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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품의 분류

책소개

최고 중력 700G의 행성에서 펼쳐지는 정통 하드 SF의 대명사
과학적 엄밀함에 못지않은 소설적 재미까지


적도 지름 7만7천 킬로미터, 극 지름 3만 킬로미터의 극단적으로 찌그러진 팬케이크 모양의 외계 행성. 자전 주기는 18분, 지구 시간으로 하루면 80번 해가 뜨고 진다. 표면 최고 중력은 지구의 700배. 이 괴물 같은 행성을 탐사하러 온 지구인과 나름의 문명을 갖춘 지적생명체와의 극적인 조우. 그리고 두 종족은 지구인들이 잃어버린 관측 로켓을 찾기 위해 존재하지 않았던 장대한 탐험을 시작하는데….
평균기온 영하 170도의 행성을 뒤덮은 메탄의 붉은 바다에는 시시각각 허리케인이 몰아친다. 그 바다를 항해하는 외계생명체와 지구인들과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배신. 과학에 대한 두 종족의 열정과 함께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초고중력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하드 SF의 위대한 고전 《중력의 임무》를 잇는 놀라운 속편!
거대행성에서 펼쳐지는 메스클린인들의 또 다른 모험!


반지름 6만 킬로미터, 질량은 지구의 3천4백 배가 넘은 드라운 행성. 크기는 목성보다 조금 작지만 목성의 10배가 넘는 질량을 가진 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외계생명체와 지구인이 다시 한 번 뭉쳤다. 탐사의 목적 중 하나는 드라운이 행성인지 항성인지 밝혀내는 것. 기단의 온도가 급변하고 지구보다 큰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과 외계생명체의 크고 장대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전혀 다른 물리적 환경에서 진화해 전혀 다른 생물학적 조건을 가진 두 종이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출판사 서평

하드 SF의 대가가 그려내는 ‘별이 되지 못한 별’에 관한 이야기
이런 경험을 이 작품이 아니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기묘한 행성 메스클린의 탐험가이자 상선 브리호의 선장 발리넌과, 그의 일등항해사 돈그래그머가 돌아왔다. 그들의 모험은 메스클린에서 10광년 떨어진 초거대행성 드라운까지 이르렀고 발리넌은 메스클린 정착지의 사령관이, 돈그래그머는 드라운 탐사선 크웸블리호의 선장이 되었다. 메스클린의 남극에서 ‘중력의 임무’를 수행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시점이다. 아쉽게도 그 위대한 임무에 함께 했던 지구인들은 대부분 이미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새로운 인간들이 그들을 대신해 메스클린인과 함께 ‘온도의 임무’를 수행한다.
《온도의 임무》의 배경인 행성 드라운의 중력은 지구의 40배 정도로 메스클린의 극지방에 비하면 가볍기 그지없다. 물론 인간을 팬케이크로 만들어놓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직접적인 탐사는 메스클린인들이 대행한다. 인간들은 이번에도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모니터와 무전기를 붙잡고 회의하기 바쁘다. 《중력의 임무》와 비슷한 구도로 보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메스클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릴 넘치는 모험이라기보다는 조난당한 탐사선을 두고 벌어지는 권모술수의 정치극에 가깝다.
전작에서 결정적 순간에 인간들이 과학과 기술을 가르치도록 하는 데 성공한 발리넌은 이번엔 더 체계적이고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돈그래그머는 발리넌의 계획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인간들 역시 메스클린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견 차이가 분분하다. 그 와중에 일부 탐사선이 실종되고 돈그래그머 선장의 크웸블리호는 뜻밖의 사건을 통해 표류하다가 좌초된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인간과 메스클린인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증폭시켜 나간다. 인간과 메스클린의 이런 불투명한 관계는 드라운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혀 다른 물리적 환경에서 진화해 전혀 다른 생물학적 조건을 가진 두 종이 벌이는 세계관과 가치관의 크고 작은 충돌은 《중력의 임무》에 이어 이번에도 재치있게 펼쳐진다. 메스클린인이 인간을 볼 때의 심정은 우리가 항성간 워프 기술을 가진 문어를 볼 때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수명이 길어도 5년에 불과한 초월적 문어와 우주여행을 떠나서 무언가를 얻고 배우려면 우리도 발리넌이 될 수밖에.

권모술수의 정치극도 두 문명의 협력과 충돌도 좋지만 할 클레멘트의 하드 SF 역작 《중력의 임무》의 속편이라면 작품 속 그려지는 놀라운 세계 속에 숨겨진 과학과 허구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할 클레멘트가 스스로 말하는 ‘재밋거리’니까. 할 클레멘트의 작품을 읽을 때 필요한 건 거창한 철학도 깊은 감수성도 아니다. 과학과 허구를 오가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이다.
할 클레멘트는 이번에도 극단적이기 그지없는 세상을 창조했다. 행성 드라운은 반지름이 6만 킬로미터에 이르고 질량은 지구의 3천4백 배가 넘는다. 목성과 비교해보자. 목성은 반지름이 약 7만 킬로미터이고 질량은 지구의 317배 정도이다. 드라운은 목성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질량은 오히려 목성의 10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고속자전으로 짜부라진 행성 메스클린만큼이나 황당한 설정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드라운은 메스클린보다 훨씬 현실적인 행성이다.
작품 속 드라운 탐사의 목적 중 하나는 드라운이 행성인지 항성(별)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현대천문학에는 이처럼 행성과 항성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천체 갈색왜성이 있다. 갈색왜성은 흔히 ‘별이 되는 데 실패한 별’이라고도 불린다. 별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나야 하는데 수소핵융합에는 경수소 핵융합과 중수소 핵융합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두 핵융합이 어떻게 다른지는 그냥 넘어가자. 중요한 건 경수소 핵융합은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고 한 번 시작되면 오랫동안 지속되며, 중수소 핵융합은 비교적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시작되고 아주 잠깐 동안만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

