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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 : 아나 그루에 장편소설

원제 : JUDASKY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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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랑을 설계하는 금발의 사기꾼, 그리고 살인사건
“그녀는 걸려들었다. 당연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시작되었다.”
북유럽 코지미스터리 여왕 아나 그루에의 신작

전체 인구 600만 명도 안 되는 덴마크에서 75만 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아나 그루에의 ‘단 소메르달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 《유다의 키스》가 출간됐다. 피오르 해안가 소도시에서 구형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가 깔린 채 발견된 피투성이 시신의 살인사건과 고액의 로또 당첨금을 두고 벌어진 결혼 사기사건이 얽히고설켜 눈을 뗄 수 없는 미로 같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단 소메르달 시리즈’는 최고의 광고기획자로 성공했지만 심각한 번아웃을 동반한 정신적 위기를 겪으면서 탐정으로서 숨은 재능을 발견한 단 소메르달과 그 단짝 친구인 수사관 플레밍 토르프를 중심으로 덴마크의 가상도시 크리스티안순에서 전개되는 북유럽 대표 코지미스터리(Cozy Mystery)이다. 《이름 없는 여자들》을 시작으로 현재 7권까지 출간된 ‘단 소메르달 시리즈’는 전 세계 21개국에 판권이 수출되고 영화 판권도 계약되어, 20년 기자 생활 끝에 만 48세에 작가로 데뷔한 아나 그루에를 순식간에 덴마크 국민작가이자 북유럽 코지미스터리의 여왕으로 등극시켰다. 또한 프랑스어판이 출간된 후 2012년 푸앵 독자대상(Prix du Meilleur Polar des lecteurs de Points) 수상으로 유럽 미스터리 문단에서 거듭 공인되었으며, 덴마크 현지에서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2022년 ‘시즌 3’ 방영을 앞둔 인기 시리즈가 되었다.

출판사 서평

“웨딩데이, 이제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직감의 광고쟁이 단 소메르달 & 연륜의 수사관 플레밍 토르프
아나 그루에는 《유다의 키스》를 통해 전작 《이름 없는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 현실의 구석구석에 대한 날카롭고도 따스한 시선을 탁월한 명품 미스터리로 직조해내는 이야기꾼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름 없는 여자들》에서 친구의 사건 수사를 어깨너머로 참견하며 자신의 호기심과 적성을 살릴 기회를 포착했던 단 소메르달은 《유다의 키스》에서 생애 처음 단독으로 사건 수사를 위임받아 활약한다. 단이 사립탐정으로서 뒤쫓는 결혼 사기꾼의 정체가 수면 위로 드러날수록, 플레밍이 붙잡고 있던 의문의 살인사건도 차차 실마리가 풀리게 되지만, 두 사건의 믿을 수 없는 연결고리들은 사건 해결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동시에 두 친구의 갈등을 점점 첨예하게 만든다. 아나 그루에는 이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경쾌한 위트와 세심한 통찰로 조합해낸다. 개성과 매력 넘치는 주요인물과 범인들은 물론, 잠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까지도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함을 부여한 《유다의 키스》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어지는 긴박감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그리고 그 단단한 리얼리즘의 힘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정통추리물의 문법에 충실하면서 피나 폭력, 어두움과 비관주의와 거리가 먼 또 다른 세계관을 그려 보이는 코지미스터리의 진수가 이 작품 안에 담겼다.

