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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H2O인가? :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

원제 : Is Water H2O?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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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장하석
  • 역 : 전대호
  • 출판사 : 김영사
  • 발행 : 2021년 06월 10일
  • 쪽수 : 68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498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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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하석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가 풀어낸 물의 과학, 역사, 철학
《온도계의 철학》에 이은 ‘상보적 과학’ 프로젝트 두 번째 책
과학에서 진리란 무엇이고,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리하고 풍부한 과학사적 탐구와 도전적인 철학이 융합된 역작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 수상!★★★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의 ‘상보적 과학’ 프로젝트 두 번째 책. ‘상보적 과학’이란 과학지식을 역사적, 철학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과학자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과학사-과학철학적 비전이다. 그 첫 번째 책 《온도계의 철학》에서 저자는 ‘온도 측정법’에 얽힌 난제를 상보적 과학으로 풀어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온도계’에 이은 상보적 과학의 두 번째 연구 대상은 ‘H2O’, 즉 화학적 물이다. 오늘날 물이 H2O라는 것은 현대 과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이 합의에 아주 힘들게 도달했고, 그마저도 정당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예리하고 풍부한 과학사적 탐구를 바탕으로 저자는 현대 과학철학에서 핵심적인 주제인 실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원주의를 옹호한다. 단 하나의 진리가 지배할 법한 과학에서 풍요로운 다원성을 읽어내고 권장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여전히 정해진 ‘정답’을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한국의 주입식 과학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한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국적과 소속을 불문하고 지난 5년간 과학철학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인 저서에 수여하는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2013)을 받았다. 과학책과 철학책을 주로 작업해온 철학자이자 번역가 전대호가 저자의 목소리에 공명하며 번역했다.

출판사 서평

“과학에서 절대적으로 영원하며 변경 불가능한 성취란 없다!”
과학에서 진리란 무엇이고,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리하고 풍부한 과학사적 탐구와 도전적인 철학이 융합된 역작

장하석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가 풀어낸 물의 과학, 역사, 철학
《온도계의 철학》에 이은 상보적 과학 프로젝트 두 번째 책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한다.”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 수상작★★★


물은 정말 H2O일까? 과학자들은 어떻게 물은 H2O라고 믿게 되었는가? 그렇게 믿게 된 이유는 정당하고 충분했을까? 과학에서 진리란 무엇이고,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 석좌교수 장하석은 《물은 H2O인가?》에서 현대 과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간단한 과학적 가정 중 하나인 ‘물은 H2O다’를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단순하고 당연시되는 이런 과학 지식이 형성되고 받아들여지기까지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으며, 어떤 연구과정과 어떤 사고방식을 통해 그 결과를 얻어냈는지를 알아야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무관심, 비이성적 거부를 넘어설 수 있다. 예리하고 풍부한 과학사적 탐구를 바탕으로 저자는 현대 과학철학에서 핵심 주제인 실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능동적 실재주의’를 제시한 뒤, 다원주의를 체계적으로 옹호한다. 과학사를 들여다보는 열린 눈과 도발적이면서도 치밀한 논증을 통해 물은 H2O일 뿐 아니라 다른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과학에서 ‘진리’와 ‘성공’의 연관성은 깨지며, 앎(knowledge)은 ‘믿음’이 아니라 실재의 저항에 좌절하지 않고 이런저런 일을 의도한 대로 신뢰할 만하게 해내는 ‘능력’으로 재탄생한다.
《물은 H2O인가?》는 상보적 과학 프로젝트의 두 번째 책이다. 상보적 과학이란,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지적 도구들과 관점을 사용하여 현재의 전문화된 과학에서 배제된 과학적 질문들을 탐구함으로써 과학지식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과학사-과학철학적 비전이다. 그 첫 번째 책 《온도계의 철학》 이후 8년 만에 출간된 이 책은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한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국적과 소속을 불문하고 지난 5년간 과학철학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인 저서에 수여하는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2013)을 받았다. 과학책과 철학책을 주로 작업해온 철학자이자 번역가 전대호가 저자와 직접 소통하며 번역했다.