초고중력 2차원의 삶을 사는 외계인

백조자리 61번 별의 둘레를 도는 행성 메스클린. 목성의 3배 크기에 16배의 질량, 적도 지름이 극 지름의 2배가 넘는 납작한 쟁반 모양으로, 하루가 겨우 18분에 불과한 엄청난 속도로 자전한다. 이처럼 특이한 조건 때문에 메스클린의 환경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적도에서의 중력은 원심력 때문에 지구의 3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극지방에선 무려 7백배에 달한다. 평균기온은 영하 170도, 대기는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붉은 메탄으로 가득한 대양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혹독한 환경의 별에도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 메스클린인은 지면에 착 달라붙은 납작한 외모를 소유하고, 강한 중력에 버틸 수 있도록 무척이나 단단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도 '높이'를 매우 두려워한다.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위치에너지가 너무 커서 불과 몇 센티미터 높이에서 추락해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다. 메스클린의 무시무시한 중력은 사실상 이들을 2차원의 삶에 붙들어 매어두는 셈이다. 하지만 메스클린인은 나름대로 사회를 형성해 멀리 떨어진 다른 지방의 부족들과 왕래와 교역을 이뤄냈다. 지구로 치면 대략 15세기 정도의 문명도 이루었다. 이 책의 주인공 발리넌은 바로 메스클린의 한 무역선 선장으로서, 진취적이고 독립심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어느 날 발리넌의 무역선은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과 접촉한다. 발리넌은 그 안에 타고 있던 외계인과도 만나는데, 그 외계인은 바로 지구인이다. 지구인은 메스클린 행성의 극지 부근에 추락해버린 무인 우주탐사선을 회수하러 온 것이었다. 그 탐사선에는 반중력 장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서, 그들은 기필코 탐사선을 회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메스클린 극지는 중력이 너무 강해 도저히 지구인은 접근할 수 없다. 찰스 래클랜드라는 지구인이 대표로 메스클린인과 대화를 진행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찰스는 발리넌을 진지하게 설득하고, 발리넌은 지구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들 자신을 위해서 이 위험한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발리넌 일행은 극지로 향해 가는 여행 도중 한 번도 답파한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과 혹독한 자연환경, 괴물이나 다른 적대적인 종족과의 충돌로 험난한 고생을 겪는다. 특히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이들에겐 금단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지구인의 조언으로 도르래를 만들고 밧줄을 연결해 건너간다.

그러면서 발리넌은 과학의 효용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과학이 자신들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지구인 찰스는 이들과 동행하지만, 극지에 가까워질수록 갑옷과 같은 특수 중력 감압복으로도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결국 그는 메스클린 상공의 우주선으로 올라가 무선 통신을 통해 추락한 탐사선의 위치를 발리넌 일행에게 계속 알려준다. 그리고 수만 킬로미터의 육지와 바다를 여행한 끝에 극지방에 당도한 발리넌 일행은 마침내 무인우주선의 잔해를 찾게 되는데…. 이제 모든 게 해결된 것 같았던 여행의 끝에 발리넌 선장의 벌어진 뜻밖의 배신. 과연 매스클린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야기의 결말은 어찌 될 것인가.

하드 SF 작가이기 이전에 과학 교사, 할 클레멘트  

192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서 태어난 할 클레멘트. 본명이 해리 클레멘트 스텀스로, 소년 시절부터 열성적인 SF 팬이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한 수재이며, 대학졸업 후 2차대전 중 항공 파일럿으로 공군에서 복무했다. 그 후 계속 고등학교 과학 교사로 일하며 여가에 틈틈이 소설을 썼다.

1945년 6월, SF 잡지 <어스타운딩 사이언스픽션>에 단편 <증거>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등단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53년에 발표한 <아이스월드>를 통해서다. 범죄자를 쫓아 우주인 수사관이 찾아간 혹독한 외계 행성, 지구에서 겪는 일에 관한 얘기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우주인은 무려 섭씨 4백도인 행성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지구는 그에게 혹한의 세계인 셈이다로 별 또는 항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경수소 핵융합으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태양이 바로 그것이다. 행성은 온도와 압력이 너무 낮아 어떤 핵융합도 일으키지 못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천체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중심부 압력과 온도가 가장 높지만 어떤 핵융합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행성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사이, 경수소 핵융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중수소 핵융합은 일으킬 수 있는 만큼의 온도와 압력을 가진 천체가 바로 ‘갈색왜성’이다. 중수소 핵융합은 아주 잠깐 동안만 일어나기 때문에 갈색왜성은 그 순간만 밝게 빛나다가 그다음부터는 점차 식어가며 어두워진다.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는 목성 질량의 10배에서 14배 정도이다. 질량이 이보다 크면 중수소 핵융합이 일어나 갈색왜성이 되고 이보다 낮으면 행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질량 외에도 여러 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다. 게다가 갈색왜성은 크기도 목성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큰 수준이다. 내부에서 충분한 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질량이 커도 중력 때문에 가스가 수축하기 때문이다. 드라운도 목성과 비슷한 크기인 데다 질량은 목성의 11배로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에 있으니 작품 속 주인공들이 혼란스러워할 만도 하다.
갈색왜성의 존재는 1960년대에 이론적으로 등장했지만(그때는 흑색왜성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이었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건 1970년대 이후이고 실제로 발견된 건 1994년의 일이다. 그래서 1971년에 출간된 이 작품의 집필 당시에는 작가가 갈색왜성의 개념을 알았을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자고로 과학적 모험이란 모르는 것을 탐구하며 통찰을 얻는 것이다. 하드 SF의 대가 할 클레멘트가 갈색왜성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려내는 갈색왜성(일지도 모르는 곳)을 들여다본다니, 이런 경험을 이 작품이 아니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물론 드라운의 다른 디테일은 갈색왜성이나 거대행성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드라운에는 얼음과 화성암으로 된 표면이 존재하지만 갈색왜성은 가스천체이며 행성 역시 질량이 어느 정도 커지면 목성처럼 표면이 없는 가스행성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드 SF에서 중요한 것은 사소한 설정의 사실성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펼쳐지는 사고실험이다. 거울을 들고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슈퍼맨이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빛의 등속성과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하버드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할 클레멘트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도 없다. 작가는 드라운에 어떻게 단단한 표면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그 위로 얼음 호수와 암모니아 안개, 그리고 극단적인 기상기후를 가져와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살핀다.
드라운은 기압이 아주 높기 때문에 약간의 고도 차이만 나도 기단의 온도가 급변한다. 그곳의 태양에 가까울 때와 멀 때의 거리 차이가 두 배에 이르고 공전주기는 6년이나 되기 때문에 방문자들이 드라운의 계절 변화를 예상하기란 어렵다. 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드라운은 목성 규모의 세상이다. 표면적으로 따지면 지구의 80배가 넘는다. 이런 곳에서는 태풍 하나가 지구보다 커도 이상할 게 없다. 그래서 날씨 예측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지구인과 메스클린인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앞을 내다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태를 바꾸며 열을 운반하는 순환계가 두 종류나 존재한다. 물과 암모니아다. 지구에서는 당장 물의 순환만 고려해도 날씨 예측에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정도인데 드라운에서는 암모니아마저 고체와 액체, 기체를 넘나들며 환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물과 암모니아가 섞이기도 한다. 이쯤 되면 지구의 일기예보는 애들 장난처럼 보인다(물론 정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돈드래그머 선장의 크웸블리호를 곤경에 빠뜨린 건 얼음 상태의 물과 암모니아 안개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기체는 물에 녹을 때 열(용해열)을 만들어내는데 고압의 암모니아 증기가 얼음 상태의 물에 녹아들었고, 이때 발생한 용해열이 얼음을 녹여버린 것이
. 이처럼 외계인의 시각에서 지구를 철저하게 낯선 세계로 묘사해낸 클레멘트는 곧이어 발표한 이 작품 《중력의 임무》로 부동의 명성을 굳히게 된다.

