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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양장]

원제 : Le Petit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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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프랑스어와 한국어의 속살을 가장 섬세하게 헤아린 『어린 왕자』 한국어 결정판 출간!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언어학자로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 탁월한 저작물을 통해 언어의 존재론적 숙명을 탐지하고 모국어의 섬세한 속살을 탐미해온 고종석은 한국 사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이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써온 수많은 텍스트는 언어에 미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합리적으로 극복하려는 지적 모색의 결과물이라 요약해도 틀림없을 것이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외무부의 지원을 받아 파리에서 언론인 연수프로그램 ‘유럽의 기자들’을 이수하기도 했으며 이후 한겨레 파리 주재 기자로 지낸 고종석에게 문학을 포함한 프랑스의 문화예술과 프랑스어에 대한 경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일례로 그는 파리 거주 시 파리 시내를 거의 매일 종횡으로 산책해 파리 시내에 모르는 골목길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특별한 프로필을 가진 그가 역자로서 프랑스 현대문학의 고전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간략히 말해 지금까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그 어떤 『어린 왕자』 판본보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어린 왕자』의 한국어 결정판이라 자부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 서평

원서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기존 번역본과 차별화를 시도한 최초의 『어린 왕자』 번역

지금까지 한국어판 『어린 왕자』는 이본異本만 1백수십 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김현, 김화영, 황현산 등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불세출의 문학평론가들이 옮긴 판본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조건에서 『어린 왕자』 번역본을 굳이 한 권 더 보탤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의식의 주파수와도 같은 ‘언어’를 매개로 프랑스적 감수성이 이미 깊이 내면화된 고종석에게 기존 번역본은 어떤 갈증과 결핍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그는 이 책에 쓴 「역자 서문」과 「역자 후기」를 통해 자신이 번역한 『어린 왕자』에 대한 자부심의 일단을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삼가는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지금 독자가 읽을 이 텍스트를 『어린 왕자』의 한국어 결정판이라 여긴다. 이 텍스트는 한국어라는 옷을 입은 프랑스어다. 프랑스어에 완전히 밀착한 한국어! 그러나 그것이 한국어에 대한, 그리고 프랑스어에 대한 내 자부심이다.”

역자가 밝힌 자부심은 곧 기존 번역본들과 차별화한 내용들이 담보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고종석 번역본은 프랑스 갈리마르판 원서 『Petit Prince』의 편집 체제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한국어판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예컨대 한국문학 출판사들이 모종의 합의에 의해 관행적으로 써온 구두점과 문장부호 등을 파기하고 원서가 채택한 문장부호, 이를테면 독백이나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는 ≪≫나 대화를 표시하는 대시- 같은, 한국의 문학출판에선 생소한 부호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이와 같은 형식의 존중 속에서 프랑스 서사문학들이 전통처럼 계승해온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미세한 내용의 차이까지 담으려 했다. 다음의 예시를 보자.

1. 「그것은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 황현산 번역 『어린 왕자』

2. “그건 사람들이 너무나 잊고 있는 건데……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 김화영 번역 『어린 왕자』

황현산과 김화영 번역은 대화와 지문을 의식적인 문장부호의 사용을 통해 시각적으로 형태론적으로 분리시켰다. 다시 말해 대화문을 「」와 “” 속에 가두어놓는 전통적인 한국문학 표기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고종석은 두 사람의 번역을 하자가 없는 좋은 번역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같은 부분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표기했다.

-다들 너무 잊고 있는 거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고종석 번역본 『어린 왕자』

대화와 지문을 한 센텐스sentence 안에서 분리하지 않고 원서가 채택한 프랑스 문학의 말하기 방식 표기를 존중한 것이다. (고종석 번역본은 다만 색깔을 통해 대화와 지문을 구분해 독자의 혼선을 막고자 했다.) 이런 표기에 대해 고종석은 이렇게 설명한다.

“언뜻 작아 보이는 이 차이는 단순히 구두점이나 단어 배치의 차이가 아니라, 이야기 방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비슷한 예가 『어린 왕자』에는 무수히 있다. 사실, 연결되는 대화와 대화 사이에 이렇게 지문을 끼워 넣는 것은 서양 서사 예술 작품들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나는 독자들에게 ‘한국어로써’ 프랑스어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은 아마도 프랑스어 구조에 가깝게 대화와 지문을 배치한 첫 번째 한국어 번역일 것이다.”

고종석 번역본이 시도한 두 번째 차별화는 유럽어에서는 또렷하지만 한국어에선 그렇지 않은 명사의 복수 표지 “-들”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한국어는 복수가 뚜렷한 명사에는 복수 표지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 예컨대, “식당이 많다”고 쓰지 “식당들이 많다”고 쓰지 않는 것처럼, 혹은 “흔한 진주목걸이”가 “흔한 진주목걸이들”보다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어에서는 다른 유럽어와 마찬가지로 명사의 복수 표지를 분명히 표현한다. 이 책은 그 언어 관행을 존중했다. 따라서 본문 속에는 “오억 개의 별들”이나 “모든 날들”, “바다들과 강들과 도시들과 산들과 사막들” 같은 표현도 보일 것이다. 이 역시 프랑스어가 가진 특유의 감각을 독자들이 그대로 촉지할 수 있게끔 옮긴이가 의도한 결과이다.

세 번째 차별화는 경어(vouvoyer)와 평어(tutoyer)의 구분을 원문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 역자의 설명을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 번역들은 이 차이에 무심한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어에서의 경어와 평어는, 물론 위계질서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친소 관계를 드러낼 때가 많다. 어린 왕자는 때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평어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경어를 쓰다가 평어로 바꾸기도 한다. 독자들은 어린 왕자의 말투에서, 그 아이와 대화 상대의 관계를, 그러니까 위계나 친소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어와 평어의 엄격한 분리에 있다.”