“다들 알다시피 물은 H2O다. 또한 물은 양전기를 띤 수소와 음전기를 띤 산소의 정전기적 결합의 산물이며 전지를 사용하여 분해할 수 있다. 또한 물은 (무게 유일 시스템에서)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의 일대일 결합의 산물이다. 또한 물은 원소이며, 플로지스톤을 그 원소에 집어넣거나 그 원소에서 빼냄으로써 그 원소로부터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많은 명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논리적 상호모순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이 명제들을 해석함으로써 단 하나의 명제만 선택하는 것을 강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 명제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고, 그것들 각각이 속한 실천 시스템들의 장점들을 환영하고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449쪽)

’물은 H2O다‘라는 명제의 진리성을 의심하라!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무관심, 비이성적 거부를 넘어서기 위한 제언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는 저자의 의도, 책의 내용과 구조, 독자의 수준과 관심에 따라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 등이 모두 담겨 있어 그 자체가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물은 H2O다’라는 명제의 단순하고 유일무이한 진리성을 의문시하는 나의 작업은 사람들의 당혹감을 일으키고 통상적인 전제들을 교란할 텐데,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의도하는 바다. 내가 펼칠 다양한 논증들의 세부사항과 상관없이 말하는데, 현대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들을 비판적 관점에서 꼼꼼히 검토하고 그 진리들을 부정하거나 그 진리들에 의존하지 않는 과학 시스템들의 가능성을 숙고하는 것은 미친 짓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전히 존경하는 정치적, 철학적, 과학적 글들을 남긴 위대하고 합리적인 옛날 사상가들 중 다수는 물이 H2O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무수한 인물들 중 몇 명만 언급하면 뉴튼, 볼테르, 흄, 프랭클린, 괴테, 칸트가 그러했다. 아무튼 최신 과학은, 물은 단순히 H2O라는 견해를 더는 지지하지 않는다. 물은 중수소를 비롯한 드문 동위원소들을 포함하고 있을뿐더러, 물의 익숙한 화학적 물리적 속성들은 다양한 이온들의 존재와, 인접한 물 분자들 간의 끊임없는 결합 및 재결합에 본질적으로 의존한다. 단일 분자의 화학식 H2O는 이 같은 물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은폐한다. 만약에 우리 앞에 H2O 분자들이 단순히 쌓인 무더기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물로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물론 ‘물은 H2O다’라는 견해는 물의 구조에 관한 진리의 중요한 요소 하나를 담고 있으며 더 나아가 탐구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 견해를 영원하고 절대적인 진리로 간주하는 것은 오류일 것이다. 오히려 그 견해는 계속 전진하는 과학의 서사시에서 하나의 중요한 휴식 지점이었을 따름이다. 이 예에서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즉, 과학자들이 이미 수정한 단순소박한 과학적 진리에 교조주의적으로 매달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이 책은 내가 《온도계의 철학》으로 착수한 ‘상보적(complementary) 과학’ 프로젝트의 연장이다. 이 책에 담긴 연구들은 상보적 과학의 약속, 곧 과학이 외면하는 과학적 질문들을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이용하여 다루겠다는 약속을 계속 이행한다. 전작에서 나는 상보적 과학이 산출하는 지식의 성격을 세 개의 범주로 분류했다. 그것들은 잊힌 지식의 회복(recovery), 비판적 의식(critical awareness), 새로운 발전(new developments)이다. 물의 역사에 관한 나의 연구는 이 모든 범주들에서 성과를 산출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내놓는 것은 역사 연구인 동시에 철학 연구이며 또한 과학 연구다. 나의 연구에 참된 독창성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가 이 세 개의 가닥을 엮는 방식에 있지, 어떤 단일한 가닥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 세 장이 18세기와 19세기의 화학사에 관한 그런대로 독창적인 업적이기를 바란다. 또한 마지막 두 장은 최소한 참신한 과학철학적 관점이기를 바라고, 나의 논의들이 여기저기에서 흥미롭고 비정통적인 과학적 사유를 유발하기를 바란다. 다루는 영역이 광범위하고 내 사고의 방향이 특이한 까닭에 나는 연구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수준에 전혀 이를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최초 제안서를 검토한 익명의 심사위원이 건넨 말에서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 말을 인용한다. “용감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완벽함은 해로운 꿈일 수밖에 없습니다.” (22~25쪽)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통합하는 작업의 모범사례”
이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세 장은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며 이어지는 두 장은 철학적이며 추상적이다. 각 장에는 깊이와 세부 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세 개의 절이 있다. 특히 1절은 비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소개와 요약으로, 대중 과학서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부분이다. 2절에서는 저자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다. 3절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세부사항과 예상되는 반론들을 살펴본다. 따라서 독자는 관심 분야와 배경지식의 정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와 논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 물과 화학혁명
☞ 프리스틀리의 플로지스톤 vs. 라부아지에의 산소. 플로지스톤은 때 이르게 살해되었다!?
1장에서는 수천 년 동안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기본 원소로 이해되어온 물이 화합물이라는 것이 최초로 밝혀진 18세기 후반의 화학혁명을, 상보적 과학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에테르’와 더불어 잘못된 과학적 개념의 예로 흔히 거론되는 ‘플로지스톤’을 기반으로 한 당시의 화학은, 실은 매우 설득력 있는 지식 시스템이었다. 반면 라부아지에의 화학에는 당시에도 많은 난점들이 있었으며, 대표적으로 ‘산소’(oxygen=산acid-생산자)라는 명칭 자체가 산성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대표한다. 저자는 플로지스톤이 때 이르게 살해되었다고 결론내리며 그 개념이 존속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후의 화학사를 살펴보면 플로지스톤이 다른 이름으로 사실상 재도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로지스톤을 위한 변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1장을 읽으면, 모든 훌륭한 변론을 들을 때면 그렇듯이 어떤 쾌감마저 느껴질 것이다.