클레멘트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과학적 논리전개와 묘사를 중점으로 두는 하드 SF에서 대가인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를 능가한다는 찬사를 받곤 한다. 특히 해박한 과학 지식을 이용해 이질적인 외계와 외계인을 설정하는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1950년대 내로라하는 1급 SF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직도 하드 SF의 대가로서 그의 선구적인 위상은 변함이 없다. 과학 교사라는 직업에 충실한 사람답게 고급 지적 유희로서의 하드 SF 창작을 그만큼 발군의 실력으로 이룩한 사람은 유례가 없다. 그 점에서 클레멘트의 공로는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 작품이 발표된 당시 독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철저한 하드 SF적 설정에 감탄과 찬사가 쏟아져 클레멘트는 순식간에 1950년대를 대표하는 SF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메스클린인의 의식구조가 너무나 지구인과 같다는 비판이나, 메스클린 행성의 설정에 허점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작가 클레멘트는 이러한 문제를 반기는 편이었고, 과학 교사답게 '과학 퍼즐처럼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 자체를 즐겼다. 그리고 발표된 지 70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독자가 이 책에서 저자가 제기한 즐거운 ‘게임’에 동참하고 있다.

-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다. 게다가 물과 암모니아가 섞인 암모니아수는 녹는점이 얼음보다 낮다. 구체적인 온도는 압력과 물-암모니아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순수한 물로 된 얼음보다는 훨씬 낮은 온도에서 녹아버린다(1기압에서 암모니아수 얼음은 영하 91.5도에서 녹아버린다!). 이렇게 얼음이 녹아 일어난 홍수가 강을 만들고 크웸블리호를 표류시켰다. 그런데 크웸블리호의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암모니아 안개가 사라진 뒤에는 암모니아가 다시 빠져나가면서 강물의 어는점이 올라가 다시 얼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드라운이 온도와 압력으로 만들어낸 이 위기를 메스클린인과 인간은 역시 온도와 압력을 이용해 이겨내야 한다.
드라운의 이런 독특한 물-암모니아 시스템은 스스로 얼어붙으며 거대한 댐을 만들고는 옆으로 빠져나가 다시 흐르는 강물이라는 진귀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인간 벤저민이 상상한 것처럼 마치 촛농이 굳었다가 흐르기를 반복하며 양초의 표면을 내려가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촛농을 닮은 강은 액체와 고체, 곤죽 같은 상태를 오가며 드라운의 표면에 우리는 결코 볼 수 없는 크고 복잡한 그림을 그려낸다. 그 모습이 장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부족한 상상력을 탓할 수밖에 없으리라. 지구의 좁디좁은 표면에서도 물과 바람, 암석이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는데, 지구보다 80배가 넓은 드라운에서는 물과 암모니아, 얼음과 바람이 얼마나 다양한 경관을 그려낼까? 촛농 강물의 캔버스는 일부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 드라운처럼 무거운 천체는 고체로 된 표면을 가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드라운의 단단한 표면을 거울을 들고 날아가는 슈퍼맨에 비유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우주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까지 4천 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되었고 그중 많은 행성들이 천문학자들을 경악하게 만들 만큼 놀라운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행성은 실시간으로 증발하고 있고 또 어떤 행성은 별보다 뜨겁다. 그래서 드라운 같은 행성이 존재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확답을 할 수 없다. 그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형성이론으로는 드라운과 같은 초거대고체행성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고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발견이 하나가 있다. 지구에서 730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TOI 849b라는 행성은 밀도가 지구와 비슷하고 가스는 거의 없는 암석행성이었는데 놀랍게도 크기는 해왕성 수준이었다. 즉, 표면을 가진 고체행성이다. 보통 행성의 질량이 지구의 10배를 넘으면 주변의 가스를 빠르게 흡수해서 목성이나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두꺼운 가스로 뒤덮인 행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TOI 849b는 단단한 표면을 가진 고체행성이면서도 질량은 지구의 40배에 이른다! 이 행성은 천문학자들을 행복한 난관에 빠뜨렸다(과학자들은 이렇게 모순적인 존재들이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이 행성이 원래는 거대한 가스행성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가스를 모두 잃어버리고 단단한 핵만 남은 것이거나, 역시 모종의 이유로 가스를 흡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린 행성들끼리 충돌하며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아니면 둘 다 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드라운처럼 단단한 표면을 가진 거대한 행성이 정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TOI 849b은 비록 드라운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나도 가볍고 표면 중력은 지구의 3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발견을 통해 우리 우주는 할 클레멘트의 우주를 조금 더 닮게 된 셈이다.
현실의 우주와 SF의 우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벌이는 치열한 경이로움의 경쟁. 이것이 우리가 SF를 읽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부디 TOI 849b의 표면에 물과 암모니아가 존재하기를 빌어본다. 별명은 ‘미니 드라운’이 어떨까?

