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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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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지환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21년 09월 23일
  • 쪽수 : 308
  • ISBN : 9788960518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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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는 역사 속 위인들을 진찰하는 의사입니다”
의학과 추리의 눈으로 바라본 뜻밖의 인물사

문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최고의 리더 세종은 왜 운동만 멀리했을까?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짓는 데 집착했을까?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도박꾼이 되었을까?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말년 화풍은 왜 추상화처럼 변했을까? 그 해답은 이 천재들이 각기 앓았던 질병 속에 있다. 이들은 병약한 신체를 이겨 내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지만,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악질 범죄자처럼 이들을 괴롭혔던 질병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들의 삶과 업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의사가 질병을 진단해 내는 과정은 명탐정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범인을 밝혀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스스로 탐정이 되기로 했다. 환자는 위에 소개한 인물에 더해 모차르트, 니체, 마리 퀴리, 화가 로트레크와 프리다 칼로, 밥 말리 등 10명을 선정했다. 이 책은 의학, 역사, 추리를 한데 아우른 교양서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의 질병에 얽힌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위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문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최고의 리더 세종은 왜 운동만 멀리했을까?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짓는 데 집착했을까?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도박꾼이 되었을까?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말년 화풍은 왜 추상화처럼 변했을까? 그 해답은 이 천재들이 각기 앓았던 질병 속에 있다. 이들은 병약한 신체를 이겨 내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지만,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악질 범죄자처럼 이들을 괴롭혔던 질병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들의 삶과 업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모든 의사가 명탐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증상과 단서를 종합해 질병을 진단하는 일은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탐정 셜록 홈스를 창조한 코넌 도일도, 홈스의 모델이었던 조지프 벨 박사도 모두 의사였으니 어쩌면 모든 의사는 홈스의 후배라고 할 수 있겠다.(7쪽)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탐정이 되기로 했다. 환자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10명의 역사적 인물을 선정했다. 언어학자 세종대왕,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작곡가 모차르트, 철학자 니체, 과학자 마리 퀴리, 화가 모네와 로트레크와 프리다 칼로, 가수 밥 말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발병 원인, 증세, 투병 과정 중에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여기에 얽힌 뒷이야기와 낭설도 많고 잘못된 정보와 오해도 크다.
이 책에서 역사 속 인물들의 질병을 추적하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보다 타당한 근거와 논리로 진단하기 위해 당시 시대상과 의학 수준, 발병 과정, 외관상 병증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역사 문헌과 기록, 사진 자료와 초상화, 국내외 의학 논문을 참고했다. 심지어 저자가 직접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직성 척추염 사례로서 세종을 소개한 것이다. 이는 SCIE급 이상 국제 학술지에서 세종을 다룬 첫 논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탄탄한 의학적ㆍ역사적 배경 속에서 풀어내는 질병의 미스터리와 매혹적인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ㆍ 조선 최고의 리더 세종은 왜 운동을 멀리했을까?
최고의 성군이자 천재 중 한 명이었던 세종. 하지만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 있었으니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서 결국 비만해진 왕’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는 문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완벽주의자였고, 친히 전국을 돌며 군사를 격려하고 국방력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랬던 세종이 단순히 ‘하기 싫어서’ 운동을 멀리하고 자기 몸과 건강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50회에 걸쳐 세종의 통증이 언급된다. 눈병 12번, 허리 통증, 6번, 방광염 증상 5번, 무릎 통증 3번, 심한 갈증 2번, 체중 감소 1번.(23쪽) 나이대별로 분석하면 무릎과 허리 통증은 20대 초반에 발생했고 30대에 심해졌으며 눈 통증은 40대부터 악화됐다.(29쪽) 그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허리와 등이 뻣뻣하게 굳어서 굽히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또 눈이 까끌거리고 앞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이 심해졌다가 씻은 듯이 나아지기를 반복했다. 이런 허리와 눈 증상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질병은 단 하나,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뼈가 대나무처럼 굳고 합병증으로 포도막염을 일으키는 ‘강직성 척추염’이다. 세종도 말타기, 사냥, 격구를 즐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직성 척추염이 불러온 끝없는 통증이 그를 주저앉히고 만 것이다.(7쪽)

