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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양장]

원제 : Une Mort Tres Do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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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엄마를 지키는 것, 그것만이 내 유일한 목표였다.”
죽음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인간 존재의 아름다운 연대


엄마가 암에 걸렸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했던 ‘나’는 병상을 지키며 서서히 죽어 가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본다. 그저 넘어져 다친 것뿐이라 알고 있는 엄마에게 나와 동생 푸페트는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도 못한다. 나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한 여성의 삶을 읽어 낸다. 불같은 정열과 욕망을 지녔지만 자기 자신을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은 여자. 뒤틀리고 훼손당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한 인간.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성 보부아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아주 편안한 죽음]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자 보부아르의 문학적 글쓰기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제2의 성]이 작가의 철학적 글쓰기를 대표한다면, 이 작품은 작가가 천착해 온 실존주의라는 주제를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우리의 실존이 지닌 불가해한 측면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딜레마를 작은 사건 안에 담아 생생하게 그려 낸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실존의 모순적 특성이나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인간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 인간 존재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나’는 어느 날 엄마가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골이 부러졌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날로 병원에 입원하고 나와 동생은 그날부터 돌아가며 엄마 곁을 지킨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던 중 엄마의 정확한 병명이 밝혀진다. 엄마가 암에 걸린 것이다. 나와 동생은 그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마에게는 그저 복막염에 걸린 것뿐이라고 거짓말한다. 하루아침에 엄마의 보호자가 된 나에게 의사들은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순순히 그들의 결정을 따르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엄마의 삶을 연장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엄마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한편 나는 서서히 죽어 가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
그동안 나는 엄마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 채 지내 왔다. 젊은 시절 가부장적인 결혼 생활 속에서 엄마가 매달린 출구는 바로 나와 동생이었고, 때때로 그녀의 채워지지 못한 욕망은 비뚤어진 방식으로 우리에게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엄마는 최대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로 변해 갔다.
그런 엄마가 이제 곧 죽음의 문턱을 넘으려 한다. 나는 병실에서 엄마를 보살피고 돌보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엄마의 지난 시간을 이해해보려 애쓴다.

보부아르의 아주 특별한 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자전 소설이다. 당시 보부아르는 유명한 [제2의 성]을 비롯해 이미 많은 책을 펴낸 작가 겸 지식인이었으나, 그녀의 연인이자 동반자였던 사르트르는 보부아르가 쓴 최고의 작품으로 이 소설을 꼽았다. 무엇이 이 소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잘 알려졌다시피 보부아르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했던 사상가이자 철학자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인간 존재 사이의 갈등을 존재론적 숙명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보부아르는 그러한 갈등 관계를 넘어서 인간 존재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문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아주 편안한 죽음]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이 인간 실존의 딜레마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부조리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보부아르가 바랐던 대로 갈등과 딜레마를 뛰어넘어 타인과의 상생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로 주인공 ‘나’가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며 엄마와 화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직접 겪었던 보부아르는 지성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부조리한’ 삶, 즉 오직 살아 내고 체험함으로써만 증언할 수 있는 삶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엄마는 주인공과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다. 엄마는 늙은 육체와 당면한 죽음, 더 나아가 그 당시 여성의 폐쇄적인 삶을 대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아버지들의 세계’로 대변되는 지적이고 정신적인 삶을 지향하며 살아왔던 주인공은 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하면서 그간 자신이 멀리했던 어머니의 삶을 돌아본다. 거기에는 주체성을 포기하며 타자로 살도록 강요받아 온 한 인간의 생애, 나아가 당대 여성 전체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작가가 한때 냉대하며 외면했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며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그와 동시에 남과 여,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 등 구별 짓기로 가득했던 인간 내면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죽음을 직시하고 그로 인한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다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은 누구나 살면서 겪을 죽음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광경을 직시한다. ‘나’는 말기 암에 시달리는 엄마가 산송장과 다를 바 없음을 인정하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더 다가오는 죽음의 비참한 겉모습을 무심결에 일상의 일부로 여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쉬쉬해야 할 무언가로, 심지어 때로는 금기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보부아르는 여기에 반기를 든다. 소설을 통해 죽음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 주는 보부아르는 죽음의 어두운 속성을 감추려고만 하는 현대 사회의 허상과 거만함을 폭로한다.
소설 속 ‘나’는 엄마가 비교적 편안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당사자에게는 고통과 두려움이 동반되었을지언정, 옆에서 손을 얹어 주고 달래 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운이 좋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부아르 자신은 어머니의 죽음을 그처럼 편안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늙어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철학적 화두를 발견했던 것이다. 급작스런 사고, 크고 작은 병, 혹은 그 모든 불행을 피했음에도 결국 활력이 다한 늙은 몸. 모든 인간은 외부에서 기인한 ‘무언가’로 인해 죽는다. 따라서 보부아르는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사르트르는 바로 이 점을 발견하고 [아주 편안한 죽음]을 보부아르의 최고작으로 꼽았는지도 모른다. 보부아르는 상아탑이 아닌 병실에서, 사랑과 미움이 뒤섞인 인물을 둘러싼 애도와 회한과 즉물적인 비참함을 동시에 체험함으로써 비로소 실존주의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부조리를 이해하고 분해하는 대신에 일종의 과제로서 받아들이는 삶, 그것은 젊은 사르트르가 [구토]를 비롯한 문학 작품에서 추구했던 태도이기도 했다.
[아주 편안한 죽음]은 이러한 깨달음 혹은 주장을 가장 보편적인 소재와 문장 속에 녹인 작품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한 실존주의 문학으로서, 혹은 애증으로 엮인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고백으로서, 이 짧은 소설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오래도록 흔들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보부아르가 쓴 최고의 작품이다.”
-장폴 사르트르