— 해도연(천문학 박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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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겨울 폭풍_7
02 날것_25
03 허공으로_42
04 폭발_58
05 지도 제작_75
06 썰매_92
07 바위 방어_108
08 고소공포증 극복_126
09 절벽 너머로_147
10 속이 빈 배_166
11 태풍의 눈_190
12 바람을 타는 자들_206
13 말실수_223
14 카누에 문제가 생기다_242
15 고원_260
16 바람의 계곡_277
17 승강기_292
18 언덕을 쌓는 자들_308
19 새로운 거래_326
20 브리호의 비행_335

저자 후기 • 회전하는 세계_341

01 임시 정박_7
02 특별관람석_29
03 신경 중추_54
04 잡담_78
05 프라이팬에서 냉장고로_103
06 정책_125
07 얼어붙은 트럭_151
08 죽 안의 손가락_177
09 상반된 목적_200
10 편중된 데이터_224
11 전선 놀이_251
12 유도된 추론_276
13 현실은 이상하고, 허구가 더 그럴듯하다_306
14 구조대_330
15 본질_355
에필로그 교훈_375

작품 해설•하드 SF의 대가가 그려내는 ‘별이 되지 못한 별’에 관한 이야기_393

본문중에서

회전하는 세계

내게 SF는 하나의 재밋거리지,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약 일이라면, 물리 교과서의 한 장(章)을 차지할 법한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교과서는 전혀 쓸 생각이 없다. 즉 만일 이 주제가 가르칠 만한 것이라면 곧 경쟁을 유발할 것이고, 만일 가르칠 만한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나 낭비하는 꼴이 된다.
내 책이 ‘재밋거리’라는 것은 전체를 하나의 게임으로 여기는 데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즐겼고, 따라서 게임의 규칙은 아주 단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간단하다. 말인즉슨, 그 규칙이란 SF 독자에게는, 저자의 표현이나 암시 중 현대과학의 법칙에 어긋나는 요소를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에게 요구되는 규칙은 가능한 한 그런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다.
물론 양측 모두에게 일정한 예외는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야기의 배경에 항성간 여행이 필요하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중 어떤 부분은 무시해도 공정한 게임이라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때로 살짝 지나가는 말로 ‘초공간’을 여행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빛의 속도에 대한 법칙은 무시한다. 아직은 그런 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문제에 대한(혹은 현재의 지식수준을 넘어서는 영역에 있는 다른 문제들까지 포함하여) 해답이 있는 것으로 미리 가정하고 그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 공정한 게임이 되려면, 이야기의 초반부에서 그 모든 점을 짚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독자가 새로운 배경 속에서 상상력을 펼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난 항상 소설 속에서 제기된 문제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반중력이나 시간여행, 혹은 죽은 자의 부활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는 것을 볼 때마다 속은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적어도 그런 문제들은 충분한 전개 과정을 거쳐야 하며, 독자가 이야기 전개에 맞추어 결말을 예측하려 하기 전에 알려주어야 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나는 항상 제대로 써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중력의 임무》 에서, 나는 이 게임을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저자는 한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선수(先手)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소설이 출판되면, 독자는 저자의 실수를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독점할 수 있다. 독자가 게임을 진지하게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에서 참고 자료를 뒤질 수도 있을 것이고, 대학에 문의 편지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빠르든 늦든 저자에게 실수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실수들을 만회할 기회가 저자에게는 더 이상 없다. 이제 손을 떠난 상태인 것이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당신은 여전히 승리할 커다란 기회를 움켜쥐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이, 내가 SF를 쓰는 것은 재밋거리지 일은 아니다.