ㆍ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는 왜 해골 집을 지었을까?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현재의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만들어 낸 가우디. 그런데 그의 건축물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건물 곳곳에서 뼈와 해골 형상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가우디가 지은 건물을 두고 평론가들은 혹평했고 주민들은 동네 미관을 해친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골 집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가우디는 왜 그토록 뼈에 집착했을까?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심한 관절염을 앓았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형의 등에 업히거나 나귀를 타고 등교해야 했을 정도로 관절통이 심했다. 병세 때문에 입학도 늦어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해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관절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평생 2겹의 양말과 푹신한 신발을 신고 다녔다. 평생 관절통을 달고 살았던 그였기에 인체와 뼈에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관절염은 결국 안타까운 죽음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1926년, 가우디는 노면 전차에 치여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하지만 주변의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겹겹이 신은 양말과 남루한 신발 차림 때문에 부랑자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골든 타임을 놓친 그는 결국 사고 발생 3일 후 세상을 떠난다.(39쪽)

ㆍ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도박꾼이 된 사연
도스토옙스키는 못 말리는 도박꾼이었다. 유산과 원고료를 모두 날리는 것은 예사였고 원정 도박에 나섰다가 돌아갈 경비까지 잃기 일쑤였다. 원고 마감에 쫓기면서도 룰렛과 카드를 돌렸는데, 오죽했으면 독일의 비스바덴 쿠어하우스 카지노가 그를 두고 ‘기념할 만한 호구’라며 그의 이름을 딴 홀을 만들고 흉상을 세웠을 정도다. 도스토옙스키가 이처럼 지독하게 도박에 중독된 이유는 그가 간질 발작 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 발작이 자신을 덮칠지 몰라 평생 전전긍긍했다. 심지어 자기 결혼식 피로연에서 2번이나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런데 간질 발작 환자는 평범한 사람보다 흥분 신경 전달 물질이 많다. 흥분 물질이 많으면 도박이 주는 자극에 취약하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작품에는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많이 등장한다. 마치 소설을 통해 발작을 예방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61쪽)

ㆍ 실존 철학의 선구자 니체는 어쩌다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까?
학창 시절 “사원에 숨은 열두 살짜리 예수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니체는 추천사만으로 대학교수에 임용되고, 1년 동안 여러 저작을 집필했으며, “신은 죽었다”고 당당하게 선언할 만큼 자신만만하고 탁월한 철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심한 두통과 불면에 시달렸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온화한 성격이 괴팍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버렸다.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가 하면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등 기이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1899년 친구의 손에 의해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 해에 퇴원한 후 그는 180도 달라졌다. 누구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살아 있는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지낼 뿐이었다. 결국 1900년 폐렴으로 사망한다. 그의 뇌와 영혼을 파괴한 질병은 무엇일까? 당시 니체는 신경 매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신경 매독 환자는 식욕이 없고 팔다리를 심하게 떤다. 그러나 니체는 자주 폭식했고, 손편지를 쓰거나 피아노를 칠 정도로 떨림 증상이 없었다. 극심한 두통, 불면증, 발작, 성격 변화를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병은 바로 뇌종양이다. 커다란 종양이 니체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라면서 뇌와 신경을 압박한 것이다.(141쪽)