“나는 진지한 의도를 품고 플로지스톤주의 화학 시스템에 대해서, 그 시스템의 잊힌 장점들과 그 시스템이 19세기에 가져올 수 있었을 혜택들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설령 플로지스톤의 상실된 미래에 관한 나의 구체적 생각들이 모조리 부질없더라도, 나의 생각들을 읽으면서 독자의 과학적 상상력이 해방되는 효과가 나기를 희망한다.” (140쪽)

2장 전기분해: 혼란의 더미와 양극의 당김
☞ 전기분해의 등장! 전기분해는 사실 분해가 아니라 합성이다?
: 2장에서는 1800년에 알렉산드로 볼타의 파일(전지) 발명으로 가능해진 물의 전기분해를 둘러싼 초기 전기화학의 역사를 살펴본다. 물은 원소가 아니라 화합물이라는 라부아지에의 주장이 옳다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에 금속을 넣어 양쪽 전극을 만들고 전류를 흘려보내 산소와 수소 기체를 얻는 전기분해는, 물이 화합물이라는 주장에 대한 완벽한 증거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분해’라면 왜 두 기체는 한 곳에서 나오지 않고 육안상으로도 서로 떨어진, 양극와 음극에서 각각 나타나는 것일까? 실제로 요한 빌헬름 리터는, 원소인 물이 양전기와 결합하여 산소가 만들어지고, 음전기와 결합하여 수소가 만들어진다는 ‘합성 견해’를 발전시켰다. 이 견해는 현대적인 이온 이론이 등장한 19세기 말까지 결코 최종적으로 반박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렇게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합의 없이도 당대의 전기화학이 괄목할 만한 성취와 진보를 이루어냈음에 주목한다.