*

이 이야기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약 10년 전에 나왔다.
1943년, 케이 아 스트랜드 박사는, 백조자리 61 쌍성의 궤도에 대한 어떤 믿을 수 없을 정도로(물론 천문학자에게는 아니겠지만) 힘들었을 작업의 결과를 발표했다. 백조자리 61 쌍성은 연주 시차가 알려진, 따라서 태양에서의 거리가 알려진 첫 번째 항성으로, 어느 정도 유명한 별이었다. 쌍성의 궤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반적으로 쌍성의 분명한 방향과 두 별 사이의 거리 측정이 필요하다. 만일 두 별이 실제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고, 공전하는 영역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 쌍성계의 실제 상대 궤도를 계산하는 일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상대 궤도란 한쪽 별이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는 의미이다. 스트랜드 박사의 작업은 사진 관측을 통해 측정치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런 형태의 훨씬 더 일반적인 타 관련 연구들과는 달랐다. 사진 관측 방법은 눈으로 관찰하는 데서 생기곤 하는 몇 가지 난점은 해결하지만, 그 대신 그만큼의 다른 문제를 낳는다. 하지만 스트랜드 박사는 이전의 어떤 다른 연구에서보다 정확하게 궤도 관련 데이터를 구해냈을 뿐 아니라, 그 궤도 운동이 불규칙하다는 것까지 알아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정확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있었다.
백조자리 61 쌍성의 두 별 중 희미한 쪽 별은, 케플러의 법칙을 곧바로 적용해 예측할 수 있는 완만한 타원형 궤도로 더 밝은 쪽 주위를 돌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대신에 희미한 쪽 별은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해 케플러식 궤도로 운동하고, 그 ‘보이지 않는 점’은 밝은 쪽 별에 대해 일반적인 양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발견은 본질적으로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암시하고 있는 바가 상당히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두 별 중 한쪽은(더 밝은 쪽 별은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측정을 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쪽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천체를 동반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행성과 항성에 관련된 법칙을 준수하는 이 ‘보이지 않는 점’이란 그 미지의 천체의 무게 중심점이다. 이런 건 결코 특이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두 별 중 어느 쪽이 이 미지의 천체와 행동을 같이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실제로 서로 떨어진 존재라고 할 수 없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별들로 이루어진 항성계에 대해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별들은 그런 관찰을 하기에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서로 위치하기도 하지만, 만일 그런 별들을 측정하여 학술지에 발표되었다고 해도, 나는 그런 사실을 아직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천체가 밝은 쪽 별 주위를 돈다고 가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니, 만일 진위가 밝혀질 경우 나는 게임에서 한 점을 잃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록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는 않으려 한다.
여전히 이 ‘천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존재한다. 다른 경우들, 즉 알골(Algol) 항성계에서처럼, 중력이나 식(eclipse)에 의해 그 존재를 드러내는 ‘보이지 않는 천체’의 경우에는 우리는 그것이 다소 일반적인 타입의 항성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알골 항성계의 경우, 식을 일으키는 ‘숨겨진’ 천체는 우리의 태양보다 더 크고 더 밝은 태양이다. 우리는 상당한 정확도와 신뢰도를 가지고 그것의 크기, 질량, 광도, 그리고 표면 온도 등을 알 수가 있다.
백조자리 61 항성계의 경우, 이 일반적인 방법이 적용되었으나, 즉시 일치하지 않는 점이 대두되었다. 즉, 상당히 잘 알려진 질량을 가진 그 가시 항성들(백조자리 A, 백조자리 B)의 궤도 주기와 궤도 크기로 볼 때 ‘숨겨진 천체’의 질량은 태양의 16/100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어떤 항성보다 작은 질량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가장 큰 행성인 목성보다는 16배가량 무겁다. 어느 쪽일까? 행성인가, 아니면 항성인가? 항성과 행성의 경계선에 아주 가까이 접근해 있는 한 천체를 어느 쪽으로 분류할까 결정하기 전에, 먼저 그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반적인 목적으로 보자면,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기준이 여기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항성이란 스스로 빛을 내지만, 행성은 그렇게 할 정도로 충분히 뜨겁지 못하며 다른 광원으로부터 반사된 빛에 의해서만 보인다는 이야기 말이다. 만일 그 용어 ‘빛’이라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는 광선(가시광선)만을 의미하도록 의미를 제한한다면, 적어도 정의에서만은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세페우스자리 VV 혹은 마차부자리의 엡실론2급 등을 들먹인다면 난 화를 낼 것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는, 이 백조자리에 있는 천체가 빛나는 것이, 우리가 전혀 그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없을 때조차도, 본질적인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반사체라서 그런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몇 가지 고충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받은 추측 작업은 이런 때 필요한 법이다.
적어도 주계열 항성에 대해서는 경험적 연관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 연관성을 백조자리 61C 같은(백조자리 61 항성계 내에서 세 번째로 밝은 천체이다) 천체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경험상의 연관 관계를 이 백조자리 61C에 적용한다면, 하나의 항성으로서의 그 별의 광도는 20등급 내외의 밝기일 것이다. 이것은 그 물체가 더 밝은 다른 광원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있지 않는 한, 충분히 오랜 시간 노출시켜 사진을 찍는다면 현대 천문 장비의 측정 범위에 속하는 밝기이다. 불행히도, 61C는 주성(主星)으로부터 1.5초 각도 이상은 멀어지지 않는다. 20등급의 별을 관측하기에 충분한 노출을 시키자면 사진 건판에 1.5초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61A와 61B의 이미지까지 태워버리게 된다. 더 밝은 항성의 빛을 선택적으로 제거해주는 회전 섹터 혹은 그 비슷한 장치가 도움될 수도 있겠으나 아주 특별한 주의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런 작업을 시도했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그 발표된 결과를 읽은 적이 없다.
그 천체, 즉 백조자리 61C를 행성이라고 가정해보자. 만일 61C가 목성의 경우와 똑같은 반사력을 가진 고리와 목성의 세 배나 되는 반지름을 가진다면, 백조자리 61C 천체의 위치로 볼 때 광도가 25 혹은 26등급 정도 될 것이다. 현재의 측정 장비를 가지고 그것을 관측해보려는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그것이 행성인지 항성인지를 확인할 길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나는 게임에서 몇 점 잃게 될 것을 무릅쓰고 백조자리 61C를 내 마음대로 불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행성이라고 가정하고 있는데, 이야기 전개상 그것이 편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난 정말로 그렇게 작은 천체가 중심부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의 온도와 압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런 핵융합 반응 없이는, 어떤 천체도 몇백만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의미가 있을 정도의 복사 비율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행성이라 할지라도, 이 천체는 SF 작가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한 재미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백조자리 61C가 비록 목성 질량의 16배이기는 하지만, 부피도 16배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목성이 ‘차가운’ 천체 중에서는 가장 부피가 크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물질의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질량이 목성 수준을 넘어서면 중심부의 압력은 몇몇 중심부의 물질이, 우리가 백색 왜성에서 처음 알게 된, 극단적으로 밀도가 높아진 상태로 변하게 된다. 