ㆍ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말년 화풍이 추상화처럼 변한 까닭은?
1873년 모네가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자 한 비평가는 “제목 그대로 인상적인 쓰레기”라고 혹평했다. 그런데 모네는 도리어 이런 평가를 마음에 들어 하며 자신의 화풍을 인상파라고 정의해 버린다. 모네와 인상파 화가들은 이후로 오랫동안 미술계의 무시와 멸시를 이겨 냈고 마침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간의 평가와 온갖 한계에 부딪쳐도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1908년, 자기 눈에 찾아온 백내장이라는 질병 앞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의 그림은 색과 형태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 마치 추상화를 그린 것처럼. 빛의 화가가 빛을 잃었으니 그 상실감과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1923년 백내장 수술을 받아 시력과 자신의 화풍을 되찾는다.
그가 흔들린 것은 도리어 그 이후였다. 모네는 백내장을 앓았던 때 그렸던 자기 그림들을 불태우고 박살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괴로운 과거를 떠올리기 싫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의 며느리와 친구들이 그때의 그림을 숨기고 보관해 둔 덕분에 우리는 미술을 향한 모네의 열정, 한계를 극복하려는 예술가의 혼을 마주할 수 있다.(167쪽)

ㆍ 레게의 대부 밥 말리는 왜 암 수술을 거부하고 사이비 치료를 받았을까?
말리는 흑인 노예 후손인 어머니와 영국 귀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빈부 격차, 인종 차별, 정치와 이념 갈등 등 혼란했던 1960년대 자메이카의 빈민촌에서 자란 그는 ‘웨일러스’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그가 노래한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했다. 자메이카 정부는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그의 영향력을 두려워했다. 1976년 12월 자선 공연을 앞두고 저격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누가 왜 그를 쏘았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연을 포기하라는 위협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하지만 말리는 총상을 당당히 드러내며 공연을 이어 갔다.
밥 말리는 때, 장소, 멤버를 가리지 않는 축구광이었다. 공을 찰 때면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다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공을 차다가 일생의 최대 시련과 맞닥뜨린다. 엄지발가락을 다쳐 병원을 찾았는데 가벼운 부상으로 여겼지만 검사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신체 말단에 까만 점 모양 병변이 생기는 피부암, 말단흑색점흑색종이었다. 하지만 말리는 암 수술을 거부했다. 왜냐하면 그는 신체 훼손을 금지하는 종교 ‘라스타파리’의 독실한 신자, 일명 ‘라스타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리는 식이 요법과 열 치료만으로 암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 요제프 이젤스에게 치료를 맡긴다. 하지만 이젤스의 치료는 사이비였다. 1961년 사기 및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된 전적도 있었다. 당연히 이젤스의 치료는 효과가 없었고 증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말리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말단흑색점흑색종은 주로 60대에 발병하기 때문에 말리에게 너무 일찍 찾아온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말리는 노래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완치의 기회와 희망을 놓치고 말았다.(257쪽)

추천사

ㆍ 작가는 자신을 셜록 홈스에 비유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에 더 가깝다. 특정한 병으로 시작하는 ‘썰’들 속에서 단순히 위인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의 인생사가 조금 더 다이내믹하고 입체적으로,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어느 때는 신체에 굴복하고, 어느 때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펼쳐지는 인생 드라마에 누구라도 매혹될 수밖에 없다.

목차

들어가는 말_ 책의 피부를 가르며: 모든 의사는 홈스의 후배다

CHAPTER 1_ 세종의 허리: 조선 최고의 리더가 운동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CHAPTER 2_ 가우디의 뼈: 천상의 건축가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지었을까?
CHAPTER 3_ 도스토옙스키의 발작: 세계적인 대문호가 도박꾼이 된 사연
CHAPTER 4_ 모차르트의 부종: 음악 신동의 사인은 질투인가 돼지고기인가?
CHAPTER 5_ 로트레크의 키: 물랭 루주의 천재 화가는 왜 난쟁이로 태어났을까?
CHAPTER 6_ 니체의 두통: 실존 철학의 선구자는 어쩌다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까?
CHAPTER 7_ 모네의 눈: 인상파의 거장이 추상화처럼 그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CHAPTER 8_ 프리다의 다리: 자화상의 대가는 왜 자기 자신을 붉은 과일로 그렸을까?
CHAPTER 9_ 퀴리의 피: 노벨상 2회 수상 과학자가 정말 방사능의 위험을 몰랐을까?
CHAPTER 10_ 말리의 피부: 희망을 노래한 레게의 대부는 왜 암을 방치했을까?