“아나 그루에의 미스터리는 탄탄한 구조에 극도로 우아하기까지 하다.”
_《디 벨트Die Welt》

“오늘부터 2주만 시간을 줘!”
대머리 탐정, 단 소메르달이 추적하는 첫 사건
덴마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피오르 해안에 자리한 소도시 크리스티안순, 그곳에서 IT 부서 대학생 인턴사원이 구형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가 깔린 채 발레슬레브 지역의 자기 집 헛간에서 피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사건을 담당한 수사과장 플레밍 토르프는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한편 에게비에르그 기숙학교에서 십대 학생들의 최고 인기 교사인 53세의 우르술라는 29세의 약혼자 야콥이 그녀의 로또 당첨금을 챙겨 사라지자 충격에 빠지고, 우르술라의 애제자인 라우라는 아버지인 단 소메르달에게 이 사기꾼을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아빠는 반쯤은 경찰이잖아요!’ 단짝 친구 플레밍 토르프의 수사를 어깨너머로 참견만 하다가 드디어 생애 최초로 단독 사건을 맡은 단. 본업인 광고 카피라이터로서 바쁜 일과를 이어가면서도 본격 사립탐정의 일을 앞두고 잔뜩 흥분해 있지만, 모든 것을 철저하게 전문적으로 준비하고 위장했던 이 야콥이란 사기꾼의 정체는 좀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다. 오리무중의 상황에 처한 단에게 배우자인 정신과 의사 마리아네는 중장년 싱글이 많이 찾는 데이트 파트너 주선 사이트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그 여자들이 손가락을 덴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다른 남자를 찾는 걸 완전히 포기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 안 그래?” 그녀는 목캔디를 하나 더 상자에서 꺼냈다. “내가 아는 싱글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그런 파트너 주선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지 당신이 알게 되면 이해할걸.” _본문에서

“이 남자를 찾습니다.나이 29세, 키 194센티미터, 금발에 파란 눈. 피부는 흰 편이고 어깨에 문신 있음.”
단이 설마 하며 데이트 파트너 주선 사이트에 ‘이 남자를 찾습니다’ 광고를 게재하자, 온갖 피드백이 이어진다. ‘이런 데에 자기 프로필을 올려 짝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고?’ 모든 여성들이 한결같이 사랑하고 귀여워했다는 이 사기꾼은 예상대로 다양한 이름으로 자신을 바꾸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대체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는 알고 있었다. 큰돈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야콥 헤우를린으로 살았던 삶은 지나갔다. 그리고 그 직전, 불치병으로 죽는 날만 기다리던 요아킴 헤인센이란 존재와도 이별을 고했다. 제이는 선베드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 안에 있던, 빌려온 두 정체성을 몸에서 마음에서 뽑아내자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 몸과 마음이 모두 해이해져 지난주 내내 자고 먹고 수영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럴 만하지 않았는가? 연이어 큰 작업을 두 개나 끝냈으니 말이다. 캐스 몫을 떼어주고도 순 수입이 1,200만 크로네나 됐다. 그는 꽤 높은 연봉이라고 생각하며 흡족해했다. […] 제이는 이런 고도로 특화된 분야에 수년간 몸담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액수가 큰 돈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_본문에서

수사관 플레밍은 좀체 풀리지 않는 발레슬레브 살인사건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자, 단이 수사를 맡았다는 사기꾼 야콥의 지문을 조사 의뢰하고 뜻밖에도 이 인물이 자신이 수사 중인 살인사건과 관련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플레밍과 단이 서로의 수사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단서를 맞춰보기 시작하자 두 사건 모두 서서히 실마리가 풀려가게 된다. 그러나 몇십 년을 그랬듯 이번에도 자신이 더 뛰어남을 입증하려는 단을 잘 구슬리지 못하면 수사를 망칠지 모른다는 사실 앞에서 플레밍은 남모를 고뇌에 빠져든다. 단과 결혼하기 전에 플레밍의 여자친구이기도 했던 마리아네는 그에게 속삭인다.