백색 왜성의 경우, 원자 바깥쪽 전자껍질들이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원자핵은 정상적인 ( ‘우리에게’ 정상적이라는 의미다) 조건에서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압축된다. 목성 기준을 넘어서면, 질량이 증가할수록 천체 반경은 줄어든다. 즉, 밀도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 효과가 없다면, 다시 말해 만일 천체가 그런 질량을 가지고도 목성 수준의 밀도를 유지한다면, 61C의 지름은 344,000킬로미터가량 될 것이다. 그리고 표면 중력은 지구의 약 7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천왕성이나 해왕성 정도의 지름을 가질 것 같고, 표면 중력은 우리가 현재 익숙해 있는 중력의 3백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지구의 3백 배나 되는 중력이라, SF 작가라면 그 정도 난관은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 간단히 중력 가리개를 발명하면 된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든가, 시각적 신호 외에 더 구체적인 물리량은 무엇도 교환할 수 없게 하는 가리개 사이의 위치에너지 차이 따위의 사소한 세부 사항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내 말은 <어스타운딩> 지의 독자는 제외하고. 그리고 내 양심 문제도 있다. 만일 좋은 소설이 되기 위해서 그게 꼭 필요하다든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면 혹 ‘중력 가리개’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는, 그 무거운 중력을 줄일 수 있는(적어도 표면에서만이라도) 완벽하게 건전하고도 옳은 방법이 존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중력 효과는 관성 효과와 분리될 수 없다. 원심력의 방향은 적도 면에 대해 바깥쪽이 된다. 따라서 나는 내 행성을 적도에서만이라도, 등장인물이 내 마음 내키는 정도의 가벼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빨리 회전시켜보려고 한다.
물론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의 이 멋진 신세계는 토성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납작하게 짜부라질 것이다. 아마 독자 중에는 내가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고 눈썹을 추켜올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천문학자가 있을 것이다. 질량과 자전속도와 극편평도 사이에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고….
이 문제는 잠시 접어두자. 신경을 써야 할 다른 일들 때문에 사실 난 그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집중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졸업한 지 오래되었어도 수학 실력이 별로 녹슬지 않은 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 문제를 친구에게 떠넘겼다. 나 자신의 계산 능력은 오래전에 녹슬어버렸다. 나는 마침내 해답을(혹은 해답 하나를) 아직도 내가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대학 1학년 시절 천문학 교과서에서 찾아냈다. 나는 행성 질량의 내부 분포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생각해내게 되었다. 말하자면, 내부가 균일한 밀도냐, 아니면 중심부의 내핵에 거의 모든 질량이 뭉쳐 있느냐 하는 것 말이다. 나는 이 행성의 중심부가 거대한 밀도를 가지게 된다는 후자 쪽을 선택했다. 압력이 덜한 외부 껍질층이 아마도 보통 물질들로 구성되리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적도에 지구의 세 배가 되는 실중력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방정식에서 값 하나는 결정한 셈이다. 나는 61C의 질량 값에 대해서는 꽤 잘 알고 있었고, 부피에 대해서는 대강의 조사치만을 정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약간은 느슨한 규칙에 따른 그 작업으로 나는 앞으로 다가올 수년 동안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줄, 행성에 대한 일련의 특성들을 계산해냈다. 아마도 이것을 나 자신이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반드시 약속하는 바는 아니다. 그리고 나는 누구라도 내 계산치를 이용해 그 행성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좋다고 엄숙하게 허락하는 바이다. 단지 그 사람이 합리적인 과학적 기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그것은 과학 소설 분야에서는 당연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성은 여러 면에서 상당히 놀라운 곳이다. 적도 면의 지름은 76,800킬로미터이다. 자전축을 따라 극에서 극까지는 31,584킬로미터이다. 행성은 1분에 20도 이상 자전축을 따라 회전하고 하루의 길이는 약 17.75분이다. 적도에서는 내가 직접 정한 실중력 값에 따르면, 내 체중은 약 218킬로그램 가량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극지방에서는 아마도 60톤은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적도 중력값이 정확히 얼마일지 난 잘 모르겠다. 이 행성은 너무나 찌그러져 있어서, 구(球)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표면 중력 계산을 위해 중심에 모든 질량을 집중시킨 것은 그런 이유도 있다. 만약 이 행성이 균일한 밀도를 가지고 있다면 좋은 근사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내부에 그 정도로 질량을 집중시킨 것은 상당히 큰 도움이 되며, 소설 속에서처럼 지구의 7백 배 정도의 중력하에서 생활하는 것도 그리 지나친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충분한 근거만 제시한다면 환영하겠다.
나는 행성계의 형성에 대한 현존하는 이론에 근거하여 그럭저럭 아쉬운 대로 이런 행성 하나를 정당화할 수 있었다. 이 이론들을 사용하여, 나는 초기의 원시 행성을 형성하는 핵이 혜성과 같은 이심적(離心的) 궤도를 가졌다고 가정한다. 이 궤도는 태양 가까이에서 거의 모든 재료를 끌어모으는 과정 동안 몇 번의 충돌 때문에 완전한 원 궤도를 이루지 않은 것이다. 행성의 ‘대기’가 아마도 수백만 킬로미터의 우주에 퍼져 있었을 형성 단계 동안, 행성 자신보다 일반적으로 더 원형 궤도상에 있는 물질을 흡수함으로 인해서 행성의 궤도 형성에 스핀을 가하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든 행성의 위치 바깥에 있는 물체가 안에 있는 물체보다 더 낮은 속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성이 진화하고 덩어리가 줄어듦에 따라 각 운동량 보존에 의해 증가된 회전은 행성의 궤도 운동에 대한 반대 방향으로 가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지는 않았다. 지금 기억하는 바로는 소설 속에 그 문제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행성의 자전 속도는 물질이 적도에서 실제로 떨어져 나가는 정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나는 이 행성이 일련의 고리들과 꽤 커다란 달 두 개를 갖도록 만들었다. 그 위성들의 궤도에 대해 고리의 크기를 점검해본 결과 안쪽에 있는 위성은 토성의 고리에서의 경우와 유사한, 고리 내의 갈라진 틈을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했다. 이 점은 이 소설에서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숨 쉬는 공기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모든 가능한 사건과 대화를 일관성 있게 하려고, 마음속에 명확한 그림이 서야 했기 때문이다. 안쪽 위성은 행성 중심으로부터 144,000킬로미터 거리에 있으며 2시간 8분이 약간 못 되는 공전 주기를 갖는다. 쿼터(4분의 1개월)와 서드(3분의 1개월) 주기 갭은 별 표면으로부터 각각 19,200킬로미터와 30,400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하프(2분의 1개월) 주기 갭은 약 52,800킬로미터 바깥에 있게 되는데, 그곳은 로슈 한계(Roche’s Limit)에 의해 어쨌든 고리의 최가장자리로 정해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한계 역시 밀도 분포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강 어림잡아 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나는 상당히 기묘하게 생긴 천체 하나를 만들어낸 셈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형도는 지름 15센티미터고 두께는 6.4센티미터도 안 되는 행성이다. 만일 고리를 더한다면, 이 모델은, 플라스틱 우드로 만들어진 회전 타원체 주위에 지름 약 36센티미터 정도 되는 종이 디스크가 아주아주 가까이 끼워진 형태일 것이다. 모델은 그 위에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일관성을 좋아하니 말이다. 지도는 소설을 쓰기 전에 무작위로 작성했다. 그러고 나서 지도상에 나타난 지형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잠시 이 모델을 보고 나서, 소설 제목을 ‘하늘의 팬케이크’라고 붙이고 싶은 유혹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가 폭력으로 위협했다. 어쨌든, 달걀 프라이와 더 닮긴 했으니까.