나가는 말_ 책의 피부를 봉합하며: 의사는 손톱을 기르지 않는다

본문중에서

세종에게 찾아온 낯선 통증
세종(1397~1450)에게는 낯선 통증이 있다. 그의 허리는 유리잔처럼 깨어지기 쉽고 대나무처럼 뻣뻣했다. 눈도 아팠다. 종종 모래처럼 까끌거렸고, 때로는 사람 얼굴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치료를 위해 용하다는 온천을 찾아 전국을 다녔지만 마음만 답답할 뿐 통증은 여전했다.
통증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통증은 엄격한 보호자다. 가끔 봐줄 법도 하건만 통증은 살짝 베인 손끝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불쾌한 신호를 쏟아 놓는다. 이런 방식의 경고는 유용하다. 덕분에 우리는 칼을 다룰 때마다 매번 조심하게 된다.(중략)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점만 다를 뿐 옛사람들도 통증이라는 불쾌하고 원초적인 감각을 느꼈다. 세종도 마찬가지다. 피를 흘리고 고통을 감각했다. 세종의 통증에 대한 몇몇 연구가 있다. 어떤 연구는 세종이 피부병이나 임질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다른 연구는 세종이 당뇨에 걸렸고 후추를 뿌린 듯 따끔거리는 눈 통증이 당뇨 합병증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세종의 병명은 무엇일까? 어떤 병인지 진단해 내려면 세종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본문 13~14쪽〉

그의 관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가우디는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건축가로 칭송받는다. 그의 독창성은 병약한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둔다. 가우디는 관절염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고 많은 시간을 홀로 보냈다. 덕분에 자신을 탐구하고 자연을 관찰할 수 있었다. 건축가가 된 후 어린 시절에 관찰했던 뼈와 자연을 독창적으로 해석해 작품에 재현시켰다.
관절염 덕분에 건축가 가우디가 탄생했다고 해서 관절염을 옹호할 순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관절염인지 잡아내고 싶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가우디의 병을 진단할 무기가 별로 없다. 가우디의 의료 기록은 존재하지 않고 혈액 검사나 엑스레이 검사는 요원하다.(중략)
관절염 때문에 생긴 사회성 결여는 그의 습관이 됐다. 가우디는 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살게 된다. 연락을 주고받을 친구도, 대화를 나눌 가족도 없었다. 결국 가우디를 괴롭힌 관절염을 유추할 기록이 몇 남지 않았다. 가우디에게 침입한 범죄자인 관절염은 영영 모습을 숨긴 채 미제 사건으로 남겨졌다. -〈본문 46~48쪽〉

원고 마감에 쫓기는 노름꾼
도박에 빠진 방탕한 모습과는 달리 도스토옙스키는 철저한 그리스 정교 신자였다. 도스토옙스키를 접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를 ‘성자의 재림’이라 칭했다. 그 성자는 매일 룰렛을 돌렸고 소설을 쓰겠다며 가불을 받은 돈까지 잃는다. 정작 글은 하나도 쓰지 못해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인데 마감일은 26일 뒤로 다가왔다.(중략)
다행히 스니트키나는 상당히 유능했다. 도스토옙스키의 횡설수설한 문장을 정갈히 글에 담아낸다. 26일 만에 원고가 나왔고 17장으로 구성된 소설이 탄생했다. 제목은 《노름꾼》이다.
원고는 계약 마감 2시간 전에 편집자에게 전달된다. 쫓기는 26일을 함께 보낸 46세의 도스토옙스키와 21세의 스니트키나는 이후에 결혼한다. 소설보다 재미있는 이 일화는 영화로도 제작된다. 결말은 행복하지만 과정의 기괴함은 찝찝하다. 순례자와 같다던 도스토옙스키는 어째서 끊임없이 도박을 했을까 -〈본문 63~65쪽〉