“19세기 화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은 전기화학의 이론적 핵심에 놓인 심각한 불확실성과 의견의 불일치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전기분해를 발전시키고 이용했다. 그들은 새로운 실험들을 결코 틀리지 않게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근본 이론을 먼저 보유하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삶에서 제거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다양한 지식 시스템들이 동시에 발전하고 번성하여 제각각 고유하게 공헌하면서 서로를 자극하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206쪽)

3장 HO일까, H2O일까?: 원자의 개수를 세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 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각 원소의 원자는 몇 개인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 3장에서는 화학적 원자론의 초기 역사를 추적하면서, 물을 이루는 원소의 원자가 몇 개인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살펴본다. 원자론을 최초로 다룬 1808년의 저서에서 존 돌턴은 이 질문에 확실히 답할 방법이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최대 단순성의 규칙’이라는 가정을 추가해 물의 분자식은 HO라고 설명했다. 물은 그가 아는 한 수소와 산소의 유일한 화합물이니 가장 단순한 원자의 조합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현대인의 눈에 익숙한 H2O라는 분자식은 아보가드로가 처음 제안한 것인데, 이 아이디어는 사실 가설 위에 가설을 세워 얻어낸 것으로, 당시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전혀 신빙성이 없어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그 반세기 동안의 원자-분자 화학 시스템들은 최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시스템에는 고유한 목표와 성공, 실패가 있었다. 이런 체계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H2O라는 분자식에 대해 서서히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합의 시점에도 H2O가 옳다는 절대적 증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삶에서도 그렇지만,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성공을 증가시키리라고 스스로 진지하게 믿는 바를 실천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바랄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전망이 암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그러나 보장의 포기는 우리가 보장 없이 성취해온 바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402~403쪽)

4장 능동적 실재주의와 H2O의 실재성
☞ 서로 비교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 있다면, 모두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자연에 대한 한 가지 진리를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 첫 세 장의 결론들을 바탕으로 4장에서 저자는 과학적 실재론 논쟁에 뛰어들어 기존의 표준적 실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저자 자신의 ‘능동적 실재주의’를 제시한다. ‘물은 H2O다’라는 명제를 긍정하지 않는 성공적인 과학 시스템들이 가능할뿐더러 실제로 존재해왔다. 곧 물은 H2O이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하다. 이 판단은 과학의 진리 추구라는 전통적인 견해와 관련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실재’를 “탐구하는 사람의 의지에 종속되지 않는 모든 것”으로, ‘앎’을 “실재의 저항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행위하는 능력”으로 정의하며, 영어 ‘realism’을 탁상공론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실재론’이라는 말 대신에 ‘실재주의’로 칭한다. 능동적 실재주의는 “우리 자신을 실재에 최대한 노출시키기로 결심하는 과학적 태도”이며, 우리가 불변의 ‘진리’를 소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시도가 아니라 실재에서 배우는 현실적인 방법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다.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면서 ‘진리’의 다양한 의미를 고찰하고, 과학에서 ‘진리’와 ‘성공’의 연관성을 치밀한 논증으로 깨뜨린다.

“우리가 확실성에 도달할 수 있다면, 확실성이란 실은 탐구의 종결일 것이며, 탐구의 종결은 능동적 실재주의의 정반대다. 만약에 언젠가 모든 변칙 사례들을 제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면, 그 패러다임은 연구를 지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쿤의 견해를 상기하라.” (517쪽)

5장 과학에서의 다원주의: 행동을 촉구함
☞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완벽한 이론이나 관점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비관론이 아니라 합리적 겸손이다.
: ‘증거’(1~3장)와 ‘실재론/실재주의’(4장)에 대한 논의는 5장에서 과학에 대한 ‘다원주의’로 이어진다. 저자는 자신의 입장을 ‘능동적 규범적 인식적 다원주의’로 규정하고 체계적으로 옹호한다. 왜 다원주의가 더 좋은가? 과학에서 왜 여러 지식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가? 다원성의 혜택은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관용의 혜택’은 다수의 시스템을 그저 허용하는 것에서 유래하는 혜택들이며, ‘상호작용의 혜택’은 구체적인 목적을 위하여 다양한 시스템들을 융합하기, 시스템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로운 요소들을 들여와 쓰기, 시스템들 사이의 생산적 경쟁에서 유래하는 혜택들이다. 저자가 옹호하는 다원주의는 백화제방(百花齊放), 즉 “100송이 꽃이 피게 하라”라는 한가한 선언이 아니라 방치된 99송이 꽃을 능동적으로 육성하려는 결심이자 노력이다. 저자는 또한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구분할 것을 주문한다. 상대주의는 나태한 관용, 판단의 포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다원주의자는 지식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학적 연구의 질과 가치를 평가할 자유와 책임이 있다.