“플레밍은 그를 배제시킬 수 없어. 만약 그럴 기미를 보이면 단은 플레밍 등 뒤에서 뭔가 위험천만한 일을 감행할 테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
“[…] 단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플레밍보다 더 뛰어나고 더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 들 거라는 건 확실해. […] 이 사건이 둘 사이의 경쟁인 것 같은 느낌을 단이 갖게 되면 안 된다는 거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수돗물 트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아네는 목소리를 더 낮추고 더 빠르게 말했다. “단이 엉뚱한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와 일을 나눠서 맡는 게 좋겠지. 단과 의논을 해봐.”
수돗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단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 플레밍. 안 그러면 일을 망칠 거야.” _본문에서

결혼 사기꾼과 발레슬레브 살인사건을 연결하는 사이비종교집단의 사연, 15년 전 한 가족을 둘러싼 비극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드디어 범인을 눈앞에 두게 된 단. 이제 범인의 향방만큼이나 단의 선택지가 무엇이 될지도 사건 해결의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는데…….

“아저씨 생각에……. 이게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보세요?”
“당연히 아니지! 그렇지만 올바른 행동이라는 확신은 들어.” _본문 중에서

목차

발레슬레브, 크리스티안순 근교, 2007년 3월 1일 목요일

1부
#1 2007년 3월 3일 토요일
#2 2007년 3월 4일 일요일
#3 2007년 3월 19~21일
#4 2007년 3월 22일 목요일 오전
#5 2007년 3월 22일 목요일 정오
#6 2007년 3월 22일 목요일 오후
#7 2007년 3월 23일 금요일 밤
#8 2007년 3월 23일 금요일
#9 2007년 3월 24일 토요일
#10 2007년 3월 26일 월요일
#11 2007년 3월 26일 월요일 오후
#12 2007년 3월/2006년 여름
#13 2006년 6월
#14 2006년 7월/8월
#15 2006년 8월/9월
#16 2006년 9월/10월
#17 2007년 3월 27일 화요일
#18 2007년 3월 27일 화요일 저녁
#19 2007년 3월 28일 수요일
#20 2007년 3월 28일 수요일 오전
#21 2007년 3월 28일 수요일 점심
#22 2007년 3월 28일 수요일 12시 10분
#23 2007년 3월 28일 수요일 오후
#24 2007년 3월 29일 목요일 저녁
#25 2007년 4월 1일 고난주일
#26 2007년 4월 1일 고난주일 저녁
#27 2007년 4월 2일 월요일

2부
#28 2007년 4월 6일 수난일 밤
#29 2007년 4월 17일 화요일
#30 2007년 4월 17일 화요일 초저녁
#31 2007년 4월 19일 목요일/2000년 초
#32 2007년 4월 20일 금요일
#33 2007년 4월 23일 월요일
#34 2007년 4월 23일 늦은 저녁
#35 2007년 4월 24일 화요일
#36 2007년 4월 25일 수요일
#37 2007년 4월 25일 수요일
#38 2007년 4월 25일 수요일 18시경
#39 2007년 4월 25일 수요일 저녁
#40 2007년 4월 26일 목요일 밤
#41 2007년 4월 26일 목요일
#42 2007년 4월 26일 목요일 낮
#43 2007년 4월 27일 금요일/1992년 10월~1993년 3월
#44 2007년 4월 28일 토요일
#45 2007년 4월 29일 일요일
#46 2007년 4월 30일 월요일
#47 2007년 5월 1일 화요일
#48 2007년 5월 1일 화요일
#49 2007년 5월 7일 월요일
#50 2007년 6월 22일 금요일

본문중에서

쾅 소리와 함께 헛간 문이 다시 닫혔고, 로테의 히스테릭한 비명은 일순간, 가까이 다가오는 사이렌의 소음을 압도해 울렸다. 키플링스 뱅에의 평화는 끝났다. 출입이 차단된 현장에는 낯선 사람들이 사건을 조사하느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했고,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폴리스라인 다른 쪽에선 동네 사람들과 기자들이 북적거렸다. […] 그의 머리가 있어야 할 위치엔 회색빛의 육중한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거대하고 다루기 힘든 종류의 오래된 폐기용 모니터 같았다. 이런 물건은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8킬로그램? 10킬로그램? 피, 유리 조각, 뼈 토막, 뇌 구성물의 혼돈 가운데 모니터가 콘크리트 바닥에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그 아래엔 머리가 있을 공간이 없을 듯했다. (p.13-14)