모차르트의 사인이 프랑스 매독?
모차르트의 사인을 추정하는 논문은 100건이 넘는다. 그중 모차르트가 매독 치료를 받다가 죽었다는 주장이 가장 유명하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덤균(Treponema pallidum, 매독균)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이다. 매독발한다. 그렇지만 모차르트는 죽기 전까지 작곡을 할 만큼 또렷한 정신을 유지했다.
애초에 모차르트가 매독에 걸렸을 가능성도 낮다. 모차르트는 방탕하게 껄떡대며 성병이나 옮기는 남자를 혐오했다. 그는 오페라 〈돈 조반니〉의 주인공이 바람둥이인 게 싫다며 대본을 거부했다. 끝내 수락했지만 방탕한 남자 주인공을 지옥으로 보내 버리는 결말로 곡을 각색한다.-〈본문 97~98쪽〉

누구보다 작지만 누구보다 위대한
사람들은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 Lautrec, 1864~1901)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로트레크는 석판화의 거장이자 상업 포스터를 예술로 끌어올린 대가다.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이며 파리 만국 박람회 심사 위원이기도 했다.
그의 가문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로트레크를 위해 근교의 성을 사 버릴 정도로 엄청난 재력을 가졌다. 프랑스 로트레크 지방 모두가 가문의 소유였다. 으레 유럽 귀족이 그랬듯 로트레크 역시 무척이나 긴 정식 이름이 있었는데 ‘앙리 마리 레몽 드 툴루즈 로트레크몽파’다.
고결한 신분을 뽐내는 긴 이름과는 달리 로트레크의 키는 몹시 짧았다. 외모는 우스꽝스러웠다. 좁은 턱은 수염에 묻혀 있었고 입술은 다듬지 않은 연어 뱃살처럼 두툼했으며 입가에는 항상 침이 고여 있었다. 불쑥 튀어나온 눈밑에 얹혀진 큰 코는 대충 만든 봉제 인형처럼 투박했다. -〈본문 114~116쪽〉

정신 병원 입원과 기록되지 못한 연보
1888년 폭발적인 집필을 마친 니체는 심각한 정신적 몰락을 겪으며 1889년 토리노 광장에서 말을 안고 쓰러졌다.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우던, 피아노 화음에 영혼이 맑아지던 소년은 더는 없었다. 니체는 넝마를 걸친 채 피아노로 엉망진창 소음을 연주해 댔다. 주저리주저리 혼잣말을 하며 모르는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그즈음 니체의 친구들은 니체에게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내용은 지리멸렬했고 서명란에는 니체 이름 대신 ‘십자가에 매달린 자’ 혹은 ‘디오니소스’가 적혀 있었다. 친구 오버베크는 니체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눈치챈다. 서둘러 니체가 머물고 있는 토리노 숙소를 찾아간다.
니체를 만난 오버베크는 그의 기괴한 행동에 경악했다. “니체는 소파 구석에 쪼그려 앉아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표현의 대가였던 그는 시장에서도 쓰지 못할 저속한 단어로 기쁨을 표현하며 벌거벗은 채 괴이한 춤을 췄다.” 1889년 오버베크는 즉시 니체를 바젤 정신 병원에 입원시킨다. -〈본문 151쪽〉

