다. 나는 더글러스 아주머니 집에서 지냈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매일 세수를 하고 음식을 접시에 담아 먹고 말끔히 머리를 빗고 시간 맞춰 자고 일어나며 늘 책과 씨름하면서 왓슨 아주머니의 잔소리까지 들으며 살았다. 그러자 어떻게 그런 생활을 견뎠는지 신기했다. 또 내가 어떻게 그런 생활을 좋아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글러스 아주머니가 싫어해서 참았던 욕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아버지는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숲 생활은 만족스러웠고, 꽤 즐거웠다.
- p. 64~65

나는 불운을 알리는 징조밖에 못 들은 것 같은데, 혹시 행운을 알리는 징조도 있느냐고 짐에게 물었다.
“거의 없어. 있어도 행운의 징조는 별 도움이 안 돼. 행운이 온다는 걸 굳이 알 필요가 없잖아. 미리 막을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다만 팔이랑 가슴에 털이 많으면 부자가 될 징조인데, 이런 건 도움이 될 수 있어.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니까. 오랫동안 가난하게 살아도 미래에 부자가 될 거라고 믿으면 희망이 생겨 열심히 살 수 있잖아. 그 사실을 모르면 너무 힘들어서 목숨을 끊을 수도 있어.”
- p. 106

“짐, 앞으로는 좋아질 거야. 언젠가 다시 부자가 될 거라고.”
“그래, 따지고 보면 난 지금도 부자야. 내 몸은 이제 내 것이니까. 내 몸값이 800달러나 된대. 내가 그 정도 값이면 더 바랄 것도 없지.”
- p. 109

동트기 전에는 밭으로 몰래 들어가 수박이나 참외, 호박이나 옥수수 등을 슬쩍 빌렸다. 아버지는 언젠가 갚을 생각만 있다면 무엇이든 빌려도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글러스 아주머니는 빌리는 건 훔치는 걸 에둘러 말하는 것뿐이라며 양심 있는 사람은 그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짐은 더글러스 아주머니나 아버지 모두 어느 정도는 옳다면서 빌리지 말아야 할 것 두세 가지 목록을 정해 놓고, 그 외의 것은 빌려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어느 날 밤 우리는 수박과 머스크멜론과 캔털루프멜론 중 어느 것을 빌려야 하는지를 두고 밤새 의논했다. 그리고 날이 밝을 무렵 그런 것들은 마음껏 빌리는 대신 능금과 감은 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때까지 무언가를 빌릴 때마다 기분이 영 찜찜했는데, 그렇게 정해 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나는 우리가 내린 결정이 마음에 들었다. 능금은 떫기만 할 뿐 맛이 없고, 감은 두세 달은 더 있어야 익기 때문이었다.
- p. 148~149

나는 그때까지 짐 같은 검둥이를 본 적 없었다. 짐은 일단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나는 솔로몬왕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검둥이도 그때까지 본 적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왕 이야기도 들려주어 보았다.
- p. 175~176

짐은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아무 말 없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비열한 짓을 한 나 자신이 한없이 창피했다. 짐이 나를 용서해 준다면 짐의 발에 열 번도 넘게 입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십오 분쯤 망설이다 짐에게 가서 사과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사과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짐에게 비열한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그런 장난이 짐의 마음을 그토록 아프게 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 p. 191

“너무 좋아서 이렇게 외치고 싶어. 이 모든 게 허크 덕분이라고 말이야. 네가 없었으면 나는 절대로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을 테니까. 허크, 네가 나한테 자유를 주었어. 나는 너를 죽어도 잊지 않을 거야.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친구야. 늙은 내게 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고.”
- p. 225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몹시 우울했다.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커서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위기가 다가와도 자신을 지탱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짐을 신고해서 스스로 일을 제대로 했다고 만족해도 지금보다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바른 일을 하기는 힘들고 그릇된 일을 하기는 쉽다. 그런데 결과가 똑같다면 굳이 바른 일을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이 막혔는지 아무런 대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결국 이런 일에 더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지 그때그때 마음 편한 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 p. 230

우리는 결과적으로 뗏목만큼 살기 좋은 집은 없다는 데 동의했다. 다른 곳은 생각만 해도 불편하고 답답할 것 같았다. 하지만 뗏목은 그렇지 않았다. 뗏목에 있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유로운 데다 편하고 즐거웠다.
- p. 280

뗏목 위에서 생활하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었다. 밤이 되면 머리 위 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렸다. 우리는 뗏목 위에 벌렁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누군가가 별들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별들이 저절로 생겨난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짐은 누군가가 만들었다고 했고, 나는 우연히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많은 별을 만들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테니까. 짐은 달이 별을 낳은 것이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듯해서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개구리가 수많은 알을 낳듯 달도 얼마든지 별을 낳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길게 꼬리를 달고 떨어지는 별똥별도 함께 보았다. 짐은 떨어지는 별을 보고 상해서 못쓰게 된 별을 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 p. 285

하지만 두 남자가 왕도 공작도 아닌 새빨간 거짓말쟁이에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엉터리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을 눈치챘으면서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지냈다. 그러는 게 편할 듯싶었다. 서로 다투거나 거북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평화가 유지된다면 두 사람을 왕이든 공작이든 얼마든지 불러 줄 수 있다. 짐한테는 두 사람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 봐야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버지한테 유일하게 배운 교훈이 있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과 탈 없이 지내려면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 p. 298

나는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어떻게 그처럼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 p. 374

보통 나쁜 짓을 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 대부분은 창피한 짓을 했어도 그것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바로 그랬다. 벌어진 일을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내 양심은 점점 더 괴로워졌고, 나 자신이 사악하고 비겁하게 느껴졌다.
- p. 480

저자소개

마크 트웨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35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다. 1835년 미주리 주에서 태어나 미시시피 강가의 작은 마을 해니벌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열두 살에 인쇄소 견습공 생활을 시작했고, 1857년에는 미시시피 강의 수로 안내인이 되었다.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지자 남군에 들어갔으나 2주 만에 빠져나와, 네바다 주 공무원으로 부임하는 형을 따라 서부로 가는 역마차 여행에 동행했다. 금광을 찾겠다는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실패하고, 언론계로 관심을 돌려 네바다 주와 캘리포니아 주의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면서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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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성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비교 문학을 공부하고,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피그맨』으로 2012년 IBBY 어너리스트 번역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안녕, 나의 등대』, 『행복한 고양이 아저씨』 등이 있고, 쓴 책으로는 『책 읽어 주는 로봇』, 『내 친구 이크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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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W. 켐블 [그림]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610618

에드워드 윈서 켐블은 1861년 6월 18일에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난 미국의 삽화가다. 1875년, 필라델피아의 예술 기숙 학교에 입학한 뒤 1881년까지 정기 간행물에 삽화를 기고하며 예술적 재능을 키웠다. 1883년 창간된 《라이프》지의 초창기 호에 주로 삽화를 기고했으며, 이후에는 여러 잡지사에서 정치 풍자 만화가로 일했다. 잡지에 실린 그의 생동감 넘치는 만화는 마크 트웨인의 관심을 끌었고, 1884년에 출간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초판본에 삽화를 수록하게 되었다. 그 밖에도 마크 트웨인의 『얼간이 윌슨』,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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