마지막으로 짚을 수 있는 차별화는 작품 속 내레이터가 어린 왕자를 지칭할 때 다른 번역본들은 모두 ‘그’라는 일률적인 대명사로 옮긴 반면 이 책에선 ‘그 아이’나 ‘이 아이’로 옮긴 것이다. 이는 『어린 왕자』라는 작품에서 어린 왕자라는 캐릭터가 수행하는 아이덴티티가 어린이의 세계를 대리하고 있다는 역자의 엄격한 해석에 의한 것이다.


본문 외 『어린 왕자』의 이해를 돕는 풍요로운 서브텍스트들

옮긴이가 꼼꼼하게 옮기고 정리한 본문 텍스트 외에 이 책에는 본문과 저자 생텍쥐페리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브텍스트들이 풍요롭게 수록되어 있다. 먼저 「역사 서문」과 「역자 후기」는 이 번역본의 특질과 지향을 알려주고 있는데, 역자 서문에서 고종석이 밝히는 번역의 계기는 솔직하면서도 숙명적이다.
“한국어와 프랑스어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언어이고, 『어린 왕자』는 기독교 성서 다음으로 많은 언어로 번역된 텍스트라고 들었다. 그리 많은 언어로 번역됐다는 것은 이 작품이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일 텐데, 그것은 『어린 왕자』가 비루한 현실과는 거리가 머나먼 환상적 동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화처럼 살지 못하는 수억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 종교가 민중의 아편(칼 마르크스)이고, 마르크스주의가 지식인들의 아편(레몽 아롱)이라면, 『어린 왕자』는 어른들의 아편이다. 『어린 왕자』에 ‘길들여진’ 수억의 어른들이 이 책을 읽는다. 내가 이 『어린 왕자』의 세계관을 맞갖잖아 하면서도 이 책을 거듭 읽어온 것은 그것이 내 아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한국어판 『어린 왕자』가 아니라 ‘내’ 한국어판 『어린 왕자』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이외에도 옮긴이가 파리 주재 시절 한국에 있는 절친한 친구 황인숙 시인에게 쓴 편지글의 형태를 띤 「생텍쥐페리, 행동으로 나아가는 페시미즘」은 비록 재수록하는 텍스트이긴 하지만 생텍쥐페리의 문학세계와 그가 추구한 행동주의 문학의 전모를 충분히 상상하고 짐작하게 하는 매우 의미있고 심도 깊은 텍스트다. 「생텍쥐페리의 삶, 그리고 그 후」는 한국어판 『어린 왕자』에 수록된 생텍쥐페리의 연보와 약전을 통틀어 가장 정확하고 상세한 바이오그라피 정보일 것이다. 이 텍스트엔 여섯 컷의 자료사진과 함께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집필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에피소드가 들어 있고, 1944년 생텍쥐페리가 라이트닝기와 함께 실종된 이후,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한 프랑스 사회의 노력과 그 성과들이 포함되어 있다.

목차

역자 서문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행동으로 나아가는 페시미즘
생텍쥐페리의 삶, 그리고 그 후
역자 후기

본문중에서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꽃 때문이야…
나는 〈〈물론〉〉 하고 대답하고는 말없이 달 아래 펼쳐진 모래 주름들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다워, 그 아이가 덧붙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해왔다. 모래 둔덕 위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침묵 속에서 빛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모래의 신비로운 빛남을 갑자기 깨닫고는 놀랐다. 내가 꼬마 아이였을 때 나는 오래된 집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집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누구도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그것을 찾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보물은 집 전체에 매력을 주었다. 우리 집은 그 마음 깊은 곳에 비밀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내가 그 아이에게 말했다,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법이지!
-나는 기뻐, 그 아이가 말했다, 아저씨가 내 여우와 같은 의견이어서.
- 본문 114쪽

그래, 생텍쥐페리의 세계는, 그의 행동주의는 남성적 다부짐의 세계이고 페시미즘의 여성성을 배반하는 듯한 아니무스의 세계야. 그렇지만 그 세계가 어떤 특정한 정치적 이념과 특별한 친연성을 갖는 것은 아니었어.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프랑스에 독일군이 진주했을 때, 그래서 필리프 페탱을 수반으로 한 ‘프랑스 국가國家’가 비시를 임시수도로 수립되고 드골이 런던에 망명정부를 수립했을 때, 참여라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과제였지만, 어느 편에서 참여를 해야 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였어. 그래서 그는 한동안 이 모든 혼란된 상황에 거리를 유지한 채 그것들을 관망하게 돼.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로맹 롤랑이 그랬듯 생텍쥐페리가 평화주의자여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 그것은 차라리 그가, 직관적으로, 조국 방어라는 성스러운 행위가 단지 어떤 파당의 정치적 야심을 충촉시키는 수단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는 걸, 새로 태어나고 있는 영웅들이 결국엔 타락한 정치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었어. 그답지 않은 이런 ‘우유부단’은, 어쩌면,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데 익숙해져 있던 그가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파노라마의 광활함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지.
- 「생텍쥐페리, 행동으로 나아가는 페시미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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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텍쥐페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00629

저자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는 진정한 의미의 삶을 개개 인간의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했던 프랑스 소설가. 1900년 6월 29일에 프랑스 리용의 몰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해군사관학교 입학 시험에 실패한 뒤 생크루아 미술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21세 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위에 임관되었으나 비행 사고를 내고 예편되었다. 1920년 공군으로 징병되었다. 제대 후에도 15년 동안이나 비행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1926년에는 민간 항공회사 라테코에르사에 입사하여 우편비행사업도 하였다.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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