*

크기 이외의 다른 많은 특성들도 소설을 쓰기 전에 미리 해결해야 했다. 나는 단순한 생명체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에 대해 우선 이해해야만 했다. 온도나 중력 같은 조건들은 할 수 없이 강요된 것들이었지만, 아마도 다른 조건들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터였다. 한번 살펴보자.
온도는, 한 행성이 태양으로부터 열을 얼마나 받고 또 얼마나 그것을 보존할 수 있는가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 있다. 백조자리 61은 쌍성계이다. 그러나 이 두 별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는 이 행성의 온도에 대한 영향자로 한쪽 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행성이 실제로 공전하는 항성이 둘 중 어느 쪽일지 예측하는 것은 아주 쉽다. 몇 년 전, 나는 반은 재미로 반은 이와 같은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5파섹 이내에 있는 모든 항성에 대한 몇 가지 흥미 있는 정보를 계산해놓았었다. 지구형 행성이 지구, 금성, 그리고 화성의 현재 온도를 가지려면 문제의 항성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공전해야 하는가라든지, 각 궤도에서 문제의 항성 주위를 행성이 한 바퀴 돌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백조자리 61A의 경우, 지구, 금성, 화성의 거리는 각각 45×1,000,000 킬로미터, 62×1,000,000 킬로미터, 110×1,000,000 킬로미터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61C의 궤도는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주성이 61A라고 가정하면, 행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섭시 영하 50도 정도로는 충분히 데워질 수 있다. 행성의 공전 궤도는 상당히 이심적인 궤도이므로 반대쪽에서는, 적어도 지구에서라면 약 섭씨 영하 180도 정도로 얼어붙을 것이어서, 우리가 토론하고 있는 이 행성이 입사광선으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게다가 온도 변화가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타원 궤도의 이심률도 온도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케플러의 법칙에 따르면, 행성은 태양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보낸다. 1년의 5분의 4가량은 섭씨 영하 150도의 등온선 바깥 지역에서 보내며, 1년 1천8백 일(물론 지구일이다) 중 섭씨 영하 100도 이상으로 데워지는 기간은 겨우 약 130일 정도에 불과하다. 자전 속도를 고려하여 행성 기준의 하루로 따지면 1년에 14만5천 일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실제 대부분의 기간은 섭씨 영하 170도 이하로 유지되는 셈이 된다. 1년의 나머지 기간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고민하기로 하자.
우리와 유사한 신체 기능을 가진 생명체라면, 아마도 자기 고향 행성에의 온도 범위 내에서는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어떤 물질로 몸의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문제의 물질은 행성의 주요 액체상(phase)을 형성할 정도로 흔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이상이 모두 맞는 이야기라면, 어떤 물질이 우리의 요구 조건에 적합할까?
아이작 아시모프와 나는 그 적합한 물질을 찾으려고 애쓰며 즐거운 하루 저녁을 보냈다. 우리는 그 물질이 행성의 온도 한계 내에서 액체로 존재할 뿐 아니라, 액체에 용해되어 있는 극성 분자의 이온 분리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용매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물은 아니다. 이 행성에서는 물은 엄밀히 말해 하나의 무기물에 불과하다. 암모니아는 가장 온도가 높은 계절에만 해동되므로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주기율표를 보며 암모니아와 유사한 분자인 포스핀(인화수소), 아르신, 스티빈, 차산화탄소, 불화수소, 염소와 불소 기를 가진 다양한 정도의 포화 혹은 불포화 탄화수소, 심지어는 실리콘까지 점검했다. 그중 몇몇은 녹는점과 끓는점까지는 조건을 충족했다. 어떤 물질은 심지어 극성까지 띠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아주 간단한 화합물 하나로 귀결되었다.
그 물질은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대기압을 가정한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낮은 온도에서 끓는다. 탄화수소의 일종이며, 상당히 많은 유기 물질을 용해시키긴 하지만 극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관점으로 볼 때, 이 물질은 아주 큰 장점이 있었다. 엄청난 양으로 행성 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이다. 그 물질은 바로 메탄이다.
이 행성도 목성처럼 (우리 관점으로 볼 때) 엄청난 양의 수소를 포함하는 ‘코스믹’ 구성으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음이 분명하다. 현존하는 산소가 수소와 결합해 물을 만들었을 테고, 질소는 암모니아를, 탄소는 메탄을, 아마도 더 복잡한 탄화수소를 만들었을 것이다. 수소는 충분히 존재했을 것이고 여분의 양도 상당할 것이다. 수소가 가볍기는 하지만, 일단 영하 이하로 식혀질 경우에는 지구 질량의 5천 배나 되는 천체에서 탈출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랬다는 의미이다. 그 후에는, 자전 속도가 증가해 불안정한 상태를 유발시킬 정도까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잠시 후에 고려하기로 하자. 어쨌든 우리는 이 행성에 메탄의 바다가 있어야 할 좋은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바다라면 조직 내에서 그 액체를 이용하는 생명체의 출현과 진화를 기대하는 것도 논리적이리라.
하지만 잠깐만. 나는 조금 전 메탄이 소설에서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 끓는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건 너무 낮은 것일까? 대기압을 증가시키면 끓는점을 충분히 상승시킬 수 있을까? 한번 살펴보자. 화학 편람에 따르면, 메탄의 임계 온도는 약 섭씨 영하 82도라고 한다. 그 온도보다 높으면 압력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기체 상태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메탄의 끓는점을 임계점 근처까지 끌어 올리려면, 약 46기압이 필요하다. 음, 우리는 행성 초기 기체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커다란 행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행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백 배 혹은 심지어 천 배나 되어야 한다. 아, 참! 뭔가를 잊어버렸다. 적도에서의 실중력(즉, ‘중력-원심력’)은 지구 평균 중력의 세 배이다. 우리는 이 점과 상기(上記)의 온도, 그리고 대기 구성을 가지고 대기 밀도가 고도에 따라 감소하는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계산 결과, 거의 순수한 수소 대기, 3g의 중력 가속도, 섭씨 영하 150도 온도일 경우, 표면 압력이 40기압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고도 960킬로미터에서도 여전히 상당량의 대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행성은 적도 상공 960킬로미터에서, 자전 때문에 생기는 원심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룬다! 만일 그 고도에 상당량의 대기가 존재해왔다면, 그것들은 이미 오래전에 우주로 달아나버렸을 것이다. 따라서 분명히 우리는 46기압 정도의 표면 대기압을 가질 수는 없다. 어떤 상당히 느슨한 규칙에 따라, 나는 표면 대기압을 최소 8기압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이때 연평균이 아니라 여름 온도를 이용했다.
그 대기압에서 메탄은 섭씨 영하 143도 정도에서 끓는다. 그리고 약 3백 지구일(地球日) 동안, 혹은 다른 말로 한 해의 6분의 1 기간 동안, 행성은 태양이 바다를 끓일 정도의 지점을 돌고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자, 지구의 평균 온도는 빙점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 지구의 상당 부분은 영구적인 얼음으로 덮여 있다. 내가 61C 행성에서 이 효과를 써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전축은 적도 면과 궤도 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관찰 사실도 있다. 나는 이야기의 목적을 위해, 자전축을 28도 정도로 기울이기로 했다. 그 각도에서라면, 북반구의 하지는 행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가 된다. 이 말은, 북반구의 대부분이 한 해의 4분의 3 기간 동안 전혀 태양 빛을 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북반구에 있는 대양은 상당히 어엿한 메탄 얼음 모자를 쓰게 될 것이다. 행성이 태양에 가까이 가도 남반구는 위험한 열로부터 보호된다. 따라서 생물이 살 만한 곳이 되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는 북극 빙하 모자를 녹이는 데 쓰인다. 거대한 폭풍이 대기와 메탄 증기를 운반하면서 적도를 가로지를 것이다. 메탄 증기는 끓는점보다 약간 높은 온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반구가 겨울 동안 그 증기에 데워진다 해도 신체 조직 속에 액체 메탄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까지 끓어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자전축의 각도 변화는 꽤 빠르다. 행성 질량의 대부분이 내핵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적도 지역이 거대하게 돌출한 탓에 태양의 중력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주기를 계산할 의도는 없으나, 만일 누구든 생물이 살 만한 반구에 몇천 년에 한 번씩 자전축 변화가 일어난다면, 고도의 문명이 건설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면 굳이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겠다. 물론 또한 우리 자신의 빙하기가 때때로 인류의 현재 지능 발달에 끼친 공적으로 칭찬받아왔듯이, 이 행성에서의 지성 발달에 대한 공적을 주기적인 기후 변화에 부여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원하는 대로 선택하시라. 나는 양쪽 가능성이 다 근거가 있어 보인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