“지금은 어느 나라의 과학자들도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과학에 입문하게 하거나 대중이 과학의 진가를 알아보게 만드는 일을 아주 잘 해내지는 못하는 듯하다. 일부의 고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은 일원주의가 과학을 속 좁고 멍청한 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터무니없는 생각일까?” (559쪽)

추천사

“이 책의 전반적인 우수성에 우리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학술적으로 뛰어난 연구가 이 책의 역사적인 부분을 뒷받침하고, 저자는 그 위에서 자신의 철학적 논제를 명확하고 엄밀한 논증으로 발전시킨다. 이 책의 독창성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과학사의 에피소드들을 다루는 2장과 3장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철학적으로 저자는 과학철학의 두 근본 영역인 실재론과 다원주의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 책이 앞으로 많이 논의되고,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한다.” _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 심사평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통합하는 작업의 모범사례다. 다루는 역사는 상세하고 예리하고 풍부하며, 옹호되는 철학적 견해는 도전적이다. 관련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독자에게 널리 읽힐 가치가 충분한, 귀중한 책이다.” _앨런 차머스, 《현대의 과학철학》 《과학이란 무엇인가》 저자

“이 책을 읽는다고 당신이 실험을 하거나 연구비 지원서를 쓰는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 지원금이나 논문을 검토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며 과학을 가르치는 방식을 확실히 바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현재의 과학이 안고 있는 교육, 재정, 정치, 대중화의 어려움들뿐만 아니라 당신이 과학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장하석은 철학적 마술사다. 교묘한 속임수의 달인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식과 그것을 내가 왜 믿게 되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솜씨 좋은 일루셔니스트다.” _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이그노런스》 《구멍투성이 과학》 저자

“지금까지 내가 읽은 과학사, 과학철학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통찰력 있고 읽는 이를 격양시키는, 영리하고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때로는 아주 재치가 있는) 책이다. 모두가 읽어야 한다.” _마이클 고딘,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이 책은 과학의 역사와 철학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전하는 신선한 통찰과 파격적인 사유로 가득 차 있다.” _요아힘 슈머,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 철학과 교수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교육의 학문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화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이 책은 머지않아 고전의 반열에 들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의 관심 방향, 화학에 대한 이해 정도, 철학적 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의 정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한 것도 큰 장점이다.” _박범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과학사-과학철학 책을 많이 읽었지만 늘 포퍼, 쿤, 러커토시, 파이어아벤트 등으로 귀결되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지난 40년간 출간된 이 분야 책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책이다.” _아마존 독자

“저자는 다른 입장을 공격하지 않고, 화학의 역사를 열린 눈으로 들여다보며 실제 삶의 풍부한 다양성을 빼버리기보다는 더할 수 있도록 과학을 개방한다. 미래의 흥미로운 연구 영역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책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_아마존 독자

목차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말
들어가는 말

1장 물과 화학혁명
1.1 요절한 플로지스톤
1.1.1 조지프 프리스틀리 | 1.1.2 물 | 1.1.3 라봐지에 이론의 난점들 | 1.1.4 물이 원소일 수 있을까?

1.2 플로지스톤이 살아남았어야 하는 이유
1.2.1 플로지스톤 대 산소 | 1.2.2 화학혁명은 정말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 1.2.3 무게, 합성, 화학적 실천 | 1.2.4 플로지스톤은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1.3 선택, 합리성, 대안
1.3.1 합리성 | 1.3.2 화학혁명에 대한 사회적 설명들 | 1.3.3 비정합성 | 1.3.4 요소주의와 합성주의 사이에서 | 1.3.5 반사실적 역사