모네에게서 색과 빛을 앗아간 백내장
모네는 빛과 색을 탐구했고 빛의 화가라고 불렸다. 하필 그에게 백내장이 생겼다며 통탄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네는 백내장에 걸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었다. 후천성 백내장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나이를 먹을수록 백내장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외에도 흡연, 야외 활동, 자외선은 백내장을 유발할 확률을 높인다.
나이도 지긋한 데다 평생 담배를 피웠고 빛을 탐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야외 작업을 한 모네는 백내장에 걸리기 딱 좋다. 당시에도 자외선을 차단할 선글라스는 있었지만 자연 그대로를 캔버스에 담으려던 모네가 선글라스를 끼고 작업했을 리 만무하다.
백내장 증상은 악화되기만 했다. 모네는 지독한 절망을 느끼며 자신감을 잃었고 1922년 즈음에는 도저히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고 선언한다. 다음 해에는 국가에 기증하기로 약속한 작품을 완성하기 어렵다며 클레망소에게 편지했다. -〈본문 182~183쪽〉

멕시코 혁명과 함께 태어난 메마른 다리
아즈텍 문화를 사랑한 프리다 칼로(1907~1954)는 다리를 절었다. 그녀는 멕시코 혁명이 시작된 1910년이 자신이 진정으로 태어난 해라고 말했다. 삶을 혁명으로 시작한 프리다는 고통을 강요당한 삶을 그렸다. 그녀의 작품에 매료된 사람들은 그녀를 초현실주의 거장이라 칭송했다.
정작 프리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나의 고통을 그렸을 뿐’이라며 자신은 초현실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의 그림에는 유년기부터 기능을 잃은 다리, 청소년기에 겪은 끔찍한 교통사고, 성년기에 겪은 수차례의 유산과 허리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프리다는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자화상을 많이 남겼다. 죽기 전에는 과일을 그렸고 붉은 과육에 종종 글씨도 새겨 넣는다. 그녀가 자화상과 과일을 그린 까닭은 뭘까? 프리다의 작품은 그녀의 삶과 연관되고 과육에 새긴 글귀는 외과 의사의 수술 과정과 흡사하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 보자. -〈본문 196쪽〉

숨을 거둘 때까지 찾아 헤맨 신의 조각
1898년, 마리 퀴리(1867~1934)는 원자의 고유한 성질(정확히는 핵의 특성)인 방사능(Radioactivity)을 밝혀냈고 이 공로로 190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방사능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원
자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마리 퀴리 역시 방사능 연구를 계속했다. 1899년 논문 〈라듐 방사선의 화학적 효과에 대하여〉를 발표할 때부터, 1934년 상셀모스 병원에서 혼란한 어투로 “찻잔 안에 든 게 라듐이니, 아니면 메소토륨이니?”라고 힘없이 말하며 숨을 거둘 때까지 그녀의 삶 대부분은 방사선 생각으로 가득했다.
최초로 진리에 도달한 대가는 컸다. 방사선은 마리 퀴리의 모든 흔적에 침입했다. 그녀의 실험복과 원고, 볼펜과 책장은 지금까지도 은은한 방사능을 띤다. 원자의 가장 깊은 곳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마리 퀴리의 몸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했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본문 226~227쪽〉

붉은 발톱에서 시작된 피부암
말리는 괴로웠다. 라스타맨은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 그는 단발령을 거부한 조선 사대부처럼 머리카락마저 사자 같이 치렁치렁 길렀다. 그런데 발가락을 자르라니. 말리는 고뇌한다. 여태껏 믿어온 나의 신은 왜 내게 빌어먹을 암을 줬을까. 교리와 어긋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병을 내리고 나를 시험하는 걸까?
그는 수술 없이 발가락을 치료할 방도는 없는지 수소문한다. 자메이카의 용한 약초 치료사를 찾아가고 과거 총격 때 웨일러스를 치료한 의사도 만나 보았다. 돌아온 답은 수술뿐이었다. 결국 말리는 마이애미 시더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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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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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태어났다. 건국대학교병원 전공의 과정을 수료하고 국군강릉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복무한 후 현재 건국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는데 다른 분야보다 상상의 여지가 풍부한 문학과 역사를 특히 좋아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 속에서 자그마한 단서를 찾아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리는 일에 큰 매력을 느낀다.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여러 편의 의학 논문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골절 진단법과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증세를 통해 강직성 척추염을 추측하는 등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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