행성의 조건은 기본적으로 아주 잘 정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히 정교한 작업이 많이 필요했다. 나는 행성의 조건을 견딜 수 있는(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조건들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명체를 설계해야만 했다. 그러나 엄청나게 세부적인 데까지 생명 활동 과정을 묘사할 필요는 없으므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우리 자신의 생명체를 가지고도 그렇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기 바란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더 고차의 불포화 탄화수소를 생성하는 식물군과, 대기 중에 있는 수소를 이용해 그 탄화수소들을 환원시켜 에너지를 얻는 동물군 정도면 나에게는 충분히 논리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소설 속에서 나는 고기 한두 조각을 연료에 던져 넣으면 수소 대기 중에서의 식물 조직 연소를 돕는다는 언급을 하면서, 환원을 도와주는 효소(촉매)의 존재를 간접적이나마 암시했었다.
그 밖의 세부 작업 부분은 이 게임에서 두어야 할 내게 주어진 숙제들이었다. 즉, 지구에서는 당연히 적용되나, 이 행성에서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최소한 고위도 지역에서는 물건을 던지거나, 점프하거나, 나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것, 같은 지역에서는 높이에 따라 대기 밀도가 엄청나게 급격히 감소하여 수평선(혹은 지평선)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신기루 효과, 생성 중인 폭풍을 상대적으로 더 작은 일련의 폭풍 집합으로 분산시키는 가공할 정도의 코리올리 효과 등. 생각해보라, 이곳에서는 대포술(大砲述)이 흥미로운 과학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메탄 증기가 수소보다 밀도가 높아, 태풍 같은 천둥 폭풍을 생성시키는 주요 원인을 없애버린다는 점, 압력 비율이 바다의 수면 아래로 갈수록 증가하여 결국 항해 기술에 미치는 영향(빙산이 떠다니지 않을 것이므로 대양의 심층부 상당 부분까지 얼음 메탄으로 되어 있으리라는 점), 메탄이 무기 염류보다는 지방 같은 유기 물질을 더 잘 녹이기 때문에 바다의 물질 구성에 끼치는 영향 등등. 흠! 결국은 아마도 빙산은 부유하게 될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이 모든 것들을 미리 생각해둘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갑자기 일이 그런 식으로 일어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야기 일부를 다시 써야만 했다. 물론 세세한 사항을 더 많이 놓쳤으리라는 것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신이 이 게임에서 이길 기회가 있는 곳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나는 뭔가 모순되는 점이 없는지 메스클린의 거대한 영역 위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몇 달 동안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 시간은 당신의 것이다. 나는 이 게임에서 더 이상 수를 둘 수 없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내 상상의 결과물에서 어떤 실수든 원하는 만큼 밝혀낼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있다.
자, 행운을 빈다. 그리고 그대가 이기든 지든, 즐겁기를!

- 할 클레멘트
( 저자후기' 중에서)

저자소개

할 클레멘트 (Hal Clemen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종
판매수 206권

본명은 해리 클레멘트 스텁스(Harry Clement Stubbs)로 192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서머빌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했는데, 재학 시절인 1942년에 존 W. 캠벨의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에 첫 단편을 발표했고 같은 잡지에 세 편을 더 게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대학원에서는 교육학과 화학 분야의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B-24 리버레이터 조종사가 되어 유럽 전선에 참전, 총 35회의 전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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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경남 사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남 사천 출생. 한국과학기술대학 생물공학과를 졸업했다. 과학 소설 번역 모임인 '멋진 신세계'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번역서로 [라마], [은하를 넘어서], [얼굴], [접골사의 딸], [아이도루], [죽음의 향연], [독감]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SF 전문번역가. 옮긴 책으로 《리틀 브라더》, 《별의 계승자 2: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 《별의 계승자 3: 거인의 별》, 《별의 계승자 4: 내부우주》, 《홈랜드》, 《크로스토크》,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화재감시원》(공역), 《여왕마저도》(공역), 《계단의 집》, 《마일즈 보르코시건: 바라야 내전》, 《마일즈 보르코시건: 남자의 나라 아토스》, 《SF 명예의 전당 2: 화성의 오디세이》(공역), 《SF 명예의 전당 3: 유니버스》(공역),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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