2장 전기분해: 혼란의 더미와 양극의 당김
2.1 전기분해와 그 불만
2.1.1 거리 문제 | 2.1.2 합성으로서의 전기분해 | 2.1.3 라봐지에주의를 구제하기 위한 가설들 | 2.1.4 ‘승자 없음’은 ‘승리 없음’이 아니다

2.2 굴하지 않은 전기화학
2.2.1 합성 견해는 어떻게 제거되었는가 | 2.2.2 라봐지에주의를 구제하기 위한 가설들은 얼마나 유효했을까 | 2.2.3 물을 화합물로 보는 물-화합물 전기화학의 특성

2.3 전해질 용액 속 깊숙이
2.3.1 지저분한 과학에 대한 연구의 가치 | 2.3.2 프리스틀리는 망상에 빠졌던 것일까? 실험실에서 얻은 한 견해 | 2.3.3 이온 이동에 관한 복잡한 사항들 | 2.3.4 전지의 작동 방식에 관한 논쟁 | 2.3.5 리터와 낭만주의

3장 HO일까, H2O일까?: 원자의 개수를 세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3.1 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셀까?
3.1.1 관찰 불가능성과 순환성 | 3.1.2 아보가드로-칸니차로 신화 | 3.1.3 원자화학에서 작업주의와 실용주의 | 3.1.4 미결정에서 다원주의로

3.2 원자화학에서 다양성과 수렴
3.2.1 화학적 원자의 개념을 작업화하기 | 3.2.2 경쟁하는 원자화학 시스템들 | 3.2.3 H2O 합의

3.3 복잡한 화학에서 미묘한 철학으로
3.3.1 작업주의 | 3.3.2 실재론 | 3.3.3 실용주의

4장 능동적 실재주의와 H2O의 실재성
4.1 물은 실재적으로 H2O일까?
4.1.1 실천 시스템 안에서의 가설 검증 | 4.1.2 상상하라! | 4.1.3 H2O: 다원주의적 진리 | 4.1.4 지식, 진보, 능동적 실재주의

4.2 능동적 과학적 실재주의
4.2.1 우리가 실재로부터 배우는 바를 극대화하기 | 4.2.2 비관적 귀납의 낙관적 해석 | 4.2.3 성공에 기초한 논증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 4.2.4 성숙을 운운하는 미성숙함

4.3 표준적 실재론의 파리 병에서 빠져나가기
4.3.1 진리와 진리의 여러 의미들 | 4.3.2 확실성 함정 | 4.3.3 구조 | 4.3.4 지칭(쌍둥이 지구여, 안녕)

5장 과학에서의 다원주의: 행동을 촉구함
5.1 과학이 다원주의적일 수 있을까?
5.1.1 다원성: 수용에서 경축으로 | 5.1.2 일원주의와 다원주의 | 5.1.3 왜 다원주의는 상대주의가 아닌가 | 5.1.4 다원주의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까? | 5.1.5 우리가 다 감당할 수 있을까?

5.2 다원성의 혜택과 그 혜택을 얻는 방법
5.2.1 다원주의란 무엇인가? | 5.2.2 관용의 혜택 | 5.2.3 상호작용의 혜택 | 5.2.4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임무

5.3 다원주의의 실천에 관한 추가 언급
5.3.1 다원주의 대 다원주의적 태도 | 5.3.2 형이상학과 인식론 사이에서 | 5.3.3 일원주의자들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5.3.4 계속되는 상보적 과학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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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나는 일부러 인간의 삶에서 가장 친숙한 물질들 중 하나와 그 물질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과학적 사실들 중 하나를 연구 주제로 선택했다. 나의 목표는, 아무리 단순하고 당연시되는 과학 지식이라 하더라도 그 지식의 형성에 수반되게 마련인 어려움들을 우리 모두가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없으면, 우리는 과학의 성취들에 대한 참된 인정에도 도달할 수 없고 과학의 주장들에 대한 적절한 비판적 태도에도 도달할 수 없다. (21쪽)