“사실 오늘 당신한테 청혼할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당신은 바로 같은 날 로또에 당첨된 이야기를 하다니. 내가 돈 때문에 당신 곁에 있으려 한다는 말로밖에 더 들리겠어. 참 나……. 이제 완전히 물 건너갔어.” 그는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가 촉촉해 보였다.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 우르술라?”
“나한테 청혼할 생각이었다고?” […]
“내가 당신 돈 때문에 청혼한다고 당신이 그렇게 믿는다면……. 난 정말로 내 진정성이 더럽혀진 느낌이야.”
“반지를 샀단 말이지?”
마침내 그가 뒤돌아섰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고 그는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듯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보여줄까?” (p.31-32)

잠깐 동안은 그냥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었다. 사랑스럽고 밝고 재능 있는 딸이 있지 않은가? 스물다섯 살 아네모네가 엄마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게다가 우르술라의 부모는 외동딸을 그런 식으로 잃어버리면 또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자살이라니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사표를 취하하면 여전히 일할 수 있는 직장도 있고 집도 있는데. […] 그러다 어느 깜깜한 밤 좁은 거실에 모니터 조명만 비추고 있을 때 갑자기 아픔이 몰려와, 소파 쿠션을 누르고 눈물 콧물이 범벅되고 온몸에서 나오는 흐느끼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렸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이성적인 자아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반응할 수 있었다. 그냥 떠나고 싶었고, 잠들고 싶었고, 사라지고 싶었다. 길면 길수록 좋을 것 같았다. (p.43-44)

전 세계의 책과 잡지가 가득한 서점에 다다랐을 때 단은 거의 포기 상태였지만 그래도 계산대에 있는 키 작은 금발 여직원에게 또 한 번 사진을 보여주었다. 어느새 사진이 구깃구깃해져 있었다.
“네, 기억해요.” 직원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 사람 여기서 봤어요.”
“확실합니까?”
[…] “정확히 기억나요. 그때 막 휴가 끝나고 근무한 첫날이었거든요. 그가 매장으로 들어올 때 눈에 확 띄었어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시작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죠. 휴가 끝나고 오자마자 그렇게 멋있는 남자를 봤으니까요.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이 전부 다 이 남자처럼 아니면 선생님처럼 생겼으면 당연히 기분 좋지 않겠어요?” 직원이 씩 웃었다.
[…] “혹시 그때 누군가 동행이 있었는지 기억나십니까?”
“혼자였어요. 만약 아내나 여자친구가 같이 있었다면 제가 그 남자를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볼 수 없었겠죠.”
[…] 단은 그녀의 이름을 적었다. 피아라고 했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했다. 단은 서점을 나오면서 너무 큰 소리로 고함치지 않기 위해 자제해야 했다. 처음 확보한 증거였다. 첫 목격자가 나왔다. (p.106-107)

비르기테와 제이, 리세로테는 동시에 캐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결혼이라고요?” 요아킴은 되물으며 이마를 찡그렸다.
“네, 죄송한 말씀이지만 얼마 사시지 못하는 걸 당신도 아시잖아요, 요아킴. 그럼 비르기테가 몇 개월 뒤 유산을 물려받을 테고요.”
그는 소파 한가운데서 뿜어 나오는 탄식 소리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유언장대로 비르기테가 유산을 물려받으면 대략 40퍼센트를 상속세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두 분이 재산을 공동명의로 해놓는 데 합의하면 완전히 달라지죠. 그러면 요아킴 재산의 절반이 비르기테 명의가 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금이 전혀 나오지 않아요. 말하자면 금액 차이가 엄청나죠.” 그는 서류를 뒤적였다. “요아킴 헤인센의 재산이 총 300만 크로네예요, 비르기테. 그러니 고려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p.136-137)