“아마도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 적은 분량의 책 안에서 그녀 자신의 최고의 성과를,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가장 비밀스러운 것을 주었을 것이다.”
-피에르앙리 시몽/ 아카데미 프랑세즈 [르몽드(Le Monde)] 비평가

목차

아주 편안한 죽음
I
II
III
IV
V
VI
VII
VIII

해설 타인에 대한 애도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화해하기
판본 소개
시몬 드 보부아르 연보

본문중에서

마구 만지고 마음대로 다루는 전문가들의 손길에 내맡겨진, 의지할 데라곤 하나 없는 가련한 몸뚱이. 거기에서 생명은 어처구니없을 만큼 관성적인 상태로만 연장되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나 엄마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겨 왔던 나는 언젠가, 그것도 얼마 안 가서 곧 엄마가 죽는 걸 보게 되리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거라고 말했을 때, 그건 내가 했던 다른 수많은 말처럼 빈말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에게서 산송장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본문'중에서/ p.26)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신다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라고 동생에게 말했었다. 이날 밤 이전까지 내가 느꼈던 슬픔은 모두 이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슬픔에 잠겨 있을 때조차도 정신을 차린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느낀 절망감만큼은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서 울고 있는 듯했다. 나는 사르트르에게 엄마의 입에 대해, 아침에 본 모습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 입에서 내가 읽어 낸 그 모든 것에 대해 들려주었다. 받아들여지지 못한 탐욕, 비굴함에 가까운 고분고분함, 희망, 비참함, 죽음과 대면해서뿐만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내내 느껴 왔을, 하지만 털어놓지 못했던 고독함에 대해서. 사르트르에 따르면 내가 더 이상 입을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내 얼굴에 엄마의 입을 포개어 놓고 나도 모르게 그 입 모양을 따라 했던 모양이다. 내 입은 엄마라고 하는 사람 전부를, 엄마의 삶 전체를 구현하고 있었다. 엄마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본문'중에서/ pp. 41~42)

랑콤, 우비강, 에르메스, 랑방 등 고급 상점이 즐비해 있는 그 동네를 지나는 길 구석구석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신호에 걸려 피에르 카르댕 상점 앞에 자주 멈춰 서게 되었다. 펠트 모자, 속옷, 스카프, 구두, 앵클부츠 등 그다지 우아해 보이지 않는 상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한 색깔을 한 폭신해 보이는 실내 가운이 가게 안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장밋빛 잠옷을 대신할 잠옷 한 벌을 엄마에게 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향수, 모피, 속옷, 보석. 죽음에게 내어 줄 자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뿜어내는 호화로운 거만함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의 이면에 죽음이 숨겨져 있었다. 개인병원, 종합 병원, 그리고 닫힌 병실이 간직하고 있는 침울한 비밀 속에 죽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진실이었다.
('본문'중에서/ pp. 110~111)

영성체를 위한 기도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영성체를 했다. 신부는 다시 한 번 짤막하게 설교했다. 그의 입에서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라는 이름이 불려 나왔을 때 나와 동생은 둘 다 격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 이름은 엄마를 되살아나게 했다. 그 이름은 엄마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 생활을 하던 시절을 비롯해 과부였던 시절과 관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마지막 시기마저도 포함하는 생애 전체 말이다.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
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거의 없는, 잊힌 여인에 불과했던 엄마가 한 명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본문'중에서/ pp. 145~146)

사람이 죽는 것은 태어났기 때문도, 살 만큼 살았기 때문도, 또 늙었기 때문도 아니다. 사람은 ‘무언가’로 인해 죽는다. (중략) 암, 혈전, 폐울혈과 같은 것들은 공중에서 비행기 엔진이 멈추는 것만큼이나 급작스럽고 예상하기 힘든 사건이다. 꼼짝 못 하는 상태로 죽어 가면서 매 순간이 지닌 무한한 가치를 확인한 그때, 어머니는 희망을 품고 기운을 냈다.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의 헛된 노력은 일상의 평범함이 만들어 낸, 불안을 달래 주는 장막을 찢어 버리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본문'중에서/ pp. 152~153)

저자소개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8.01.09~1986.04.14
출생지 프랑스 파리
출간도서 28종
판매수 3,345권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는 현대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명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일약 여성해방운동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역사적, 철학적으로 고찰한 [제2의 성]은 20세기 페미니즘의 성경과도 같은 여성학 개론서가 되었다. [초대받은 여자], [레 망다랭] 등의 소설과 자서전을 썼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는 1944년에 쓴 실존주의 윤리학에 대한 첫 철학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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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종
판매수 63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파리 7대학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서전 담론」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진실‘들’을 드러내는 은밀한 목소리: 『초대받은 여자』의 주변인물 연구」, 「어머니를 위한 애도의 두 가지 전략: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과 에르노의 『한 여자』 비교」, 「자유와 상황의 충돌의 재현: 『레 망다랭』의 다성화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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