그런데 왜 다원주의를 채택하는 편이 더 나을까? 왜 여러 지식 시스템들을 살려두어야 할까? 즉각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모든 필요들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단일 이론 혹은 관점에 도달할 개연성은 낮다는 직감이다. 이것을 비관론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근거 없는 비관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것을 인간의 능력에 대한 합당한 겸양으로 여긴다. 우리가 완벽한 단일 시스템을 발견할 성싶지 않다면, 다수의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이 합당하다. (31쪽)

나의 주요 목표는 ‘만약에 ...였다면’을 내세우는 가상적 역사 서술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나는 더 활동가적인(activist) 유형의 학문 활동을 옹호한다. 부당하게 버려진 사유의 방향을 되살릴 가능성을 실제로 열고 그 방향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보는 그런 학문 활동 말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포괄적인 견해다. 플로지스톤 이론이 과학 지식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그 이론이 더 오래 존속했다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었을지, 지금 그 이론이 부활한다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나는 알고 싶다. 이 모든 범주의 기여들이 플로지스톤 이론의 조급한 폐기 때문에 소실되거나 간과되었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되찾고 상상하고 창조해야 한다. 이런 기획은 역사학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고 진짜 과학도 아니라고 당신이 반발한다면, 어쩔 수 없다. (58쪽)

결론적으로 솔직히 말하는데, 나로서는 플로지스톤주의 시스템을 단호히 배척할 타당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정할 길이 없다. (123쪽)

나는 종결에 대한 집착이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 집착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과학철학자들과 과학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며 몇몇 의외의 장소에서도 불쑥 등장한다. 예컨대 토머스 쿤은, 과학적 논쟁은 명백한 옳음과 그름에 의해 결판난다는 통념을 반박한 인물로 유명한데도, 각 분야에서 정상과학 연구가 가능하기 위하여 독점적 패러다임이 필수적이라고 강변했다. (206~207쪽)

간단히 말해서, 쿤은 정상과학과 탈정상과학(extraordinary science) 사이에 상당히 뚜렷한 균열이 있다고 보았지만, 거기엔 더 많은 연속성이 있을 수도 있다. (247쪽)

위대한 과학적 성취들은 이런 식으로 미결정성을 육성하는(cultivate) 것에서 나오지, 미결정성을 제거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327쪽)

일반적으로 찰스 샌더스 퍼스에게서 유래했다고 여겨지는 신념, 곧 탐구의 길들이 결국엔 진리로 수렴할 것이라는 신념을 나는 배척한다. 오히려 나는 (퍼스도 인정하듯이) ‘결국’은 끝내 도래하지 않고 탐구는 영영 종결되지 않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422~423쪽)

나는 실재란 탐구하는 사람의 의지에 종속되지 않는 모든 것이며, 앎이란 실재의 저항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행위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426쪽)

당신이 이 책의 앞선 장들을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읽었다 하더라도, 짐작하건대 당신은 여전히 어떤 명확한 직관을 지녔을 테고, 그 직관은 물이 H2O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물은 H2O라는 명제에는 도저히 부정할 수 없게 옳은 구석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직관의 토대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이 책의 처음 세 장에서 보았듯이, 저 명제가 참임을 물 샐 틈 없게 증명하는 논증이 심지어 과학자들이 그 명제에 합의한 시점에도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직관의 토대는 대체 무엇일까? 성가신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질문을 단박에 묵살하지는 말아야 한다. (428쪽)

나는 ‘성공’을 일차원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반적인 삶에서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과학에서 그런 시도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과학의 성공’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과학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 가운데 무엇이라도 성취하기일 수밖에 없다. (486쪽)

어쩌면 나의 성향을 더 잘 대변하는 문구는 “진리에 대한 사랑(love of truth)” 따위는 없다는 리처드 로티의 선언일 것이다. 로티에 따르면 “진리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것은 상호주관적 합의에 도달하기에 대한 사랑, 반항하는 데이터 집합을 장악할 힘을 얻기에 대한 사랑, 논쟁에서 이기기에 대한 사랑, 작은 이론들을 종합하여 큰 이론들을 구성하기에 대한 사랑의 혼합물이다”. (509쪽)