“요아킴이 자기 문신이 무슨 의미인지 얘기하던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룩한 고양이’라는 의미라고 했어요. 인도에서 쓰는 힌디어라던데요.”
“확실한가요?”
“그래서 비르기테가 요아킴을 만나자마자 푹 빠진 거예요. 요아킴이 고양이에 미쳐 문신까지 했다고 했거든요.”
[…] “요아킴이 나중에 다른 여자한테 다시 사기를 치면서 그 문신의 의미를 뭐라고 했는지 말씀드릴까요? 그 여자분은 미술수업을 하는 교사이고 자기 직업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거든요?”
대답 없이, 회색 눈동자만 빛났다.
“미술교사가 묻자 요아킴이 ‘색’이라고 대답했다는군요. 어이없지 않습니까?”
“요아킴이 아니었을 수도 있잖아요. 전혀 다른 남자였을지도 모르죠. 둘 중 한 사람이 요아킴 형이나 동생일지 누가 알아요.”
“두 손 다 들었습니다.” 단이 말하며 일어났다. “좋으실 대로 생각하세요.” (p.149-150)

“혹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녀는 안경을 이마 위로 밀어 올리더니 팔을 쭉 뻗어 사진을 멀찍이 들고 응시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보려고 애쓰면서 그녀는 몇 초쯤 완전히 무관심한 듯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아주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정을 찾은 표정을 지었지만, 흔들리는 눈빛으로 카마와 사진 그리고 창가 쪽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요조숙녀가 함부로 봐서는 안 될 음란물이라도 되듯 사진을 도로 내려놓았다. “모르는 남자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들렸다. 좀 지나치게 단호하다고 할까? 플레밍은 이어 사진을 카마에게 건넸다. 그는 그녀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표정 관리를 더 잘하긴 했지만 그녀도 마찬가지로 사진 속 젊은 남자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카마는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다는 듯 사진을 뒤집어놓았다. 플레밍은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 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선을 들지 않았다.
“왜 거짓말을 하는 거죠?” 그가 침착하게 물었다. (p.184)

플레밍이 전화를 끊자 단은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좋다. 이렇게 돼야 할 일이다. 플레밍하고 부하직원들이 곧 사기꾼 두 명을 체포할 것이고 사건은 영원히 단의 손에서 떠날 것이다. […] 그런데도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야 하는 그런 실망감 같은 느낌이었고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은 정말 긴장되고 재미있는 순간이 이제 시작되었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런데도 그걸 경험하지 못하게 되다니. 바로 전까지 그는 요하네스 한센을 미행하는 일을 물고 늘어졌다. 전문 사기꾼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사기꾼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단은 그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연극의 일부였다. 그리고 지금, 오랫동안 까다로운 리허설 끝에 마침내 주인공이 진지하게 연기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 드라마의 정점에서 그가 속아줘야 하는가?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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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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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7

1957년 덴마크 팔스테르섬의 도시 뉘쾨빙에서 태어난 아나 그루에는 그래픽디자이너를 거쳐 1986년 신문 기자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음악·육아·패션·반려동물·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주제의 매거진에서 아트디렉터,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바자르〉 등의 편집장을 지냈다. 열 살 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매료될 정도로 엄청난 독서가였고, 식탁에서 정신과 의사였던 어머니의 일과를 경청하며 미스터리 작가에 대한 영감을 키워온 그녀는 20년 기자 생활 끝에 2005년 범죄소설 《Noget for noget(거저먹으려고)》를 발표해 덴마크 범죄소설 아카데미 최고 신인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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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성신여자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독일 바이에른주 경제 협력청 한국 사무소와 독일 회사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지옥이 새겨진 소녀》,《죽음을 사랑한 소년》, 《죽음의 론도》, 《여름의 복수》, 《가을의 복수》 외에 《파리는 언제나 사랑》, 《꿈꾸는 탱고 클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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