우리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보아하니 고갈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이해하고 그것과 관계 맺으려 하는 유한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단 하나의 완벽한 과학 시스템을 발견할 성싶지 않다면, 다수의 과학 시스템들을 육성하는 것이 합당하다. (532쪽)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인식적 겸허함에 대해서 특히 교훈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개념은 역동적이었다. “모든 각각의 발견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우리의 시야 안에 가져다놓는다.” 그는 대단히 멋진 이미지를 떠올렸다. “빛의 원이 커질수록, 그 원을 둘러싼 어둠의 경계도 더 커진다.” (533쪽)

나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구별하고 싶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상대주의는 판단과 결심의 포기를 적어도 어느 정도 동반하는 반면, 다원주의는 더없이 분명하게 그런 포기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숙한 다원주의적 태도를 지닌 사람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것과 생산적으로 관계 맺는다. (544쪽)

“하지만, 하지만... 미친 놈들은 어떻게 막을 거죠?” 과학의 권위가 침식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반발한다. 우리가 다원주의를 받아들인다면 학교에서 진화와 더불어 성경에 나오는 창조론(또는 지적 설계론)을 가르치고,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과학자들의 다수와 동등한 목소리로 환경 정책을 결정하고, 대안 의술이 기성 의료계에 발을 들이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그들은 우려한다. (546쪽)

다윈주의 진화생물학은 큰 걸음으로 진보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 수수께끼를 푸는 최선의 가용한 길이라는 주장은 하면서, 다른 방법은 통할 리가 없고 심지어 떠올리지도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생물학 수업에서 신다윈주의 정통 이론부터 신라마르크주의를 거쳐 성경의 창조론까지의 모든 대안들을 거론하고 우리가 그것들 각각이 얼마나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하는지 솔직히 말하는 것이 왜 그토록 끔찍한 일일까? (549쪽)

거듭되는 얘기지만, 창조론은 논쟁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창조론이 설득력 있다고 느끼는 것에는 틀림없이 어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신이 생각한다면, 그들을 설득하여 그 느낌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을 시도하라. 그 느낌은 광기에서 비롯된 집단 망상이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면, 정신의학에 입문하라! 더 그럴싸하고 창조적인 제안은 이것이다. 창조론자들의 생각은 검증 불가능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창조론자들을 격려하여 그들의 생각을 검증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안하게 하면 어떻겠는가? (550쪽)

그런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과학자들은 단지 자신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최선의 지적 논증으로 정당화하고 정부와 재단들은 그냥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그만이라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물리학과 관련 과학들만 누린 매우 드문 상황이었다. 그 상황은 오로지 원자폭탄과 냉전의 조합 덕분에 가능했다. (593쪽)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들 중 다수는 광신주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예컨대 중세 유럽의 거대한 대성당들을 생각해보라. 나는 그것들을 더없이 존경한다. 그것들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데 필요했을 탁월한 솜씨와 조직력뿐 아니라, 기술의 지원이 그토록 빈약했던 시절에 그런 엄청난 건물들을 세울 생각을 품기만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을 헌신과 확신도 더없이 존경스럽다. 그러나 그 모든 마땅한 존경과 더불어, 나는 그 대성당들을 지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종교적 광신주의자였으며 광신주의는 그런 위대한 성취들에 필수적이었음에 틀림없다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다. 그 위대한 성취를 위하여 어떤 비용을 치렀을까? (6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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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서울특별시
출간도서 3종
판매수 2,978권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 물을 끓이는 이상한 철학자.
1967년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최우숙 여사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닌 후 미국 명문 고교인 노스필드 마운트 허만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물리학 전통이 뛰어난 캘리포니아 이공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측정과 양자물리학의 비통일성]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후(postdoc)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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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9~
출생지 경기도 수원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현재는 과학 및 철학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철학은 뿔이다』, 시집으로 『가끔 중세를 꿈꾼다』『성찰』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로지코믹스』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의 청소년을 위한 시간 의 역사』 『기억을 찾아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수학의 언어』 『산을 오른 조개껍질』 『아인슈타인의 베일』 『푸앵카레의 추측』 『초월적 관념론 체계』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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